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와 유럽 무역의 지역화 요인
1.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
2. 유럽무역의 지역화 요인
Ⅲ. 동아시아 경제의 지역화 추세 분석
1. 무역의 지역화 추세
2. 직접투자의 지역화 현상
Ⅳ. 동아시아 지역화의 제 요인
Ⅴ. 결 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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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1370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Tel) 053)950-5432, e-mail : bhsohn@knu.ac.kr
Ⅰ. 서 론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신 지역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유럽, 북미,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3대 경제권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78년에서 1998년까지의 20년 동안 이들 3대 시장권의 역내무역 비중은 동아시아의 경우 31%에서 43%로, 북미의 경우 36%에서 51%로 각각 증대되어 왔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57%에서 55%로 정체되고 있으나 여전히 대외무역의 절반 이상을 자체 시장권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뿐만 아니라 직접투자의 흐름에서도 이들 경제권내의 다국적 기업은 90년대 이후 각기 자기 대륙에 대한 투자를 선호함으로써 경제의 지역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무역 및 투자의 지역화는 미국, 유럽과 같은 세계 경제의 중심부에 있는 국가들의 내외 차별적 경제통합 조치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시장은 과점적 성격의 블록경제권으로 분할되는 일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은 90년대 이후 EU의 확대.심화 뿐만 아니라 EU와 동유럽 및 중동부 유럽국 상호간의 지역협정으로 인해 내외 차별성이 강한 대륙규모의 무역블럭으로 재편성되어 가고 있다. 다만 3대 시장권 가운데 동아시아만이 제도적 특혜무역 협정에 의하지 않고 경제구조상의 보완성이나 역사·문화적 공통성에 의거한 자연적 시장권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시장권은 자연적 무역블럭(natural trading bloc)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동아시아는 3대 경제권 간의 과점적, 배타적 분할을 억제하는 완충지대로서의 기능을 담당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러한 동아시아의 기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동아시아 제국의 무역이 70-80년대와는 달리 90년대부터는 지역집중화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동아시아는 세계시장의 매개축으로서의 기능보다 동아시아의 독자적 경제권을 재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냉전종식과 함께 지역내 사회주의권의 대외개방이 진전되고 북미, 유럽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되자 지역협력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인위적 혹은 제도적 접근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확대되고 있는 동아시아내의 시장의존도가 계속 유지되고 이를 토대로 지역협력에 대한 제도적 연결고리가 생겨날 경우, 동아시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역블럭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세계 시장조직은 범세계적 통합보다는 3개의 독자적 시장권으로 고정되는 경직적 분할 구조를 가지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의 지역주의와 그 전개양상은 향후 세계 시장질서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90년대 이후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자연적 무역블럭화의 현상 및 그 특징이 무엇인가를 분석해 보고자 했다. 특히 제도적 통합조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역내 시장 의존도를 가질 수 있었던 내적 결속요인이 무엇이며, 그것이 향후 동아시아 지역을 유기적 경제권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관찰해 보고자 하는데 분석의 초점을 두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에 대한 비교의 기준으로서 90년대 이후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복선적 무역협정의 특징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했다.
Ⅱ.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와 유럽 무역의 지역화 요인
1.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적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그로 인해 무역 및 투자의 지역화 경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WTO(GATT)에 보고된 지역협정의 건수를 보면 GATT가 설립된 1948년부터 1989년까지 40년간 77건이 보고되었음에 비해 90년부터 99년까지 10년간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32건이 보고되고 있다. 90년대의 경우에도 전반기 5년 동안의 보고건수는 47건임에 비해 후반기 5년 동안에는 85건이 접수되고 있어 지역협정에 근거를 둔 지역주의 움직임은 1995년 WTO 발족 이후 오히려 더 강화되는 일면을 보이고 있다.
<표 1> 지역무역협정의 보고건수 (GATT, WTO 접수기준)
자료 : WTO, 사무국.
그 결과 세계무역에서 지역경제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EEC가 발족했던 1958년에는 22%에 불과했던 것이 1997년에는 66%로 높아져 왔다. 이러한 지역무역협정 (Regional Trade Agreement; RTA)의 확대에 의거하여 세계무역과 국제간 자본흐름도 지역별로 집중되는 경향 (이하 본고에서는 이를 지역화라 지칭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화 추세는 무역 및 직접투자의 규모 면에서 볼 때 크게 유럽(EU), 북미(NAFTA) 및 동아시아의 3대 무역블럭으로 분리되면서 진행되고 있다. 3대 불럭간 무역의 지역집중추세는 <표 2>, <표 3>에서 분석되고 있으며 직접투자 흐름의 지역집중 현상은 <그림 1,2,3 >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
표 2. 역내 및 지역간 무역(수출)의 상호의존도(Rij)
Source :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Note :동아시아; 중국, 일본, 4 NIEs (한국, 싱가폴, 타이완, 홍콩), 4 ASEAN (인도네시아, 말레지아, 필리핀, 타일랜드)
북미; NAFTA (미국, 카나다, 멕시코)
서유럽; EU 15개 회원국
표 3. 역내 및 지역간 무역(수출)결합도 지수l (Iij)
Source :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주:
i) 무역(수출) 의존도
ⅱ) 수출결합도
; Ii 국에서 j국으로의 수출
: i 국의 총수출
: j 국으로의 세계 총수출
: 세계 총 수출
<표 2>와 <표 3>은 3대 블럭간의 수출시장 의존도 및 수출결합도를 통해서 본 지역내 및 지역간 의존관계의 변화추세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표 2>와 <표 3>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 동아시아와 북미간에는 수출시장의 의존도뿐만 아니라 수출결합도 지수에서도 상호간 의존관계를 높여 왔다. 그리고 동아시아와 유럽간의 무역관계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기간 중 지역간 무역의존관계는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93년 이후부터는 이들 세 지역간 무역의존 비중 및 무역결합도가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역내 무역의존도(표 2의 하단) 및 역내 무역결합도(표 3의 하단)는 1993년을 기점으로 현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2>의 무역의존도에서는 동아시아와 북미의 경우 역내 시장 의존비율이 70년대 이후 계속 증대되어 왔으며,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그 비율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 두 지역의 역내 무역결합도 지수는 80년대에는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80년대 말 혹은 90년대 초부터는 다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1980년대 말까지 동아시아가 대미 수출에 의존하여 동태적 성장을 이룩해 왔고 그로 인한 동아시아의 흡수능력 확대로 미국과 동아시아 간의 수출의존도가 동시에 증가해 왔던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1980년대에는 동아시아의 대 북미 시장의존도 뿐만 아니라 수출결합도에서도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그리고 무역규모는 작으나 결합도 면에서는 유럽과의 교역에서도 동일한 추세를 보여왔다. 이는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의 고도성장과 그로 인한 대외무역이 범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어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의 무역의존형 경제성장은 세계무역을 확대하고 지역간 무역의존도를 높이는 매개체적 기능을 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이들 지역간 시장의존비율 및 무역결합도가 세 지역 모두 감소 혹은 정체되는 반면, 지역내 무역결합도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980년대까지 범세계적 무역확대의 중심 주체였던 동아시아 마저 지역의존비율과 역내무역의 결합관계를 높여오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내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지역화가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며, 동시에 이는 세계시장의 3극 분할이 촉진되고 있음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지표가 되고 있다.
EU의 경우 96년 이후 역내시장 의존비율과 역내수출 결합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중동부 유럽과의 무역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국가(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의 신규가입과 동유럽 국가들과의 특혜무역협정으로 인해 대 동구 무역비중이 증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EU는 90년대 중반 이후 항가리,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10개국과 유럽협정(European Agreements)을 체결하여 이들 제국에 대한 무역 및 경제협력상의 특혜를 제공해 왔으며, 이러한 특혜무역관계로 인해 동유럽에 대한 EU의 수출의존도도 1992년 4.5%에서 1998년 7.9%로 증가해 왔다. 따라서 90년대 후반 EU의 역내무역 비중 약화는 EU의 시장권이 서유럽지역에서 중동부유럽을 포함한 범유럽권으로 재편성되는데 따르는 결과일 뿐 지역통합의 후퇴현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시장권의 재편성은 북미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북미의 경우 90년대 들어 역내무역결합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은 NAFTA회원국 특히 멕시코에 의한 라틴아메리카 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그로 인한 양 지역간 무역결합 관계의 심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경제의 지역화 추세는 무역뿐만 아니라 직접투자의 흐름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림 1.2.3 >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 지역별 해외직접투자는 각기 인접지역 시장을 선호함으로써 투자의 지역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직접투자의 지역화추세는 90년대 이후의 신 지역주의가 자본이동을 포함하는 포괄적 지역협정에 의해 유도되고 있으며, 동시에 지역주의의 협력범위가 대륙규모로 확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자의 지역화 추세는 이러한 제도적 측면보다는 다음 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장의 보완성 및 분업구조의 보완성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1 > 일본, 미국, EU 자본의 대 아시아 개도국 직접투자 추이
<그림2 > 일본, 미국, EU 자본의 대 라틴아메리카 직접투자 추이
<그림3 > 일본, 미국, EU 자본의 대 동유럽 직접투자 추이
Source: OECD, Financial Market Trends, June 1997
2. 유럽 무역의 지역화 요인
이렇듯 1990년대 이후 세계무역의 지역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EU의 확대 심화, NAFTA의 결성과 같은 제도적 통합과 이들 통합체의 시장영역이 대륙규모로 확대되고 있는데 그 주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1980년대 말까지 EC와 EFTA 중심의 서유럽 시장권내에서 무역의 지역화가 추진되어 왔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중동부 유럽을 포함한 범 유럽 차원의 지역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 할 수 있다. 범 유럽 규모의 새로운 지역화 추세는 EU의 확대뿐만 아니라 EU와 동유럽의 신규가입 후보국간의 특혜무역협정, EU와 기타 중 동부 유럽국 간의 쌍무협정 및 중 동부 유럽국가들 상호간의 무역협정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협정에 의해 유럽 전체가 하나의 시장권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지역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에서는 이들 무역협정의 대부분이 EU와 주변 중 동부 유럽국들간에 체결되고 있어 유럽의 시장통합은 사실상 EU를 축으로 하는 방사선형 통합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다수의 무역협정이 상이한 형태로 상호 중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장관리 비용이 통합이익을 잠식하는 등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지역협정의 특징 및 문제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998년 현재 40개 유럽국가(the Council of Europe 회원국)들 가운데 러시아와 알바니아를 제외하고 는 모두 다른 유럽국가와의 사이에 최소한 하나 이상의 지역무역협정 (RTA)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중 대부분은 복수의 RTA에 참가하고 있다. 그 결과 1998년 현재 유럽 내에는 상품무역에 대한 90개의 RTAs가 체결되어 있다 (Andre Sapir, 2000, pp.154-55). 이들 90개 RTAs가운데 86개는 쌍무적 무역협정(bilateral agreement)이며, 복국간의 무역협정 (plurilateral RTA)은 4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4개 협정이 현재 유럽 지역주의의 기반이 되고 있다. 그 4개 협정은 EC, EFTA (아이스란드, 리히텐스타인, 노르웨이, 스위스), 중부유럽 자유무역지역 (CEFTA; 불가리아, 체코, 항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로베니아) 및 발틱 자유무역지역 (BFTA;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다. 그리고 86개 쌍무협정은 대부분 자유무역협정이며, 7개만이 관세동맹이다. 그 관세동맹은 EC와 안도라, 사이프러스, 말타, 산마리노, 터키간의 관세동맹 협정, 체코와 슬로바키아간의 무역협정 및 스위스와 리히텐스타인간의 무역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 79개 가운데 71개는 중동부 유럽국가(CEECs)를 회원국으로하는 협정으로서 이들은 모두 1991년 동구상호경제원조회의(CMEA)의 해체와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를 계기로 형성된 지역협정들이다. 이 가운데 56개 협정은 EC와의 자유무역협정이며 15개 만이 CEECs 국가들간의 협정이다. 그러나 이들 15개 협정 참가국들도 개별적으로는 모두 EC와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유럽의 모든 RTAs는 사실상 EC를 중추(the hub)로 하는 바퀴살 모양의 협력조직(hub-and-spoke RTAs networks) 으로서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 유럽의 RTAs는 상호 중복된 회원국을 가짐으로써 유럽전체가 하나의 특혜무역권으로 결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90년대 후반 이후 유럽무역이 대륙규모로 재편성되는 원인으로 관찰되고 있다. 즉 EC는 유럽이사회 소속 25개국 (EU회원국을 제외한 국가 수) 가운데 20개국과의 협정 파트너가 되고 있으며, 리히텐스타인과 스위스는 13개 협정의 참가국이고. 아이스란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는 12개, 리투아니아는 11개,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는 10개의 협정에 각각 참가하고 있다. 그 외의 국가들도 이 보다는 적으나 복수의 지역협정에 참가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대륙 내에서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상호 중첩된 무역협정에 의해 상품시장이 상호 연계되고 있으며, 이것이 90년대 이후 대륙규모의 지역주의와 범 유럽규모의 지역화를 유발하는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협정에 기초를 둔 유럽형 지역주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다음에 살펴볼 동아시아의 시장통합과는 대조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다.
첫째, 유럽내에서 체결되고 있는 대부분의 RTAs는 EU와 주변 유럽국간의 Hub and Spoke 형 구조로 편성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Hub EU국은 유리하게 되는 반면 주변 Spoke국들은 점차 한계화(marginalization)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둘째, 역내무역의 증대 및 무역의 지역화가 내외 차별적 무역협정에 의거하여 실현되고 있다. 그 결과 유럽국가와 역외 국가들 간의 무역상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유럽내에서도 협정형태에 따라 국별 차별화가 불가피한 문제점이 있다. 특히 EU의 가입 후보국과 비 EU 국가들 간에 상당한 차별 대우가 기존의 무역협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로 인해 비 EU회원국의 EU 가입을 촉진하는 도미노 효과가 유럽내에서 보편적으로 나타 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유럽 국가들이 동등한 조건의 회원국이 되지 못하는 한 차별주의로 인한 문제점은 해소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유럽 전체가 하나의 무역협정으로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여타 세계에 대한 차별조치로 인해 유럽은 배타적 무역블럭으로 작용하게될 위험은 잔존하게 된다.
셋째, 시장원리 보다는 인위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무역협정에 의해 유럽시장을 통합하고 있으므로 원산지 관리 등 개별 시장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비용 (administrative trade costs)이 많이 소요되며, 이것이 시장통합의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는 어떠한 지역규모의 특혜무역협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역내무역 의존도와 자본흐름의 지역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EU권의 재편성, 북미의 지역주의 등 역외시장의 블럭화에 대한 반작용의 영향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성장의 동태성과 무역구조의 보완성 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 장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Ⅲ. 동아시아 경제의 지역화 추세 분석
1. 무역의 지역화 추세
한편, 동아시아 지역은 역내 제국간 발전격차가 크고 경제구조가 상이하여 하나의 동질적 경제권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세계경제 내에서 하나의 무역블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역내제국의 동태적 경제성장과 무역량의 급속한 증대에 더하여 역내 제국 상호간에 높은 무역결합도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내제국간 무역결합도가 높고 수출입시장의 역내의존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상이한 발전단계가 상호 보완적 분업관계로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것이 동아시아를 내부결속력이 강한 무역블럭으로 부상하게끔 하는 지역적 특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선 동아시아 역내 제국을 경제구조의 특성과 발전단계에 따라 일본, 중진국(NIEs), ASEAN 및 중국의 네 그룹으로 분류하고 이들 소그룹별 무역주체들의 역내외 무역결합구조와 그 특성을 파악해 보기로 하자. 소그룹 분류에서 싱가포르는 국제분업상의 기능적 특성을 고려하여 ASEAN이 아닌 NIEs 그룹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ASEAN 그룹에는 70년대 이후의 추세치를 관찰하기 위해 최근에 가입한 인도차이나의 신규 가입국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표 4>와 <표 5>는 동아시아내 각 소그룹의 3대 시장권에 대한 수출의존도 및 수출결합도 추세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이들 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역의존도의 절대적 수준에서는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국가일 수록 역내시장 의존비율이 높고(중국, ASEAN, NIEs, 일본 순), 공업화가 진전된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역외사장(특히 북미)의존도가 높다. 둘째, 20년간 무역의존도의 변화추세를 관찰해 볼 때, 역내 공업국인 일본과 NIEs의 역내시장의존도 및 수출결합도는 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역외시장 특히 북미시장에 대한 의존도 및 결합도는 추세적으로 감소해오고 있다. 반면 역내 개도국인 ASEAN과 중국은 오히려 북미 및 유럽시장에 대한 무역의존관계를 높여오고 있다. 셋째, 각 그룹의 역내시장에 대한 수출결합도는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9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평균치의 2배 이상의 높은 결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만 세계시장(특히 북미) 지향적 수출구조로 인해 개도국보다 낮은 결합도 지수를 보이고 있으나 88년 이후는 그 지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변화추세를 종합해 볼 때, 동아시아의 시장통합은 역내 개도국의 높은 역내시장의존도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1990년대 이후의 추세는 역내 공업국인 일본과 NIEs의 대 동아시아 무역비중 증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공업국의 대 북미 및 대 유럽 시장의존도가 1988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감소하는 반면 역내시장 의존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말부터 추진된 EC의 역내시장 통합과 90년대 초의 NAFTA(89년 US-Canada FTA) 결성으로 인한 진입장벽 강화에 영향을 받은 바 큰 것으로 보인다.
표4. 동아시아의 소그룹별 역내외 수출의존도
Source :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표 5. 동아시아의 소그룹별 역내외 무역(수출)결합도 지수
Source :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표 6>과 <표 7>은 소그룹 상호간의 수출의존도 및 수출결합도 지수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우선 <표 6>의 역내제국간의 수출의존도 변화 추세를 볼 때,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경우에는 역내 제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다소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잔여 그룹은 모두 역내 무역파트너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급속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1980년대 일본의 대 NIEs 수출, NIEs 상호간의 수출 및 ASEAN의 대 NIEs 수출이 각각 수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그 증가 속도가 괄목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NIEs의 역내 수출의존도(일본을 제외) 역시 80년대 중반부터 전반적으로 증가해 오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역내수출과 수입이 모두 NIEs를 매개로한 무역비중이 높아져 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NIEs가 동아시아 무역의 지역화에 대해 중심축(hub)의 역할을 해 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1970년의 경우 일본이 역내 시장에서는 제일 큰 무역파트너였다. 그러나 1997년의 경우 중국과의 중계무역관계를 가진 홍콩(NIEs)의 경우를 제외하면 여타 NIEs나 ASEAN이 모두 일본보다는 NIEs 시장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즉 NIEs의 경우 일본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1970년 11.8%에서 1997년 8.1%로 감소했음에 비해 NIEs 상호간의 추출비중은 같은 기간 중 7.9%에서 16.1%로 배 이상 증가하였다. ASEAN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중 대 일본 수출비중은 27.1%에서 16.3%로 감소한 반면 NIEs에 대한 수출비중은 17.5%에서 25.5%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대 NIEs 수출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중 13.7%에서 24.0%로 급증해 왔다. 이러한 역내 무역 흐름의 변화에서 역내무역의 연결축이 1970년대까지의 일본에서 90년대 이후부터는 NIEs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6. 동아시아의 소그룹별 수출 의존도(Rij)
Source :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표 7. 동아시아의 소그룹별 수출결합도 지수 (Iij)
Source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한편 <표 7>의 수출결합도 분석에서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고도성장기간 동안에는 역내 제국간의 수출결합도가 약화되었으나 1990년대 들어서는 그 지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소그룹별로 다소 차이는 있는 역내 제국간 수출결합도는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 공업국의 수출지향적 공업화가 역내시장 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시장 지향형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앞의 <표 3>에서 동아시아의 대 유럽 및 대 북미 무역결합도가 83-88년 사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는 80년대를 통해 역내보다는 역외시장과의 무역의존관계를 더 확대하는 소위 개방적 지역주의를 실현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아시아는 세계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연결축으로서의 기능을 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유럽, 북미시장의 진입장벽 강화로 지역간 무역결합도는 낮아지는 반면 역내무역 결합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어 동아시아가 담당해 왔던 세계시장통합의 매개기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무역결합도 분석에서 발견되는 다른 한가지 특징은 공업화와 경제발전의 차이가 클 수록 수출결합도가 높고 유사한 발전단계에 있을 수록 결합도가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홍콩을 매개로 한 중계무역으로 인해 NIEs와의 결합도가 높으나 ASEAN의 경우에는 ASEAN 보다는 NIEs, NIEs 보다는 일본과의 수출결합도가 높다. NIEs의 수출에서도 역내공업국인 일본이나 NIEs에 비해 ASEAN과의 결합도가 높으며 후발 공업국인 중국과의 수출결합도는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대신 중국과 ASEAN 간의 수출결합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대 ASEAN 수출결합도는 1993년 이후 세계평균 보다 낮은 수준(0.73-0.84)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경우 발전단계가 상이한 국가들간의 보완적 무역구조에 의해 그 내부결속력(결합도)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보완적 분업구조가 역내시장을 기능적으로 통합하는 통합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 내에서 선진공업국과 후발공업국을 보완적 분업구조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중진국 그룹(NIEs)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동아시아의 중진국은 특화구조면에서 일본과 ASEAN 및 중국을 연결하는 보완적 연결고리 역할(한국, 대만)을 할 뿐 아니라 중국무역에 대한 홍콩의 매개기능, ASEAN 역내무역에 대한 싱가폴의 중개기능과 같이 지역내 무역에 대한 무역상의 매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NIEs의 무역 매개기능으로 인해 동아시아는 역내 결속도가 높은 하나의 무역권으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 투자의 지역화 현상
1990년대의 신지역주의는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의 지역화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지역주와는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신지역주의 시대의 지역협정이 무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자본의 자유이동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데 그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U의 역내시장 통합이나 NAFTA 자유무역협정이 역내 자본이동, 특히 직접투자의 자유화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의 자본은 통합된 역내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각기 시장진입에 우선권을 가진 유럽 및 북미시장에 투자의 우선 순위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그림 1,2,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럽, 미국, 일본의 다국적기업은 각각 유럽, 미주 및 동아시아 시장을 직접투자 대상으로 선호함으로써, 직접투자의 지역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EU의 대 동유럽 투자는 앞 절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EU와 CEEC 국가들 간에 맺어진 다수의 특혜무역협정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 중남미 투자는 미국에 의한 범 미주 자유무역지대구상 뿐만 아니라 NAFTA 회원국과 라틴아메리카 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 의한 대 동아시아 투자는 역내 투자자유화를 위한 별도의 지역적 조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내집중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90년대 이후 역외 시장권의 재편성에 대한 대응조치임과 동시에 동아시아적 국제분업구조상의 보완적 특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 8 일본의 대 동아시아 직접투자
(년말 flow 기준, 백만 US$, 1996년은 백만 엔, %)
자료: OECD, International Direct Investment Statistics Yearbook, 1998.
이하에서는 동아시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직접투자 흐름의 지역화 추세와 그것이 무역의 지역화에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동아시아 역내투자 흐름의 주체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51년부터 1997년까지 대외직접 투자 누적액 896,444억円 가운데 18.3%인 164,398억円을 아시아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대 동아시아 투자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다시 증대되어 온 결과 일본의 대외투자총액 가운데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6년 10.3%에서 1990년 12.2%, 1996년 22.9%로 각각 높아져 왔다(표 8 참조). 동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80년대 후반 이후 저생산비 조건에 따라 NIEs에서 ASEAN, ASEAN에서 중국으로 그 중심이 이전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표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6년경에는 일본의 대 동아시아 투자가운데 NIEs로의 투자가 전체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90년에는 48.3%, 96년에는 32.2%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 ASEAN에 대한 투자는 86년 23.9%에서 90년 46.7%, 92년 51.6%로 증가해 왔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ASEAN의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비중은 90년 5.0%에서 96년 22.8%로 증가해 오고 있다.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역내 투자주체는 NIEs그룹이다. NIEs의 동아시아에 대한 투자는 80년대 이후부터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들 그룹의 대동아시아 투자비중은 전체 대외투자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의 높은 지역의존도를 보이고 있다(표9). NIEs가운데 홍콩, 싱가폴, 대만은 역내투자비중이 큰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도 1996년의 경우, 대외총투자의 약 35%가 아시아에 투자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총액의 40%가 아시아로부터 유입된 투자로서 어느 경우이든 NAFTA, EU보다 아시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ASEAN의 경우에도 90년대 이후부터는 중국에 대한 주요 투자국으로 대두하고 있다. ASEAN의 대 중국투자는 1984년 중국에 대한 세계총투자의 0.6%에 불과했으나 90년 1.1%, 1994년 5.5%로 확대되어 오고 있다.
표 9 NIEs의 지역별 직접투자 (%)
자료 : Dept. of Statistics, Yearbook of Statistics Singapore 1995.
Bank of Thailand, Annual Economic Report 1995.
Bank of Korea, Overseas Direct Investment Statistics, 1997.
Ministry of economy, Taiwan, Foreign Statistics Monthly, 1997. 7
주: 싱가폴; 1994년 누적치, 태국; 1995년 flow, 타이완 및 한국; 1996년 flow.
표 10 투자주체별 대 중국 투자비중 (1979∼94. 누적기준)
자료: Year book of Statistics of China, 1979-1996.
80년대 중반 이후, 특구형 개방정책으로 인해 세계의 신흥 투자지역으로 부상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동아시아 주변국으로부터의 투자가(1979-1994년간 누적투자액기준) 전체 외국인투자의 약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동아시아 내에서는 투자나 무역관련 지역협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투자의 지역집중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 이러한 역내투자의 지역화는 발전단계에 따라 계층화된 투자형태를 가짐으로써 역내 소그룹간 산업이전 및 분업의 계층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즉 일본의 직접투자를 볼 때, 1980년대 전반까지는 NIEs로 집중되었던 제조업 중심의 투자가 1980년대 후반부터는 ASEAN으로 중심이 이전되었고, 다시 90년대 들어서는 중국으로 확대되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표8참조). NIEs의 역내투자도 1980년대에는 주로 ASEAN에 집중되었으나 90년대에는 중국으로의 투자비중을 높여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ASEAN(주로 화교자본)의 대중국 투자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직접투자 흐름의 계층화는 역내제국의 공업발전과 산업이전의 방향에 따라 전개됨으로써 일면 지역전체의 공업화 성장을 촉진하고 다른 일면에서는 역내제국간 자본재, 중간재 및 최종재간의 상호교역을 유발함으로써, 역내무역을 심화시키는 연결 고리로 작용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역내 투자흐름 중 또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화교자본의 역내이동과 그로 인한 중화경제권의 형성이다. 일반적으로 중화경제권이라 하면, 중국 본토, 홍콩(마카오 포함), 대만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별 총인구 중 화교나 화인의 구성비가 높고 상장회사에 대한 화인의 지배구조를 기준으로 볼 때, 싱가폴, 말레이시아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으며 주요기업의 자본지배 구조면에서 보면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화교경제권의 영향권내에 포함시킬 수 있다. 따라서 광의의 중화경제권에는 ASEAN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중화경제권내의 자본이동에 대해서는 통일된 국제통계가 없으므로 공식적 분석은 불가한 실정이다. 그러나 관련 연구기관의 간접자료를 종합해 볼 때, 동아시아 역내 특히 중국에 대한 역내 자본이동은 화교국가들에 의한 화교국가들 상호간의 자본교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표10>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79년부터 1994년까지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누계액 중 홍콩과 대만자본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ASEAN자본을 포함하면 73.3%가 화교권 자본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다시 일본의 자본을 포함하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약 80%이상이 동아시아 인접국의 투자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ASEAN에 대한 화교자본의 지배구조(표11)를 보면 국가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기업수에 있어서의 30%이상, 매상고에 있어서의 20%이상이 화인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화교자본의 역내이동과 그로 인한 중화경제권의 형성은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결속시키는 또 다른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중화 경제권내에서 특히 심천(深川)과 홍콩, 하문(廈門)과 대만으로 연결되는 화남경제권은 대만, 홍콩의 자본과 인근 중국 경제특구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결합생산 기지의 역할을 해 오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다시 홍콩, 대만을 거쳐 역내 및 역외시장으로 수출되는 무역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화남경제권 내에서의 가공무역 구조는 특히 HS분류 85, 62
표 11 ASEAN의 화인자본 비중( %)
자료: 熙彦 (1998), 華人經濟圈と日本, 有信堂, 東京. p. 67.
주: 싱가폴 ; 1986년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기준.
말레지아; 1993년 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 기준.
인도네시아;1993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기준.
타일랜드; 1988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기준
필리핀; 1988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항목의 전기기계, 섬유, 의류 분야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바(KOTIS, CETRA 1999) 이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경제의 지역화 추세를 유발하는 지역적 요인으로서는 90년대 이후 역내에서 관찰되고 있는 국지경제권의 형성을 들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특징적 현상으로는 위의 화남경제권과 같이 일국의 특정지역에 국한하여 자본의 국제적 결합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무역의 유기적 연계가 일어나는 소위 국지적 경제통합(local economic integration)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예로는 화남 경제권뿐만 아니라 ASEAN내의 성장삼각지대(싱가폴, 조호르, 바탐), 그리고 두만강 유역개발구역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넓은 범위로는 환황해경제권, 환동해경제권의 부상도 국지적 경제권과 함께 동아시아지역의 역내교류를 촉진하고 지역전체의 시장통합을 지원하는 기초구조로서의 일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Ⅳ. 동아시아 지역화의 제 요인
이상의 분석에서 관찰한 바와 같이 동아시아 지역은 지역전체를 포괄하는 제도적 경제통합 조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EU나 NAFTA와 같이 무역 및 투자의 높은 지역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경제의 지역화 추세는 크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 동아시아의 전통적 수출시장인 미국 및 유럽지역의 지역주의 확산과 그로 인한 진입 장벽의 반작용으로 동아시아의 역내 무역이 증기하고 있다. 즉 동아시아는 70-80년대의 고도 성장기간 동안 역내 무역보다는 오히려 역외 특히 미국과의 무역의존 관계를 넓혀 왔으나 90년대 들어서는 EU의 역내시장 통합과 유럽대륙 내에서의 중첩된 특혜무역 협정 및 북미자유무역 지역의 확산을 계기로 이들 시장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낮아지게 되었으며, 그 반작용으로 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둘째, 동아시아 자체 시장의 확대로 인해 역내무역이 확대되어 왔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NIEs 뿐만 아니라 ASEAN도 고도 성장기에 들어섰으며 9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지역 전체로는 여타 세계의 성장률을 훨씬 능가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의 시장권(흡수능력)은 급속히 팽창해 왔으며 이러한 역내 흡수능력 확대와 역외시장의 진입장벽이 중첩되면서 동아시아의 제품이 동아시아에서 흡수되는 비중을 높여 오게 된 것이다.
셋째, 역내 시장의 내부 결속 구조로서 투자 및 분업구조의 계층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일본, NIEs, ASEAN 및 중국이라고 하는 다양한 발전단계의 국가들이 하나의 인접 지역에 위치함으로써 지역 전체로서는 보완적 분업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연계시키는 수단으로 직접투자를 통한 산업구조의 계층화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중진공업국 단계의 NIEs 가 존재하여 역내 선진국과 역내 후진국을 자본, 기술 교역면에서 계층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이들 NIEs 제국은 한국, 대만과 같이 생산조직의 계층화를 담당하는 기능과 ASEAN 내에서의 싱가폴, 중국에서의 홍콩과 같이 중개무역기능(trading hub)을 담당함으로써 역내제국 전체를 하나의 생산 및 무역권으로 연계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제요인들로 인해 동아시아는 기능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시장권으로 발전해 왔던 것이며, 이것이 제도적으로 형성된 EU, NAFTA 못지 않게 경제적 지역화를 가져오는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동아시아의 시장통합은 NIEs를 중심으로 전개됨으로써 역내분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나타난 역내무역의 높은 결합관계는 주로 역내 공업국인 일본을 매개로 한 수직분업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즉 당시의 주변개도국은 주로 일본과의 "hub and spoke" 형 결속구조를 가지면서 하나의 무역 블록으로 결속되어 왔다. 그 결과 내적으로는 불균형 분업관계를 가지면서 외형적으로는 지역 전체의 역내 무역의존 비율이 높은 것으로 표시되어 왔다. 그러나 <표 6>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최근의 역내무역은 일본 보다는 NIEs의 매개기능에 의해 증대되어 왔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 내에서는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분업기회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호혜적 분업구조의 폭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NIEs의 공업화 성장과 그로 인한 시장 중개기능의 확대는 역내 제국간 경제구조의 격차와 분업구조의 비대칭성을 좁혀주고 역내 모든 국가로 하여금 하나의 연속적 국제분업 관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호혜적 시장권의 기반이 확대되어 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 시장통합은 지금까지의 기능적 통합에서 더 나아가 제도적 통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내적 조건을 정비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Ⅴ.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아시아는 이미 70년대 이전부터 이미 무역의 역내 시장 의존도를 높게 유지해 왔으나 무역결합도 지수는 80년대의 완화과정을 거쳐 90년대 이후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외적으로는 유럽과 북미시장의 블럭화에 의한 반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내적으로는 역내 제국간 분업구조의 보완성과 역내제국의 흡수능력 확대에 기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의 지역화는 인위적 무역협정에 의한 유럽의 지역화와는 그 유발요인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역내분업구조의 보완성은 역내제국의 발전단계와 직접투자의 계층화에 의해 유도되고 있으며, 이것을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매개기능은 중진국 NIEs가 담당해 오고 있다. 1970년대까지 일본이 역내시장통합의 매개기능을 해 왔으나 90년대 이후에는 NIEs가 그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아시아경제의 지역화는 교역상대국 상호간의 호혜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지역화는 제도적으로 Hub-and-Spoke형 통합구조를 가진 유럽의 지역주의와는 그 동태적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질서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도 유럽과 동아시아는 대조적인 위치에 있다. 동아시아가 역내경제의 보완성과 시장내적 결합요인에 의해 형성된 시장지향적 무역권이라면 유럽은 내외차별을 수반하는 특혜협정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무역블럭이다. 따라서 유럽권의 확대,강화는 세계시장을 대륙별로 분할하는 배타성을 높이는 반면 동아시아 시장권의 확대는 세계무역의 확대를 유발하는 개방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시장지향적 통합에 기초하여 동아시아 제국들이 제도적 통합의 요소를 도입해 간다면 그것은 향후 세계 시장질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가 유럽,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더라도 지금까지는 역외에 대한 제도적 차별조치를 수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아시아는 지역 블럭간의 마찰을 흡수하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의 지역주의에 대한 반작용이 강화되고 동아시아 내에서 공식적 시장통합조치가 도입된다면 역내외 시장간의 차별화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므로 세계시장은 과점적으로 분할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 경우 세계후생과 국제경제질서는 Krugman모형이 시사하는 최악의 상태에 접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는 역내 무역확대와 세계무역질서의 유지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동아시아형 통합방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동아시아의 노력에 유럽과 북미는 진입 장벽의 완화와 국제질서 창출기능의 공유측면에서 대등한 협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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