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개와 고라니 (9)
1. 봄살이
2. 추석선물
3. 개와 고라니
4. 무사히
5. 아름다운 동행
6. 치부
7. 길
8. 오매 단풍 내려오네
9.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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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살이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감기몸살이다
거슬러
거슬러서
올라가 보면 그 정상
어디에
우리 조상, 초목들이 있어
봄을 내놓은
그 DNA가
끈을 이어내려
지금도 봄이 오면
나도 봄살이 하는 것이다
2. 추석선물
똘이 엄마가 울상이란다
작년에 사준 운동화 신으라 했더니
유행이 지났다며
명품 운동화 사달란다고
헌 고무신이 추석 선물이었다면
요즘 애들 어떻게 생각할까
친척 형아가 신었던
해진 헌 고무신 얻어와
깨끗이 닦아
추석날 내게 신겨 주시며
엄마는
"우리 아들 멋있다
" 하셨다
내 생에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추석 선물
3. 개와 고라니
아내가 성화다
울타리 쳐달란다
어젯밤
고라니가
텃밭 다 망쳐놓고 갔다
봄동 다 뜯어먹고
달구와 놀다 갔다
개집 앞에
이 까만 똥 좀 봐
달구 이 녀석 꼬리 내리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4. 무無사히
하루 종일
마음밭에서
무를 뽑았다
뒤돌아보니
오늘도 무사히 걸어왔다
내일도 무밭길를 걸어가야지
5. 아름다운 동행
선생님은
저의 지팡입니다
어허
자네가 나의 지팡이지
선생님
술 한잔 올립니다
고맙네
자네도 한잔 받으시게
사제 간의
경애 주敬愛酒* 한잔
경애 주敬愛酒* :스승과 제자 주고받는 술
6. 치부
재물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이
어찌
들어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인가
치마 속에 무엇인가 있네
입출을 가늠해 두시게
7. 길
구름 밟고 선
하늘 아래 백운산 자락
자연의 숨소리
나무 사이로 흐르는 개울물
돌돌돌 달려가고
다람쥐 다가와 놀자 한다
숲으로 눈을 훔치니
풀벌레 소리가 귀를 뚫는다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니
과연 신심명(信心銘)이다
길 아닌 길이 없다
파랑새 한 마리 꺼내 들고 날려 보낸다
3조 승찬대사와 마주한다
8. 오매 단풍 내러 오네
저것 좀 보소
가야금 12줄에
그네 타는 저 여인
둥기당
진양조장단에
마음을 여는 저 여인
둥기당 둥기당
중모리장단에
익어가는 저 여인
둥기당 둥기당당
중중모리장단에
치마끈을 풀고 있는 저 여인
둥기당 둥기당당
둥기둥기 둥기당당
휘모리장단에
제 몸 던져 불사르는 저 여인
9. 상견례
곱게 키운 단풍
시집보낸다고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상강 날
가을비
주적주적
눈물을 쏟습니다
시집가라는 말
신청도 안 터니
오늘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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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제8집 4부 목차
인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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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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