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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누구의 것일까?
몇몇 잘나가는 학생들만을 위한 곳일까?
달리기와 게임 외에는 심드렁하기만 한 도모히코,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해서 늘 우물쭈물하는 마치,
영화 동호회를 정식 동아리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잇페이…….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세 아이가 공존하는 학교라는 공간,
그곳에서 살아가는 십대들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역학을 포착하다!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인 츠지무라 미즈키가 그려 낸
서툴지만 뜨겁고 투명한 청춘의 오늘!
간략한 소개
십대들의 미묘한 심리와 관계의 역학을 그리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고, 하나의 사회이자 생태계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새로운 세계와 색다른 인간 유형을 만나기도 하고, 온갖 희로애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단순히 교과목을 배우는 곳, 사회로 나가기 전의 준비 단계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학교’라는 공간이다.
《그래도 학교니까!》는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인 츠지무라 미즈키가 학교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십대들의 미묘한 감정과 교류를 그린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와 학교에 흐르는 숨 막히는 정서를 치밀하게 묘사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의 작품답게 행간에서 생생한 리얼리티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을 통해 조금씩 맞물려 있어서, 다 읽고 나면 퍼즐 조각을 맞춘 것처럼 전체 그림이 드러나 여운과 감동이 배가된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비롯해, 도서관에서 찾은 구조 요청 같은 쪽지로 시작된 비밀스러운 펜팔, 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의 여주인공을 섭외하기 위해 어릴 적 읽었던 책의 결말을 찾아 헤매는 요절복통 모험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십대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를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시간과 삶의 영속성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십대 시절에나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감성, 막연한 불안과 희망, 그럼에도 생기 넘치는 ‘청춘의 오늘’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독자들은 서툴지만 뜨겁고, 투명하지만 강단 있는 십대 시절의 한 자락을 공감하거나 그리워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희로애락이 웅성거리는 ‘학교를 발견하다’
〈약속의 장소, 약속의 시간〉은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에 기반을 둔 이야기이지만, 시간상으로 봤을 때 세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과거’의 시점에 해당한다. 달리기와 게임 외에는 매사에 심드렁하기만 한 도모히코는 옆자리의 전학생 기쿠치 유와 묘한 인연으로 얽히게 된다. 유가 가진 미래의(?) 게임을 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열정으로 시작된 둘만의 비밀은 몇 가지 사건 사고를 통과하는 동안 끈끈한 우정으로 진화한다.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맺는 ‘친구’ 관계가 우리 삶의 목표를 뒤흔들 만큼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메시지를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전달한다.
〈벚꽃 피다〉는 디지털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한,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정서를 물씬 담고 있는 작품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기 일쑤인 마치는 자신과는 정반대 성격인 아이들을 동경하며 스스로를 답답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벚꽃 지다’라고 적힌 의문의 쪽지를 발견한 이후, 자신의 심정을 담은 듯한 쪽지를 연거푸 찾으면서 쪽지를 쓴 아이에게 비밀스러운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는 도서관의 펜팔 친구를 찾는 한편, 신학기를 지나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 학교생활을 통해 친구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는 물론이고 자신이 지닌 새로운 면모를 알아 가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자기 내면에 갇혀 있던 아이가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이 바라던 방향으로 한 뼘 성장하고, 자신과 타인의 장점을 발견해 삶을 긍정하게 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자신의 꿈을 위해 실패를 원동력 삼아 꿋꿋하게 나아가는 십대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동호회를 정식 동아리로 만들어 스스로 학교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잇페이의 도전을 그렸다. 일명 ‘도서관의 그대’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선배를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섭외하기 위해 세 명의 부원들이 기울이는 웃지 못할 노력은 청춘의 싱그러운 얼굴을 그대로 보여 준다. 거절당해도 끈질기게 찾아오는 잇페이에게 다치바나는 어릴 적 읽었던 책을 찾아 달라는 미션을 주고, 책의 행방을 찾던 이들의 노력은 다치바나가 감추고 있던 상처에까지 가닿는다. 종종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를 고민하던 잇페이는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성큼 다가섬과 동시에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간다. 앞선 두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이 숨어 있어, 그것을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위로가 ‘학교’에 있다!《그래도 학교니까!》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십대들의 다양한 모습이 총망라되어 있다. 신학기로 어수선하고 낯선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성적과 진로에 대한 고민,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약해지는 자의식, 단체 생활이 서투른 탓에 일어나는 주변인과의 갈등, 풋풋한 첫사랑, ‘친구’라는 관계에서 느끼는 오묘한 감정들, 학교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대답, 자기가 바라는 ‘나’로 살기 위해 기울이는 눈물겨운 노력 등…….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십대 시절의 생각과 감정을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풀어내면서 보편성까지 획득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학교’를 말하면서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을 더 많이 떠올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 폭력, 과도한 경쟁, 성적 지상주의……. 이런 부정적인 현상과 문제점들에 주목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함께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아이들의 희로애락이 모여 웅성거리는 곳, 그래도 희망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니까 말이다.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학교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 가치 또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뜨겁고 투명하며 유연한 청춘의 오늘에 응원을 보낸다!
내용 소개
약속의 장소, 약속의 시간
도모히코는 전학생 기쿠치 유가 자신과는 다른 타입의 학생이라서 친하게 지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뒷산의 달리기 코스로 연습을 하러 가서 우연히 유를 만난 뒤부터 둘 사이에는 비밀이 생긴다. 도모히코는 병 때문에 요양 차 미래에서 시간 여행을 왔다는 유의 얘기가 긴가민가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유와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뒷산의 출입 금지 구역을 드나든다는 것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이 일에 미하루가 끼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
“약속이니까 말할게. 다케미야, 너는 타임 슬립을 믿어?”
“뭐?”
“타임 슬립.”
나는 유를 빤히 쳐다보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이나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타임 슬립이라면 그거 아닌가? SF 영화나 〈도라에몽〉에 나오는……. 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미래에서 왔어. 그러니까 너희가 사는 지금 시대보다 미래 말이야.”
“뭐?”
미래인이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우리와는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 하지만 영화나 만화에서 보았던 미래인과 비교했을 때, 유는 전혀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저 나와 똑같이 평범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보일 뿐이었다.
유는 도수 높은 안경을 추어올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지금은 없는 새로운 병이 유행하는데, 내가 그 병에 걸렸어. 어제 쓰러진 것도 그 병 때문이야.”
유는 억지로 웃으며 덧붙였다.
“그 병을 고치기 위해서 아직은 공기가 깨끗한 이 시대로 온 거야. 백 년 뒤에 지구 환경은 아주 많이 나빠져. 이런 숲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19쪽에서
“만약에 내가 너한테서 타임머신을 빌리면 어떻게 돼? 예를 들어 내가 어제나 내일로 간다고 하면, 그 시간에도 어제나 내일의 내가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몇 달 전으로 돌아가서 과거의 나한테 ‘육상부 활동을 좀 더 성실하게 해.’, ‘《드래곤 크라운 9》 칩을 잃어버리지 마.’라고 주의를 줄 수 있는 거야?”
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는 그 시간의 네가 사라져.”
“사라진다고?”
“응, 타임 슬립한 너와 그 시간의 네가 교체되는 거야. 과거와 미래의 네가 사라지고, 그 시간으로 이동한 네가 진짜이면서 유일한 도모히코가 되는 거야.”
“오호.”
실제로 내가 타임 슬립을 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유의 이야기는 사뭇 흥미로웠다. 유가 유적지 한켠에 서 있는 키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만약에 내가 갑자기 미래로 돌아가게 되면, 저 나무 밑을 파 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너에게 내가 모든 걸 얘기한 게 밝혀지면 요양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무한테도 네 비밀을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셔.”
“응.”
유가 웃는 듯 우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1~43쪽에서
벚꽃 피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마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이 한심하기만 하다. 자기와 달리 밝고 긍정적인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서 더욱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벚꽃 지다’라는 뜻 모를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마치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저는…….”
마치는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 아이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다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안 한다고 말하자.’
초등학교 때도 늘 그랬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며 주의를 들었고, 누군가의 부탁을 좀처럼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치, 어때? 서기는 싫어?”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마치는 서기가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것이 싫다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도무지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거절은커녕 “할게요.” 하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흘러나왔다. ―67~68쪽에서
서기로 임원 활동을 하면서 반장인 미나미를 비롯해 여러 친구들과 친해진 마치는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시온을 찾아가기도 하고, 부활동도 착실하게 하면서 조금씩 학교에 적응해 간다. 그런 와중에도 베일에 싸인 쪽지의 주인과 지속적으로 도서관 펜팔을 이어가며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준다.
두 번째 권을 펼쳤더니, 마치가 끼워 둔 편지가 온데간데없었다. 세 번째 권을 펼쳐 보니 새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이전처럼 가늘고 기다란 편지지에 한 줄의 편지가 쓰여 있었다. 내용은 이전의 쪽지와 전혀 달랐다.
놀랐어요. 좋아하는 책이 같다니, 어떤 책이에요?
여느 때처럼 혼잣말이 아니라 분명히 마치에게 보내는 답장이었다. 쪽지를 쥔 마치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마치는 서둘러서 다시 답장을 썼다. 이번에는 네 번째 권에 끼우기 위해서였다.
쪽지를 찾은 책은 《검은 형제들》,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여름으로 가는 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에요. 왜 쪽지를 쓰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마치 보물찾기 같아서, 1학기 때는 책을 빌릴 때마다 쪽지를 찾는 게 즐거웠어요.
도서 대출 카드를 살펴보았지만 새로 적힌 이름은 없었다. 역시 쪽지를 끼워 놓는 상대는 책을 빌리더라도 이름은 쓰지 않는 듯했다. 뭔가 사정이 있는지도 몰랐다.
다음 날, 방과 후에 도서관에 갔더니 이번에는 다섯 번째 권에 답장이 끼워져 있었다. 네 번째 권에 끼워 둔 마치의 편지는 사라진 상태였다.
남에게 말 못 하는 것도 종이에는 쓸 수 있어서요.
마치 펜팔 같았다. 처음에는 쪽지를 주고받는 게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이제는 하루나 이틀 사이에 답장이 왔다.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는 일곱 번째 책인 《마지막 전투》에서 끝나기 때문에 더는 쪽지를 끼워 둘 책이 없었다. 마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섯 번째 권에 이렇게 쪽지를 적어서 넣어 두었다.
다음 권이면 시리즈가 끝나는데, 저는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133~134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잇페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친한 친구와 함께 영화 동호회를 조직하고는, 정식 동아리로 만들기 위해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우연히 도서관에 들렀다가 여자 주인공에 적격인 3학년 다치바나 선배를 보게 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는 끈질긴 구애 작전을 시작한다. 꿈적도 않던 다치바나 선배가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을 찾아 주면 영화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자 달랑 세 명인 부원 모두 책 찾기에 혈안이 되고, 이 과정에서 선배의 남모를 고민과 아픔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나는 영화부를 만들고 싶었고, 다쿠시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의견이 갈렸지만 인원수가 많은 편이 동아리를 새로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가위바위보를 했고, 내가 이겼다.
다쿠시는 못마땅해했지만, 얼마쯤 지나자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그림 콘티로 그려 주기 시작했다. 사람과 기자재도 없고, 영화를 찍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동호회였지만, 공책을 몇 권이나 써 가면서 ‘장차 찍고 싶은 영화를 구상해서 그리는 일’에 푹 빠졌다. 그래도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것처럼 즐겁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1월 달에 류가 합류했다. 동호회 방으로 사용하는 기술실에 훌쩍 나타난 류를 본 순간,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쿠타 류. 반은 다르지만 여학생들이 하도 떠들어 대는 통에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 누구와 닮았다는 둥, 아니 더 멋있다는 둥, 나나 다쿠시는 평생 들을 수 없는 말을 수시로 듣는 데다 성적도 좋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서,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녀석이었다. ―174쪽에서
“아무튼 그렇게 화려하고 큰 무대가 학교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서예부나 영어 회화부도 각기 나름의 활동을 하고 있고, 응원단이 꼭 옆에서 응원을 해 줄 필요는 없잖아? 학교는 눈에 띄는 일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하면 좀 이해가 될까?”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횡설수설했다. 너무 자학적인 생각인 것 같아서 핵심을 흐리는 설명이 되고 말았다. 쉽게 말하면, 나는 내가 학교의 주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다쿠시도 나와 같은 생각일 듯했다.
학교가 모두의 것이라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학교는 우리가 아니라 공부 잘하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그 와중에 인기도 있어서 이성 친구까지 사귀는, 그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할 수 있는 ‘그들’의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선생님과 어른들은 반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을 대놓고 칭찬하고, 세상 사람들 역시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같은 학교에 다녀도 우리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부류는 덜떨어진 아이들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는 솔직히 오기도 좀 있었다. 우리도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189~190쪽에서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1980년에 야마나시 현에서 태어나 지바 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에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1년《츠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2012년 소설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지은 책으로 《밤과 노는 아이들》 《얼음고래》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나의 계량스푼》 등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와 학교라는 공간에 흐르는 숨 막히는 정서를 치밀하게 묘사하기로 정평이 난 그의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여러 편 제작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자 김윤수는 동덕여자대학교 일어 일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 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완전한 수장룡의 날》《49일의 레시피》 《너를 위한 해피엔딩》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유머의 공식》 《한밤중의 베이커리》 《부자의 그릇》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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