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 아닌 어른의 아버지
하느님 나라의 입국 비자를 가진 완벽한 자격자
따라서 어른이 될 필요가 전혀 없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되는데
어른이야말로 어린이가 되어야 할
어린이의 아들인데도
힘만 센 어른들은 어린이의 완전함을 구기고 때묻히며 자유로운 어린이를 틀 속에 쑤셔박아 찌부러트리며, 어린이는 미성년자라고, 미성년자를 성년자로 키우는 일이 어른의 사명이라고
우격다짐으로
어린이의 아들이 어른의 아버지를 자르치려 들며
행복한 어린이를 불행한 어른으로 퇴행시키려 들며
어른의 아버지에게 어린이의 아들을 닮으라고 윽박지르는
교육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거꾸로 사업
- 유안진, <어린이의 아들이 어른의 아버지를 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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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성경골든벨이 우리 교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성경범위가 정해지고, 예상문제도 나왔지만 우리 아이들이 최근에 들어서야 참여를 결정하여 부리나케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선생님들은 주중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불러놓고는 밥도 먹여가며 열심히 성경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성경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모여 얼굴 마주하고 장난치는 게 좋아 웃고 장난치고 떠드느라 선생님들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입니다. 하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잘 가르쳐주지 못한 탓도물론 있겠지만 저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마저 사랑스럽습니다. 체계적인 신앙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선 것이 함께함의 기쁨을 누리고, 예수님처럼 좋은 성품을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천국을 사는 아이들의 특징은 기쁨입니다. 아이들은 별것 아닌 것 가지고도 함박웃음을 짓곤 하지요. 웃음은 천국의 소유한 이의 특징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교회에 나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을 언제나 흐믓하게 바라보곤 하지만, 제가 정색을 하며 아이들을 혼낼 때가 있습니다. 바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입니다. 지난 달에 도서관 입구에 있는 트리안에 메뚜기 한 마리가 기웃거리더니 이내 계속 그곳에서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도 조심스레 주며 메뚜기와 교감하며 며칠을 보냈는데, 어느 날 메뚜기는 온데간데 없고 메뚜기 뒷다리만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짐작이 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따끔하게 충고하였고, 아이는 그런 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비록 성경지식은 없더라도 생명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왜소해지고, 때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입이 거칠어지고, 때론 폭력도 서슴치 않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그들의 하얀 도화지와 같은 심성에 흑색빛깔을 색칠해놓은 것은 입으론 바르게 살라 하면서, 속으론 탐욕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뭐라 할 자격이 있을까요? 율법을 달달 외우며 그 수많은 조항들을 열심히 지켜 행하지만, 정작 율법의 정신은 외면하며 살았던 바라새인들에게 참 교육을 하셨던 예수님께서 아이들 앞에서 가르치려고만 드는 우리 어른들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요? 성경지식은 차차 알아가면 그만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기쁨을 잃지 않고, 생명을 사랑할 줄 알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202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