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연장에 투자하자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복지평론가
입력날짜 : 2017. 05.28. 20:24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30년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를 넘겨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장수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00년 76세(세계 32위), 2015년 82.1세(11위)로 크게 늘었다. 15년 만에 기대수명이 6년 늘어나 선진국 수준이고, 2030년에는 남성 84.1세와 여성 90.8세로 세계 1위이다.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495970648409350028
기대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교육수준과 생활수준이 높고,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의료기회가 균등하고, 비만율과 혈압 등 만성질병이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선진국에 비교하여 낮다는 점이다. 2015년에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2세이고, 건강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다. 한국인은 약 10년간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우울감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기 쉽다.
기대수명은 3년에 한 살씩 늘어나는데 건강수명이 별로 늘지 않는다면 시급히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만성질환의 관리와 연명치료 관련 정책을 바꾸고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숨진다. 2015년에 사망자의 약 75%가 병원에서 죽고 나머지도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죽은 경우가 많았다. 영국은 2008년에 병원 사망이 60%에서 2011년에 51%로 떨어졌지만,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특히 한국인 암 사망자의 90.6%가 병원에서 숨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0세 이상이 사망 전 1년간 지불한 의료비가 1인당 1,595만원이고, 최근 10년 새 3.4배가 증가되었다. 사망이 가까워질수록 의료비 지출은 더 커지고, 그 증가폭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망 1년 전에 지출한 의료비는 월평균 133만원이지만, 사망 전 6개월 동안은 월평균 176만원이며, 사망 직전 1개월 의료비는 242만원이었다. 7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는 많은 의료비를 쓰지만,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호스피스 등 완화의료가 부족하고, 방문진료(왕진)와 방문간호 등 재가의료서비스가 발달되지 않아서 많은 환자들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만 연장하며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한 것이다.
한국은 2017년에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약 40%가 노인이 된다. 이제는 목숨만을 연장시키는 연장치료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노환으로 스스로 숨도 못 쉬고 음식도 먹지 못하는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기보다는 건강수명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 노인들은 2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반드시 받고 암검진과 치매선별검사도 받아서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건강은 먹는 음식, 평소에 하는 운동, 좋은 인간관계에 의해 좌우되기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물관리와 지속적인 운동 등으로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
중장년은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신의 건강관리와 노후생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은 자녀 1인당 사교육비로 월평균 35만원을 쓰기에 고등학교 졸업까지 사교육비가 5천만원이 넘게 든다. 중년이후에는 자신의 건강과 노후자금에 투자해야 자녀에게 부담을 덜 주게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연명치료를 하기보다는 적정한 시점에 존엄한 죽음(웰다잉)을 맞이하도록 해야 한다. 영국인 연구팀이 암환자의 임종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마지막 일주일을 집에서 보낸 사람의 평온한 정도가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보다 6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사망할 때 가족들의 슬픔도 적었다고 한다.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면 통증관리 등을 위한 방문진료, 가정간호, 호스피스 등이 주어져야 한다. 의사·간호사와 사회복지사·성직자·자원봉사자 등이 집을 방문해서 품위 있는 임종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퇴원 후 48시간 내에 숨지면 담당의사를 거치지 않고도 병사(病死)진단서가 나오지만, 이후에는 의사가 검시해야 하는 ‘검시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질병 상태로 보아 병사가 확실한 경우에는 바로 장례식장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죽은 사람의 사망진단서를 끊기 위해 병원 응급실로 가는 모순을 끊어야 한다. ewelfa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