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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광주 KBC 방송국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토론회에 참가한 후보들 (왼쪽부터 김성조, 박순자, 허태열, 박희태, 정몽준, 공성진 후보) ⓒ연합뉴스 |
먼저 박희태 후보는 상호 토론에서 정 후보를 지목해 "나무도 이식을 하면 1년 동안은 열매를 못맺는다. 뿌리를 내리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정 후보는 당에 들어오자마자 대표라는 큰 열매를 너무 일찍 따려는 것 아닌가"라며 "나는 정 후보를 존경하지만 그것은 염려스럽다"고 정 후보의 경선 출마 부적절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나를 나무에 비유했는데 나는 나무가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사람"이라고 각을 세웠다. 정 후보는 "나라가 어렵고, 한나라당 모습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존경받는 분이지만 지난번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국민이 볼때, 어떻게 된 당이 석 달 안도 못보는 당이냐(고 한다)"고 응수하면서 "공천이 잘못된 것도 있지만 공천 탈락자가 대표가 된다면 한나라당은 그날로 문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는 또 "정말 그런 일이 없었으면 박 후보를 대표로 모실텐데, 유감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박 후보가 헤아렸으면 한다"고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이에 당황한 박 후보가 공성진 후보에게 "(정 후보는)공천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된다. 공 후보는 지난 공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해 정 후보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공 후보도 역시 정 후보를 향해 "지난 대선 때 많은 분이 서민 감성에 호소한다면서 재산 환원을 약속했는데 정 후보의 당력이나 재산의 사회환원 자세가 문제될 수 있다"고 공격에 나섰다. 공 후보는 "정 후보가 재산 환원은 공산주의적 사고라고 했는데 빌 게이츠는 공산주의자라서 재산을 환원한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당 대표는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도가 모든 당원이 수긍할 정도로 많거나 사회적 명망이 부끄럽지 않고, 탁월한 영도력으로 2년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박 후보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자 정 후보는 "양 옆에 앉아있는 박 후보와 공 후보가 나한테 질문을 하고 공 후보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해서 나를 나쁘게 보이려는 것 같아서 사실 기분이 좋지 않고, 좀 품위가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또 "공 후보가 당 대표 자격을 말했는데, 국민과 대의원이 여론조사에서 대표 자격으로 나를 뽑았다. 그런데 일반 여론과 다른 말을 하면…(안된다)"고 반격했다. 사회자가 정 후보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순서'라고 주의를 주자, 정 후보는 "둘이서 자꾸 나한테 그러니깐 대답을 해야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후보는 상호토론 차례에서 박 후보에게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시위대를 저지하는 전경이 시위대에게 밟히는 사진이 나왔는데 MBC PD수첩 왜곡보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평화적 시위는 존중돼야 하나, 법을 짓밟는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철저한 단속을 해야 한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근데 정 후보가 내가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자꾸 막말을 하는데 오히려 문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고 재공격을 가했다. 박 후보는 또 "물론 우리 정 후보도 친하니깐 그때 (내가 대표가 되면) 잘 모시겠다"면서 "너무 이렇게 막말하니깐 내가 좀 얼얼하네요"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조된 신경전이 벌어진 토론 마지막 즈음에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상심했다면 내 본뜻이 아니다"고 불을 끄려 했다.
이날 TV토론회는 광주방송을 통해 오후 2시 10분부터 약 100분간 녹화방송으로 진행됐고, 앞으로 3차례 더 열린다. 다음 토론회는 30일(월) 2시 KBS, 5시 20분 JBC(청주방송)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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