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의 산행기
상수월마을 - 비계산 - 마장재 - 상수월마을
◎ 날짜 : 2009년 10월 10일(토) ◎ 날씨 / 동행 : 맑음 / 나홀로 ◎ 경로 : 상수월마을 - 돌탑봉 - 삼거리 - 비계산 - 삼거리 - 마장재 - 고견사주차장 - 상수월마을 ◎ 소요시간 : 약 6시간 40분(휴식, 점심, 알바시간 포함) ◎ 세부사항 - 10시 00분 상수월마을 입구 도착, 10분간 알바 - 12시 06분 돌탑봉(1088봉) - 12시 40분 삼거리 갈림길 도착. 비계산 방향으로 진행 - 13시 20분 비계산 도착, 휴식 - 13시 59분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돌아와서 마장재 방향으로 진행 - 14시 17분 첫 번째 헬기장 - 15시 04분 두 번째 헬기장. 20 분간 늦은 점심식사 - 15시 26분 마장재 - 15시 57분 고견사 주차장 - 16시 40분 상수월 마을 입구 도착. 산행 종료
지난 봄 거창에서 가조방향으로 가면서 본 비계산
10월 9일 금요일 저녁에 아내의 운동 모임 사람들과 함께 거창군 위천면으로 향했다. 주말을 맞이하여 술도 한 잔 하고 밭에 심어 놓은 고구마도 캐기 위해서 간 것이지만 나는 비계산을 가기 위해 함께 따라 나섰다. 88고속도로를 다니면서 비계산을 볼 때 마다 항상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거리가 먼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비계산을 알게 된지 4년 만의 일이다.
비계산의 산행후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우두산에 비해서 유명세도 다소 낮은 듯 했으며 기존 산행 후기에 나오는 코스는 원점회귀형이 별로 없었다. 궁리 끝에 상수월마을에서 비계산으로 오른 다음 마장재를 거쳐 우두산과 의상봉을 지나 고견사로 하산하는, 9시가 가량 예상되는 원점회귀형 코스를 계획했다.
위천면에서 출발 전에 본 오두산, 기백산, 현성산. 금원산은 현성산 뒷편에 가려져 있다. 저녁 8시 까지 부산 도착을 위해 오후 5시에 산행을 종료하려면 아침 8시에 상수월마을에서 산행을 시작되어야 하는데 전 날 밤의 음주로 2시간 늦게 출발을 하였다.
늦은 출발 덕분에 마장재에서 고견사 주차장쪽으로 하산해서 상수월마을로 돌아오는 짧은 산행을 하였다.
10시에 상수월교 부근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
마을 입구에서 경로당을 찾지 못해서 10분 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알바. 경로당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 방향
몇 분을 헤맨 끝에 마을 입구의 양옥집을 오른쪽으로 진행
경로당 옆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골목으로 계속 진행
길이 끝나고 낡은 기와집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상수월수로교에 연결된 메마른 수로를 지나고
무덤들을 가로 지른다.
앞에는 올라야할 비계산이 보이고 밭 옆 넓은 길로 계속 진행.
평탄하고 넓은 길
무덤 세 개를 지나면 경사가 급해진다.
몇 분간 급한 경사를 오른 뒤 만나는 너덜지대.
서너 번의 너덜지대를 만나는데 등로는 너덜지대 건너편에 있다.
너덜지대에서 본 상수월 수로교. 마치 고대로마의 유적 같다.
네 번째 너덜지대를 지난 후 마주치는 주의구간.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직진하면 길이 없다고도 했고 멧돼지 서식지로 간다고도 했었다. 돌탑봉은 우측 된비알로 오른다.
15분 정도 된비알을 오르면
경사가 완만한 등로가 나오고...이제 고생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먼 곳에서 총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길 앞쪽 숲에서는 개소리도 아닌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풀숲이 흔들거렸다. 게다가 등로에는 멧돼지가 싸놓은 것이 틀림없는 배설물들이 흩어져 있었고 심지어 좀 전에 퍼질러 놓은 것이 분명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배설물들이 보였고 땅을 파헤친 흔적은 수도 없이 있었다.
돌탑봉이 보이는 첫 전망대에 도착...편안한 마음으로 쉬는게 아니라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힐끗거리며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산행을 계속.. 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전망대에서 본 바리봉, 장군봉, 의상봉, 우두산. 급한 마음에 디카 셔터만 누르고 일어섰다. 혼자라서 더 긴장되었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본 골프장이 있는 두무산과 오도산과 미녀봉. 멀리서 총소리는 계속 들리고 괴상한 울음소리는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돌탑봉 오르기 전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사람이었다. 이날 산행 중에 처음 본 등산객들이었는데 산행 중 사람을 보면서 그렇게 반가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12시 6분..예상보다 약 10분 늦게 돌탑봉에 도착.
돌탑봉에 오니 마음이 좀 놓였다. 돌탑봉에서 본 두무산.
송신탑이 있는 오도산과 그 앞 미녀봉, 숙성산...아직 못가본 곳들이고 가봐야 할 곳들이기도 하다.
금귀봉, 보해산
다급했던 마음을 진정하고 우두산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
돌탑봉에서 본 거창휴게소와 88고속도로. 주말인데 주차장에 여유가 있었다. 다들 억새구경하러 간 모양..
가조들판
뒤따라온 산객들과 멧돼지 이야기를 하면서 10분을 쉰 후 비계산으로 출발..
1000m가 넘는 고산이라 단풍이 벌써 물들기 시작..
돌탑봉을 지나 비계산 가는 길에 이런 흔적을 계속 볼 수 있었다.
거창휴게소에서 올라는 등로와 만나는 지점
마장재 갈림길에 도착..우두산까지 진행은 포기하고 마장재로 하산을 결심하고 여기서부터 휴식을 자주 가졌다.
이정표에서 일단 비계산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다시 한번 비계산을 바라본다. 뒤에서 보니 영락없는 닭벼슬이다.
먼 거창 땅에서 준희 시그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 장. 수도지맥은 백두 대간 대덕산 삼봉산 사이 능선에서 국사봉을 거쳐 수도산, 단지봉,
우두산,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등을 지나는 지맥길이라고 한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조금 있으면 멋진 모습을 보여줄 듯.
총소리가 계속 났던 진행 방향 북쪽.. 매화산 방향인가?.
다리를 지나고
13시 20분 비계산(1136m)에 도착...나르는 닭의 벼슬 위인 셈
정상비가 세 개 있었고 각각의 높이가 달랐다. 거창군의 정상비가 올바른 높이일 듯.
비계산에서 북쪽 방향. 저기 어딘가가 매화산과 남산제일봉일 것이고 그 너머는 가야산으로 짐작... 마장재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널널해서 10분 넘게 휴식을 취한 후 길을 되돌린다.
마장재 쪽 갈림길로 가면서 본 능선.
이정표 직전에 갈림길에서 우측 마장재로 가는 길로 진행
뒷들재. 여기까지 멧돼지의 흔적들이 보였고 이 이후로는 보이질 않았다.
헬기장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모습..왼편은 비계산 오른쪽은 돌탑봉.. 비계산 정상이 날아가는 닭의 머리라면 돌탑봉은 닭의 꼬리가 된다.
첫 번째 헬기장
가까워지는 바리봉과 장군봉 의상봉
우두산(별유산)에서 매화산 남산제일봉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한 능선.
산에 다닐수록 미답지역은 점점 많아 진다.
전망대에서 본 두 번째 헬기장과 그 너머 마장재
두 번째 헬기장 도착. 헬기장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서 약 20분간 늦은 점심식사
마장재 가는 길에 본 의상봉
마장재. 왼편 고견사 주차장 쪽으로 하산. 마장재 - 우두산 능선과 의상봉 - 고견사 구간은 다시 미답구간으로 남게되었다.
하산길
고견사 주차장 도착.
고견사 주차장에서 상수월마을 가는 길. 차가 다니지 않고 가을 정취가 느껴져서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가는 길에 본 돌탑봉
상수월 수로교가 보인다.
다시금 비계산과 돌탑봉 쪽을 바라본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곡식들
상수월교
16시 40분 주차해 놓은 상수월교에 도착 산행을 종료
6시간 40분 동안 약 12km를 걸었다. 평소대로 걸었으면 6시간 쯤 소요되었을 것으로 짐작.
몇 해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비계산을 갔다 올 수 있어서 기분이 뿌듯했다. 출발이 늦어 처음 계획했던 마장재 - 우두산 능선길과 의상봉 - 고견사 길을 가보지 못해서 아쉬웠으나 비계산의 조망은 인상깊었다. 다만 멧돼지가 많아서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가게되면 멧돼지가 출몰하지 않는 계절에 여러 사람이 함께 가야 되겠다고 느꼈다. 다음에는 고견사 주차장에서 고견사를 거쳐 의상봉을 지나 마장재로 이어지는 능선을 가보고 싶다.
< 감사합니다. 늘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기원드립니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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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세하게 적은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무제님 산행기를 보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늘 즐산안산 하시길 바랍니다.
비계산이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 북쪽에 있는 산이었군요. 그 산을 볼 때마다 한 번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님의 산행기로 대신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붕부리님 정도시라면 멧돼지도 능히 물리치시지 않을까 합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갔다 오시기를 권해봅니다.
추수를 맞은 들판과 산세의 아름다움이 잘 어울린 곳입니다..^^ 이곳도 꼭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로 머리에 담아두려합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조망이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꼭 다녀오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와~멋지네요..^^ 비계산 좋은곳 소개해주셔서 감상 잘하고 갑니다.....
단풍이 좀 더 들면 참 멋진 곳일 듯 싶었습니다.
그루터기님의 산행기를 보며 두해전 도성육교에서 비계산을 올라 우두산을 거쳐 남산제일봉, 해인사로 하산했던 이른바 '비계대첩'의 추억에 잠시 젖어봅니다. 비계산 참 매력적인 산이었습니다. 더불어 가조들녁 너머로 도열한 거창의 명산들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그루터기님의 산행기 덕분에 원점회귀 형식으로 벗들과 함께 이곳을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 상수월마을에서 들머리 찾기까지의 상세한 설명 너무 고맙습니다. 멋진 주말과 휴일되시길 바랍니다.
비계대첩....그렇게 먼 거리를...저로서는 엄두도 못낼 코스입니다. 지난 봄에 우두산에 갔을 때 남산제일봉으로 가는 방향엔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던데 들어가도 되는 거였군요..ㅋㅋ
아! 멋집니다. 호젓한 산길 .. 가을색이 서서히 오는 능선길 .. 잘보고 갑니다. 좋은곳 다녀오셨습니다.ㅎ
그래도 영알에 못가서 마음 속이 좀 허전했습니다. 신불산 억새가 출렁이고 있을긴데..시간이 잘 안나서 열불이 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