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은 한반도 폭염,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수 있다
최근세 목사 (함께하는 교회)
폭염 시대를 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주는 101년 만에 가장 무더운 여름 밤…46일 연속 열대야 이는 제주의 열대야 지속 일수를 관측 시작한 1923년 이래 최장 기록이다. 서울은 30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초로 최장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급의 살인적 폭염이 재앙 수준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들과 같은 열대기후가 되어 하루하루 더위를 이겨내는게 힘겨울 정도다. 그야말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33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보다 ‘지구 열대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한 더위가 일상이 돼 가고 있다. 폭염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사회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 연일 폭염 특보 발령으로 무더위로 인한 가축 피해와 뜨거운 바다가 물고기를 삶아버리는 양식어류 폐사 피해도 늘고 있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폭염은 누구나 일상이 괴롭지만 더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사회적 약자다. 지하철 역사에서 더위를 피해야 하는 노인들,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을 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에너지 약자들이 있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폭염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폭염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폭염과 가뭄, 한파, 폭설과 폭우 등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에서는 50년 만의 역대급 폭염으로 강물이 말랐다. 이탈리아에서도 70년 만의 가뭄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더위에 지친 소들은 들녘에서 쓰러지고 있다. 파키스탄 나라 전체가 펄펄 끓더니,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기후 재앙으로 규정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구촌 한 구석에서는 강이 마르고, 폭염에 시달리고, 다른 한 구석에서는 홍수가 나고 지구촌이 대 자연의 재앙에 신음하고 있다.
폭염은 태풍이나 폭우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 없는 재난’으로 불린다. 올해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전 세계를 극한 폭염으로 몰아넣은 데다 한반도의 경우 예년보다 습도까지 높은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폭염은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자연재난이다.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101년 만의 열대야 최장 기록
정부가 2018년 호우 태풍 강풍 대설과 함께 폭염을 5대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한 이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나머지 4개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을 모두 합한 수보다도 많다. 연일 30℃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감시체계 가동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눈여겨 볼 것은 사망자의 절반이 밭과 논에서 일하던 7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다. 농업 특성상 수확과 병충해 방제를 제때 하지 못하면 작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요즘 같은 폭염에도 어쩔 수 없이 고령의 농업인들은 논밭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더욱이 농촌은 사람이 적고 거주지나 논밭 거리가 멀어 일하다가 안전사고나 건강상 위급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히 발견하기 어렵고, 의료기관과의 접근성도 떨어지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쳐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가운데 온열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열 스트레스 지수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더한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를 보면 대다수가 경제적·신체적 취약계층이다. 정부는 이들 계층에 대해 보다 더 세심하게 보호하여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되겠다. 개개인들도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물 마시기·휴식 등 건강 관리에 더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폭염은 혹한이나 폭우와 같은 다른 기후재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처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매 계절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는 인식이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재앙적 기상 상황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그래서 탄소중립에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의 기상 상황은 지구가 보내는 경고이다. 당장의 경제발전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더 필요한 이유다. 산업혁명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도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의 기후 변화 모습을 만든 장본인인 만큼, 기후 변화 문제에 보다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의 재앙 앞에 속수무책인 너무나도 초라한 인간의 단면을 보면서 지구촌 곳곳의 자연재해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 연대의식을 기대한다.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를 대응하지 못할 경우 무서운 지구촌의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대구 더위가 아프리카 못지않다는 뜻으로 ‘대프리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구의 여름 온도가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것은 녹지를 늘려 폭염을 다스려 온 결과다. 30년의 세월을 거쳐 대프리카를 벗어나게 된 녹지를 살리는 대구의 성공사례를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기후재앙을 대비하며 한 그루의 사과나무부터 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