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상의학과 전문의 구동억 원장
┃투석환자, 협착증 피하기 어려워…반복적인 천자∙강한 혈류 등이 원인
┃환자 증세로 협착 위치 짐작할 수 있어
혈액투석 환자들이 흔히 겪는 문제 중 하나가 ‘투석혈관 협착증’이다. 몸에서 다량의 혈액을 뽑아내고 여과된 피를 다시 주입하는 투석혈관이 좁아지면 투석에 지장이 생기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 좁아지고 막힌 투석혈관을 26년간 치료해 온 영상의학과 전문의 구동억 원장(한길영상의학과의원)을 만나 투석혈관 협착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구동억 원장|출처: 하이닥
Q. 반갑습니다 원장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구동억입니다. 저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인터벤션 전임의를 수료하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26년 간 대학병원에 있으면서 투석혈관 시술을 약 2만여 회 시행했고요. 혈액투석 관련 학회에서도 오래 활동하다 2022년부터는 ‘대한투석혈관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올 3월에는 투석혈관 시술 전문 의원을 개원했습니다.
Q. ‘투석혈관’도 종류가 있다고요.
투석혈관은 크게 둘로 구분합니다. 자가정맥을 이용하느냐 인조혈관을 이용하느냐인데요. 환자의 정맥 상태가 양호하다면 자가정맥을 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적절한 자가정맥이 없는 경우라면 인조혈관으로 투석혈관을 만듭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요. 자가혈관의 장점은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균 7~8년 정도 사용하는데요. 일부 환자분들은 20년 이상 사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인조혈관 대비 수술 실패 확률이 높고 천자(바늘을 찔러 넣음)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자가혈관을 이용해서 수술한 경우 3~4개월이 지나야 투석에 이용할 수 있고, 인조혈관은 보통 수술 1달 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자가혈관보다는 투석 천자가 편한 인조혈관 시술을 권하기도 합니다.
Q. 투석혈관이 좁아지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정맥 벽이 두꺼워진다고도 하던데요.
투석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직접 연결해서 만듭니다. 동맥과 직접 연결된 정맥은 압력과 산소 포화도가 높고 혈류도 빠릅니다. 동맥혈액이 바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정맥의 동맥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환경 변화로 정맥이 점차 확장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 이후에는 정맥 벽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면서 협착이 발생합니다. 또한 투석할 때 정맥을 주기적으로 천자하다 보면 상처가 누적되면서 정맥 내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인조혈관도 비슷한 경과를 거치게 되는데요. 특히 인조혈관과 정맥을 연결한 문합부에서 주로 협착증이 발생합니다.
Q. 협착이 심해지면 결국 투석도 어려워지는 것인지요. 공통적인 증상이 있나요?
차로를 예로 들어볼까요? 4차선 중 1차선이 차단되면 교통 흐름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것처럼 투석혈관의 협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석할 때는 약 200cc(분당)의 혈액이 투석기로 배출돼야 하는데, 협착이 진행될수록 혈류가 느려지고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깁니다. 좁아짐이 심해지면 어느 순간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서 혈관이 막히고 투석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동맥과 정맥이 연결된 근처의 정맥이 좁아지면 투석 시 혈액 유입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천자 부위보다 위쪽이 좁아지면 투석혈관 자체 압력이 상승해서 혈관을 만졌을 때 마치 맥박이 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협착 정도가 같더라도 환자 혈압이나 정맥의 직경 등 여러 배경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반적으로 혈관은 70% 이상 좁아져야 증상이 나타납니다.
구원장은 투석 환자 대부분이 투석혈관 협착증을 겪는다고 말한다|출처: 하이닥
Q. 대학병원 혈관센터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하셨습니다. 임상 경험에 비춰봤을 때 투석 환자 중 협착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요?
협착증은 얼마나 빨리 또는 늦게 발생하느냐의 차이지 거의 모든 환자에서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흔히 ‘기계가 운다’고 하는데요. 협착증이 있으면 투석할 때 경고음이 나기도 합니다.
자가정맥으로 투석혈관을 만든 사례의 약 30~40%는 정맥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굵어지지 않아서 결국 투석에 이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Q. 환자의 증세를 보면 협착된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고요.
처음 환자가 내원하면 투석하는 팔을 먼저 봅니다. 부기는 없는지, 손가락 괴사나 허혈 증상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이후 투석정맥을 따라 올라가면서 촉지하면 어느 부위에 협착증이 발생했는지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중심정맥에 협착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팔 전체에 부기가 있을 때가 많고, 간혹 얼굴이 붓는 사례도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천자 부위보다 위쪽이 좁아지면 붓는 증상, 투석 압력 증가, 투석정맥 팽창 등이 나타납니다. 혈류가 심장 쪽으로 잘 흐르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증상을 통해 협착 위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증상 확인 후 초음파나 혈관조영술을 통해 협착증의 정확한 위치, 정도, 길이, 원인 등을 파악해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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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