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이태균 칼럼 민심 왜곡하는 혐오 정치
- 경남매일
- 승인 2024.05.2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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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태균
한국 정치는 크게 두 개의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정치권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소신으로 조선 시대에 선비처럼 초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 셰계가 최선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날 이렇게 양분된 정치적인 이념 세계가 우리 사회의 현주소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4.10 총선에서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의 눈에 들기위해 몸부리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봤다. 자신을 극도로 낮추면서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몸부림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그렇지만 반대편을 향한 증오와 비방을 부추기는 거친 언어를 남발하는 식으로 충성의 뜻을 보이는 행태는 가엽고 비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금배지를 새로 달거나 계속 유지하려면 그런 정도의 ‘비굴’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공천권을 손에 쥔 당 대표에 대한 “예스 맨”을 요구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분류하는 충성심 테스트다. 입신양면을 위해 자신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권력자에게 아부하면서 거짓말을 입 밖에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권력자의 신뢰를 받아도 좋을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한 현상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공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소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친명과 찐명’은 살아남고 이 대표에 비판적인 비명은 공천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를 억눌러선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민주화 운동으로 쟁취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는 질곡의 연속이었다. 군사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를 거치면서 우리는 권위주의와 작별하기를 원했다. 민주화 이후 정부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늘 지적돼 온 것이 보여주듯 국가는 물론이고 정당과 사회단체에서도 군림하려 드는 리더의 설 자리는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으로 이러한 방향을 거슬리고 있다. 총선에서 대승한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되어 여당과 협의없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생각도 마치 국민들의 뜻인냥 호도 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동력 중 하나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꼽힌다. 상명하복의 권위적 질서가 남아있는 검찰 내부에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모습에 국민은 큰 박수를 보냈다. 시대에 뒤처진 리더십은 금방 들통나고 만다. 국민이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인사와 정책 추진 등 모든 영역에서 자신을 낮추고 경청하는 리더십으로 바뀌지 않으면 지지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공정과 상식, 나아가 법에 따른 국정운영은 민주 국가 국정운영의 기본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 가장 큰 자산이 무엇이었는지 성찰하면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과 유권자들도 다를 게 없다. 다수는 진영 논리에 갇혀 진영을 뛰어넘어 사유할 여유도 없다. 진보와 보수 양진영의 절대 지지층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진영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치사다. 자꾸 여론조사를 왜 하는지 궁금하다. 여론조사에서 진보층 지지자는 답하는 사람이 비교적 많은 반면, 보수를 지지하는 절대 지지층은 여론 조사시 응답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것이 세론이다. 따라서 어떤 이슈건 물으나 마나다. 진영에 따라 예정된 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보수와 진보의 절대 지지층은 약 30% 씩 양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도가 약 20%이며, 가장 유동성이 큰 무당층은 20%로 가정해 보면 여론조사의 샘플은 중도와 무당층의 약 40% 의견을 묻는 게 여론조사의 본질이되어야 할 것이다.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동일한 조사기간에 발표하는 결과도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진영논리에 갇힌 국민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도 사실인냥 혼돈에 빠지고 만다.
모든 정치인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규칙은 없다. 상대 진영 정치인을 향해선 법과 도덕성을 엄격하게 요구하면서도 자기 진영 정치인에겐 이른바 ‘눈감기’로 대응한다. 마주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두려운 진실은 한사코 회피하면서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비방으로 그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든다. 이것이 우리가 벗어나야 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혐오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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