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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여러 나라의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로 한동안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됐던 유로지역이 지난 7월에는 평균 6.6%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전 세계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7월 23일 발표된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제금융시장의 근심을 덜어 준 유럽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개념과 실시 배경, 그리고 결과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개념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용어는 의학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전도와 각종 측정기기를 몸에 단 채 러닝머신 위에서 뛰도록 하고 속도를 점차 높여 가면서 심장과 신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혹시 위험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지 등을 검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에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등산 중, 혹은 계속된 야근으로 인한 피로 등으로 갑자기 쓰러져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 몸이 잘 견딜 수 있는지를 미리 점검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은행이 극단적인 경영 환경에서 견딜 수 있을 만큼 재무 상태가 튼튼한지를 미리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가령 이번에 실시된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2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은행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과격한 운동이나 지속적인 피로가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준다면, 은행의 경우에는 돈을 빌린 고객이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해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입니다. 러닝머신의 속도가 빨라져도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 몸이 잘 견딜 수 있는 것처럼, 은행의 경우에는 자기자본이 충분하면 웬만한 스트레스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부실이 발생해서 빌려 준 돈을 일부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충분히 적립된 자기자본으로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일정 기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행이 빌려 준 돈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의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의 실시 배경
사람들이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것처럼 은행들도 평상시에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감독 규정에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실시된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가 특별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Committee of European Banking Supervisors)라는 감독기관의 주관하에 유럽 지역의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동시에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상세하게 공표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럽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고 최근에는 재정위기마저 고조되면서 유럽은행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금융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개별은행들의 재무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은행이 건전한지, 그리고 어떤 은행이 문제가 있는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한 은행마저도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어 자금조달 등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CEBS라는 공정한 제3자가 개별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한 것입니다.
테스트를 통과한 은행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여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불합격한 은행에 대해서는 증자(增資)나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토록 함으로써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의 배경입니다.
결과 및 의미
이번 테스트 결과 대부분의 유럽 대형 은행들은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1개의 테스트 대상 은행 중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거나 이미 부실이 알려진 7개 은행만이 기본자기자본비율 6%를 넘지 못하여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은행이 합격 기준을 통과하기 위하여 추가로 쌓아야 하는 자본의 규모는 예상보다 작은 35억유로(약 45.5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참고로 2009년 5월에 발표된 미국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19개 대형은행 중 절반이 넘는 10개 은행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였으며 자본확충 필요액도 746억달러에 달하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유럽의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테스트의 시나리오에서 남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을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하여 어떤 상황을 스트레스 상황으로 가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항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포함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대신 유럽은행들의 국채 보유현황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공개된 정보를 이용하면 국가부도 상황을 시나리오에 포함시키고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민간분석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가정할 경우 불합격 은행이 20~23개로 늘어나고 필요한 자본확충액도 120~150억유로로 증가합니다. 그렇더라도 2009년 미국의 경우보다는 양호한 결과이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다소 해소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테스트 결과는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됨으로써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이 아직 상존해 있고, 그리스·스페인 등 일부 국가의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운 데다, 미국 경기도 다시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도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고 판단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기본자기자본비율(Tier 1 capital ratio)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 정도를 감안해 산정한 위험자산으로 나눈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기자본에는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영구적 성격의 기본자본(Tier 1)과 함께 유사시 손실 분담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후순위채권 같은 부채적 성격의 보완자본(Tier 2)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달리 기본자기자본비율은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말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최근에는 은행의 건전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은행의 자본을 측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포괄적 범위의 자기자본비율보다는 자기자본 개념을 좁게 해석하는 기본자기자본비율 등이 규제 대상으로 보다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퀴즈
은행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 ○○○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