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도 '2001'이라는 숫자 대신에 '2000'을 쓰고
: 고쳐쓰기를 반복할만큼 아직은 새해가 낯설다.
: 태백산에서 본 멋진 일출로 첫 날을 열고,
: 그 감흥을 담아 두기 위해 열심히 자판을
: 두드리다가 그만 실수로 눌러진 자판 하나에
: 몽땅 날라가 버렸다.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 고속도로 위에서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하던거부터
: 쓰고 쓰고 또 써서 일출 묘사 장면까지 왔는데...
: 첨으로 게시판에 맘 먹고 올리던 산행기였는데..
: 그렇게 공들여 쓴 글이 날아가버리고 나니
: 세상 그렇게 허무할 수가~
: 콤쀼따란 놈은 역시 믿을 것이 못 된단 말인가..
: 다시 써보려 했지만 밀려오는 허무감과 상실감땜시
: 도무지 쓸 수가 없었다.그리고 며칠은 컴퓨터로
: 글을 쓰는 일이 정말이지 내키지 않았다.
: 그리고 오늘 1월 6일...
: 오늘은 맘에 고이는게 너무 많아 쓰지 않고는
: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 왜냐하면 오늘은...
: 김광석이 다시 하늘로 돌아간 날이기 때문이다.
: 아침에 눈뜨자 마자, 요즘 계속 듣고 있는
: 김광석 Anthology '다시 꽃씨되어'를 버릇처럼 켰다.
: 그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오전 내내 그렇게 보냈다.
: 특별히 한 일도 없이 그의 노래에 젖어서...
: 소포를 부칠 일이 있어서 우체국에 갈 때도
: 그와 동행하고 싶었다.
: 김광석 다시 부르기, 가객,다시 꽃씨되어...
: 몇 개의 음반을 가방속에 챙겨넣고 집을 나섰다.
: 볼 일(?)을 보고 우체국을 나서는데 왠지 그냥 좀
: 걷고 싶었다.하늘을 마주하고,싸아한 바람을 맞으며..
: 그것 또한 김광석 때문이었겠지.
: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또 버스를 탔다.
: 목적지도 없이 버스를 타고 제법 긴 코스를 갔다.
: 밖은 바람이 제법 날카로운데도 버스 안에 타고 있으니
: 유리창에 와 부딪히는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졌다.
: 그는 가고 그가 남긴 노래를 나는 지금 여기 이렇게
: 살아 듣고 있으니, 따사로운 햇살에서도 서글픔이
: 묻어났다.그렇게 일없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중에도
: 김광석은 내곁에 있었다.
:
: 친구와 한 저녁약속 때문에 종로에 갔다.
: 교보에 들러 그 친구에게 줄 '다시 꽃씨되어'를
: 사고서 종각쪽으로 걸어 오는데,제일은행 앞에서
: 어느 여자분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 날도 추운데 기타를 치시면서 노래를 부르셨다.
: 무의탁 노인,소년소녀 가장 돕기'라는 타이틀로..
: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적은 금액이지만 모금함에
: 넣고 돌아서 가는데 들려오는 노래..
: 또 하루 멀어져간다..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 부르는 그 분의 노래 소리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 뒤돌아와 박힌 듯 그자리에 서서 끝까지 들었다.
: 아...가슴이 또 쿵! 소리를 냈다.
: 그 분도 알았겠지.오늘이 그가 돌아간 날이라는 것을.
: 온 마음을 다해 그의 노래를 불러준 그 분이
: 그냥 고마웠다.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뜨거운 캔커피를
: 사서 그 분 손에 꼬옥 쥐어주며 나역시 진심으로
: 고맙다는 말을 했다.예전에 나 같으면 마음이 있어도
: 쑥스러워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 지하철에서 만나지는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
: 난 그 분들 앞에서도 쑥스러운 탓에 주머니안에서
: 천원짜리 지폐만 만지작만지작.. 결국은 드리지 못하고..
: 그리고 나면 늘 후회를 했었다.마음 가는대로 살지
: 못하는 나의 바보스러움에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 그러나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 남들 눈 의식하지 않고,내 자신에 솔직하게 살기로
: 했다.단순하게..마음이 시키는 대로...
: 앗! 이야기가 딴데로 새었군..^^
: 어쨌든 오늘 하루는 아침부터 밤까지 철저하게
: 그와 함께 하루를 살았다.
: 나 말고도 오늘 하루 그를 추억한 이들이 많으리라.
: 그의 노래가 지친 영혼들에게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어제도 살고,오늘도 살고,
: 내일도 살아 있을것처럼...
:
: 김광석,그는 이 곳에 있는 동안 이런 사람이었어요.
:
: 1964년 1월 22일 대구 출생
:
: 1976년 경희 중학교 입학
:
: 1979년 대광고등학교 입학
:
: 1982년 명지대 경영학과 입학
:
: 1984년 김민기(개똥이) 음반 참여
:
: 1988년 동물원 1집 발매
:
: 1989년 김광석 1집 발매
:
: 1990년 결혼
:
: 1991년 김광석 2집 발매
:
: 1993년 김광석 3집, 다시부르기 1집 발매
:
: 1994년 김광석 4집 발매
:
: 1995년 다시 부르기 2집 발매
:
: 1995년 8월 1천회 기념 공연
:
: 1996년 1월 6일 사망
:
: -----------------------------------------------
:
: 그의 삶은 노래와 함께 흐른다.
: 64년 1월 22일, 대구 대봉동에서 형 둘과 누나 둘 아래
: 막내로 태어나며, 68년 서울로 올라와 창신동에 살며
: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다.
: 76년, 경의 중학교에 입학하여 현악반에 들어간 그는
: 그때부터 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 등의
: 다양한 악기를 배우며 악보 보는 법을 익히며,
: 79년 대광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합창단에서
: 활동하기도 한다.
: 82년, 명지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고, 1학년때
: 대학 연합동아리 '연합메아리'에 가입하여
: 기타를 튕기며 이런 저런 노래를 하고 있을 무렵,
: 한 친구에게서 '젊은 예수'라는 운동권 가요집을
: 선물받게 되는데, 그 안에 있던 '못생긴 얼굴'을
: 부르다가 그만 남자답지 못하게 울어버리기도 한다.
: 84년, 김민기씨의 '개똥이' 음반에 참여하며
: 이때 만난 몇몇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 1집을 만든다. 85년 1월 군에 입대하여, 군 생활 중
: 사망한 큰 형으로 인해 6개월을 복무하고 그해 7월
: 제대한다. 군을 마치고 복학하여, 무얼할까 하던
: 그는 '못생긴 얼굴'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사는것도
: 괜찮겠다싶어, 노래의 길을 택한다.
: 87년 여름,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
: 별 생각없이 녹음한 것을, '산울림'의 김창완씨가 듣고
: 음반을 내자고 하여 '동물원 1집'을 내 놓는다.
: "이걸 사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거다"라며
: 농담같은 진담을 했었는데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 '동물원'앨범은 많이 팔렸다. 그들은 많이 팔린 이유가
: 그들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고
: 결론지었다.
: 그 후, 자신의 음악을 찾고 싶었던 그는
: 동물원 친구들과 헤어져 89년, '기다려줘',
: '너에게'를 담은 1집을 내놓으며 홀로 열심히
: 뛰고 또 뛴다.그런 힘든 중에도, 노래만큼
: 사랑도 포기 못한다며 1년의 열애 끝에
: 90년에는 달콤한 가정을 꾸민다.
: 91년 '사랑했지만'이 담긴 2집을 내고,
: 92년 '나의 노래'가 담긴 3집을 내며,
: 이젠 정말 노래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 93년에는 '거리에서'의 세계와 '광야에서'의 세계가
: 모두 녹아있는 '다시부르기 1집'이 나오며,
: 94년에 발표된 '서른 즈음에'와 '일어나'가 담긴
: 4집에서는 좀 더 명확해진 노래의 길을 보여준다.
:
: 그리고 95년에는 모던포크의 계보학을 정리한
: '다시부르기 2집'이 발표된다.
: 매해 음반을 발표하면서도,
: 관객과의 호흡을 좋아했던 그는
: 소극장 공연을 성실하게 가져왔고,
: 95년 8월에는 학전 소극장 에서
: 1천회 기념 공연을 갖기도 한다.
:
: 96년 1월 6일 맑은 웃음과 노래만을
: 많은이의 가슴에 심어놓고
: 훌쩍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
: == 김성준의 '김광석'에서 발췌 ==
:
: ++ 빈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