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로 돌아보는 작은 호수여행.
과일, 꽃, 와인, 커피의 도시, 사계절 선선해 휴양지로서의 환상적인 기후 조건을 갖추어 ‘영원한 봄의 도시’ 란 별명도 있다. 도시 한 가운데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프렌치 스타일 로맨틱한 건물들이 줄을 이어 서 있는 이곳은 결코 유럽이 아니다. 여긴 ‘동양의 파리’ 달랏 (Da Lat)이다. 호수가 있어 여유롭고 평화로운 안시가 프랑스인들의 로망이라면 달랏은 베트남인들의 로망이다.
궁극의 향기, 달랏의 커피
달랏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지다. 아직 어린 커피빈.
달랏은 베트남의 랑비앙 산맥 고원지대 해발 1500m 에 위치해 있다. 달랏을 쟁반 받치듯이 떠받들고 있는 랑비앙 Lang Biang 산은 해발 2163m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다. 높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달랏은 일년내내 평균 12도에서 15도의 기온을 유지한다.
달랏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대부분 랑비앙산을 오르는 하이킹 투어를 한다. 랑비앙산에 오르는 투어는 버스로 입구까지 가고 사륜구동으로 구비구비 오솔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 숲과 계곡들, 아기자기한 분수들, 고산지대의 채소밭, 커피밭…. 낯익은 풍경과 낯설은 광경들을 반복적으로 지나오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저 그 푸르름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커피나무를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고,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커피 빈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베트남의 커피생산은 세계 2위이고 달랏은 커피의 주요 생산지다.
100년이 넘은 유럽식 목조건물
오래된 철도역. 프랑스 식민시대의 건축물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나무, 오솔길, 일년내내 끼는 안개. 겨울에도 피어나는 트리메리 골드… 달랏의 첫인상은 잘 빗어 넘긴 여자의 긴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시내로 나오니 영화 세트장 같은 달랏의 또 다른 얼굴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달랏은 베트남 왕족들과 프랑스 귀족들의 휴양지로 개발이 되기 시작했다. 1890년대 이 지역을 탐사한 알렉산드로 예신과 루이 파스퇴르는 프랑스 대통령에게 달랏을 휴양지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어니스트 에브라라는 건축가에 의해 도시 계획이 실행되었고 프랑스 정부는 달랏을 개발해 나갔다. 그러면서 ‘동양의 파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1907년에 지은 첫 번째 호텔은 지금도 세기를 넘으며 존재하고 있고 그들의 화려한 생활사를 알 수 있는 웅장한 유럽식 목조건물들이 현재에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크레이지 하우스 객실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달랏 시민들이 사랑하는 쑤언홍
달랏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은 쑤언홍이다. 역시 식민지 시대인 1919년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달랏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 호수 근처 르다이한 거리와 응우옌치탄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응우옌치탄 거리에 있는 와이낫 Why not, 카페 뚱 Cafe Tung은 1950년대 사이공 지식인들의 아지트였다. 보통 때 같으면 쑤언홍 호수 주변엔 조랑말이 끄는 꽃마차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호수 주변을 돌 것이다. 지금은 호수가 잠시 공사 중이라 안타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초생달 모양의 호수의 낭만과 평화로움은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쑤언홍 호수를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데는 약 한 시간 걸린다고 한다.
100년 된 아나만다라 빌라스 리조트
천정이 높은 빌라의 다이닝 룸
달랏의 거리를 채우고 있는 유럽식 건물들은 알프스의 산장 같은 느낌인데 우리가 머문 아나만다라 빌라스 달랏 리조트도 화려하고 우아했다. 17채의 빌라로 구성된 작고 화려한 리조트는 프랑스인이 살던 100년 된 빌라를 개조했다고 한다. 독립된 빌라 한 채 한 채마다 정원이 있었고 3~4개의 객실과 페치카가 있는 거실, 8인 이상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 룸, 잘 갖추어진 키친이 있는 완벽한 구조였다.
흑백 무성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흰 천이 드리워져 있는 하얀 욕조에 몸을 담근 후 단정히 가운을 입고 거울을 보니 시간을 돌려 10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달랏 산 와인과 함께 하는 디너도 만족스러웠지만 아나만다라 빌라스의 최고의 기억은 기분 좋은 아침식사였다. 알록달록한 달랏 시내의 지붕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 앉아 몇 시간이고 게으름을 피웠다. 신선한 빵과 주스, 딤섬, 계란요리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그들은 100년 전의 집사들처럼 우리를 왕처럼 대우해 준다. 오전 열 시에 마시는 샴페인은 최고의 럭셔리다. 휴가니까 가능한 호사다. 새소리, 꽃 내음이 가득한 빌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스센스 리조트그룹이 매니지먼트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만하지 않은 화려함과 우아함이 있었나 보다.
빼놓을 수 없는 시티투어
리조트는 모두 17채의 독립 빌라로 구성되어 있다.
오후엔 시티투어를 나섰는데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우아한 빌라와 대조적인 장소에 들르게 되었다. 현지인들은 크레이지 하우스라고 칭하는 괴상한 집은 호치민의 3대손, 즉 전직 대통령의 딸이 직접 건축한 건물이라 한다. 유럽에 유학을 다녀온 그녀가 지은 건축물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크레이지, 크레이지!! 나이가 지긋하지만 아직도 앳된 소녀의 미소를 가진 기이한 모습의 그녀는 크레이지 하우스 입구의 티켓박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이 없애자고 까지 했었던 이 요상한 건축물은 이젠 달랏의 명물이 되어 증축까지 할 정도다. 관광객들은 테마파크 같은 크레이지 하우스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잠시나마 아이들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크레이지 하우스에 있는 작은 방들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누가 이런 귀신의 집 같은 곳에 머물고 싶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달랏의 중앙시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느 시골 장터처럼 이곳에도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장에서만 트렁크 세 개를 너끈히 채울 정도로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질반질 잘 깎아놓은 목기와 찻잔들, 수저, 알록달록 향신료들., 살림에 막 재미 붙인 새색시 마냥 고개가 마구마구 돌아간다. 기어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림 그려 넣었다는 찻잔을 두 개 집어 들고는 멀어져 가는 일행들을 찾아 숨가쁘게 뛰었다. 베트남의 추억, 단돈 2000원에 하나 더 추가요!
차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거리모습, 상점들을 초점 없이 바라보다가 이곳에 다시 오는 상상을 해본다. 어떤 곳은 떠나면서 다시는 오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어떤 곳은 큰 감흥이 없어도 다시 돌아오는 예감을 한다. 달랏은 거창한 볼거리는 없지만 자연을 감상하고 호수의 낭만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이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다. 다음번엔 머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기차가 있는 오래된 기차역, 아직 보지 못한 왕의 여름 별장, 아쉬운 쑤안홍 호수, 밤거리, 쌀국수… 아! 그리고 제인 마치! 달랏은 그러고 보니 영화 속의 선뜻한 그 소녀를 닮았다. 미완성의 모습이긴 한데 기품이 있고 당당하다. 더 알고 싶고 더 같이 있고 싶었다. 떠나오면서 다음번에 해야 할 리스트를 적어보긴 참 오랜만이다.
가는 방법 = 호치민 시티에서 달랏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매일 운항 40분 소요. 여행자 숙소가 모여 있는 데탐거리에서 달랏행 ‘오픈 투어 버스’를 타면 약 7~8시간 걸린다.
■ 즐길거리·볼거리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별장 1933년 베트남 마지막 황제의 별장으로 25개의 방은 지금 호텔로 사용한다.
크레이지 하우스 1960년대 모스크바에서 건축을 전공한 공주가 지은 기묘한 모양의 건축물로 구경오는 사람이 많아 입장료를 받고 내부를 공개하고 있다.
쑤언홍 호수 달랏 시내에 위치한 큰 호수로 달랏의 상징이다.
달랏 중앙시장 야채, 어류, 기념품 등 다양한 서민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현지 시장이다.
프렌폭포 시내에서 약 13㎞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뚫고 나가면 높이 15m의 폭포가 위치한다.
치킨빌리지 프렌폭포에서 약 17㎞를 더 가면 들어가 화전 생활을 하던 소수 민족 ‘꼬호’족이 사는 마을이 나온다. 입구에 커다란 닭 동상이 있어 독특하다.
달랏팰리스 골프장 도심 중앙에 위치한 달랏 팰리스 골프클럽은 1922년 개장한 베트남 최초의 골프장이다. 당시 지어진 작고 아담한 클럽하우스는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 황제가 자주 들렀던 곳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998년엔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웅장한 쑤안홍 호수를 내려다보도록 설계된 골프코스는 하늘을 찌르는 소나무들과 어울려 그림같다.
사랑의 계곡 마지막 황제였던 바오다이에 의해 평화의 계곡이라고 이름 지었으나, 1972년 이곳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대학생 커플에 의해 사랑의 계곡이라고 개명되었다고 한다. 호숫가에서 서부의 카우보이처럼 차려 입은 달랏 카우보이가 안내해주는 말을 타거나 아니면 발로 젓는 백조나 용모양의 패들 보트를 빌려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① 소피텔 달랏 팰리스 소피텔 달랏 팰리스는 1922년에 지어진 왕궁호텔을 개조한 리조트이다. 객실에서 쑤안홍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오성급 리조트다.
② 아나만다라 달랏 빌라스 달랏에선 유일하게 야외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로서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특징으로 한다. 한 빌라에 객실이 3~4개 있어 그룹 단위의 고객들에게도 각광 받고 있다. 빈티지카로 시티투어를 하는 프로그램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사진1과 사진6) 달랏 시장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나라 1960년대 시장으로 간 듯한 달랏 시장. 채소, 과일, 꽃뿐 아니라 닭, 오리 등도 판매한다. 대나무 바구니, 그릇, 옷 등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2)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 별장 달랏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2km 정도 거리에 있으며 1933년에 지어졌다. 별장에는 다양한 예술작품과 골동품들이 전시돼 있다. 1층에는 응접실과 회의실, 2층에는 침실이 있는데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느낌이다.
첫댓글 베트남의 물가보다 더 싼 달랏의 물가... 숙박비는 보통 10~15달러...물론 리조트는 비싸지만요.
이런 여행이 진짜 여행인데...쩝, 아쉽습니다.^^;;;
대신 걱정이 많습니다. 호치민에서 숙소 정하고 등등....
달랏은 어째... 베트남 냄새가 안 나는데요?
예전에 저도 베트남 갔을 때 리조트에 묵은 적이 있는데 리조트 안과 밖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어요.
달랏 전체가 무슨 리조트 같은 느낌이 나요.
유럽인들이 자기 구미에 맞게 만든.
예, 맞아요. 도시 자체가 그런 듯...하지만 이번 여행은 현지인들을 만나고, 현지인들의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