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의 일입니다. 저는 학급에서 반장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다른 후보에게 밀려 부반장이 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어렸던 저는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집에 와서는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반장이든 부반장이든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것이 그렇게 억울하고 슬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그때는 아주 큰일이었는데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 있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관계, 대학 시절의 성적, 기숙사 생활을 할 때의 엄격한 규율 등
그 시절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고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이었는데,
이제 그 일은 추억 안에서만 존재할 뿐 돌이켜보면 사소한 일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그땐 그랬지” 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의 가사는 이러한 우리의 인생사를 잘 표현해 줍니다.
노래 가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 날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 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그땐 그랬지
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 거다 그땐 그랬지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들던 훈련소 입소전날 술잔 나누면서
이제는 남자다 어른이다 다시 시작이다 그땐 그랬지
참 세상이란 정답이 없더군 사는 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더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이런 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주변에서 권력과 재물로 인해 서로 다투고 갈등을 빚어내는 사람들을 봅니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갈 일이고 해당 직책을 영원히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신기루처럼 사라질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를 해치려하고 미워합니다.
영원한 것은 하느님의 나라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서로 사랑하기도 모자를 판에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삶의 힘든 시기에 이 문구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 글귀의 핵심은 결코 교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좋은 일이 일어나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든 한 가지 착각을 하는 성향이 있는데,
그것은 곧 현재의 상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착각입니다.
인생은 꽤나 길고 ‘지금’은 한 순간에 불과한데
고통스러운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답답합니다.
한편 좋은 영광을 차지하면, 이것이 자신의 영혼의 상태라고 생각하며
우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이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가게 되어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지금 아주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일은 사소한 것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는 현재의 상황 안에서 교만하지 않으며
하느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께 찬미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로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한다”며 꾸짖으십니다.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당시 양념의 용도로 극히 소량으로만 재배되던
구하기 어려운 수확물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사소한 것까지 철저히 십일조로 내면서도 예수님으로부터 꾸짖음을 당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 거만하고 완고했으며 자비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철저한 율법 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로인한 교만에 빠져
율법의 핵심인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사랑의 정신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교만은 언제나 우리가 배척해야할 태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가장 크신 분이라는 이해,
그분께서 나를 돌봐주고 계시다는 믿음입니다.
이것이 마음속에서 희미해진다면 인간은 자신을 유일한 주인공으로 여기게 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현세적인 지위,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의 권위는 세상에 속한 것일 뿐 언젠가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결국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있는 것은 우리가 하늘에 쌓아올린 공덕,
사랑의 실천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경고하시듯, 먼저 우리의 속을 깨끗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내면이 깨끗할 때 겉도 깨끗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나는 나의 신앙과 직위, 재물,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다소 교만하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날카로운 음성으로,
혹은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에는 따뜻한 음성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것은 오직 나 주님 뿐이다.
찬란한 저 태양도 막막한 이 어둠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멘.
첫댓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