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석유회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북한 동·서 해안의 유전 개발과 관련해 북한이 최근 케도(KEDO)형 개발 방식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한 한국 기업 역시 케도형 국제 컨소시엄의 한 주체로서 참가할 경우 이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난 10월7일 도쿄에서 열린 제1차 북한 유전 설명회에 이어 제2차 설명회 준비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 레인보 통상의 미야가와 준 대표(42)는 지난 10월31일 밤 <시사저널>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동안 한국 기업의 참여에 대해 내심으로 원하지 않았으나 에너지난이 심각해지면서 참여허가 쪽으로 바뀌었다. 단, 조건은 한국 기업 단독 진출 형식이 아닌 케도형 국제 컨소시엄의 한 주체로서 참가하는 형식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케도형 유전 개발과 관련해 그는 북한이 베트남 유전 개발 사례를 참고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의 문호를 개방한 이후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평면으로 분할해 여러 국가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광구 분할 방식’을 택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 역시 이들 분할된 광구를 할당받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야가와 준 대표는 “2차 설명회에 북한 원유공업부 임원들이 참석할 경우 한국 기업의 참여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한 케도형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 유전에 대한 국제적 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해외에서 대규모 유전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즉 12월3일 도쿄에서 2차 설명회를 여는 것 외에도, 내년3월에는 호주에서 3차 설명회를 열고, 9월에는 싱가포르에서 4차 설명회를 가진 뒤 최종적으로는 평양에서 대규모 국제 유전설명회를 열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측이 이처럼 국제 설명회를 열어 유전 문제를 공식화하기 시작한 이유는 석유가 매장되었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야가와 씨가 대표로 있는 레인보 통상은 일본 도쿄의 북한 서적 전문 판매회사로서, 지난번 1차 설명회를 주최한 페트릭스사와 함께 북한 원유공업부로부터 유전 자료 판매 및 해외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위임받은 회사이다. 즉 현재로서는 원유공업부의 유일한 대외 창구인 셈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원유공업부의 최근 동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안주·서한만 분지에서 원유 생산
미야가와 대표는 북한이 석유 매장에 확신을 갖고 있는 근거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2차 설명회 때 밝히게 될 것이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시사저널>은 그와 인터뷰하기 전에 이미 북한이 원유 매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확신을 설명할 근거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었다. 이 자료는 지난 10월7일 1차 설명회 때 페트릭스사의 기술자문위원이자 현재 호주에서 석유개발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최동룡 박사가 북한 원유공업부의 1차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발표한 보고서이다. A4 용지 24쪽 분량인 이 보고서는 그동안 막연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 석유의 실체에 대해 북한측 공식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최초의 대외용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원유공업부는 94년에 그동안의 조사 및 시추 자료를 종합해 북한 서한만일대에 4백30억 배럴(약 60억t) 규모의 엄청난 원유가 매장되었을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그동안 시추 과정에서 서해안 일대만 해도 안주 분지의 두 군데, 서한만 분지의 두 군데 등에서 원유를 발견한 사실이 있으며, 서한만의 한 시추공에서는 하루 4백50 배럴씩 원유가 생산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석유개발공사 최병구 국내 개발부장은 “보고서에서 적시한 지질 구조대로라면 생산성 측면에서도 대단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통은 생성된 원유의 2~3% 정도가 생산할수있는 실제 매장량으로 저장되는 데 비해 보고서대로라면 14%이상 집적된 것이어서 극히 좋은 상태라는 것이다.
비록 북한측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기는 해도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북한 석유의 실체를 규명할 최초의 문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도한다.
그동안 북한 해상의 석유지질학 관련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최근 북한 원유공업부는 서한만과 동해의 탄화수소(석유+천연가스) 지질학과 관련한 포괄적인 94년판 자료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북한의 원유공업부를 대행하고 있는 도쿄의 페트릭스사를 통해 공식으로 구할 수 있다. 페트릭스사는 최근 서한만 지역에서 탄화수소 탐사팀을 조직할 위임 회사로 지정되어 있다.
90년대 초반 이래 필자(최동룡 박사)는 페트릭스사의 기술 고문 자격으로 북한의 퇴적 분지를 연구하면서, 북한 원유공업부가 이 지역 탄화수소 관련 자료나 포괄적인 데이터를 부석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세우는 데 관여해 왔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필자는 탄화수소 매장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서한만 분지△동해 분지△서일본 분지 등 유망 지역 세 곳에 초점을 맞추어 석유지질학을 개관하려 한다. 이 지역들은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기술의 뒷받침이 부족해 그동안 별로 연구되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북한의 퇴적 분지들은 탄화수소를 생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입증된 지역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되고 있는 곳은 서한만 지역과 서해의 안주 분지로, 둘다 소량의 석유가 나온바 있다. 최근 개발이 활발한 또 한곳은 원산 앞의 동한만 지역이다. 길주·명천 분지에 대한 육지정보들은 경성만 분지와 심해 분지 (서일본 분지)를 잇는 지역 탐사를 고무하고 있다.
서한만 분지:원유생산 ‘시간문제’
그동안의 지질학적·지리물리학적 분석과 시추 결과는 이 지역에 탄화수소가 존재함을 분명하게 입증한다. 이 지역은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고생대 하층과 원생대 상층이 두꺼운 중생대·신생대 층으로 덮여 있는 열 개(裂開) 분지이다. 중생대에서 신생대에 이르는 층의 두께는 7천~만m에 달한다. 제3기 층은 4천~5천m이며 주요 근원층은 쥐라기·백악기의 검은 혈암이다.
쥐라기 상층과 백악기 하층 근원암(점신세의 호소나 해양 혈암)의 원유 산출 능력(source capacity)은 3천억 배럴(약 4백15억t)이며, 집적된 석유량은 4백30억 배럴(약60억t) 이상으로 추정된다(94년 원유공업부 자료). 이러한 지질 구조를 입증하듯 서한만 분지에 뚫은 모든 시추공에서 유징(油徵)이 나타났다. 시추층은 고제3기·중생대 사암과 원생대 상층~고생대 하층의 탄소암염이다. 특히 품질이 좋은 유징은 중새대 부분에서 나왔다. 백악기 하층의 사암층에 뚫은 한 유정에서는 하루 4백50배럴씩 원유를 퍼올리기도 했다. 생산된 석유는 순도가 높고 유황 함유물이 적었다. 모든 지표는 서한만 분지에서 상업적 유전을 발견해 생산하는 것이 시간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한만에 지리물리학적 조사가 시작된 것은 65년부터이다. 65년부터 80년에 걸쳐 북한과 중국은 초도 북부 지역에 대한 공중 자력 탐사 작업을 벌였으며, 같은 기간에 북한은 단독으로 중력 탐사를 시행했다. 76~80년 북한 과학자들은 블록 4지역(79쪽 그림 참조)과 해안 지역 2천8백㎞에 걸쳐 탄성과 탐사를 벌였다. 80년에는 노르웨이의 지코(Geco)사가 블록 1과 블록 3 지역에 대한 포괄적인 지리물리학적 조사를 벌였으며, 이 회사는 이듬해에 블록 2지역도 조사했다.
이같은 조사를 토대로 해 77년부터 현재까지 시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해상의 안주 분지에는 시추공이 2개 굴착되었으며, 제3기 층에서 원유가 발견되었다. 온천 분지에는 사추공 1개가 굴착되었고, 서한만 분지에는 7개 시추공이 굴착되었다. 그중 두 정(井)에서 석유가 생산되었다. 나머지 정에서도 모두 석유와 가스 징후가 나타났다.
87~92년 영국 리워드 페트롤리엄(Leeward Petroleum)사에 탐사권이 위임되었다. 93년에서 한만 탐사권이 스웨덴의 타우루스 페트롤리엄 AB(Taurus Petroleum AB)에 위임되었다. 97년 이 회사는 이 지역에 탄성과 탐사를 실시했다.
이러한 각종 탐사 결과 나온 석유와 가스의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고제3기에서 나온 사암에 노란색 형광이 나탐남(원유에 자외선을 비치면 형광을 발한다. 따라서 형광 현상은 원유 성분이 있음을 증명한다) △백악기 하층의 적색 석회 혈암 아래 단열 사암에서 석유가 발견됨 △취라기 사암의 공극과 단열에 석유가 함유되어 있음.
동해 분지:석유·가스 징후 발견
동해의 대륙붕과 대륙사면, 인접 심해에 넓게 분포된 몇몇 분지는 두꺼운 퇴적층으로 덮여 있다. 이 분지들의 석유 매장 가능성은 동한만(원산 앞바다)을 제외하고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적극적인 탐사 노력이 집중된 동한만에는 시추공이 2개 건설되었다.
동한만의 개발 탐사정은 동한만이 5천m 두께의 제3기 퇴적층이고, 중생대층을 더할 경우 7천m 이상에 이를 것임을 증명했다. 근원암은 석유생성 가능성이 큰 중생대층일 것으로 보인다. 동한만 분지는 거대한 심해분지와 연결되어 있어 그 층에서 생성된 석유가 동한만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동해 해상의 경성만과 화대 분지를 비롯한 몇몇 분지는 육지의 길주·명천 분지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앙 심해 분지(일본 분지)와 일정한 연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길주·명천 분지의 시추공이 천m 두께의 근원암을 탐사해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것은 이 지역 탐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87년 북한과 옛 소련이 수원단과 두만강 사이지역에 탄성파·중력·자력 탐사등 지리물리학적 조사를 벌였다. 90년에 양측은 동한만 지역 원산 앞바다의 대륙붕도 탐사했다. 92~96년에 동하만에 개발 탐사정 2개가 시추되었다. 여기서 석유·가스 징후를 발견했다. 97년 호주 비치 페트롤리엄(Beach Pertoleum)사가 동한만사에서 탄성파 탐사를 벌였다.
이 탐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두 시추공 중 하나(D-1)에서 나온 결과다. 여기서는 깊이 1천5백86m 지점에서 첫 번째 유징이 발견되었으며, 1천8백59~1천8백64m에서 나온 사암은 노란색 형광 반응을 보였다. 유징으로 가득찬 아스팔트도 나왔다. 2천1백78~2천2백88m 지점에서는 아스팔트와 강한 냄새가 나는 케로젠(석유 생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짙은 노란색 형광 반응도 나타났다. 2천3백15~2천3백26.4m에서는 흰 청황색 형광을 내는 석영 사암과 표면이 기름으로 덮인 암편(岩片)이 발견되었다. 2천7백m 아래의 네 구간에서는 석유와 뒤섞인 암편, 강한 케로젠 냄새, 노란색·황갈색·청백색 형광이 나는 아스팔트 등 이 검출되었다.
서일본 분지:석유 생성에 유리한 지질
이 지역의 지질학적 구조는 백악기와 고제3기호소 구조로 추정되며, 퇴적층은 1천8백~3천m 두께이다. 필자는 일찍이 일본 분지 깊숙이에 제3기 퇴적층 아래 중생대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서일본 분지 제3기 퇴적층의 층서(層序)는 동한만의 시추 결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 극동 해양에서 나온 정보들을 고려해도 백악기-고제3기 퇴적층이 일본 분지 깊숙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많은 유기체를 퇴적한 호소나 해양 지형으로 추정되는 백악기-고제3기 암반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6천m 이상의 두꺼운 퇴적층은 탄화수소 생성에 유리한 조건이다. 두께 2천5백~3천m에 이르는 신3기 해양층 역시 유기체의 질과 양 모두에서 석유 생성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악기-고제3기의 구조는 사암과 혈암이 교대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석유 이동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며, 비스듬한 배사 구조는 다공성 사암을 저류층(貯溜層)으로 하는 함유(트랩) 구조를 제공한다. 극히 발달된 혈암은 좋은 덮개암을 제공한다.
이상의 세 지역에 대한 석유지질학적 분석과 탐사 결과는 이 지역에 석유가 충분히 생성되었음을 입증한다
첫댓글 영국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
다른 나라가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가 가장 적격인데 뭐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