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를 위한 규례들 [신 17장]
[내용개요]
가나안 땅에서 지켜야 할 규례에 관한 계속된 언급 중에서 본장은 재판 제도와 왕 제도에 관한 언급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나님께 흠 없는 제물을 드릴 것과 우상 숭배하는 자들을 죽일 것에 대한 규례가 언급된 다음(1-7절), 재판에 관한 규례가 나타난다. 재판은 레위 제사장이나 당시 재판장이 행하되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행해야 하며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 결과에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8-13절). 한편 왕이 될 자의 자격과 의무에 대한 규례가 나타나는데 왕은 동족 중에서 정하되 그는 축재와 축첩을 금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다스려야 했다(14-20절).
[강 해]
전장에 이어서 모세는 본장에서도 우상 숭배를 금지하며 하나님을 참되게 섬기는 법과 재판에 관한 규례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그리고 특히 이스라엘에 생겨나게 될 왕정 제도에 대해서 예언적인 규례를 선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리하여 반드시 하나님의 택하신 자를 왕위에 세울 것과 왕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례에 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우상 숭배를 금지함
1) 우상 숭배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함
특히 모세는 본장에서 이제 곧 가나안에 들어가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곳에 들어가서 빠지게 될 우상 숭배를 경고하면서, 그 우상 숭배에 빠지게 될 자들에 대한 처벌 규례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섬기기를 포기하고 가나안의 신들을 섬기는 행위는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우상 숭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언약을 저버리는 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쳐죽여야 했습니다. 특히 그들을 성문으로 끌어내어 돌로 쳐죽인 것은 그들이 우상 숭배로 인해 당하는 죽음이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들에게 경계가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성문은 사교나 거래, 재판 등이 이루어지는 공공 장소 였습니다. 또한 돌로 쳐죽이는 형벌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이스라엘 공동체를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고와 예방 차원의 처형법이었습니다.
a. 거짓 예배자들인 이스라엘 백성들(왕하21:3)
b. 우상 숭배자를 피해야 함(고전10:14)
2) 두 증인 이상의 증거로만 처벌할 것
우상 숭배자를 반드시 처형해서 이스라엘의 경계로 삼아야 했지만, 하나님의 율법 이 가지고 있는 공평성은 반드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거를 통해서만 죽이라는 명령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는 곧 귀중한 인간의 생명이 무고나 시기에 의한 위증으로 죽음당하지 않게 하는 인권법이요, 긍휼과 자비가 반영된 법이었던 것입니다. 이 법은 이후 이스라엘의 처형법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증인이 먼저 그 죽음당할 자에게 손을 댄 후에 다른 백성들이 손을 대어 처형하게 한 것은, 만약 그 증인이 자신의 증언에 위증이 있고 피고의 무죄가 증명되면 똑같은 방법으로 위증자 자신이 처벌받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을 통해서 이스라엘에는 바른 재판법이 정립될 수 있었습니다.
a. 두세 명의 증인이 필요함(신19:15)
b. 일반 대중이 익히 아는 것도 증거가 됨(룻4:11)
2. 재판에 관한 규례
1) 중앙 재판소 제도를 지시함
두 사람 이상의 증인에 의해 우상 숭배자를 처형하라는 규례를 명령한 후 모세는 재판에 관한 제도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등의 부장 제도를 제정하여 그들이 백성들간의 대소사를 판결해 줌으로써, 해당 지파나 지역에서 거의 모든 송사가 판결났습니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하거나 판결이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중앙에 세워진 제사장과 재판장으로 구성된 재판소에서 판결받도록 했습니다. 이 제도는 후에 산헤드진 공의 회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앙 재판소를 통해 적어도 이스라엘 사회는 2 심제의 복수판결 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a. 족장 시대의 재판은 족장이 행함(창38:24)
b. 노로 귀환 후에 재판 제도가 부활됨(스7:25)
2) 판결을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한 처벌
중앙재판소에서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도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해서 하나님은 그를 죽여서 이스라엘 중에 악을 제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왜냐하면 제사장과 재판장이 율법에 근거해 내린 그 판결은 하나님의 권위로서 판결된 최종적 판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판결에 불복종한다면 그것은 당시의 재판소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하나님 자신에 대한 도전과 같은 것이므로 죽음의 형벌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a. 사사 시대에는 사사가 재판함(삿4:5)
b. 재판에 대한 법규(신16:18-20)
3. 왕정 제도에 관한 규례
1) 택하신 자를 왕위에 올릴 것
본래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왕이 필요 없는 정치 체제였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 주시고 모세라는 중보자를 통하여 그 정치 체제를 유지하시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세상의 다른 나라와 같은 군주를 따로 세울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후에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할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그 제도를 적극적이고 기쁜 뜻으로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참조, 삼상8:7).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할 것을 아셨고 왕정 제도가 이스라엘의 정치 제도가 될 것을 알고 계셨으므로 모세를 통하여 그 상황에 대하여 예언적인 규례를 주고 계신 것입니다. 왕을 세울 때는 반드시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여야만 했습니다. 타국인이 아닌 이스라엘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세워야 했던 것입니다.
a. 왕위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음(단5:18)
b. 공의로 보좌가 면고하게 됨(잠16:12)
2) 왕이 지켜야 할 규례
이스라엘의 왕이 된 자는 반드시 지켜야만 할 3대 규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첫째, 말을 많이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말의 주산지는 애굽이었습니다. 때문에 말을 많이 두려면 애굽과 교류해야 하고, 그러면 애굽의 우상들이 유입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왕에게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또한 말은 비유적으로 군사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나님보다 군대의 힘을 의존하지 말 것을 경고하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아내를 많이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이웃 나라와의 정략 결혼으로 인해 그 나라에서 섬기는 우상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왕이 향락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금지 사항이었습니다. 셋째는 은 금을 많이 쌓아 두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왕이 자신의 부를 추구해서는 백성들의 복지를 생각 할 수 없고, 하나님보다 부의 힘을 믿음으로써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이 멀어져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의 금지 사항 외에 모세는 왕에게 한 가지 중요한 권면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왕이 율법서를 등사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그것을 읽으며 하나님 경외하기를 배우고, 율법의 모든 말과 규례를 지켜 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왕이 말씀에 따라 살 때만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바른길로 잘 인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a. 왕은 공의로 다스려야 함(삼하23:3-4)
b. 재판도 왕의 업무(삼하15:2)
c. 왕을 폐하고 세우심은 하나님이심(단2:21)
결론
이스라엘 사회는 하나님의 택한 선민으로 구성된 독특한 사회였기에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그들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본장은 하나님께 바른 경배를 드리고, 우상 숭배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또한 재판의 판결과 왕의 제도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율법에 근거해서 행해야 할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독특한 정체성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도 세상 속에서 하나님만을 섬기는 택한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삶 속에서 생활화하기 위해 애쓰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할 것 입니 다.
[단어해설]
1절. 악질. 문자적으로 '나쁜 상처'. 곧 모든 형태의 결함을 의미. 가증한. 원어 <hb'[e/T:토에바>는 '지극히 미워하다'라는 뜻. 우상 숭배 행위 등과 관련해 극도로 혐오함을 의미.
2절. 악을 행하여. 우상 숭배 행위는 하나님께서 가장 가증히 여긴 것. 신성 모독죄에 해당됨. 어기고. '정도에 지나치다, 구역을 넘어서다'라는 뜻. 하나님의 뜻을 넘어서는 것이 곧 범죄임을 암시하고 있다(참조,사24:5).
3절. 일월성신. 해와 달을 비롯한 하늘의 모든 천체. 고대 근동인들이 숭배하던 것들.
5절. 성문. 많은 사람들이 회집하는 성의 출입구. 공식적인 재판이나 상거래 등이 이루어 지던 장소.
7절. 제할지니라. 원어 <r['B;:바아르>는 '불태우다, 소멸시키다'라는 뜻. 흔적도 없이 없애 버림을 의미.
8절. 송사. 상호간에 일어난 분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
10절. 택하신 곳. 예루살렘의 중앙 성소. 이곳은 하나님께서 지정해 주신 예배 장소로, 이스라엘의 순수 신앙의 보전과 사회 전체를 결속시키는 구심점의 역할을 했다.
12절. 천자히. 교만하게 행동함을 의미.
16절. 말. 고대 근동에서 말은 부귀와 강한 군사력을 나타냄 따라서 하나님을 의존해야 할 이스라엘의 왕이 말을 많이 소유하는 것은 비신앙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금지되었다.
17절. 미혹되게. '외면하게'라는 뜻. 나라를 다스려야 할 왕이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함을 지칭.
18절. 등사하여. '두루마리에 베끼어'. 왕은 율법서의 사본을 만들어 곁에 두고 항상 읽고 연구해야 했다.
20절. 장구하리라. '연기하다, 길게 하다'라는 뜻. 왕의 정치적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음을 나타낸다.
[신학주제]
왕 제도. 본장에서는 약 400년 후에 나타날 왕 제도에 관한 규례가 처음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스라엘은 하나님에 의해 다스려지는 신정 국가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러한 선견적 규례를 주신 이유는, 당시 왕 제도가 실시되던 고대 근동의 상황에서, 후에 이스라엘도 동일한 형태로 나아갈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장에 나타난 왕에 관한 규례는 세속적 왕 제도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당시 왕은 절대 권력을 가진 자로 자신의 의지에 의해 백성들을 통치하고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많은 후궁을 거느렸다. 그러나 성경은 그 모든 것을 금하고 있다. 이는 비록 시대적 요청에 따라 왕이 생겨도 이스라엘은 하나님에 의해 다스려지는 신정 국가임은 변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은 단지 하나님 통치의 대리인에 불과할 뿐이므로 다른 백성들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 것이다. 그러므로 축재와 축첩은 명백한 범죄에 해당된다.
[영적교훈]
재판장은 한 사회의 공의를 세우고 도덕적 순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본장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명령하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재판장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상에서 도덕적 재판장이 되어야 할 성도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성도들은 자신의 세상적 이익 때문에 진리를 거스르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비록 자신에게 물질적인 손해가 주어지고 해를 입는다고 할지라도 진실을 말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