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이 일라이어스 랭킹에서 내셔널 리그 구원투수 부문 2위에 올랐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셋업맨 옥타비오 도텔이 92.343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고 김병현은 이에 근소하게 뒤진 92.278점을 얻어 2위가 되었다.
그밖에 내셔널 리그 구원투수 랭킹을 살펴보면 3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롭 넨(89.293), 4위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빌리 와그너(88.903), 5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존 스몰츠(86.632)이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에릭 가니에는 79.234점을 얻어 11위에 랭크되었다.
일라이어스 랭킹은 메이저리그의 각종 기록을 담당하는 일라이어스 스포츠 뷰로에서 지난 2년 동안의 기록을 갖고 집계하는 순위로, 구원투수는 세이브와 투구이닝, 탈삼진, 방어율이 반영된다. 이 랭킹에서 결정되는 등급은 해당선수가 FA로 풀려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자료로 사용되므로, 선수의 실제 기량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해도 상당한 지명도를 얻고 있는 순위이다.
김병현은 이 랭킹에 많이 반영되는 수치에서 높은 성적을 낸 것이 결국 2위까지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 2001년에는 풀타임 마무리로 뛰지 못했고 19세이브에 그쳤지만 올시즌에는 36세이브나 올렸고, 지난시즌 세이브 숫자가 적었다 해도 일라이어스 랭킹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구이닝(98.0)과 탈삼진(113)은 매우 높았다. 올시즌의 투구이닝(84.0)과 탈삼진(92)도 구원투수 치고는 많은 편.
김병현이 훌륭한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록상 일라이어스 랭킹과는 ‘궁합이 잘 맞는’ 선수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김병현만큼 탈삼진 비율이 높은 구원투수는 거의 없으며 김병현은 투구이닝과 출장경기수가 많은 편이다.
또한 김병현이 올시즌 내셔널리그의 마무리투수들 중 '탑 2'인 스몰츠와 가니에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것도 이유가 있다. 일라이어스 랭킹이 ‘지난 2년의 성적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스몰츠와 가니에의 올시즌 성적은 김병현보다 좋지만(특히 세이브 숫자), 이 두 선수는 2002년이 마무리로 뛴 첫 시즌이다.
스몰츠는 2001년에 부상에 시달리다 시즌 후반기에야 마무리로 활약하며 10세이브만을 기록했고 가니에는 2001년에 선발 겸 중간계투로 뛰기만 해 세이브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지금 발표된 일라이어스 랭킹에서 김병현의 순위가 내셔널 리그 2위라는 것을 곧이곧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스몰츠와 가니에는 마무리 풀시즌 1년치 기록만을 가지고 이 순위에 들어갔고 김병현이나 도텔 등은 2년치 기록을 바탕으로 점수가 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시즌 AL MVP였던 스즈키 이치로가 2001시즌 후의 일라이어스 랭킹에서 B급에 머무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치로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타석수 등의 기록에서 남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런 랭킹이 어떻게 나왔든 김병현은 올시즌 내셔널 리그에서 최고수준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으며 젊은 나이와 장래성 측면에서 보면 스몰츠나 넨, 와그너 등의 베테랑들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라이어스 랭킹에서 실제 구단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2위니, 5위니, 10위니 하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이 정도 순위에 든 선수들은 모두 A급에 속하며 A급 선수들이 FA가 되어 이적할 때 기존 소속팀이 받는 대가는 같다. 2위냐 5위냐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순위가 높아서 나쁠 일은 하나도 없지만.
한편 매주 업데이트되던 CBS의 선수 랭킹이 시즌이 완전히 끝남에 따라 올시즌 최종순위가 나왔다. 이 랭킹의 구원투수 부문에서는 김병현이 양대리그 통합 5위에 올랐다. 1위는 가니에, 2위는 롭 넨, 3위 스몰츠, 4위는 빌리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