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어르신 추석명절
코로나19로 사람사이 거리를 두라고 합니다. 관계 소통 줄어들고 이웃 인정 나누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관계 소통 이웃 인정을 붙잡고 싶습니다. 더불어 사는 자연스러운 사람살이를 살리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으로 소박하게 이루고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어르신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컨테이너에서 생활하십니다. 집 앞에 산업도로로 연결된 큰 길이 있어 사람들이 오가기 어렵습니다. 어르신이 당신 삶터에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관계가 더욱 촘촘하고 따뜻해질 수 있도록 거들고 싶습니다.
잘 해왔던 일, 잘 할 수 있는 일. 그런 좋은 것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어르신이 늘 말씀하셨던 저녁식사를 구실로 고마운 사람들과 추석명절 보내실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떨까요?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고 덕담 주고받는다면 관계 소통 늘어나고 이웃 인정 살아날 겁니다. 정말이지 우리네 자연스러운 사람살이 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만남으로 다가오는 추석명절 잘 보내실 수 있도록, 평범한 일상으로 소박하게 이루고 누리는 가정잔치를 꿈꿉니다.
# 준비과정
복지관에서 만나는 어르신 중 박 어르신이 있습니다. 말씀을 재미있게 하셔서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손재주가 좋아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이런저런 물건을 만드십니다.
“우리 예쁜 선생님,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때때로 어르신 댁 다녀갈 때마다 늘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르신, 저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사 감사 주고받으며 관계를 쌓았습니다.
어르신께서 종종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매번 다음을 이야기하니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추석 명절 앞두고 어르신께 제안했습니다.
“어르신~ 이번 달 말에 추석이 있잖아요. 요즘 동생도 어르신 댁에 계시면서 이런저런 일 도와주시고 또 그동안 어르신께서 이야기해 주셨던 감사한 분들도 계신데... 함께 식사하면 어떨까요? 누가 있을까요? 목사님? 요양보호사 선생님? 코로나 상황도 있으니 적은 인원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밥도 먹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덕담 주고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르신께서 집주인이시니까 초대해주시면 저도 꼭 함께하고 싶어요.”
어르신께서 언제든지 오라고 하셨습니다. 말 나온 김에 다음 주나 다음 다음주가 어떤지 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명절 전 주가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디서 먹으면 좋을지, 어떤 분을 초대하면 좋을지,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아이, 그런 건 걱정 하지 말아요. 여기 뒤에 평상이 아주 좋~아. 여기서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면 딱 좋겠어.”
며칠 뒤 다시 한번 어르신 댁을 찾아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어르신께서 “내가 벌써 다 물어봤어!”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당신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니,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미리 이야기 하신 겁니다.
어르신 댁에서 짜장면 탕수육 먹기로 했습니다. 어르신이 가족 지인을 초대했습니다. 직원이 정하지 않고 어르신께서 어르신 일로 행하셨습니다. 소박하고 평범했고, 수월하고 편안했습니다. 저는 어르신 곁에서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크게 감사 인사했습니다.
# 추석명절 풍경
과장님과 어르신 댁으로 향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동생과 이야기 나누시다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뒷마당에 있는 평상 위에 박스가 꼼꼼히 깔려있었습니다. 와아, 하는 표정으로 어르신을 쳐다보니 어르신께서 “온다고 해서 미리 준비했지요.” 하셨습니다. 어르신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어르신께서 음식 주문하시고 각자 편한 자리에서 사는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삼삼오오 평상에 모여 앉아 근사하게 한 상 차렸습니다.
신나게 짜장면 비비고 호로록 호로록 맛있게 먹었습니다. 탕수육도 바삭바삭 꿀맛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모두에게 많이 먹으라며 손짓하셨습니다. 연신 손님 앞으로 반찬그릇 밀어주셨습니다.
“같이 먹으니까 진짜 맛있어요.”
“어르신 댁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먹으니 꼭 소풍 나온 것 같네, 하하.”
“여럿이서 먹으니까 꿀맛이구만, 그래.”
웃음 대화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르신이 이웃집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우리 밥 먹고 있으니까 좀 먹고 가!” 한참 먹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음식 나누고 정 나누고 즐거웠습니다. 어르신 말씀처럼 여럿이서 먹으니 행복했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주신 박 어르신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 잘 드리겠습니다.
* 사진 사용 허락 받고, 공유합니다.
첫댓글 '이렇게 먹으니 소풍 나온 것 같네. 여럿이 먹으니 꿀 맛이네.'
어르신 그렇게 느끼시도록 거들어 준 이성민 선생님 고맙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