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이야기]
1. 요령 피우기와 요령부득
요령 피우기는 잔꾀를 부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항상성을 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순간 순간의 위기를 타개하고 모면하는 일시 방편에 불과합니다.
두 번의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얻은 발견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어서 요즘 한계를 느낍니다. 그래서 정규 레슨을 받아야겠다는, 그래야 한 단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백을 잘 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한계를 느낍니다. 지속성 있게 안정적으로 정확하게 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묘기를 부리듯 한 번씩 위닝샷을 때리는 것으론 일시 자족할 순 있어도 정체를 면할 수 없다는 생각.
진짜 잘치는 고수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백쇼트가 정확하고 안정적입니다. 그래서인지 게임 포인트가 불리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더랍니다. 백쇼트가 실수도 거의 없고 공격적이고 위력적인 고수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위로 올라가려 할수록 더이상 잔꾀는 통하지 않으며 정확성도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기에 시합 중간에 자멸해 무너지기 쉽다는 깨달음.
요령 피우기와 반대로 요령부득인 경우도 있습니다. 코치는 규칙과 형식을 가르칠 뿐 요령을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간혹 대회가 있기 전에 요령을 몆가지 집중적으로 가르쳐주긴 하더랍니다만.
마치 논술학원에서 답 쓰는 요령을 가르쳐주곤 하지만 그렇게 배워서 좋은 성적을 얻기란 기대난망입니다. 요령은 스스로 습득하는 겁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헤아려볼 줄 알아야 하는데, 배우는 하나에만 집착하고 그에 천착하는 것이 요령부득.
2. "어깨 힘을 빼세요."
언젠가 유명한 오리고기집에 저와 몆몆 분에게 고기를 사주시며, 제가 미안해 하니까, "난 가진 게 돈 밖에 없어.ㅎㅎ"라며 농담을 하시던 형님. 요즘도 저만 보면 시원한 거 마시러 가자며 아아를 사주시는 늘 고마운 형님.
오늘 국민체육센터에 사모님과 함께 랠리를 하시길래, 인사를 드리고 "잘 되십니까?" 하고 한 마디 건네자마자, "잘 안 돼~ㅎㅎ"라시며 쓴웃음을 지으시길래, 옆에서 랠리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폼은 형수님이 더 좋습니다.ㅎㅎ 그런데 형님은 어깨 힘을 빼세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라며 조언을 드림. 형님 얼굴 표정을 보니 이해를 잘 못하시는 듯해서 다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포핸드 치는데 다섯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라켓 면으로 벽을 만들어 그대로 미는 것, 다음이 손목으로 치는 것, 그 다음이 팔뚝으로 치는 것, 그리고 다음엔 어깨로 치는 것. 그런데 형님은 앞엣 것들을 생략하고 어깨힘만으로 치고 계세요. 마지막 단계는 온몸으로 치는 것으로, 허리 무릎과 체중까지 실어 치는 게 있습니다."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시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로 미소 띈 얼굴로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드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3. 반자, 도지동
"되돌아오는 것, 그것은 도의 움직임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남이 싫어하는 것,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점점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심으로 대하건만 되돌아오는 것은 뻔뻔함과 무례함 혹은 적대감이고 더 나아가서는 무도함을 접합니다. 가히 인성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인면수심의 괴물들.
그나마 때때로 좋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기에 괴롭지만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중.
사족이지만, 탁구와 정치를 비교 대조해 본다면,
대통령의 인사권이 마치 탁구의 원포인트 레슨처럼 원포인트 임명이 남발된다면 국가 운영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요?
가령, 영부인 수사 방탄용으로 이창수 중앙지검장을 원포인트 임명한 거하며, MBC 사장 찍어내기용으로 "빵순이"로 조롱받는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으로 원포인트 임명하려는 거하며, 채해병 사건을 덮으려고(?)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원포인트 임명했던 거하며,
국가 운영이 마치 원포인트 탁구 레슨처럼 임시방편용이 남발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보옵니다. 지속성도 정확성도 안정성도 보장될 수 없겠나이다.
kjm / 2024.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