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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절 받으려고 / 野花今愛
중부지방은 장맛비로 커다란 호수로 변했다.
산자락이 무너지고 도로를 덮고
평안하던 농촌집들도 덮쳤다.
물은 자갈과 바위가 섞인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기세를 그 누구도 맞설 수 없다.
지난 주일에 펜션 하던 깨복쟁이 친구가
손님이 집으로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그의 길을 앞서 인도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 학교 가는 길에
그 친구가 봇둑길(洑둑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맨 먼저 발견한 나는 크게 소리 질러
동네 큰 형들을 불러 대막대기를 붙잡고
나올 수 있게 한 기억은 지울 수 없다.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던 친구들과
지난 월요일에 문상하러 가니
세 자녀가 자리를 잡고 지치고 있다.
큰딸은 결혼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고 했다.
그 친구를 위해 새벽기도 할 때마다
정관이, 찬호, 종남이 믿음의 친구,
하늘에 소망 두고 살도록 기도했었다.
맨 앞에 이름 부르던 그가 홀연히 떠났다.
나그네 인생길이다.
올 때는 함께 동네 저수지에서 미역을 감고
개구리를 잡으며 온 산과 들을 쏴 다니곤 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바람은 멀쩡했던 고목도 쓰러뜨리고
푸르고 푸른 가지도 기차 없이 부러뜨린다.
장맛비에 계곡에 모인 물은 성난 사자와 같다.
어디로 뛸지 알지 못한다.
인생도 그렇지 아니할까.
내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세밀하게 생의 설계를 하고
기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도
내일 일을 장담할 수 없다.
자고 일어나 동녘에 푸른 태양이
떠오르는 걸 보면 은혜인 줄 알자.
나그넷길 가는 곳에 좋은 친구를 만나고
정다운 이웃을 사귀거든,
행운인 줄 알고 감사한 마음을 갖자.
저 천성을 향해 나아가자.
언젠가 그날이 오면 그리울 사람,
꿈에도 달려가 반겨줄 사람이 있다면
행복인 줄 알자.
한 친구는 말했다.
친구들에게 절 받으려고 먼저 갔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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