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330. 파리사가 비구, 5음은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나가 아니고 내 것도 아니다
그때 세존께서 비사리(毘舍離) 미후(獼猴)의 못 언덕 큰 강당에 계셨다.
당시 40명의 파리사가(波利蛇迦) 비구가 있었는데, 모두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으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을 하였으나, 누구나 배우는 처지라서 애욕에 대한 법을 떠나지 못했다.
그들이 모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하셨다.
‘이 비구들은 모두 아련야 행을 닦으면서 누더기를 입고 걸식을 하고 있으나 누구나 배우는 처지라서 애욕의 결박을 끊지 못했으니, 나는 마땅히 이들을 위하여 알맞게 설법함으로써 여러 비구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마음의 이해와 깨달음을 얻어서 온갖 번뇌를 끊어 없애도록 해야겠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하나니, 생과 사는 아주 장구해서 변제(邊際)가 없기 때문에 그 근원(根源)을 아는 자가 없다.
온갖 중생들이 모두 무명(無明)에 덮여서 애욕의 결박으로 그 목을 동여 매고서 생사의 장구한 길을 끝없이 유전하면서 과거 억겁의 고통을 능히 알지 못하나니, 마치 항하(恒河)가 사해(四海)에 흘러드는 것과 같도다. 나는 지금 그대들에게 묻겠노니, 그대들이 생사에 처해서 흘린 피가 많은가, 항하물이 많은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한 바로는, 저희들이 생사에 처해 몸에서 흘린 피가 저 항하 물과 사해의 물보다 많다고 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그대들이 과거 세상에 코끼리의 몸을 받아서 남에게 코를 끊기고 귀를 끊기며, 혹은 발을 끊기거나 쇠갈고리로 머리를 찍히며, 또는 목을 베이기도 했는데, 그때 흘린 피가 한량없고 가없으며,
또 소와 말과 노새ㆍ나귀ㆍ낙타ㆍ돼지ㆍ닭ㆍ개와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의 몸을 받았었다. 가령 닭의 몸을 받았을 때 그 깃과 날개와 목과 발이 끊기면서 몸으로 흘린 피와 또는 모든 날짐승과 길짐승이었을 때 각각 잘리거나 상해를 받으면서 흘린 피도 이루 다 계산할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色)은 항상한 것인가, 항상하지 않은 것인가?”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색은 무상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색이 무상하다면 괴로움인가, 괴로움이 아닌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무상하기 때문에 괴로움입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움이라면 이는 무너지고 없어지는 법이니, 이 법 속에서 성스러운 제자들이 나[我]와 내 것[我所]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항상한 것인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모두 다 무상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만약 무상하다면 괴로움인가, 괴로움이 아닌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무상하기 때문에 괴로움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만약 무상하고 괴로움이라면 이는 무너지고 없어지는 법이니, 성스러운 제자들이 이 속에서 나와 내 것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색은 바로 무상한 것이니, 무상하기 때문에 곧 내가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없다면 곧 내 것도 없을 것이니, 이처럼 진실을 알고 바른 지혜로 관찰하면 수ㆍ상ㆍ행ㆍ식도 또한 마찬가지니라.
그러므로 비구에게는 가령 색이 잠시 동안 있더라도 과거와 미래와 현재, 안과 바깥, 가까운 데와 먼 데에서도 모두 나와 내 것이 없나니, 이런 것만이 실지에 알맞게 바른 소견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많은 것과 적은 것, 안과 바깥, 가까운 데와 먼 데,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서 도무지 나도 없고, 또한 내 것도 없음을 실답게 알아야 한다.
성스러운 제자는 이러한 사실을 보고서 이름[名]에 즉(卽)해 많이 배우고, 색(色)에 대해서는 싫어하고 미워하며,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또한 싫어하고 미워하니, 싫어하기 때문에 애욕을 떠나게 되고, 애욕을 떠나게 되므로 즉시 해탈하며, 해탈을 얻으므로 곧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얻나니, 만약 해탈지견을 얻으면 곧 ‘나의 생(生)은 이미 다했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끝내고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40명의 파리사가 비구들이 후생의 몸을 받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