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白眉) – 흰 눈썹, 뛰어난 사람이나 훌륭한 물건
[흰 백(白/0) 눈썹 미(目/4)]
눈썹은 얼굴에서 비중은 작지만 전체의 균형을 좌우한다. 눈썹이 나방의 더듬이처럼 어여쁘고 눈초리가 가는 미인을 蛾眉曼睩(아미만록)이라 한다. 눈썹이 허옇게 센 사람은 옛이야기에 나오는 신선처럼 특출한 재주를 가진 것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독특한 구실을 하는 눈썹에 보통 사람보다 흰털이 많을 때는 재주가 많았던 모양이다.
흰 눈썹(白眉)이란 말은 여럿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훌륭한 물건을 가리켰다. 群鷄一鶴(군계일학)이나 庸中佼佼(용중교교), 鶴立鷄群(학립계군) 등과 같은 뜻으로 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때 蜀漢(촉한)의 재주가 많았던 馬氏(마씨) 다섯 형제 중에서도 눈썹 속에 흰털이 난 馬良(마량, 187~222)이 가장 뛰어난데서 유래한 말이다.
劉備(유비)의 촉나라에서 문무를 겸비한 이름난 참모였던 마량은 諸葛亮(제갈량)과도 친구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오형제중 넷째였던 마량이 가장 어질고 덕이 높았는데 태어날 때부터 눈썹에 흰털이 섞여 있었다. 마량은 자가 季常(계상)이고 오형제 모두 常(상)자가 들어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五常(오상)이라 불렀다. 오형제 모두 인물이 출중하고 학문도 깊었다. 그 중에서도 흰 눈썹을 가진 마량이 가장 뛰어났다(馬氏五常 白眉最良/ 마씨오상 백미최량). 마량은 유비가 昭烈帝(소열제)에 오르자 侍中(시중)에 임명됐고 첫 임무로 남쪽에서 괴롭히던 蠻人(만인)들을 달변으로 설득시켜 복속시키고 돌아왔다. ‘三國志(삼국지)’ 촉서 마량전에 실려 있다.
촉나라는 후일 吳(오)나라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關羽(관우)의 원수를 갚고 빼앗긴 땅을 찾으려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조급해진 유비가 군사인 제갈량과의 상의도 없이 출정한 223년의 夷陵(이릉)전투에서 패배하고 마량도 전사하고 말았다. 마량의 동생 馬謖(마속)은 또 다른 성어로 유명하다. 제갈량이 군사를 이끌고 魏(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長安(장안)으로 향하던 중 마속에게 군량 수송로인 街亭(가정)을 지키라는 명을 내렸다. 마속은 지시를 어기고 위군을 역습하다 참패했다. 막역지우 마량의 동생이자 뛰어난 장군이었지만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다. 유명한 고사 泣斬馬謖(읍참마속)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리들 속에서 우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지 않고 튀는 행동으로 주목을 끌다간 얼마 안 가 외면 받는다. 차근차근 실력을 닦아 남이 인정하는 실력이 될 때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인 관계서나 큰 조직에서나 순리에 맞아야 함은 다름이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