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김현석님께서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호랑이 사랑방>게시판에 게재하신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훈훈하고 따뜻해서 원작자의 허락없이 이곳에 옮겨왔습니다. 이 글을 퍼옴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 장성호선수 감사해요..야구장에 다녀와서...★★
오늘은 야구 중계가 없더군요..마침 야구장 간지도 오래 되고 아들 녀석이 그렇게도
장성호 선수를 좋아하기에 ..그래, 오랫만에 시간을 내어 가보자! 하구서 집사람이랑
같이 야구장으로 출발 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같이 아이에게 즐거운 행운이 찾아올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울 아이는 99년 12월 29일 생입니다. 원래 예정일이 밀레니엄 베이비라 한참 떠들던
2000년 1월 1일이였는데 우찌된 녀석인지 3일먼저 태어나 나이를 그냥 한살 더먹게
되어 무늬만 5살인 녀석이지요..그런 녀석은 3대독자이신 할아버지..장손인 나 사이
에서 태어나 무지하게 귀여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녀석에게 올초에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놀이공원에 데리고 놀러 갔다가 갑자기 기구에 오른손이 끼어버려 심하게 뭉개져 다
쳐버렸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제가 뛰어 갔을때는 차마 쳐다보지 못할정
도로 손이, 그리고 손목이 부러지고 찢어져 있어 저는 그야말로 울부짖으면서
그 기구를 온 힘을 다해 오그러 뜨리고 손을 꺼냈습니다..그때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는 상태가 되고.. 119 구급차에 급히 실려가 병원에서 5시간동안 수술을 했
지만 상태가 아주 심각하였습니다. 의사는 오른손을 거의 포기하라는 어두운 말만
되풀이 하고...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였습니다. 의사는 오른손이 움직이지는
못하드라도 외형만이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게 하자고 하였습니다.
온 신경이 다 끊어져서...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의 한손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수는 없겠지요...
전국의 유명한 수족 전문 정형의를 찾아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한달후에
경기도의 어느 저명한 교수분에게 또 4시간동안 재수술을 받았지요.
어린 아이를 두번씩이나 그런 수술의 고통을 겪게 하는것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
습니다.
이제7개월 정도 흐른지금... 스스로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하더군요..밥먹던 오른손
을 쓰지 않고 왼손으로...서서히 왼손잡이가 되어 갈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와 아내가 둘다 야구를 좋아하는 터라 이 놈이 젖먹이 시절부터 야구장을 다니곤
했었지요. 울 아이는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부쩍 컸는지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아의 선수들 타순은 물론 배번까지 척척 다 외웠습니다. 응원가
도 몇번 들려주니 '최강의 기아'런런'무등골타이거즈' 라는 노래는 다 외웠습니다.
심지어 타팀의 주전들도 모두 다 외워 저보다도 배번 타순 등등을 쫙 꿰고 있습니다.
일어나면 30번 sbs sports부터 먼저 튼답니다... 이런 녀석이 언제부턴가 자기는
장성호라고 하더군요...
거실에서 플라스틱 배트에 고무공으로 야구를 많이 합니다.
오른손을 못쓰기 땜에 왼손 외다리 타법입니다. 그러면서 하는말 "아빠!! 나 장성호
하고 똑 같지? 그래? 안그래? !!" .......그래 네녀석이 그렇게 밝게만 커다오~!
항상 그렇듯이 1루쪽으로 향했습니다..6시가 조금 넘었더라구요...오늘은 덕아웃
위 자리인 맨 앞에 앉았습니다. 그 자리는 주로 어린 아이들을 데려오는분들이 주로
많이들 않더라구요...오늘은 평일이고 축구를 하는 날이여서 그런지 그렇게 많은
관중은 아니였습니다. 스피커에서는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리고 선수들은 외야에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덕아웃 앞에서 가벼운 캐치볼에 들어갔습니다..2인1조로..
그때 장성호 선수의 모습이 보이자 아이는 그물망 가까이까지 가더니 "장성호!!
장성호!!'를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소리땜에 선수들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을정도로 파묻혔습니다. 저와 아내는 뒤에서 지켜보면서웃음을 띄고 있
었지요..이제는 전에 야구장 올때보다 더 커서 선수들 이름도 크게 부르는구나 하구
요..
그때였습니다. 중간에 음악 소리가 멈추더군요...그러니 아이의 목소리는 선수들에
게 들릴만큼 야구장에 울려 퍼지게 되었습니다
"장성호 화이팅!!! 장성호 화이팅!!!"
장성호 선수가 잠깐 박재홍 선수와 캐치볼을 하다가 멈칫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예의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쳐다보더군요...아이는 다시한번 외쳤습니다.
"장성호 홈런!! 장성호 화이팅!!"
장성호 선수는 갑자기 저희 쪽으로 웃으면서 뛰여왔습니다. 아내는 깜짝 놀라
아이 옆으로 갔습니다. 그러더니 장성호 선수는 덕아웃 윗지붕을 잡고 올라와
공을 주려고 하더군요...그러나 덕아웃위의 그물이 넘 촘촘하게 매어있어 도저히
받을수가 없었습니다...울 아이는 막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했습니다.
덕아웃 지붕에 매달렸던 장성호 선수가 이번에는 울 아이와 아내에게 옆으로 오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 하면서.... 그러더니 결국은 덕아웃옆
티비 카메라 그물망 사이로 어렵게 공을 넣어주더군요....그러면서 아이에게 고맙다
는 눈 인사를 했습니다... 저도 놀라고 아내도 놀라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받은 공을 보물인양 여기고 왼손에 꼭 쥐었습니
다. 야구장에서..그리고 돌아오는 내내...집에 와서 피곤헤 쓰러져 잠들어 있는
왼손에도 여전히 그공은 쥐어져 있습니다...아마 꿈나라에서도 다시 장성호 선수를
만날련지...
아내는 장성호 선수가 정말 성격 좋은줄은 느낌으로 알았지만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
람 같다고 얘기 하더군요.. 아이에게는 커 나가면서 두고두고 자신의 우상에게서
받은 야구공을 자랑 삼아 한손의 장애를 딛고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리라 생각됩
니다.
물론 장성호 선수가 이 글을 볼 가능성은 적겠지만 너무나 감사하기에 이 홈페이지
에 글을 남깁니다.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올시즌 끝날때까지 계속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랍니다.
그리고 글재주도 없이 장황하게 긴 글쓴거 정말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런 감동적인 일이 자주 일어났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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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홈피 펌] 장성호 선수에 관한 글
1번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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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8
03.09.18 00:4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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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가 씩씩하게 자랐으면 하네여^^
베이브루스의 일화가 생각나네요^^ 우리 프로야구도 팬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전에 데이비스도 어린이들에게 공 주려고 많이 했던 거 같은데. 미국은 나라 자체는 잔인한 것 같은데,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멋지네여..장성호 선수..^^;; 자라나는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되어 준것 같네여..
오호 멋져라...기분이 좋아지네여..
장성호선수 한국프로야구선수들중에 매너없기로 대표적인 선수중에 한명이었는데 팬들과도 눈살 찌푸리는 일도 많이 만들고 했었는데 이제 나이가 먹고 철이 좀 들었나보군요.
아무리 매너없는사람이라도 자길좋아하는 사람에겐 저정도는하죠.....
이승엽과는 딴판이네요..ㅋ 아들 생일이라고 싸인한번말 해달라고 사정하는 한 아버지에게 눈길하나 안주던데...
이승엽선수 대구구장에서 팬이 요청하니까 자기 방망이도 그물사이로 넣어주던데요? 얼마전에 수원에서는 아저씨가 내민 배트 두자루에 사인을 해서 다시 그물사이로 넣어주기도 하구요. 송진우 선수도 사인 거부하시는 날이 있습니다. 미담일 뿐인데 굳이 이승엽 선수와 비교하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이야.. 장성호 선수 멋지네염.. 다시 보게 됐어여.. ^^
ㅎㅎㅎ 이승엽선수....올해들어 이승엽선수와 좀 안면을 트게 됐는데..경기전에 덕아웃쪽에서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해볼수록...몬가 괜찮다하는 느낌이 듭니다...지난 추석 대구구장에서 만났을때도..그랬구여...아무튼 내일 대전경기가 기대됩니다..^^ 또 만나기로 했는데..ㅋㅋ
이승엽 선수 너무 욕하지 마셔요..의리있고 성실한 남자입니다..
이야 프로야구 정말 자랑스럽데.개다가 어린아이가 자기 팬이라는데 얼마나 좋을까? 다른구단선수들도 한화선수들의 성격을 좀 본받았으면 하네요^^ 아이 건강하게 키우세요^^ 제2 장성호 선수가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ㅎㅎ...전 얼레는 이승엽선수 참 시러했는데..요즘은 다르게 보구 있는 중이예여. 동기야 김제동씨 땜에 글케 된 건지만..또 가만히 보니간 괜찮은 구석두 꽤 많더라구염..ㅋㅋ..홈런 신기록 꼭 세웠음 해여..
장성호 예전에 공개적으로 박찬호가 부활 못 할거라고 말한 적이 있죠. 물론 현실로 드러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