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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18목] 맹목적 배타주의는 종교계가 물리쳐야 할 공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많은 종교가 상호간의 차이로 인한 테러나 폭력, 차별 없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종교 갈등으로 인한 전쟁과 테러가 세계 도처에서 계속되는 것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상대 종교의 다름을 인정한다. 상대 종교의 교리와 영역을 존중한다. 그것은 농경사회 중심의 단일 민족 국가에 외래 종교가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포용했던 우리 종교의 오랜 전통이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종교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해야 갈등을 줄이고 화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상대 종교를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인적ㆍ학문적 교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타 종교에 대한 맹목적 배타주의, 현실 이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늘 문제다. 최근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경내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올리고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파문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1990년대 이후 선교를 '영적 전쟁'으로 보는 경향이 고조돼 왔다. 즉 해외로 선교를 나가면 해당 지역이 어떤 종교권이든 상관없이 그곳의 악한 영을 물리치고 영적 승리를 획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봉은사 '땅밟기 기도'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종교를 원천부터 부정하고 자신의 종교만 절대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이기주의다. 그러고도 사랑과 용서를 말한다는 것은 위선이다.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반목과 갈등, 적대감만 부추길 뿐이다. 우리 종교계의 전통적인 화합의 정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 다행히 동영상 제작 신자들이 어제 봉은사를 방문해 사과하고 봉은사 측도 이를 받아들인 만큼 이번 사태가 종교계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근본적으로는 종교계가 현실의 이익에 얽매여 상호 반목ㆍ질시하는 일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 KTX '울산역(통도사)'병기 논란 등으로 촉발된 종교간 공방은 낯뜨거운 일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28목] 족벌사학 판치는데 사학법 규제장치 없애겠다니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3분의 2가량에 설립자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이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분규사학·종교사학을 제외한 전국 4년제 사립대 138곳을 전수조사해 그제 발표한 결과다. 대학 산하 초·중·고까지 포함할 경우 5명 이상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데도 22곳이나 됐다고 한다. 사학의 족벌경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족벌사학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공금횡령과 입학부정, 인사전횡 등 사학비리와 관련된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사립대학 감사 백서’를 보면, 2007년부터 3년간 각종 비리 혐의로 감사를 받은 대학이 40곳이나 된다. 학교재산 유용이나 예산 부당집행 등 회계비리 액수만도 3년간 406억원이나 됐다. 최근 경기도의 한 족벌사학에선 이사장의 남편인 80대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체벌해 물의를 빚은 일까지 있었다.
이렇듯 각종 사학비리의 온상이 되는 족벌경영의 횡행은 설립자들이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탓이 크다. 이들에게는 사학의 공공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까닭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자주성도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된다. 사학의 자주성이 사학 설립자의 재산권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사학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각종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학의 부패를 감시할 개방형 이사제도와, 재단의 인사 전횡 등을 막기 위한 대학평의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 제도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이런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학평의원회의 자문기구 전환, 개방이사제의 자율적 운영과 함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공공적 감시와 견제는 받지 않겠다는 사립대의 황당한 주장을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부추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족벌사학의 실태를 보고도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계속 고집한다면 스스로 비리사학의 옹호자임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1028목] 구경도 지겨워지는 경남도의 4대강 샅바 싸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김두관 경남지사와 중앙정부와의 논란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26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보낸 공문에서 "보 설치와 과도한 준설로 도민 피해와 자연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 친환경적 사업이 되도록 국토부가 참여하는 낙동강사업조정협의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경남도는 그러나 "관할구역 내 대행사업권은 반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이에 "이제 와 새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사업권 회수를 포함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낙동강에 '경북 낙동강'과 '경남 낙동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낙동강 상류는 준설을 해 물그릇을 키워놓고 하류는 얕은 수심(水深)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하류의 홍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은 중앙정부가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하천이고 4대강 사업은 국책(國策) 사업이다. 최종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 더구나 경남의 낙동강변 10개 시·군 가운데 진주·김해·밀양·양산시와 함안·창녕·함양·합천군은 찬성 공문을 경남도에 보냈고 창원시는 찬성 성명도 냈다. 의령군만 군수가 공석이어서 의사 표시를 못했다. 경남도 입장은 시·군의 의견을 깔아뭉갠 것이다. 경남도가 끝까지 반대해 4대강 사업권을 회수당하면 지역 업체들의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야당, 종교계, 일부 지자체의 4대강 반대 논리엔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정부는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일부 보완하자는 제안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전체 공정률은 31.4%, 16개 보 공정률은 55.3%까지 가버렸고, 내년 가을 즈음에는 주요 공사가 끝난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보를 다시 무너뜨릴 수도 없고 준설한 강바닥 모래를 다시 강에 쏟아넣을 수도 없다. 이제 와서 되물리는 것은 비(非)현실적이고 더 큰 문제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경남도가 대행하는 13개 공구 공정률은 전체 공정률의 절반인 15.6%밖에 안 된다. 경남도가 이런저런 핑계로 세월을 끌다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중앙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해 시행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경남도는 주민들 여론조사라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이러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028목] 체납 지방세 징수 민간위탁 검토할만 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3.6%에 불과하다. 재정상황이 나쁘다 보니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는 곳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지방채 발행 잔액만 25조 5530억원이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근본 이유는 수입은 생각하지 않고 개념 없이 예산을 펑펑 썼기 때문이지만 체납된 지방세가 많은 것도 전반적인 재정 악화의 주요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지방세 체납액만 3조 3480억원이다. 체납액이 많은 이유는 지자체에서 세금 징수와 관련한 전문가도 별로 없는 데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세금을 걷어도 인센티브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에서 지방세 징수를 포기해 결손으로 처리하는 것만 최근 5년간 연 평균 8000억원이 넘는다. 호화로운 집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는 파렴치한 납세자도 많다. 서울시가 자체 직원과 민간의 채권추심전문가와 합동으로 38세금기동대를 편성, 지난 2001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년간 고액 체납자를 추적해 징수한 금액만 4046억원이다. 지방재정을 위해 지방세 체납 징수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체납된 세금을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고용 창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지방정부에서도 지방세 체납 징수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채권추심회사에 맡기면 가혹한 채권추심과 지나친 빚 독촉,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현행 법으로도 이러한 것은 금지돼 있다. 필요하면 현행법보다 더 강화된 내용으로 불법 채권추심을 엄격히 제한하면 된다. 채권추심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설립허가를 받는 곳이어서 간혹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설 추심업자나 사채업자 등과는 다르다. 양심불량 납세자의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 징수하는 것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정사회’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28목]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반월 · 시화와 남동,구미,익산 등 4개 산업단지에 향후 3년간 1조3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전국 51개 노후 산업단지를 선진국형 기업밸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4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가 보고한 내용이다. 조성된 지 20년이 넘어 이미 노후화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스웨덴의 시스타나,프랑스의 소피아 앙티볼리스 등과 같은 첨단 산업공간으로 바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학업도 병행할 수 있는 산학융합지구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으로 다소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1964년 구로공단이 최초의 산업단지로 생겨난 이래, 산업단지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도 제조업 생산의 60%, 수출의 72%를 차지하고 고용의 40%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단지의 중요성은 여전히 지대하다.
하지만 첨단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산업단지의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지 못해 노후 단지가 늘면서 요즘엔 영세한 공장밀집지역 정도로 위상이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반월단지만 해도 지원시설 용지가 단지 면적의 2.5%에 불과해 식당 등 편의시설은 간이 컨테이너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남동단지는 주차장 부족으로 하루 9000여대의 차량이 노상에 불법주차하는 상황이고, 구미단지는 1900여 세대 기숙사 가운데 70% 이상이 20년 이상 노후화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뜩이나 제조업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산업단지 근무를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어느 때보다 산업단지의 일제 정비를 통한 리모델링이 시급한 이유다. 산업단지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각종 규제의 철폐 등을 통해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발전 추세에 맞는 기능과 특성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국의 지역전략산업 육성과 연계해 단지를 특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28목] 4대강 사업 소모전 이젠 끝내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경남도와 충남도의 사업권 회수를 검토함에 따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막바지 국면을 맞고 있다. 국토부는 경남도가 지난 26일 "사업에는 사실상 반대하지만 사업권은 반납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해옴에 따라 대행사업권 강제회수라는 마지막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ㆍ2지방선거에서 경남과 충남도지사에 야당 출신이 당선된 후 증폭돼온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모전이 결국 사업권 강제회수로 결말이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낙동강 대행사업권 반납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사업에는 반대하지만 사업권은 반납하지 않겠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했다. 이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기초자치단체와 반대하는 지지세력 사이에서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사업권을 반납하자니 사업을 지지하는 지역의 눈치가 보이고 계속하자니 사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이 같은 소모전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이 31.4%인 데 비해 경남도가 대행하는 13개 공구의 평균 공정은 15.6%이고 1.6%에 머문 곳도 있다. 지역에 따라 사업진척도 엄청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사업권 강제회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지금과 같은 소모전이 계속될 경우 사업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김 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 협의체 구성' 제의 등으로 4대강 사업의 발목을 잡을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고 곳에 따라서는 50% 이상 진척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 비쳐볼 때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반대한다고 이제 와서 4대강 사업을 재조정하거나 취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므로 반대명분이 됐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초단체들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업권 강제회수에 반발하기보다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모전을 끝낼 때가 됐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배인준 칼럼/배인준(동아일보 주필)-20101028목] 남쪽 좌파를 시험하는 김정은
2년 반 전 광우병 시위를 벌이며 ‘이명박 아웃’을 절규하던 사람들이 지난달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대장 앞에선 다소곳하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이들은 반MB 시위 때마다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노래로, 고함으로 부르짖었다. 자신들도 참가한 보통·직접·평등·공정 선거에서 531만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을 민주공화국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 세습 동의서 도장 찍는 사람들
북한의 3대 세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완전 폐기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다. 이 세습은 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남쪽의 진보라는 사람들에게선 ‘조선은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다’는 노래도, 고함도 없다.
김정은 대장의 출현은 북한의 ‘세습적 불평등’을 극명하게 말해주거니와, 김일성 왕조의 세자 김정은을 둘러싼 세습권신(權臣)들도 부상했다. 이른바 혁명 1세대인 최현의 아들 최룡해 대장,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이 그렇다.
남쪽의 소위 진보는 북한 왕조권력이 김일성 일가와 권신집단의 특권 교환을 통해 세습되는데 대해 두둔하거나 어물어물할 뿐이다. 그러면서 국내의 외교관 특채 같은 것은 ‘불평등 죄악’으로 단죄하는데 기민하고 모질다. 평등은 진보주의가 앞세우는 가치지만 우리 주변의 진보는 남과 북에 전혀 다른 잣대를 댄다. 그 이중성조차 진보의 내재적 가치인지 모르겠다.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는 인권이다. 문명사는 한마디로 인권 신장의 역사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 정치권력의 제한, 선거 및 언론의 자유, 잔인한 형벌의 금지 등을 담은 17세기 영국 권리장전은 곧 인권선언이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평등·박애의 이상(理想), 미국 독립선언서에 담긴 생명·자유·행복 추구권, 대한민국 건국이념이자 헌법정신인 자유와 민주주의도 인권에 수렴된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습왕조는 이런 인권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구현하지 않았다. 정반대로 이천수백만 주민을 인권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체제의 인질로 잡고 인권 말살을 자행해왔다. 3대 세습은 인권 유린의 고착화 과정이다. 김정일 일가의 정치권력은 확대 세습되고, 선거 대신 위압적 군중대회와 열병식으로 자유를 질식시키며, 지옥 같은 강제수용소를 통해 반대를 잠재운다. 말이 조선노동당이지 기실은 노예 수준의 노동 착취로 극소수 특권층만 향락을 누리며, 대다수 주민은 굶주림으로 내몰아 생명을 위협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탈북자들의 도망은 또다른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김일성 왕조의 이익공동체를 구축한 군·당·정의 기득층만이 자원 배분권을 행사하며 체제 유지에 혈안이 돼있다.
* 김일성 왕조와의 통일도 좋다?
진보로 포장한 남쪽 친북좌파는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흔들며 ‘민족끼리’와 ‘통일’을 외치는데, 이들에게는 과연 누가 민족인가. 영양과잉의 김정은인가, 강냉이죽도 구경 못하는 한 많은 북한 주민들인가.
이 땅의 좌파는 학생인권조례라면서, 배우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규율마저 내던지고 무한자유, 그것도 홍위병 식 정치자유까지 줘야 한다고 설친다. 기름을 끼얹어 경찰을 숨지게 한 사람들을 민주인사로 둔갑시켜 인권 승리를 자축한다. 이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한 김정일 집단에게 얼굴 한번 붉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국 이들이 하나 되고자 하는 ‘민족’은 ‘김일성 조선’으로 국체를 확정한 김정일 김정은 세습왕조집단일 뿐인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연설에서 “분단국가 대통령의 가장 큰 소명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떤 통일을 그리고 있는가. 그는 최근 3대 권력세습에 대해 “북한에서는 그게 상식이다. 그것(후계)은 자기들 상식대로 하는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家)에서도 아들로 태어나면 왕자가 되는 거 아니냐”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21세기 지구촌 문명을 거부하는 저 야만(野蠻)이 정말 상식인가. 전제(專制)세습이 상식인 왕조체제, 그것도 다수 주민을 동물처럼 짓밟는 체제와 어떤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이 그런 체제에 승복하고 하나가 되라는 것인가. ‘어떤 인권 억압에도 반대한다’는 대한민국 제1야당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헛말인가.
박 원내대표가 영국과 북한을 동렬에 세운 것부터가 상식부족이거나 세상을 얕보는 언사다. 영국 왕자가 통치를 하는가. 영국 역대 총리들이 김정은 식으로 등장했던가. 아무리 북한 세습을 비호하고 싶어도 영국 민주주의와 영국 국민을 그렇게 모독할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이 아니라도, 북한 세습왕조 중심의 통일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은 통일의 훼방꾼이다. 북한 식 통일을 바라고 꾀하는 사람들까지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해줄 수는 없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1028목] 혼전 동거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에게 기자가 물었다. “금요일에 결혼한 사람은 평생 불행하다는 말을 믿습니까?” 독설가였던 쇼가 즉각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금요일이라고 예외일 수야 있겠습니까?”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려운, 뼈가 있는 일화다. 더욱이 요즘 젊은이라면 꽤 공감이 가는 얘기지 싶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201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 모두 결혼에 대한 선호도가 줄고 있다. 미혼인 남자는 62.6%, 여자는 46.8%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적잖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이 더 이상 인륜대사(人倫大事)가 아닌 세상이다.
결혼 제도에 대한 의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혼을 과거의 관습으로 치부하는 서구의 젊은이들이 늘고, 타임지는 결혼 제도의 소멸을 예언한 바 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결혼 제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20대의 혼전 동거에 대한 개방적인 의식변화가 대표적이다. 자그마치 59.3%가 결혼을 안 해도 동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결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혼전 동거는 북유럽 국가에선 흔하다. 헝가리의 경우 결혼율은 1970년 87.7%에서 2005년 71%로 떨어진 반면 동거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12.2%로 올라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2003년과 2007년 사이 결혼한 커플은 3.5%가 감소한 반면 동거를 시작한 커플은 9%가 늘었다. 이런 흐름은 이제 동양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중국 장쑤(江蘇)성은 2003년 결혼 증명 없이도 남녀가 동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덧붙인 이유가 그럴듯하다. “그간의 동거 금지 규정은 계획경제 시대의 유물로 지금의 시장경제에는 맞지 않으며, 동거는 사생활로 국가가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동거가 결혼보다 장밋빛은 아닌 모양이다. 영국 사회조사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동거 커플은 결혼한 부부보다 생활 형편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정서도 불안정해 외도하는 정도가 더 심하다. 첫 동거의 평균 지속기간이 2년에 불과하고, 나중에 결혼으로 이어지는 60% 가운데 35%는 10년 안에 헤어진다고 한다.
몽테뉴는 “좋은 결혼이 극히 적은 것은, 그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내칠 것만은 아니다. ‘잘된 결혼’은 날개를 다는 일일 텐데….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028목] 땅밟기, 지신밟기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사람의 종교는 무얼까. “언젠가 경주 석굴암에 가서 넋을 잃고 불상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뭔가에 깊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이 사람은 로마 바티칸에서 세계적 미술품인 성상(聖像)을 봤을 때도 한 작품을 5분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내 안에 불교적인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몸에 불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이 사람은 불교도일까. 의외일지 몰라도, 이 발언의 주인공은 김수환 추기경이다.
김 추기경은 다른 종교에 대해 꽤 개방적이었다. 개신교 강원룡 목사와의 대담에서 그는 “우리 고유의 것은 버릴 수 없으며, 이는 결코 종교 혼합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대화’ 잡지 1976년 1월호에 실린 내용이다. “바티칸공의회의 교령에서도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중시합니다. 타 종교 안에 있는 아름다운 것, 올바른 것, 선한 것들은 무조건 배척할 일이 아니지요.”
타 종교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완고하다. 같은 잡지에서 강 목사가 밝힌 일화다. 1966년 한국의 6대 종교 지도자들이 대화 모임을 갖고 종교인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것이 신문에 보도되자 기독교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기독교 측에서는 “다른 종교인들을 개종시키는 목적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반면 불교는 “인류를 위한 일이라면 불교가 기독교에 흡수돼 없어져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십자가 정신은 오히려 스님들에게 더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강원룡 목사의 씁쓸한 회고다.
땅밟기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개신교 신자 몇몇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당에 들어가 “이곳은 하나님의 땅”이라며 ‘땅밟기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아이고, 아버지….” “땅밟기 한다고 봉은사가 교회됩니까.” “어리석은 몇 명이 100만 안티 부르네.” “땅밟기와 무속의 지신(地神)밟기는 뭐가 다르지요?” 이 모두가 기독교인들의 댓글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목사의 개탄이 눈을 찌른다.
“얼빠진 이들이 기독교를 미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생각해 보라. 땅밟기 한다고 절이 무너지는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성경 구절은 사유(思惟)할 줄 안다는 뜻 아닌가.”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 24시/최승진(유통경제부 기자)-20101028목] 곡물값 급등에 당하지 않으려면
국제 곡물값이 또 들썩이고 있다. 지난 2월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원당은 그후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값이 하락했다. 그러나 주요 생산국 작황이 예상치를 밑돌자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원맥은 지난 7월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한 이후 급등했다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도 모두 홍수ㆍ가뭄 등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곡물의 왕`으로 불리는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옥수수값이 오르면 사료 가격도 오르고, 사료 가격 인상분은 육류 가격에도 반영된다.
곡물 가격은 보통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값이 약세를 보이면 곡물값은 오른다. 한동안 달러화 약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에 비춰보면 곡물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세계 3대 곡물 수입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대안은 뭘까. 국제 곡물가격 급등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속수무책인 채 넋놓고 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들이 가격 상승분을 감내하는 것은 한계점에 와 있고, 해외 경작지 확보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다른 수입처를 찾고자 해도 몇몇 곡물 메이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꼭 수입을 해야 한다면 `잘 사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곡물 구매는 정보력 싸움이고 리스크가 크다. 국내 업체들이 선물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도 정보력 열세 탓이다. 세계 최대 곡물업체인 카길은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얻어 가격 변동에 선제 대응한다. 곡물 거래는 금융과도 밀접해 각국의 자본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카길은 이 분야에서도 전문집단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정부 주도로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카길처럼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매번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나서 뒷북을 쳐왔다. 정부는 채소값 급등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