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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전 잠실구장 마운드 위에 술을 뿌리며 행운이 깃들기를 바랐던 김재박 LG 감독(사진 맨 왼쪽). 그러나 현실은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사진=LG) |
Q. 6월 14일 LG 트윈스 1군 투수코치 다카하시 미치다케(53)가 전격 2군행을 통보받았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2군에서 신인 발굴 임무를 맡는다”는 것인데요. 외국인 투수코치가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간 것도 이상하지만, 보직 전환사유가 ‘신인 발굴’이라는 게 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시즌 초반만 해도 LG 연승의 가장 큰 공로자로 인정받았던 다카하시 코치가 갑자기 2군으로 내려간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코치들은 이상이 없는데 유독 LG 외국인 코치만 실패한 원인을 듣고 싶습니다. - 김민정 외 32명 -
A. 6월 12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선수 지도에 정신이 없던 김용수 LG 2군 투수코치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지금 잠실로요? 알았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통화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던 김 코치가 전화를 끊자마자 잠실구장으로 차를 몰았다.
“어디서 전화가 왔느냐고? 1군이었다.” 김 코치의 말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김재박 LG 감독의 호출이었다. 좀체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도 그럴 게 시즌 중 2군 감독이 1군 감독을 찾아오는 일은 있어도 1군 감독이 직접 2군 투수코치를 부르는 건 흔치 않다. 베테랑 김 코치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잠실구장으로 가는 내내 김 코치는 ‘어째서 감독님이 나를 호출하신 걸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이윽고 김 감독을 만난 김 코치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의문을 풀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김 감독이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게 뭘까.
“감독님께서 팀 운영에 관해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마운드 운용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특히나 ‘소통’을 강조하셨다. 대화 끝에 ‘열심히 해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이때만 해도 김 코치는 김 감독의 ‘열심히 해보자’란 말의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지 않았다. 그저 덕담이려니 했다. 2001년 현역은퇴 뒤 코치생활을 시작한 이래 1군 경험이 한 번도 없던 김 코치에게 갑자기 1군 승격 기회를 줄 리 만무했다.
이틀 후. 1군에서 다시 김 코치에게 연락이 왔다. 상대의 말은 짧고 간결했다. “김 코치. 6월 15일부터 1군에 합류하시오.”
코치 데뷔 8년 만에 1군 무대를 처음으로 밟게 된 김 코치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동안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카하시 1군 투수의 전격적인 2군행 LG 코치진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이 다카하시 투수코치다(사진=LG)
김재박 감독은 김용수 2군 투수코치를 면담한 13일 이미 1·2군 투수코치 교체 계획을 구단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다카하시 미치다케 코치를 2군으로 보내 신인선수를 육성케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구단 상층부에 전했고, 구단 역시 김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언뜻 다카하시 코치의 2군행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코치진의 교체는 프로야구에서 더는 생경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다카하시 코치의 2군행은 석연찮은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 중반 1군 투수코치를 갑자기 2군으로 보내면서 외부에 내세운 이유가 고작 ‘신인 발굴’이냐는 것이다. 그것도 외국인 투수코치를 말이다. 제아무리 무능한 외국인 코치라도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간 적은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설령 시즌 중 1군 투수코치를 2군으로 보내야 할 만큼 포스트 시즌 진출보다 신인 발굴과 육성이 중차대한 문제였다 해도 그렇다. 만약 사정이 그랬다면 시즌 전 다카하시 코치의 보직을 2군 투수코치로 정했어야 옳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양상문(현 롯데 2군 감독) 1군 투수코치가 떠난 자리에 다카하시 당시 투수 인스트럭터와 김용수 2군 코치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원포인트 개인지도에 능한 다카하시 코치를 2군 투수코치로 쓰고 김 코치를 1군 투수코치로 기용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 지도에 열성이었던 다카하시 코치를 인상 깊게 본 뒤 생각을 바꿨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이 김 코치를 ‘썩’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다카하시가 1군 투수코치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시즌 중 다카하시를 2군으로 보내고 내키지 않는 ‘김용수 카드’를 선택할 정도면 김 감독이 장고 이상의 고민을 했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구계에선 김 감독과 김 코치가 MBC 청룡(LG의 전신) 선·후배 사이지만, ‘소원한 관계’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자, 여기서 다시 원론적인 의문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과연 다카하시 코치의 2군행은 ‘신인 발굴’을 위한 것일까. 김용수 카드를 집어들 만큼 김 감독의 마음이 갑작스레 변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원칙과 정도의 지도자, 그러나 현실 앞에선 무력한 꿈일 뿐
다카하시 코치는 1974년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전일본고등학교선수권대회에서 3경기 연속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야구의 신동’이었다. 메이지대학에 진학한 뒤로도 가토리 요시타카(전 요미우리 투수코치)와 원투펀치를 이뤄 일본대학야구를 평정했다. 1979년 신인 드래프트 1위로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했을 때는 그해 가장 유력한 센트럴리그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데뷔 첫해 5승 4패 2세이브 평균자책 4.15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신인치고는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오른 겨드랑이의 혈관이 막히는 혈행장애에 시달리며 다음해부터 다카하시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1983년 1승을 추가하는데 그친 다카하시는 1984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곧장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 미국 독립리그 출신으로 '코리아드림'을 꿈꿨던 릭 바우어. 하지만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사진=LG) |
1998년 주니치에서 뛰던 이상훈은 당시 불펜코치였던 다카하시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카하시 코치가 없었다면 그해 재기가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게 이상훈의 생각이다. 이상훈은 “현역 시절 너무 많은 훈련 탓에 혈행장애가 찾아올 만큼 다카하시는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던 이”이라며 “장인정신이 몸에 밴 훌륭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1995년과 1997년 두 해를 제외하고 21년간 주니치 2군 코치로 활동했던 다카하시의 일본 내 평도 이상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칙과 소신의 코치’와 ‘정도(正道)를 걷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특히나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 보직을 확실히 구분해 이를 실전에서 정확히 적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투수들을 혹사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카하시에게 붙는 호평 가운데 하나다.
5월 초 LG가 8연승을 달리며 팀 순위가 2위까지 올랐을 때 다카하시 코치는 LG 변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다카하시 코치의 지도 덕분에 투수들의 제구와 집중력이 향상됐다는 찬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김성근 SK 감독이 “다카하시 코치의 지도로 심수창, 최원호 등 LG의 많은 투수의 제구력이 향상됐다”고 칭찬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호평은 악평의 이란성 쌍둥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찬사를 한몸에 받던 다카하시 코치가 6월 들어 LG가 연패를 기록하자 팀 패배의 원흉으로 떠오른 것이다. 팀 타율은 2할9푼으로 8개 구단 가운데 1위지만 팀 평균자책이 5.43에 이른 게 문제였다. 특히나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구원투수진 평균자책 5.54가 다카하시 코치의 입지를 흔들었다.
그러나 LG 투수진의 붕괴가 다카하시 코치의 2군행을 가져온 결정적 계기는 아니었다. 마운드 운용을 두고 김 감독과 보이지 않는 이견을 보인 게 문제였다.
LG 모 코치의 말을 들어보자. “다카하시 코치는 투수 분업에 충실한 지도자였다. 이기는 경기엔 정찬헌, 우규민 등 필승 구원투수 조를 투입하고 지는 경기엔 따로 투수들을 기용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며 다카하시 코치의 원칙이 흔들렸다. 지는 경기라도 따라붙을 가능성이 보이면 필승 구원투수 조가 등판하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다카하시 코치의 투수진 운용이 바뀌게 된 이유에 관해선 함구했다. 그러나 팀 운영의 최종 결정권자인 김재박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 감독은 경기 중 다카하시 코치의 불펜 운영을 보며 혼잣말로 몇 차례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경기 중 감독이 '몸을 풀 것'이라고 예상하는 구원투수와 투수코치가 실제로 불펜에서 '몸을 풀게 하는' 구원투수가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이 다카하시 코치에게 불만을 내색하는 법은 없었다고 한다. 되레 다카하시 코치를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일체의 아쉬움이나 불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단다. 물론 언어의 장벽도 무시할 수 없는 어려움이었다.
김 감독과 잘 아는 야구인은 “김 감독이 다카하시 코치와 소통에 한계를 느낀 것 같다”며 “아무래도 일본인 코치이다 보니 원활한 의사교환이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김 감독이 답답함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결국, 다카하시 코치의 마운드 운용과 자신의 생각이 계속 어긋나자 김 감독은 '투수코치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구단 상층부에도 "마운드 운용관이 다르고,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 연예인 시구자에게 투구를 지도하는 우규민(사진 왼쪽)(사진=LG) |
김 감독이 다카하시 코치의 2군행을 결심한 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잠실구장에서 치른 두산과의 3연전 직후로 파악된다. 김 감독은 이때 다카하시 코치의 대안으로 심수창, 정재복 등 1군 주력투수들을 잘 아는 김용수 코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해설가는 “심수창, 정재복 등이 흔들릴 때마다 2군에서 김 코치의 지도로 안정을 찾고 1군으로 복귀하게 마련이었다”며 “김 감독이 김 코치에게 바라는 것도 극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을 감싸주는 맏형 같은 역할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해설가는 “김 감독의 다카하시 1군 투수코치 기용은 처음부터 실패 가능성이 큰 선택이었다”며 “앞으로 외국인 코치진을 고려하는 팀에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매우 정확한 지적이었다.
외국인 코치진 성공은 요행이 아니다
가토 하지매 SK 투수코치는 ‘성공한 지도자’로 불린다. SK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니 과찬도 아니다.
가토 코치는 현역시절 15년간 요미우리에서 뛰며 팀을 2번이나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한·일 두 나라 야구계에서 동시에 우승을 맛본 운 좋은 일본인인 셈이다.
세이부 라이온스 투수코치로 활동했을 때 가토 코치가 지도한 투수가 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다. 마쓰자카는 지금도 가토 코치의 지도에 고마워한다고. 세이부에서 코치를 그만두고서는 2002년 LG 투수 인스트럭터로 한국땅을 밟았다.
![]() 김용수 LG 1군 투수코치는 투수의 '단점'에 주목하는 이가 아니다. 투수의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하는 지도법으로 유명하다. 심수창이 1, 2군을 오갈 때 누구보다 그의 장점에 주목했던 이도 김 코치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8년만에 1군 코치를 맡은 김 코치의 활약이 기대된다(사진=LG) |
이때 LG 사령탑이 양승호 고려대 감독이다. 양 감독은 “가토 코치는 선수들의 세세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라 선수단으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막상 양 감독은 가토 코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LG 선수단에서도 가토 코치는 여느 외국인 코치와 별다를 게 없던 지도자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토 코치가 SK에선 성공한 지도자가 된 것일까.
“언어다.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지만, 의사소통이 늦고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가토 코치가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그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지 못한 건 내가 일본어를 하지 못하고, 가토 코치가 한국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 김성근 감독님의 재일교포 출신답게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대해 정통하다. 의사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프로야구단은 외국인 감독이나 코치를 영입 시 유능한 통역자 선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원활한 의사교환 없이 외국인 코치진에게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재일교포 출신인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와 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와 미국인 코치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는 감독과 코치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KIA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간베 도시오 투수코치와 조범현 감독은 통역을 가운데 두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 잡음이 없다.
조범현 감독은 외국인 코치와의 ‘소통’을 위한 첫 번째 덕목으로 대화를 꼽았다. “틈날 때마다 간베 코치와 대화를 나눈다. 어설픈 일본어와 한국어를 주고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서로 입장을 전달한다. 특히나 경기 전 간베 코치와 오늘 경기는 어떻게 진행할지 의견을 주고받기 때문에 마운드 운용에서 이견을 보일 일이 없다.”
조 감독이 두 번째로 꼽은 ‘소통’을 위한 덕목은 바로 인내다. “국내 코치들도 마찬가지지만 첫해 팀을 맡으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간베 코치도 지난해는 선수들 파악에 신경 쓰느라 자신의 야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2년째인 올 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감독은 선수들이 성장하길 기다리듯 코치도 제 몫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새로운 LG 마무리 이재영(사진 오른쪽)의 활약에 따라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결정될 전망이다. 중요한 건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사진=LG) |
김재박 LG 감독도 다카하시 코치와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에 LG는 갈길이 바쁘다. 외국인 코치진의 성공은 요행이 아니다. 외국인 코치가 아직 덜 익었지만 다 익으면 큰돈을 벌어줄 푸른 과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준비하지 않는 구단에게 되레 짐이 될 수도 있다.
시즌 중 전격 투수코치를 교체한 LG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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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이 어디에 실린건지...오늘 김용수 코치님 1승을 추카드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