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에게 책을 읽어주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엄마가 책을 좋아했다. 시를 읽고 사람들 앞에서 낭송하길 즐거워하는 소녀 같은 분,,
지금도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이 작은 취미인 우리 엄마.
하지만 엄마의 삶은 참으로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엄마가 쓰러지지 않고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엄마 곁에 있었던 책, 시, 글쓰기..때문이 아니었나...
사는 것이 팍팍했을 것인데 엄마가 어린 나에게 사준 것이 있다.
우리나라 창작 동화 집과 피아노...
이제 생각해 보니 왜 어려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 더 가치로운 일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문학적, 예술적 감성이 오히려 살아가는 데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전래동화 성우들이 녹음한 테잎을 동생과 귀를 쫑긋하며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그 목소리, 배경음악...아마도 무서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엄마가
우리를 양쪽에 끼고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했었나..들려주기의 힘을 생생하게 체험한 경험이 된 것 같다.
비록 다양한 책을 접하지 못하고 공부를 잘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책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지나버린 어린시절이지만 책을 좋아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는 쌓여간 것 같다.
무엇보다 엄마 자신이 책을 좋아했기에...
대학교 때인가...태백산맥을 읽었다. 정말 소설이.. 책이 재미있구나.. 밤새워 읽고 또 읽었는데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등장인물들과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오래된 친구, 연인과 헤어지는 느낌이 이럴 것 같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어쩌면 진실을 찾고자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잘못 알고 평생 살수 있겠구나 느꼈다.
이 후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도 읽었다.
이후 나의 책 사랑에 다시 불을 당겨준 획기적 사건..
육..아...
첫 아이 지우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직장에 복귀해야하는데 친정 시댁 모두 부산이라
믿고 맡길 곳이 없었다. 과감히 때려 치우고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리라
비장하게 육아를 시작했다.
하지만 친정 엄마가 가까이 없고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고
남편은 매일 야근에 늦게 귀가하고 외롭고 힘들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이 부담스럽고 지쳐갈 때 육아서를 집어들었다.
어쩌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해야하나...
단순 육아서부터 내적불행, 심리 치유, 신앙 서적까지...
책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치유 받지 못하고 상처가 남아있는 어린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결혼 후 계속 부딪혔던 남편과의 관계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를 흔드는 글귀들 위에 줄을 긋고 수첩에 적어두고
또 나의 느낌을 써가면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곳이 도서관이었다.
난 도서관이 이렇게 좋은지 아이를 낳고 알게되었다.
꼭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그냥 아이랑 놀아도 도서관이 너무 좋았다.
동작구 어린이 도서관...골목 골목을 찾아 올라가는 힘든 길이었지만 행복했다.
난 꿈꾼다.
동네 마다 작은 도서관이 생겨서 아이 키우기 힘들고 지친 엄마들이
도서관에 모여서 담소 나누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또 놀고...
내가 살고 있는 은평 뉴타운에는 아직 가까운 도서관이 없다. 그래서 늘 아쉽고 또 소망한다.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다. 아직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첨에는 무조건 책을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전집을 사줘야하나
고민하고 검색하고 사준 전집을 왜 우리 아이는 안 읽나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한 권의 책이라도 아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이를 토닥여줄 수 있는
책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책은 평생을 함께 갈 친구이기에...
그 동안 내 아이들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참 세상이며 내 아이만 행복해서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모든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책을 벗으로 둔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그 꿈이 생긴 뒤부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준비하면 좋을까...숱하게 고민만 하던 중에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윤구병 선생님이 오셨다.
아직도 선생님의 두툼하고 거친 농부의 손을 잊을 수 없다.
그 인연으로 개똥이네 동네 책방을 알게 되었고
개똥이네 집이라는 잡지에서 김경숙 선생님 인터뷰를 읽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미 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반가웠고
"이 분 꼭 만나고 싶다' 생각했는데..
간절히 원하면 진짜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난 이제 나의 꿈을 향해 첫 발을 디뎠다.
아이들을 유치원, 어린이집에 맡기고 동네 책방으로 뛰어오는 화요일이 너무 즐겁고 상쾌하다.
좋은 사람 향기가 나는 좋은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진영이의 발표문을 읽고
좋은 사람 향기가 나는 좋은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너의 고운꿈이 세상을 살리는 일임에
엄마도 함께 꿈꾸며 기도할께
지난날
엄마의 아픔과
엄마의 기쁨이
지우,아라의 육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니
엄마 마음이 새롭게 뿌듯하구나
행복한 엄마이기전에
스스로 행복한
진영이가 되시길.
고마와~
사랑해~
첫댓글 올만에 소정님 글보고 갑니다 ㅎㅎ손녀들 많이 컸지요??
오랫만이라 그런지
더욱더 반갑습니다
벨라사랑이 여전하신 Rosy께
저도 안부전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영이라는 분이 따님이신가 봅니다. 지우와 아라는 손자, 손녀들이고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겠지요. 소박함을 알아차릴 때, 생이 아름다운 거 겠지요. 알찬 소정님이시고, 진영님이십니다.
작은 댓글 속에서도
결락님의 마음이 참으로
옹골차네요
과분한 칭송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