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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에메랄드 도시'가 '루비 도시'로 변했다. 시드니가 온통 빨간색이다." 23일 새벽, 도시 전체가 빨간색 '먼지 폭풍(dust storm)'에 뒤덮인 것을 보고 <2UE라디오> 진행자가 은유적으로 던진 코멘트다. 그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시드니 하버에 떠있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도 빨간색 옷을 입은 상태"라고 말을 이었다. '에메랄드 도시'는 시드니의 비공식 별명이다. 호주의 대표적 극작가 데이비드 윌리엄슨이 1987년에 쓴 희곡 '오즈의 에메랄드 시티'에서 비롯됐다. 그런 연유로 2006년에 개통 75주년(다이아몬드 해)을 맞은 하버브리지 생일날을 "에메랄드 시티의 다이아몬드 날"이라고 불렀다. 그뿐 아니다. 시드니에서는 쾌청하게 맑은 날을 "크리스털 클리어 데이"라고 부른다. 그런 날들이 연중 2/3에 해당될 정도로 많아서 '에메랄드 도시'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들었던 25일 새벽 시드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빨개졌다 기자는 새벽 4시경에 일어나서 약 2시간 정도 원고를 쓴 다음에 숲속으로 산책을 나가는 오랜 습관이 있다. 새들이 새벽을 깨우는 시간이다. 그런데 23일 새벽에는 이상하게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먼동도 트지 않았다. 비가 오는 것으로 짐작하고 커튼을 걷어내는 순간 "오, 마이 갓!". 창밖 세상이 온통 진홍빛이었다. 불길한 느낌이 스치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의 폐허 장면 같았다. 산불이 났나? 궁금한 마음에 급하게 라디오를 켜보니 "이럴 수가...", "갑자기 화성에 온 것 같다", "마치 아마겟돈 같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겟돈은 바이블에 나오는 지명으로 '세계 역사의 종말에 악을 상징하는 마귀 측의 동쪽 왕들과 선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세력이 결전을 벌이는 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인 것은 산불이 아니고 '먼지 폭풍'이라는 사실이었다. 먼지폭풍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퀸즐랜드 주에 순간 풍속 100Km에 이르는 최악의 '먼지'를 날렸다. 시드니의 아침은 교통대란 그 자체였다. 국제선 항공은 6시간동안 이착륙이 불가능했고, 페리호는 운행되지 못했다. 호흡기 이상으로 구급차를 부른 건수가 900% 증가했고, 소방차 출동도 3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웬 '먼지 폭풍'인가.
붉은 먼지의 정체는 아마겟돈? 자연의 복수? 라디오 토크백쇼에 연결된 한 청취자(뉴캐슬에 사는 전도사)는 "마침내 인간의 죄가 하늘까지 닿아 하느님이 노하신 것이다, 당장 '회개운동'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가족과 함께 회개하는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환경론자들과 과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23일 오후,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가진 매튜 맥퍼슨(녹색당원, 환경문제 전문가)은 "한 마디로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호주가 지구에서 벌목을 가장 많이 한 나라이고, 1인 당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것을 감안하면 마침내 자연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비과학적 발언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오늘의 재앙이 UN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 기간에 발생한 것도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동안 호주를 포함한 선진국들이 지구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이 선전포고를 해온 것이다.
이번에 '먼지 폭풍'이 발생한 에어 호수는 그동안 환경운동가들이 무수히 경고를 보낸 지역이다. 최근까지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퀸즐랜드 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가 물싸움을 벌이면서 철저하게 황폐화시킨 자연의 보고였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23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넷판은 "기후 변화를 비난하는 건 속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0년만의 최악의 먼지 폭풍이 꼭 지구온난화 탓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여러 과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했다.
과학자들 "빙하기 이후 반복되어온 자연현상일 뿐" 모나쉬 대학교의 나이겔 테퍼 교수(지리 및 환경)는 "10년 동안 이어진 가뭄과 한 달 동안 불어재낀 강풍이 수백만 톤의 먼지를 만들어 내 에어 호수에서 NSW, 빅토리아, 퀸즐랜드 주로 날려 보냈지만, 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마지막 빙하기 이후 수많은 먼지 폭풍이 지구남반부와 호주대륙에서 발생했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면서 "그러나 온실효과로 인한 기후변화를 얘기하기 시작한 건 불과 수년 전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호주 남부 지역의 강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난 50~70년 동안 그 지역에서 좀 더 현명하게 농사를 지었다면 먼지 폭풍의 강도가 낮았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NSW대학교 마이클 복스 부교수(물리학)는 "에어 호수에서 먼지 폭풍이 발생하는 건 늘 있던 현상이지만, 이번처럼 1500Km나 불어와서 동부해안까지 닿은 건 특이한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23일의 시드니 하늘이 유난히 붉게 보인 건 붉은 먼지가 아침햇살에 반사됐기 때문이고, 호주 사막의 먼지가 사하라 사막의 먼지보다 철분 함량이 많아 더 붉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폭풍 현상 자체에 대해서도 긍정-부정론이 갈렸다. <시드니모닝헤러드>는 나이겔 테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발생한 먼지 폭풍으로 철분이 바다로 쓸려 들어간 덕분에 플랑크톤 배양에 도움이 되고,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먼지 폭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반면 같은 신문의 "지구적 경고 : 시드니 먼지 폭풍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많은 나라의 과학자들이 호주가 기후 변화 현상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먼지 폭풍' 재앙이 호주 대륙에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우박, 홍수, 먼지폭풍...다음엔 무엇? 이날 호주에는 먼지 폭풍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호주기상청 당국자는 22일과 23일이 겹치는 약 24시간 동안 호주 전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자연재난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2일 오후 빅토리아 주에서 3.0도 안팎의 약한 지진이 발생했고, 행정수도 캔버라에서는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큰 우박이 쏟아졌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는 때 아닌 '봄 홍수'가 몇몇 도시를 할퀴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토탈환경센터(TEC)' 제프 엔젤 소장은 "사람들은 아무리 큰 재앙이 닥쳐도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중병에 걸린 자연이 몸부림치게 만들어 생긴 인재"라면서 "오는 12월에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철두철미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간 지지부진했던 유엔기후협약이 이번에는 과연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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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거 때문에 어제 오늘 호주 출도착 하신 분들 고생 하셨다고 하네요, 호주에서 오시는 회원분이 장장 20시간 걸렸다고 합니다. ^^
솔직히 무섭네요.
아침에 답답해서 일어나자마자 본게 빨간 먼지폭풍에 베란다 밖의 건물들이 안보여 젤 처음에는 불난줄 알았어요..호주에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아직도 눈이 아파서..에구..
저도 아침에 호주가 이상해진줄 알고 놀랐다는!
서호주는 아무일 없었는데...많이들 놀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