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종이책이 사라지는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 종이책은 불편하고 귀찮아지게 마련이다. 종이책이 물류 불편 장애 때문에 외면당할 위기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읽는데, 의존하는 세월이다. 책값과 물류비용도 장애가 되지만, 때와 장소 구분 없이 편하게 읽는 문화 편리성 장점이다. 이는 비양심 출판사가 스스로 앞당겨 자초하는 일이었다. 저자의 불신을 감당키 어려워 전자책으로 빠른 변화가 대답하는 과정이다. 책의 내용이 담긴 간단한 웹 주소만 폰에 담고 다니면 무거운 책 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세상이다. 많은 분량 전집도 폰으로 읽도록 저자가 손쉽게 만드는 편한 전자출판이다. 글 쓰는 족족 인터넷 공개 방에 올리면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다.
처가 서고에서 장인어른 읽으셨던 책을 살펴본 일이 생각난다. 장인어른 공부하신 사서삼경이 고서로 보존되고 있었다. 손때가 짙은 흔적을 보아 공부한 책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특히 한문 교육서 시경과 서경을 더불어 주역도 함께 보관되고 있었다. 농촌에 당시 한문 교육서 삼경을 배운 사람이 흔치 않았을 것이다. 자녀 육 남매를 키우신 장인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자식은 육성하지 못한 안타까운 느낌이다. 그래도 막내딸이 나에게 시집와서 이름난 자손을 남기고 있어 문득 보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 한문을 배워서 한문 교육서 사서삼경 책 과목을 알고 있다. 다니던 서당에서 선배들이 배우는 사서삼경 책을 직접 보기도 했다. 배우는 과정을 보고 들어서 어떤 글귀는 선배 따라 외우기도 했다. 서당에서 들은풍월로 배우는 글귀도 많았다. 논어를 배우는 선배 학동이 소리로 되뇌는 글귀 가운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군자는 누구와도 친하지만 편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자기편을 만들어 진심으로 친하지는 않는다." 논어 위정편에 있는 글을 큰 목소리로 반복하니 듣는 나까지 외우게 된다. 말 그대로 들은풍월의 배움이다. 아내도 옛날 장인어른 영향에 들은풍월 효과로 나에게 시집온 성과 느낌이다.
배움이 들은풍월로도 효과를 높이는 세상이다. 구태여 어려운 한문 전달 방법 고집도 벗어난 문화공간 활용 편리함이다. 글로 하여 장인어른 태도 교육도 딸에게 정신으로 전이되어 나를 만나게 유도된 일인지도 알 수 없다. 마치 태교 효과처럼 유독 막내딸만 지혜를 전수한 듯하다. 사서삼경을 배운 정신적인 효과가 딸에게 전이를 일으켜 자손과 연결인 것 같다. 변호사도 목사도 작가도 만나게 하는 신비스러운 영험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들은풍월로 70년이 훨씬 지난 논어 글귀가 지금도 내 기억에 살아있는 일처럼 말이다.
우리 누님은 한문을 배우지 않아도 한문책의 유명한 글귀를 곧잘 외우는 것을 보았다. 문중 아저씨와 오빠들이 한문을 배우는 바람에 동냥 글로 흘러 배운 들은풍월 혜택이다. 나보다 열한 살이 많은 큰누님은 천자문 책 절반은 외우셨다. 들은풍월로 배운 지식이다. 고사성어도 많이 알고 있었다. 들은풍월 효과가 퍽 컸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다. 서당 개 3년에 풍월한다는 속담이 그냥 생겨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마음으로 전하는 교육 효과처럼 혈육의 찐한 감성이 줄탁동시(啐啄同時)로 전해지나 보다. (글 : 박용 20260504 에세이 15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