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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에서 약사가 환자 개인별 약물요법을 검토하거나 조제·투약할 때 가장 많이 대처해야 하는 상황 중 하나는 “적절한 용량이 투여되고 있는가?”일 것이다. 소위 약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16세기 의학자 파라셀수스(Paracelsus)는 “모든 약은 독이고 용량의 문제일 뿐”이라는 말을 남겨, 안전하게 적절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약물 용량의 중요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후 미국 FDA는 1906년 식품의약법 통과 이래로 신약 출시 전 안전성을 입증하여 의약품 시판 시 라벨과 포장지 등에 적절한 용량·용법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의약품 허가사항 상 용량·용법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시판 전 임상평가 시 포함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평가된 용량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용량’은 해당 환자에게 약물 투여가 필요한 적응증을 제외하고 신장 및 간 등 각종 장기의 기능이나 키, 체중 등이 시판 전 임상시험에 포함된 환자와 유사할 경우에 해당되는 용량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각종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 소아 환자, 비만 환자, 근감소증을 동반한 고령 환자 등 의약품의 시판 전 임상시험을 통해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환자에게 해당 의약품 투여가 필요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와 같이, 의약품의 상용량 설정 시 충분히 평가되지 않은 환자들에게 투여할 적정 용량·용법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환자들에게 용량·용법만 조절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학문 분야가 바로 계량약리학(pharmacometrics, PMX, PM)이다.
1. 계량약리학의 개념
계량약리학이란 다수의 환자나 개인으로부터 확보한 데이터에 여러가지 통계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약물에 대한 치료반응과 이상반응을 계량(quantification)하고 개인 간 차이를 통합적으로 분석·예측하기 위해, 약리학, 약제학,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 PK), 약력학(pharmacodynamics, PD) 등 약학 전반 지식과 수학적 통계 분석방법, 컴퓨터를 활용한 고효율 연산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융합한 다학제 학문 분야이다<그림1>.
계량약리 모델링은 질병의 진행, 약물 동태, 약물 반응 등 약물, 질병, 임상시험 정보를 정량화하여, 계량약리학 모델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임상시험 수행 전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을 개발하고 규제적 의사결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신장·간기능 저하 환자, 소아 환자, 비만 환자, 특정 유전형을 보유한 환자 등 일반 성인 환자 대비 그 모집단(population)의 크기가 작고 신약 투여 관련 위험도 또한 높은 경우에는 주어진 시간과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해당 환자들을 포함한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기반 적정 용량·용법을 제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계량약리 모델 기반 시뮬레이션 수행을 통해 임상시험 소요 시간·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적정 약물요법의 예측이 가능하다.
2. 개인별 적정 약물요법 실현을 위한 계량약리학 접근 방법(model-informed precision dosing, MIPD)
간혹 퇴원 환자의 약물 용량이 일반적인 용량과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규제기관에서 허가한 용량 정보를 토대로 용량·용법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잘못된 용량·용법이 아니라 계량약리학 모델 기반의 개인별 맞춤 용량·용법일 수 있으므로 처방의에게 용량·용법 수정 요청 전 먼저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각국 규제기관의 의약품 적정·안전 사용 방안 강화 마련 움직임에 따라 과거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평가되지 않던 신장·간기능 저하 환자, 소아 환자, 비만 환자, 특정 유전형을 보유한 환자 등에 대한 용량·용법 정보가 허가사항에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허가사항 상 용량·용법은 ‘신기능 저하 환자 용량·용법’ ‘소아 용량·용법’ 등 특정 ‘환자군’에 대한 정보가 제시되어 있어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특징을 가진 ‘개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정보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개인 환자별 특정 요인이 약물의 체내 농도, 궁극적으로는 약물의 치료반응과 이상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적용하는 연구 방법론이 계량약리학이다. 이는 ‘특정 유전 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와 같이 허가사항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약물 거동 예측 또한 가능하게끔 한다.
약국가에서 제2형 당뇨병의 치료제로 흔히 접하는 메트포르민은 이러한 계량약리학적 접근의 필요성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거 신기능 저하자에게 일괄 금기였던 메트포르민이 신기능 단계별 감량을 전제로 eGFR 15mL/min 이상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는 데 있어서, 집단약동학(population pharmacokinetics) 연구가 과학적 근거로 기여한 바 있다.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PBPK) 모델링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신기능 저하가 동반된 노인의 메트포르민 전신 노출이, 정상적인 신기능을 가진 젊은 성인 대비 현저히 증가함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전신 PBPK 모델을 통해 신세뇨관 분비를 매개하는 OCT2(SLC22A2) 수송체의 특정 유전형 변이(808G>T)가 있는 경우 메트포르민의 신장 청소율 감소와 혈중 농도 상승이 정량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모델은 신기능 저하와 유전자형 변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상황에서도 메트포르민의 노출 증가를 단일 모델 내에서 통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임상적 의사결정 도구로서 MIPD를 위한 PBPK 모델 기반 약물의 용량·용법 조정안을 제시함으로써 높은 활용 가치를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 계량약리학 접근방법을 활용한 MIPD 제시 사례-항생제 cefazolin의 사례
다음으로는 병원 약사가 입원 환자의 항생제 처방 검토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약물 중 하나인 Cefazolin의 용량·용법 관련 구체적인 계량약리학 접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efazolin은 세팔로스포린계열 항생제로 분자량이 작은 편이고 친수성이 높아 체내에서 주로 세포 외 체액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이다. 허가사항 상 cefazolin은 성인에게 1일 1g을 2회 분할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체격이 증가한 비만 환자 대상 별도의 용량·용법은 제시된 바 없다.
Cefazolin의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는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비만 환자 대상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여, 임상 현장에서는 임상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상용량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용량을 증량하여 사용하는 등 일관성 있는 약물요법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하여 cefazolin 투여가 필요한 11명의 비만 환자와 12명의 정상체중 환자 총 23명의 환자를 모집하여 전향적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혈중 cefazolin 농도를 측정하여 <그림2>와 같이 개별 환자들의 특징이 반영된 계량약리 모델을 개발하고 이러한 모델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적정 치료반응에 도달할 확률을 예측하였다.
좌측 수식은 약물의 청소율(clearance, CL)이 신기능(CRCL)이 좋을수록, 즉 CRCL이 클수록 증가하며, 약물의 체내 분포 정도를 나타내는 분포용적(V1)은 체중(total body weight)이 증가할 수록 커지고, 혈중 알부민 농도(ALB)와 체질량지수(BMI)가 클수록 cefazolin이 체내에서 단백질과 결합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Bmax의 증가로 인해 체내 단백결합율이 증가하여, 약리작용 및 독성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단백결합을 하지 않은 약물의 분율이 감소하므로 치료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측 그래프는 각각 0.5시간 동안의 점적 정주(a), 3~4시간 동안의 연장 점적 정맥 주입(b) 시에, 특정 균주의 최소 세균 성장 억제 농도(minimum inhibitory concentration, MIC)에 따른 치료목표 달성 확률(PTA)을 보여주고 있다. MIC가 증가하여 균주의 저항성이 커질수록(그래프 우측) PTA는 감소하게 되며, 120kg 이상의 환자에게는 기존 용량의 증량 및 투여시간 연장이 치료 성공과 연결됨을 시사한다. 최종적으로 체중 120kg 이상의 비만 환자에게는 체중 120kg 미만의 정상 체중 환자에 비해 50% 용량을 증량하는 것이 권고됐다.
4. 맺음말
인구구조의 다양화에 따라 고령자, 만성질환자, 비만환자 등 시판 전 의약품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근거가 생성되지 못한 환자들에게 의약품의 투여가 필요한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환자별 인구학적·임상적 특징의 차이로 인하여 약물반응 역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적절한 용량·용법의 조정은 필수적이다.
계량약리학 모델링·시뮬레이션은 개별 환자들의 특징이 약물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종합평가함으로써 개별 환자에게 맞춤형 최적 약물요법을 제공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임상 현장의 약사는 개별 환자들의 다양한 특징을 세심하게 살펴 이를 고려한 최적의 약물요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임상전문가로서, 계량약리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개별 환자의 다양한 특징이 약물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개인별 정밀 약물요법을 다양한 의료진과 환자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