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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양념·숯불에 양곱창 구워내
- 부위별 굽기·숙성·칼질 달리해
- 씹는 맛 배가 시켜 여성에 인기
- 칼칼하고 진한 곱창전골도 별미
장마철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구워 먹는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삼겹살도 좋지만 지글지글 숯불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곱창은 왠지 비와 잘 어울린다. 흔히 음식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1960년대 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던 언양, 창원, 부산 지역 노동자들이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즐겨 먹었던 음식이 소 내장인 양곱창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소 부산물을 구워 먹던 양곱창은 부산지역에서 많이 먹으면서 전국적 음식이 됐단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 분)이 서울로 유학간 친구 상택(서태화 분)을 만나 양곱창집에서 회포를 푸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고소한 숯불 양곱창 '군침'
이처럼 부산에서 양곱창은 소주 한잔과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부산 곳곳에는 곱창 골목으로 이름난 지역이 많다. 문현동, 부평동 등 전통적으로 이름난 곱창골목 외에도 최근에는 동래지하철역 인근에 곱창 가게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붉은 양념이 자랑인 '홍숯불양곱창'은 맛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에서는 드물게 숯불로 양곱창을 구워 맛집으로 유명하다.
식당에 들어서자 젊은 사장들이 손님을 맞는다. 정우성, 장경천 공동대표는 양곱창을 좋아해 회사를 때려치우고 의기투합해 지난해 말 식당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그 어렵다는 사돈지간이다. 하지만 양곱창을 즐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친구처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들도 양곱창을 즐겨 먹는 트렌드에 맞춰 인테리어도 밝고 깔끔하게 했다.
양곱창을 주문하자 계란찜, 파전, 시원한 동치미 등 밑반찬부터 정갈하게 나왔다. 양곱창 모듬인 대창, 곱창, 특양이 한 번에 나왔다. 양곱창은 소 위장의 양과 작은 창자인 곱창을 붙여 부르는 말이다. 양은 소의 4개 위 중 첫째 위를 말한다. 곱창은 사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내장 부위를 밀가루 등으로 씻어내고 곱창에 붙어 있는 불순물을 떼야 한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비릿한 냄새가 나기 쉽다.
고춧가루 양념을 한 특양은 윤기가 흘러 먹음직스럽다. 특양은 소의 위 중에서도 살이 두꺼운 '깃머리'부분 중 중량이 700g 이상인 부분을 말한다. 특양은 뉴질랜드에서 방목을 하며 자란 신선한 소를 고집하고 있다. 장 대표는 특양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오징어처럼 일일이 잔칼집을 낸다. 이렇게 해야 씹을수록 고소하고 식감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글거리는 숯불 위에 철판을 놓고 특양을 올리자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특양 부위는 기름기가 적고 담백했다. 특양을 구울 땐 살짝 익혀내는 것이 포인트다. 너무 익히면 질겨지므로 살짝 숯불에 구워내야 씹는 질감과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단다.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식품이라 여성들이 즐겨 찾는 부위다. 장 대표는 "곱창은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철분이 풍부해 젊은 여성들도 즐겨 먹는다"며 "내장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깔끔하게 조리한다"고 밝혔다.
■씹히는 맛이 일품인 '대창'
다음으로 대창 부위를 굽자 기름이 흘러내리며 불꽃과 연기를 뿜어낸다. 대창을 혀 위에 올리자 뜨거운 기름덩어리가 입안에 흘러내린다. 질겅질겅 씹으니 쫀득하니 감칠맛이 돈다. 후추와 간장 등이 들어간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장 대표는 씹히는 고소한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대창은 숙성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숙성을 하면 부드러워져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단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양념해 쫄깃하게 구워낸다. 장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내장을 손질하고 손님이 먹는 동안 곱창을 구워준다. 손님이 직접 굽다 보면 기름이 사방에 튀고 태워 고기가 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다 먹고 난 다음에는 곱창볶음밥이 된장찌개와 함께 나왔다. 고소한 내장 기름이 밥알에 배어 고소하고 맛있다.
이 집 별미인 곱창전골은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맛의 곱창이 조화를 이뤄 술안주로 제격이다. 칼칼한 양념이 구수한 내장 육즙과 어우러져 진한 맛을 낸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을 때마다 소주 한잔이 그리워진다. 양곱창을 먹을 때마다 좋은 재료로 한결같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사장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아쉽게도 '홍숯불양곱창'은 골목길안에 있어 찾기가 어려운 게 흠이다. 동래지하철역 4번 출구 쪽에서 CU편의점 큰길따라 30m정도 걷다 보면 오른쪽 골목길 안에 숨어있다. 동래구 명륜로 129번 다길 17. 특양(200g) 1만8000원, 양(170g) 1만5000원, 대창(150g) 1만 원, 곱창(150g) 1만 원. 영업시간은 오후 5시~밤 12시. (051)987-6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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