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설레는 봄이다. 남도에선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동백꽃을 만나러 떠나보자. 북적대는 동백 명소를 피하고 싶다면 거제 내도가 어떨까? 아는 사람이 드물어 원시 동백 숲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다. 붉은 동백꽃이 후드득 떨어진 길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에 숲과 바다가 봄빛으로 너울댄다.
심장이 멈출 듯 아름다운 명품섬, 내도
붉은빛 일렁이는 원시림
거제시 외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내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도가 있으면 내도가 있는 법.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서 볼 때 바깥에 있는 섬을 외도, 안쪽에 있는 섬을 내도라 부른다. 내도는 작고 한적한 섬이다. 25만 6000㎡에 9가구 13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해안선이 3km 남짓한 섬에는 그 흔한 자동차나 오토바이도 없다. 외로울 만큼 한적한 이 섬이 봄이면 동백꽃으로 몸살을 앓는다.
배에서 바라본 내도
내도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2011년 전국 10대 명품섬으로, 이듬해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되었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 내에 자연 생태와 문화적 특성을 보전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관매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5개 명품마을이 탄생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내도는 2호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 내도 원시림을 걸어서 돌아보는 탐방로를 만들었고, 바다와 원시림이 어우러진 명품길이 입소문 나고 있다.
원시 동백나무가 빼곡한 명품섬, 명품마을
내도에 가려면 구조라유람선터미널에서 배를 탄다. 터미널에서 커다란 건물로 가면 헛걸음이다. 외도 매표소보다 한없이 작아 보이는 건물이 내도 매표소다. 구조라보건소 바로 앞에 있는 도선장에서 하루 다섯 차례 배가 떠난다. 배 타는 시간은 10분, 몸을 싣기 바쁘게 내도에 도착한다.
구조라유람선터미널의 내도 매표소 [왼쪽/오른쪽]내도로 가는 배 / 내도 명품길 입구
섬에 내리면 반달 모양으로 펼쳐진 몽돌 해변이 가장 먼저 인사한다. 조용해서 파도에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다. 몽돌 해변을 끼고 마을 앞을 지나면 내도 명품길 입구가 보인다. 길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동백 숲이다. 커다란 동백나무들이 모조리 꽃망울을 터뜨린 채 푸른 바다를 향해 활짝 웃는다.
원시 동백 숲
길은 바다를 등지고 언덕으로 향한다. 언덕을 오르며 원시 동백 숲이 와락 안는다.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자연 앞에 심장은 잠시 묵념을 올린다. 수령 100~300년이나 되는 동백나무가 섬을 뒤덮는다. 동백 숲이 좋아 꽃이 없는 계절에 찾아도 괜찮을 것 같다.
3월부터 동백꽃으로 물든다. 머리 위에도, 발아래도 동백꽃으로 뒤덮인 봄날
12월부터 하나둘 피기 시작하는 동백꽃은 3월 초면 제법 붉게 물들고, 3월 중순에 절정이다. 빨간 동백꽃이 다투어 피어 머리 위에도, 발아래도 동백꽃 천지다.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 핀다고 했다. 내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동백은 토종 동백이다. 작은 통꽃이 뚝뚝 떨어진 모습이 처연하고 아름답다.
동백의 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이다.
바다와 숲이 만난 아찔한 명품길
섬을 한 바퀴 도는 명품길에는 동백 숲만 있는 게 아니다. 햇살이 쪼개어 들어오는 촘촘한 대나무 숲, 하늘 높이 뻗어 오른 편백 숲, 여자나무와 남자나무가 나란히 선 소나무 숲도 있다. 길 중간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마을 반대쪽 섬 끝에는 연인길이 있다. 연인이 손잡고 걷기 좋은 길이다.
연인길 끝에는 신선전망대가 기다린다. 동백 숲을 벗어나 바다로 내앉은 전망대는 봄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다. 붉은 동백꽃에 취해 봄빛에 너울거리는 바다가 그곳에 있다. 살면서 수많은 바다를 봤지만 이 바다는 진짜다. 푸르면서도 따뜻하고, 눈부시면서도 온화하다. 배 시간만 아니면 지겹도록 바라봐도 좋다. 외도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보이고, 그 뒤로 해금강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쓰시마 섬(對馬島)까지 볼 수 있다.
[왼쪽/오른쪽]봄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신선전망대 / 외도와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하다.
봄빛 흥겨운 바다를 간신히 뒤로하고 다시 동백 숲에 들어선다. 동백꽃에 웬만큼 적응되었는지 이번에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숲을 가득 메운 동박새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다. 동백꽃 꿀을 좋아한다는 동박새, 내도에 동백꽃이 피면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살펴보면, 이 꽃 저 꽃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동박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전망대인 희망전망대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마을 안길을 지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도 선착장에 닿지만, 대부분 바다 쪽 길을 택한다.
원시 동백 숲 너머 푸른 바다가 함께한다.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커피 집
선착장 안내센터 옆에 아담한 커피 집이 있다.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가게다. 아메리카노 2000원, 유자차 3000원으로 착한 값에 맛도 좋다. 배 시간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며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내도 명품길은 2.6km,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걸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바다와 숲, 원시림과 동백꽃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기다리다 보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봄, 온몸을 내던지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야 맛볼 수 있다. 두근거릴 때 서둘러야 한다.
두근두근 봄 마중 길의 동백꽃
여행정보
- 주소 :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산99번지
구조라유람선터미널 내도 매표소
- 주소 :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로 21
- 운항 시간 : 오전 9·11시, 오후 1·3·5시
- 도선료(왕복) :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초등학생까지) 6000원
- 문의 : 055-681-1624
주변 음식점
- 거제보재기집 : 물회 /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175 / 055-682-0111
- 강성횟집 : 멍게비빔밥 /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204 / 055-681-6289
- 항만식당 : 해물뚝배기 / 거제시 장승포로7길 8 / 055-682-4369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