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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어유치원이라고 하면 미국식 영어를 가르치는 학습기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캐나다식 커리큘럼을 앞세운 교육 기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6살, 7살 자녀를 둔 이수현(여·38·양천구 목동)씨. 지금은 딸 둘을 모두 캐나다식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지만, 이곳을 선택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다. 일반 유치원으로 보내자니 영어 교육이 신경 쓰이고, 영어유치원에 보내자니 지나치게 학습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듯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마치 학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에서는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인성과 기본 예절을 챙기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이씨. 때마침 알게 된 캐나다식 교육 기관이 그에겐 최선의 결정이었다.
캐나다는 교육과정에서 사회성과 인성교육을 유난히 강조한다. 최근 ‘영어유치원 출신 아이 들은 사회성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특히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캐나다에서 유치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당국의 교육방침에 따라‘다름’을 이해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습관부터 배운다. 우리나라의 전통 교육처럼 웃어른이나 스승에 대한 존경심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사회의식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캐나다의 사회풍토와 교육이념이 우리나라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
유치원이 학습기관으로서는 물론 탁아시설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70년대 후반부터 이미 종일제 유치원 등 공립학교와 유치원 내에 탁아시설 및 탁아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물론 교사진에게 탁아 교육도 실시한다. 현재 캐나다의 유아교육은 보호와 교육 기능의 균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올바르게 자랄 수있도록 ‘돌본다’는 데 교육의 의의를 둔다.
이런 특징들은 캐나다식 교육을 표방 하 는 국내의 기관에서도 드러난다. 양치질 하는법, 질서 지키기,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등을 수시로 가르치고, 몸에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 재활용이 되는 쓰레기는 무엇 인지 등 생활과 관련된 교육이 강조된다. 또 또래 친구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협력하는 경험을 쌓게끔 도와준다. 초등 3학년까지는 아이들에게 정해진 교과서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기본 교육 과정에 맞춰 교사들이 재량껏 수업 자료를 준비한다. 때로 익숙지 않은 학부모들이“성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다양한 유인물에 만족하는 비율도 높다.
캐나다가 영어 몰입교육 프로그램(English Immersion Program)의 본고장이라는 점도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영어 공교육 강화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자체?교육청도 캐나다 교육청과 교육협력을 추진하는 등 교육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에서 영어 몰입교육의 역사는 꽤 깊다. 1963년부터 영어 외에 수학?과학 등 다른 과목도 영어나 프랑스어로 가르치는 독특한 교수방법이 도입됐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두 언어를 모두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효과가 입증되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발한 것이 현재의 영어 몰입교육이다. 캐나다 유학을 염두에 둔 학부모들도 캐나다식 영어유치원을 많이 찾는다. 캐나다는 영미권 국가중 학비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교육의 질은 높다. 정부가 교육기관에 충분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CPIS의 최소영 원감은 “캐나다 공립학교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 ESL과정을 엄격히 거치게 되는데,국내 기관을 통해 현지교육 방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적응이 빠르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 이미지 컴퍼넌트 사이즈 조절 try { var oContent = document.getElementById("articleImage"); if(oContent) { for(var nIdx=0; nIdx
이미정(3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올해 말 딸(5)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벌써부터 고민이다. 영어유치원에 보내려고 입학할 곳을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요즘 뜨고 있다는 ‘캐나다식 영어유치원’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진이 좋다더라, 인성과 사회성 교육도 한다더라 입소문만 무성하다. ‘캐나다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비만 몇 십 만원 더 비싼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정현 기자가 27일 캐나다식 학원에서 일일 보조교사로 일했다. 캐나다식 영어유치원 중 한 곳이라는 서울시 양천구의 CPIS에서다
교사가 만든 유인물로 수업
집중력 부족한 아이 특별지도
다른 영어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식 영어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일반 영어유치원에서처럼 한국인 교사가 ‘보조’ 개념이 아니라 동등한 교사 입장이었다. 원어민 교사와 협의해 참여 정도를 정했다. 일일 보조교사는 로빈에게 그날만큼은 ‘도우미’ 역할만 하겠다고 제의했다.
한국인 김정인 교사는 “영어유치원은 학습에 치우쳐 한국어나 한국 문화 수업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며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과 테솔 과정을 수료한 한국인 교사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교실에 들어서면 약속처럼 아이들이 한국말을 했다. 이날 수업시간엔 김 교사와 보조교사인 기자가 ‘친구 사이에 상처 주지 않기’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상처’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한 아이들에게 “몸을 다치면 피가 나는 것처럼 마음을 다쳐도 피가 나니까 친구들을 잘 배려해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아직 영어에 서투른 아이들과 원어민 교사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한국인 교사의 할 일. 수업 중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때 그때 한국인 교사가 끼어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이날 쓰기 수업을 하는 동안 로빈은 “문장을 쓴 다음 맨 뒤에 마침표(period)를 찍어야 한다”고 일렀다. 한 아이가 ‘period’의 뜻이 뭐냐고 물었다. 이번엔 로빈이 아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때 한국인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일 보조교사인 기자가 다시 한번 단어를 말하자 로빈은 ‘이제 알았다’는 듯 웃었다. 김 교사는 “아이가 발표를 하고 싶은데 단어를 모를 때 한국인 교사에게 살짝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며칠째 한 아이를 특별지도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 바로 옆에 아이를 앉히고 무리들 사이에서 떨어져 있다. 이유를 물으니 “집중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했다. 단어 테스트에서 거의 맞힐 정도로 영어는 잘하지만 계속 움직이고, 자기 마음대로 말을 해 로빈의 수업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 교사는 “어려서부터 영어를 해 실력은 좋지만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해 수업 전체 흐름을 깨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100만원 훌쩍 넘는 수업료
유치원의 하루
오전 9시30분(등원)
9시17분쯤 되자 원어민 교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맞으러 건물 밖으로 나갔다. 10대의 셔틀버스가 도착하는 시간.
오전 9시30분~10시30분(랭귀지 아트)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은 한곳에 놓인 정리함에 가방과 외투를 가지런히 놓았다. 한국말을 하면 안 된다. 랭귀지 아트는 한국으로 치면 국어시간. 영어의 읽기·쓰기·말하기·듣기를 집중적으로 배운다. 교사 로빈이 『여우와 학(The Fox and stork)』을 읽어줬다.
오전 10시30분~11시(간식)
맛탕 두 쪽과 당근주스다. 교사 로빈이 아이들 개개인 접시에 간식을 담아 건넸다. 플레이타임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교실 뒤에 있던 카드와 교구 등을 꺼냈다. 노는 시간에도 종알종알 영어 말하기는 계속이다.
오전 11시 ~11시30분(중국어)
아이들은 한 줄로 서 중국어 교실로 이동했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유치원·학교 등의 단어를 중국어로 배우며 노래로 불러본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한다.
오전 11시30분~낮 12시(수학)
패턴과 더하기·빼기를 배웠다. 패턴은 직접 종이를 잘라 만들어 본다. 덧셈·뺄셈은 블록을 이용한다.
낮 12시~12시30분(과학)
씨앗에 대해 배우기 전 먼저 잎(leaf), 뿌리(root) 등 단어를 배웠다.
낮 12시 30분~오후 1시(점심)
5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반찬은 시금치와 김치, 닭볶음. 교사들이 아이들 개개인에게 식판을 가져다줬다. 나이에 따라 먹는 양도 다르고 편식을 지도하기 위해서다.
오후 1~2시(과학)
아이들이 직접 강낭콩의 씨앗을 심어봤다. 로빈이 물에 불려둔 씨앗을 15명의 아이에게 모두 보여주며 싹이 나오는 부위를 설명했다. 흙 담긴 종이컵을 하나씩 받은 아이들은 종이컵 바닥에 이름을 썼다. 자기 씨앗이 되는 셈. 로빈의 설명대로 손가락을 눌러 구멍을 내고 콩씨앗을 하나씩 넣었다.
오후 2시~2시30분(국어)< /B>
국어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한국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김정인 교사가 『날 좀 도와줘』라는 책을 읽어줬다.
※영어와 수학은 매일 과학과 사회는 격일로 수업한다. 그 밖에 미술·음악·도서관 수업 각 2시간, 요리·과학실험이 한 달에 한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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