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만든 남성 우월
기독교의 경우 남성은 우월하고 여성은 열등하다는 의식이 구약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 신화에서부터 개입된다.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한 인간은 아담이며, 그 남자의 갈비뼈로 그를 돕는 배필인 이브라는 여자를 만들었다. 이브는 호기심 많고 유혹에 약하여 낙원을 잃게 만든 원죄의 장본인이며 출산의 고통과 남편의 지배를 받는 벌을 받는다. 아담도 일생 동안 땀흘려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 책임을 지는 대신 집안을 이끄는 권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유대교의 탈무드도 남녀를 분리시켜,
"남자와 여자는 신이 이미 그들에게 정해 준 그들의 이상적인 삶을 추구함에 서로 다른 길을 따르도록 기대" 되었다고 명시하였다. 남성은 영적 영역을 담당하여 공동의 예배 의식을 갖고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세 번 기도를 하며 종교적 학습을 통해 전통을 지키는 반면 여성은 종교적 의무에서 면제되는데, 그 이유는 가사와 아내 역할로 종교적 수행에 충실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슬람교의 코란에도
"신이 남성을 여성보다 우수하게 만들었고, 남자는 여자를 부양하는 데 자신의 재물을 사용하므로 여자는 남자에 귀속된다"
고 써 있다. 남성은 가정을 다스리는 것을 포함한 세속과 종교 영역에서 우두머리가 되어 거의 제약 없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성의 임무는 남편의 시중을 들고 집을 지키고 자식을 많이 낳아 이슬람의 방식대로 교육시키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탁월하므로 여성을 보호해야 하고 자기 재산으로 여자를 부양하기 때문에 복종하지 않는 여성은 타이르고 채찍질을 하라고 쓰여 있다.
기독교에서 규정한 남녀 역할은 사도 바울의 교시에 더 잘 나타나있다.
(모든 사람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남자는 하나님의 모습과 영광을 지니고 있으니 머리를 가리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의 영광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여자에게서 남자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 남자에게서 여자가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위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리 자체보다는 그것을 해석하는 교회의 장이나 신학자들에 의해 남성의 우월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일종의 교훈서라 할 수 있는 구약성서의 잠언에는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로 나누어 소수의 남성만을 지혜로운 자로, 대다수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을 어리석은 자로 나누고 있다.
지혜로운 자 | 어리석은 자 |
법을 지킨다. 주님을 두려워한다. | 우상을 만든다. |
교육을 받을수록 이로워진다 | 교육이 족쇄와 같다. |
신중히 생각하고 말하기 전에 생각한다. | 생각에 앞서 말하고 바보스런 말을 되풀이 한다. |
부지런해서 재산을 모으고 남을 다스린다 | 게을러 가난하고 남의 부림을 받는다. |
자식을 엄격히 기르고 아이에게 매를 아끼지 않는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기쁨) | 자식을 귀여워만 하다가 큰 화를 당한다. (버릇없는 아들은 아비의 수치) |
다른 여인에게 정력을 허비하지 않는다. | 탕녀의 유혹에 넘어간다. 술과 고기를 탐한다 |
분수를 지킨다. | 인색하여 오히려 궁해진다. |
행동을 삼간다. 오래 참는다. | 멋대로 날뛴다. 성급하게 군다. |
한눈 팔지 않는다. | 향락을 좋아한다. |
보상으로 어진 아내를 얻는다. | 보상으로 악처를 얻는다. |
집과 재산은 선조에게서 물려받지만 현명한 아내는 하나님한테 받는다. | 주책없는 아내는 등뼈를 갉아먹는 벌레이다 |
집이 흥한다 | 집이 기운다 |
없는 척해도 돈이 있다 | 있는 척해도 빈털터리다 |
장수한다 | 병이 있다 |
지혜로운 자기 되기위해 남성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신중함, 엄격함, 금욕, 인내심 등이다. 이는 종교가 만들어 낸 남성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도자다운 금욕과 절제, 자기 통제력은 영웅 신화가 주는 전사 이미지와 결합되어, 현대 남성들은 자신의 힘을 정신력으로 다스릴 수 있을 때 진정한 남성다움을 형성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는 성을 금기시하고 여성을 성적이고 어리석은 존재로 비하시키는 한편 남성을 우월한 구도자로 부각시켰다. 불교의 문헌에 보면 여성은 종교 수행의 장애물로, 성적으로 굶주리고 탐욕과 질투심을 갖는, 어리석은 존재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성적인 절제를 강요하고 기혼 여성의 자유를 제한했다.
기독교 역시 수도자의 고행을 높은 가치 체계로 놓고 여성을 위험한 존재로 만들었다. 성은 남성의 힘을 약화시키므로 생산을 위해서만 허용해야 한다는 믿음이 성서를 통해 퍼졌다.
(나는 지혜롭게 계획을 세우고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듬어 찾아 알아보려고 거듭 애써 보았다. 해답을 찾는 남자는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지만 여자들 가운데는 하나도 없다. 나는 또 여자란 죽음보다도 신물나는 것임을 알았다. 여자는 새 잡는 그물이다. 그 마음은 올가미요 그 팔은 사슬이다)
성행위는 생식의 목적 이외에는 피하고 독신이나 금욕적인 삶을 더 나은 삶의 방식으로 올려놓았다. 교부 성 오거스틴은
"부부의 즐거움은 언제나 용서되는 죄이지만 폐경 후처럼 생식이 불가능할 때 성행위는 무서운 죄이다. 남자는 아내의 영혼을 소중히 하되 육체는 적을 보듯 미워해야 한다"
고 말했다.
힌두교에서는 나쁜 업의 결과 때문에 여자로 태어나므로 어떤 여성도 현세에서는 구제받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내세에 남성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아내가 되어 남편에게 충실해야 구제될 수 있다고 한다. 마누 법전은 여성은 사악한 존재이며 구도하는 남성은 여성을 혐오하라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여성은 매우 강력한 영향력이 있어서 배운 사람조차도 정복해 버리기 때문이다)
*(참조 :
마누 법전(산스크리트어: मनुस्मृति 마누스므리티)은 산스크리트어의 운문(韻文)으로 쓰인 12장 2,684조(條)로 이루어져 있는 고대 인도의 다르마샤스트라이자 법전이다. 인류의 시조 마누(Manu)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현존하는 마누 법전은 기원전 200년~기원후 200년에 완성된 것으로 국왕이나 종성(種姓)의 의무, 민법이나 형법, 의례나 제사, 일상 행사 등 인도인의 생활 전체를 규정한 법전이다. 4종성 제도에 입각한 사회를 유지하고 브라만의 특권을 지키려고 하는 의도로 쓰여 있다. 이 법전은 가장 권위 있는 힌두 법전으로 과거 2000년간 존중되어왔다. 동남아시아 각국에 이 법전이 준 영향은 크다.
(여성은 본능적으로 남성을 유혹한다 ?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 왜냐하면 이승에서 바보뿐 아니라 배운 사람까지도 유혹해서 그들을 욕망과 분노의 노예로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남성도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 또는 딸과 외진 곳에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과부는 나쁜 업 탓으로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격리되어 땅바닥에서 자고 금욕과 금기, 삭발, 남편의 재생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감시당하며, 순장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슬람교에서는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여성의 음핵을 떼어내는 할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가 부여한 남성의 우월성, 신성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도덕적 우월자로서의 남성상이 신이 내린 천부의 권리인가는 의심스럽다. 최근의 종교학자들은 가부장제적인 종교가 확립되기까지 여성신이 이단으로 사라져 갔던 과정과 여성성을 인정했던 그노시스파의 이단 재판,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마녀 재판으로 제거된 여성 신의 세계를 재해석하려 노력한다. 이 과정은 현대의 종교가 가부장적 종교로 성립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으며, 남성은 정신, 여성은 성으로 분리시켜 부정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음을 보여 준다. 현대에 와서 금욕적 이미지는 많이 변색했지만 남자는 강한 정신적 힘과 성의 주체로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도덕적 우월자라는 관념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