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꾸르마이어에서 상펙까지
꾸르마이어 (81km)
쫀뜩한 젤라또와 가지 피자가 맛있는 곳.
며칠후에 다시와서 꼭 먹어주마
(But 샤모니와 꾸르마이어 터널이 막혀 못감)
어째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시간이 없는걸까?
베네또네산장 업힐 구간
한낮의 태양과 붉은 흙먼지,
그리고 드랍백(하프지점의 정비타임)의 후휴증이 발목을 잡는다.
어후 죽음이다-
오르는 길에
비슷한 번호 대(실력이 비등하다는 뜻)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를 앞질러가는 일본인 두분이
8.15 기념 태극 손수건에 한자로 ‘독립’이 새겨진 것을 보았나보다
베프가 일본어를 좀 알아듣는다
독도 이슈와 한국 대통령지지율에대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단다.
기분이 좀 별루다.
예전같음 승부욕 나와주시고 보란듯이 앞질러 갔을것이다.
그러면서 알아차린다.
나의 레이스에는 늘 경쟁이 있었고 등수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이번엔 그런것들에서 매우 자유롭지 않은가?
부상과 불면이 가져온 내려놓음 덕분이구나
호~
더 가벼워지는 자유와 평온
이번 UTMB 제대로 즐길수 있겠는걸!!!
마침 그랑조라스.
가좌~~~
사진도 찍고
찍히며
즐겁게 간다
철철 쏟아지는 에비앙앞에서
어제 짐을 맡긴 숙소의 한국분이 봉크 맞은 채
중탈을 선언하신다
여태(95km 지점)음식을 못먹었고
에너지젤로 버텼더니
속이 뒤집어져서 도저히 못가신다고..
CP 음식이 안 맞는 한국분들이 많다고한다.
살라미와 치즈, 과자 위주고
파스타는 멀건 국물에 말아먹어야한다.
소금맛 밖에 안난다.
맛없는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는 너무 좋았는데
한국의 단짠맵에 익숙하다면 고역일 것이다.
나의 베프님 앤서600을 꺼내 냉큼 건낸다
앤서600은 밥대용의 고열량 파우더이다
비싸서 딱 정량만 사왔건만
저걸 선뜻 내어 놓는 냥반_
저 인성때문에 넘어갔지만
앞으로 갈길이 먼데 어떡할려구우~
그러는 사이
한국선수 한분이 더 오신다
춘식님
사슴닮음 눈망울로 모두를 무장해제 시키는 마력의 소유자
은인을 만난다.
잠깐 머물렀을뿐인데
아르노바 컷오프 타임이 또 얼마 남지 않아
봉크오신분을 뒤로하고
부리나게 달린다
그렇게 셋은 한팀이 된다.
인연이란_
빨리가서 빙하물에 아이싱하자던 계획은
또 컷오프때문에 무산된다
잠깐만 한눈팔면 컷오프에 걸리니
정말 살 떨리는 레이스다.
페렛고개
낙오자들이 속출한다.
여기만 넘으면 스위스.
이제까지 넘어온 업힐에 비하면 순하다.
패랫만 넘어서면 약 15km 다운힐이라고!
거저 먹을 생각하니 힘이 나네
TMB때 스위스구간 별로였는데 완전 좋아~~
라파울리 산장까지는 예상한 다운 힐인데
그다음부터 오르더니 돌린다
TMB와 완전 다른길이다.
난이도 장난 아니고
어느새 어둠은 사방을 검게 만들더니
랜턴불빛따라 흙먼지만 뽀얗다.
내려도 내려도 끝없는 내리막길
앞서가던 외국선수가 일반인 친구를 만나길래
다 내려온줄 알고 좋아했더니
온 만큼의 내리막이 또 있다.
흙길이 끝나고 평지가 시작될쯤 아까 그 외국선수가 친구와함께 나타난다.
뭐지?
둘이 이야기 하며 머무는걸 보았고
그 내리막에 앞뒤로 우리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출현하시네
혹시 친구 차 타고 점핑?
헤이 브로
그건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
우린 그길 내려오느라구 죽을힘을 다했는데
페어하지 않잖아
얘기를 할까말까 베프에게 말했더니
관두란다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나
그러고 보니
완주를 해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겠지..
그리 생각하니 공정의 화두도 잠잠해진다.
드디어 라플리
공중화장실이 보여 그동안 해결못한 문제를 풀려고 들린다.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공중화장실에서 느낀다
정말 유럽 3국 화장실 진짜 더럽다.
결국 또 실패
라플리 CP에서 눈 좀 붙이려 했으나
시간이 없다.
삼일째 뜬눈으로 밤을 세니
눈에 자꾸 검은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춘식님도 술에 취한듯한 말투로 바뀌셨다.
이제부터 잠과의 사투인가
상펙가는길은
다시 약 14km 업힐이다.
이 넘 호수는 어떻게 이리 높은곳에 있단 말인가
졸립지는 않다
다만
성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고
따스한 가정집이 보이고
환한 CP천막이 보이고..
다 왔구나 기뻐하면 여전히 깜깜한 산속이다
신기루의 무한반복
희망이 사라질때 마다 힘도 쭉쭉 빠져나간다.
춘식님 길이 맞는지 의심하시고
예상한 km를 왔음에도(계산착오) 여전히 깜깜하고
이렇게 영원히 미로에 갇혀버릴것 같은 두려움
전두엽이 판단력을 잃어가고
무기력이 스멀스멀 몸에 스민다
결국 주저앉는다
베프님과 춘식님 야속하게도 가야된다고 일으킨다.
다시 늑대의 소환
내게는 용감하고 끈질긴 늑대 본능이 있어
의도하지 않아도 슬라바는 알프스를 넘었지
오직 슬라바처럼 슬라바처럼…
가진다.
드디어
상펙호수 (129km)
그 밤에 나와 시람들이 환호해 줬지만
선수들 모두 화가 나 있다.
뒤에 오시는 선수 노땡큐라 혼잣말 해주는데
내가 다 고맙다.
스위스구간 설계자 😡
물집이 터지고 등이 아파 의료도움을 받고 나왔더니
두사람 빨리 가야한다고 난리가 났다
또 왜???
3부에서 계속합니다-
2016년 상펙
낮에 보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상펙인데
밤엔 다른 얼굴 ㅠ
첫댓글 부부가 같이 트레킹을 하니 많은 추억이 있을듯 합니다. 사진으로 본 트레킹길은 고속도로인데... 혹 설악 너덜이나 지리 동부능선 같은 코스도 있었나요?
그리고 비용도 궁금하네요! 숙소나 음식에 따라 가격차이는 있겠지만요!^^
암튼 완주 축하드립니다.ㅎㅎ
코스는 그리 어렵지 않은거 같은데 업힐과 다운힐이 길어서 그게 좀 힘들고 지태나 설태에 비함 고속도로 맞아요
비용은 1인기준 비행기값 120(에어차이나)숙소 9박(이틀은 주로)170(UTMB 일주일 전에 최고 비싸요)음식은 마트에서 사서 만들어먹거나 한국에서 가져간거 먹었어요
UTMB 등록 보험 별도이구요
세상에 최고로 멋진부부 입니다^^
꾸루마이에 짭짜롬한 피자는 드시고오셨겠죠ㅎ
이태리 산악도시에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나 되서(13시~3까지인가??)점방들마다 문닫아서 마트에서 장을먼저보고 피자를 먹었어야 했는데 피자가급해 먹고 마트에갔더니 크로스~(카페외엔 문연데없었음) 아이쇼핑도 못하고 기다린생각이 납니다.
J3 3대종주를 거뜬이 마치신 청안님~!
그멘탈로 끝까지 이겨내시고 완주하신것 같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집니다~~^^
구르마이어 길이 막혀서 피자 못먹었어요
점심시간 12시부터 2시까지 불꺼지더라구요ㅎ 저녁엔 7-8시 사이 문 닫고.
손님들 때문에 늦어지면 사장님들 안절부절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 강한곳 같아요
올림픽 금메달 좋아요 🥰🥰
재밌습니다
3부 빨리요~~
네네
2부 잘봤습니다
😄
2024년 utmb다녀오셨네요 여러분들이 참가해서 아는분들은 응원했는데 함께가셨는줄 몰랐네요
완주 축하드림니다
특히 부부동시 완주
대단하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후년에나 한번 가려고 계획중입니다
저희는 크루나 동호회 활동을 안 해서요
트런계의 외인부대랄까?ㅋㅋ
둘이만 연습하니 아는 분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참가로 대단하신분들을 만나뵈어 영광이었어요
축하 감사드리고 꼭 당첨의 기회를 잡으시길요😄
UTMB 2부 국경을 부부가 함께 잘넘어 다니네요
산희님은 잘계시죠
해외 유명한 산 구경 잘했습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