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것이 대다수이죠. 달달 외운 것들입니다. 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깨닫기 위한 도구로서입니다. 외운 지식만으로는 알았다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한 공부를 해왔을까요? 그 관점에서 아래 글들을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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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굶는다는 즐거움
몽테뉴는 16세기 인간이었지만 사실은 " 인류 최초의 20세기 인간 " 에 가까웠다. 그는 신이나 왕(권력)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 관종 " 이었다. 몽테뉴는 몽테뉴를 메뉴(글감) 삼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 라이프 스타일 " 을 창조한 최초의 현대인이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나는 낮에는 잘 수가 없다. 식사시간 사이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으며,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 어느 정도의 시간―약 세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나는 단지 밤 휴식시간 전에만 동침을 하며, 서서는 하지 않는다. 나는 땀이 잘 배는 물건은 쓰지 않는다. 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순수한 물과 순수한 포도주는 마시지 않는다. 나는 모자를 쓰지 않고는 외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머리를 깎지 않는다. 장갑을 끼지 않는 것은 속옷을 입지 않고 나가는 것처럼 곤란한 일이고, 식사 후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침대 위와 앞의 휘장이 없어도 그럴 것이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꼭 필요한 물건인 것처럼. 보셨는가 ? 위대한 몽 씨는 이토록 시시콜콜한 인간이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가 간식을 먹든 안 먹든 " 안물안궁 " 이지만, 이 시시콜콜해서 쓸데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들이 모여서 최초의 " 라이프 스타일 " 이 만들어졌다. 내가 << 수상록 >> 에서 주목한 대목은 "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 는 문장이다. 서양에서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은 농사철에는 아침을 먹곤 했다. 그렇기에 조반(아침 식사)은 몸이 허약하여 영양 공급이 필요한 어린이, 노인, 병자나 육체노동자들이나 먹는 것 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반인은 아침을 먹지 않았다(설령, 먹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는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왜 ? 쪽팔리니까). 헤더 안트 앤더슨의 << 아침식사의 문화사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아침을 먹는 것은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는 아침식사를 일부에게나마 허락할 수 있는 근거였다. 하위층 농민과 육체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의 첫 몇 시간을 버텨 낼 에너지가 필요했으므로, 이들에게는 아침식사가 허락되었다. 또 어린이나 노인, 병자처럼 몸이 약해서 한낮의 식사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은 죽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울 수 있었다. 결국 이유가 무엇이든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비웃음을 사는 일이었다.
즉, 옛날 서양인은 가벼운 점심과 그보다 조금 더 충실한 저녁 만찬을 즐겼으니 요샛말로 " 16시간 간헐적 단식 : 16시간 금식 후 8시간은 먹는 방법(아침을 굶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 방법) " 을 생활화한 부류였던 것이다. 몽테뉴가 식사 시간 이외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간헐적 단식을 철저하게 지킨 21세기 간헐적 단식 전도사였다. 몽테뉴라는 위대한 간헐적 단식 전도사'가 있다고 해서 프랑스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조선시대 간서치 이덕무가 있었으니까 ! 도서관에서 책 구경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 청장관전서, 13권 >> 은 금은보화'였다.
이덕무는 조선의 몽테뉴이자 스티븐 킹'이며 빅토르 위고, 루쉰, 도스토옙스키였다. 그의 문장과 내용은 배운 자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쓰고 해독할 수 있는 문체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잡문이었다. 또한 계룡산에서 뜬구름이나 잡는 공자, 맹자'가 아니라 꽃, 지네, 빵 얘기를 하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늦은 후회이지만 지금은 절판되어 품절된,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13권짜리 << 청장관전서 >> 를 사두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중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 쓸데없는 소리 " 를 잘한다는 데 있다. 지네가 닭을 산 채로 잡아먹는 방법과 카스테라 빵 만드는 요령도 나온다. 나는 이 쓸데없는 소리'가 좋다. 이덕무는 << 청장관전서 >> 에서 백성들은 하루에 평소 두 끼만 먹는다고 적는다. 내가 이 문장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삼시 세 끼 신화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곰곰 생각하면 삼시 세 끼 신화는 허구다. 식사를 뜻하는 " 조석 " 이라는 단어가 朝 : 아침 조와 夕 : 저녁 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옛 조상은 오래전부터 두 끼만 먹었던 것이다.
생명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는 "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요, 두 끼는 사람의 식사이고, 한 끼 음식이 신선의 식사법이다. " 라고 말했다. 그의 호 다석(多夕)은 세 끼를 한 끼에 몰아서 먹는다는 뜻이다. 폭식의, 과식의, 몰빵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 삼시 세 끼가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비만을 조장하는 산업(먹거리, 의료, 다이어트 분야)에 봉사하는 좆문가1)다. 소비가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desire가 곧 needs이자 goods이다.
어제 유튜브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일상 다이어트 식단을 엿보았다. 아침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아침 먹고 후식으로 과일, 아침과 점심 사이에 견과류로 간식, 점심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으로 과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저칼로리 간식, 저녁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은 과일 몇 점, 저녁 간식은 없어요. 저녁 늦게 먹으면 살찌니까요. 호호호. 맙소사 ! 나는 그 영상 밑에 댓글을 달았다. 당신에게 몽테뉴의 수상록을 권합니다.
1) 미국 개척사를 보면 미국은 19세기까지도 두 끼 문화가 정석이었다. 두 끼 문화에서 세 끼 문화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켈로그'였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이 시리얼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한 50년대부터 미국 비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영양학의 전문가들은 항상 결식이 과식의 주범이라며 비만의 원흉이라고 지적하지만 < 두 끼 시대 > 와 < 세 끼 시대 > 중 비만 인구가 더 많았던 시절은 언제였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 사회의 핵심은 과소비'다. 먹거리 산업 입장에서 보면 두 끼'보다는 세 끼가 유리한 시장'이다. 다이어트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산업은 고객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만 인구가 증가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산업이다. 세 끼로 몸을 불리고 헬스로 살을 빼십시오. 의료 산업은 ? 영양 과잉으로 인해 생기는 성인병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세 끼로 병을 키우고 약으로 치료하십시오. 이들은 모두 세 끼 문화가 정착되어야지만 번성할 수 있는 산업이다.
현대인의 피곤은 결국 굶주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한다. 굶으면 기운이 없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배가 부를수록 기운이 없다. 오히려 허기는 힘을 돋운다. 살찐 사람과 날씬한 사람 중에 누가 더 기운 없다는 소리를 자주 하는가. 권투선수는 링 위에 오를 때 살인적인 감량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생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유영모, 함석헌, 칸트는 모두 장수했다. 유영모는 91세, 함석헌는 90세, 칸트는 80세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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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의 ‘맛있는 식품법 혁명’
1. 사카린
소주
서른여섯 마리의 쥐 실험
1968년 <한국영양학회지> 창간호에 쥐 서른여섯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실험의 결론은 쌀만 먹인 쥐가 성장이 불량하고 지방간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논문은 쌀을 주로 먹는 마을에서 심장질환 발병률이 높고 수명이 짧다는 일본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체지방 및 간장지방의 축적이 나타나지 않나 우려된다고 했다. 이 논문은 쌀 중심의 자작농에 터 잡은 식품체계의 몰락을 예고했다.
식품체계란 무엇인가? 한 사회가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땅과 바다에서 시작해 밥상에 이르는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농어민이 식품을 생산하는 활동이 순조로워야 하며, 흙과 햇빛과 바다의 힘도 차질 없이 작용해야 한다. 이들 요소는 따로따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서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살아 움직이는 연관체다. 그래서 이를 식품체계라 부른다.
우리의 주식은 쌀로서, 여름의 집중 호우를 이용한 쌀농사 중심의 자작농이 식품체계의 중심이다. 1949년 농지개혁으로 자작농이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소수의 대지주가 지배하는 낡은 사회는 막을 내렸다. 자작농의 평등과 자유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가 열린 것이다. 대한민국은 농지개혁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이며 근면하고 평등하며 협동적인 자작농은 새로운 사회를 정신적·물질적으로 이끌었다. 근대화의 계기는 일제 식민지 총독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지개혁에 있었다. 농지개혁 이후 시대적인 과제는, 어떻게 하면 새로 등장한 자작 소농이 중심이 되어 안전한 식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식품체계를 이룰 것인가였다. 영양학의 쌀 공격 ― 그러나 박정희 정부는 1969년 ‘국민영양개선령’을 만들어, ‘영양 지도 사업’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초대 한국영양학회 회장이 서른여섯 마리의 쥐 실험 결과를 들어 쌀을 주식으로 한 식생활을 공격한 다음 해였다.
영양 지도 사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혼·분식 장려였다. 쌀밥 중심 식생활을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쌀 중심의 식품체계에 대한 부정이었다. 적지 않은 영양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권력자의 권좌 옆에서, 쌀 중심의 전통 식생활이 영양학적으로 열등하며 개조 대상이라는 논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한국영양학회가 만드는 <한국영양학회지>가 대표적으로, 여기에는 쌀 중심의 식생활을 공격하는 논문이 끊이지 않고 실렸다. 1970년 이 학회지에는 “쌀은 3세 이전의 어린이에게는 단일한 단백급원으로는 부족한 식품이며, 쌀을 주식으로 섭취하는 나라에는 성장 장해, ‘kwashiokor’, ‘marasmus’, 비타민A 결핍증이 영양장해로 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말한 ‘콰시오커kwashiokor’와 ‘마라스무스marasmus’란 무엇일까? 영양학자의 설명을 빌리면, 전자는 어린이가 어머니의 젖을 먹지 못할 때 나타나는 성장발달 지체, 근육쇠약, 정신운동기능 장애 증세다. 후자는 체지방은 거의 완전히 소실되고 발육은 극심하게 지연된 장애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쌀을 주로 먹으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면 정신운동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발육이 극심하게 지연된다는 것이다! 이는 쌀 중심의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영양학이다. 이듬해 <한국영양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은 쌀밥 중심의 식생활을 저단백, 저지방, 저비타민 식이라고 규정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품체계를 공격하는 논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쌀에만 의존하다 보면 영양학적 불균형 상태를 벗지 못하게 되어, 하루속히 쌀 위주 식생활에서 탈피하거나 쌀에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우리 국민은 백미를 주식으로 하고 있으므로 백미에 부족되는 필수 아미노산 때문에 단백질 영양 면에서 불균형된 식사를 하고 있는 형편이며, 따라서 국민의 체위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겠다.” “우리나라 식생활 구조의 특이성은 당질의 과잉 섭취 및 단백질의 질적 부족인 식사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백미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러한 백미 편중 식이를 먹을 때 섭취 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이 불균형된 식이를 섭취하게 되므로 영양실조가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현상은 유소아 및 소아 등 성장기 어린이들의 경우 성장의 장해, 행동발달의 저조 등 그 영향이 매우 큼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해롭고 열등하다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조작된 이데올로기다. 2001년 <대한 지역사회 영양학회지>에는 전통적인 밥 중심의 식사는 면 혹은 빵 중심의 식사보다 영양적인 균형식이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당질 : 지방 : 단백질 섭취 에너지 구성비가 이상적인 수치인 65 : 20 : 15에 근접한 것은 밥 중심 식사의 결과다. 오늘날의 영양학 교과서는 우리의 전통 식단을 현대의 영양학적 지식으로 판단해도 손색이 없는 균형 식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2월,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을 발표했는데, 그 일곱 가지 지침 중 하나로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을 즐기자”가 있다. 쌀 중심의 전통 식생활을 그토록 끊임없이 영양학적으로 열등한 불균형 식단으로 비판했던 우리나라 영양학계가 지금은 한식 세계화 추진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쌀 중심 식생활을 끊임없이 매도한 일부 영양학자들은 여태 사과하지 않았다. <한국영양학회지>를 보면, 김숙희 교수가 1987년에 짤막하게 언급한 내용이 있다. 김 교수는, “쌀만 섭취할 때의 영양 불균형 강조, 보리나 밀의 단백질 함량이 높다고 강조하면서 쌀보다 영양이 더 좋은 곡류로 강조하였으며, 극단의 예로서는 3백색의 해(三白色의 害—지은이)라는 주제 하에 흰 밥, 소금, 설탕의 해가 일부 인에 의해 강조되기도 하였다”고 썼다. 그런데 막상 김 교수는 쌀을 앞장서 공격한 학자가 아니다. 박정희 정부의 혼·분식 장려를 연구했던 한 연구자는 이러한 영양학의 사례가 과학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썼다. 허구의 영양학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국민영양개선령을 제정한 1969년 미국에서 들여온 잉여 밀과 밀가루는 모두 1,359,185톤에 이르렀다. 이 규모는 그해 우리나라가 생산한 쌀 생산량의 33퍼센트, 보리 생산량 기준으로는 81퍼센트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렇게 과잉 공급된 미국 밀을 처리해야 했다. 영양학의 쌀 공격은 미국산 밀의 소비를 위한 것이었다. 미국산 수입 밀을 기반으로 한 식품체계가 등장하는 데 봉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동시에 영양학자들이 단체급식에서 강고한 기득권을 움켜쥐는 시기였다. 1970년 <한국영양학회지>에는 ‘정부의 협조 하에’ 영양사가 사회로 좀더 많이 진출하자는 글이 실렸다. 1973년에는 당시 한국영양학회 회장이었던 주진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식생활 구조 개선의 시안」이라는 글에서, 식량 영양 심의기구 설립을 제안하면서 그 기구가 진행할 일의 하나로 영양사 채용 방안을 제시했다. 1988년 당시 한국영양학회 이양자 부회장은 「지역사회의 영양과 건강」이라는 글에서, 약국에서 약사가 맡아오던 비타민제 등 영양 관계 상품은 영양 전문가가 다룰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김병구 대한영양사회 회장은 보건소의 영양사 배치, 학교에서의 영양교사직을 요구했다. 권력은 영양학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했다. 1966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바꿔 50명 이상의 집단급식소에 반드시 영양사를 두도록 했다. 1981년, 학교급식법과 그 시행령을 만들어 영양사 면허를 받은 자만 ‘학교급식 전담 직원’이 되도록 했다. 그리고 영양사를 교육청 공무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1964년에 57명이던 영양사가 1988년 31,932명이 되었다. 그리고 1995년 국민영양개선령을 폐지하는 순간에조차 ‘영양 개선’, ‘영양 지도’, ‘영양 관리’ 등 영양학자들이 확보한 영역은 국민건강증진법에 그대로 담아 유지시켰다. 2010년에는 국민영양관리법을 만들면서, 영양사들에게 학교급식의 식재료 검수권이 있다고 법률에 규정했다. 초중고 학교급식의 연간 식품비가 약 2조 5천억 원인 현실에서, 그 검수권을 독점하는 것은 커다란 기득권이다. 반면 학교급식 조리사들은 식재료 검수를 할 법적 권리조차 없다. 공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등장한 단체급식을 영양학적으로 잘 관리하는 데 영양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영양사들이 단체급식에서 조리사의 역할을 억누르고 단단한 기득권의 성을 쌓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영양학적 지식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유익하다. 실제로 그것을 증명한 훌륭한 영양학 연구도 많다. <한국영양학회지>에 쌀 중심 식생활을 비판하는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체계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논문이 많다. 예를 들어, 1977년의 「식품 중 유해 중금속에 관한 연구」는 콩나물의 수은오염 문제를 제기해서 중금속 허용 기준 설정을 요구한 중요한 선구적인 논문이다. 1980년에는 김치의 농약오염을 경고하는 논문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공전>에 식품의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이 설정된 때가 1988년임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앞선 연구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영양학 전문가가 <한국영양학회지>의 창간호에서부터 시작해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집요하게 쌀 주식 식품체계의 뿌리에 도끼질을 했다. 그들은 쌀농사를 짓는 자작 소농이 공업화와 도시화라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면서 성장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좌절시켰다. 쌀농사 소농을 식품체계의 문 밖으로 쫓아내는 데 이바지했다. 쌀만 먹으면 정신장애가 오는가? ― 국가는 영양학자들이 꾸민 거짓 과학의 지원을 받아, 국가기구를 총 동원한 강력한 억압 체제를 가동했다. 국가는 영양학자들이 제공한 허구적 논리를 교과서에 실어 학생들에게 대대적으로 가르쳤다.
1975년 문교부 초등학교 실과 과목 교사용 지도서에는 쌀밥 중심의 식생활이 체질의 산성화, 심리적으로 끈기와 침착성 결여, 소극적인 성격, 대뇌변질증을 일으키고 판단력을 흐리고 지능이 저하될 우려가 많다고 씌어 있다. 그러니까 쌀을 주식으로 하면 대뇌변질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선생님에게 쌀을 많이 먹으면 지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지시했다! 1970년대에 나온 잡지 <새마을>에는 쌀밥만 먹어 ‘발육 장애, 골격 부전, 노화 촉진, 각기병’에 걸려 고통받는 불행한 사람들의 그림이 실렸다. 이들 옆에서는 쌀밥을 적게 먹어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웃고 있다. 농지개혁 이후 도시화와 공업화가 밀려왔다. 사람들이 외식과 가공식품에 더 많이 의존하는 새로운 식생활은 쌀과 보리에 터 잡은 식품체계를 새로운 조리법과 가공법을 통해 발전시킬 기회였다. 그러나 국가는 그 발전을 억압하고 미국산 밀 중심의 식품체계를 강요했다. 국가는 1971년 ‘전국의 음식 판매업자 준수사항’을 고시하여, 모든 음식점에서 즉석에서 솥에 쌀밥을 짓는 행위를 불법화했다(농림부 고시 제2,377호). 그리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11~17시에는 아예 쌀밥을 파는 행위 자체를 불법화했다. 국가의 고시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명령을 위반하는 자는 3월 이상 6월 이하의 영업정지를 하거나 허가를 취소한다.” 1973년에는 쌀로 과자나 엿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1976년에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서‘무미일(無米日)’, 그러니까 쌀밥을 팔지 않는 날을 만들었다. 수요일과 토요일이었다. 누구를 위한 무미일이었나? 그것은 미국산 밀을 위한 것이었다. 국가의 억압은 수입 밀에 기초한 먹을거리 체계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도록 했다. 국가가 밀 중심의 식품체계를 강요하는 동안, 쌀은 이 땅의 식품체계와의 연계점을 잃었다. 사람들이 먹는 쌀의 양은 1970~2007년에 43.6퍼센트나 감소했다. 반면 밀 수입량은 2007년 한 해에만 338만 톤에 달했다. 이는 그해 쌀 생산량 440만 톤의 76.8퍼센트나 되는 양이다. 독자들은 국민영양개선령을 제정한 1969년 미국에서 들여온 잉여 밀과 밀가루의 양이 그해 쌀 생산량의 33퍼센트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불과 40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밀은 우리의 주식이 되었다. 세계의 식품체계에서 자연조건의 급격한 변화가 없었는데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한 사회의 주식이 바뀐 사례는 찾기 어렵다. 영양학자들은 꿈을 이뤘다. 그러나 자작농의 쌀은 도시화와 공업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다양하고 새로운 식품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겼다. 한국의 곡식을 담은 세계적인 술이 없는 이유 ― 쌀 중심의 자작 소농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는 단지 쌀밥을 먹지 못하게 한 데서 멈추지 않았다. 가장 격렬한 공격을 받은 식품은 술이었다.
술은 지역에서 원료와 기술을 얻고, 지역사회를 부양한다. 술지게미는 가축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 순환 가운데서 사람들의 문화가 전승된다. 중국 쓰촨성의 곡주인 ‘우량예(五糧液)는 쓰촨성 이빈(宜賓)의 넓은 평원에서 생산되는 수수, 멥쌀, 찹쌀, 밀, 옥수수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증류해 만든다. 이 고장은 양쯔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첫 고을이라 불릴 만큼 물이 풍부하다. 술의 알코올 도수는 52도지만 뒤끝이 없고 깊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 술은 중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중국 백주의 하나다. 이빈에 있는 술 공장의 근로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이빈시 시민 가운데 이 공장의 직원이 아닌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우량예는 술과 지역의 밀접한 연계를 보여준다. 2010년 5월, 서울 가락동의 한 중국음식점 메뉴판에서 이 술 500밀리리터 한 병 값이 28만 원이었다. 일본 니가타현의 생태계와 쌀은 동양 최고의 쌀와인으로 칭송받는 ‘구보타(久保田)’에 담겨 있다.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는 일본 술 특선 주간을 마련하는데, 남산 하얏트호텔의 일식집 아카사카에서 ‘구보타만슈(萬壽)’ 720밀리리터를 28만 원에 제공한다. 특급 호텔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10년 4월, 서울 서초동의 한 평범한 일식집 메뉴판에서 이 술 한 병의 가격은 22만 원이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곡식이 술로 바뀌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의 곡식은 자신을 대표할 술을 갖지 못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왜 우리의 쌀 옆에는 우량예나 구보타와 같은 술이 없는 것인가? 1965년 2월 24일 내무부 장관 양찬우, 재무부 장관 홍승희, 농림부 장관 차균희, 보건사회부 장관 오원선은 합동으로 소주 생산에서 일체의 곡류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를 공고했다(관보 제3973호). 이를 어기는 농가나 양조장 주인은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고시는 이 땅의 술 그리고 술에 쓰이는 곡물의 지위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더 이상 이 땅의 곡물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술과 자연의 연계를 끊어버렸다. 이 단절은 무려 1991년까지 계속되었다. 이 오랜 기간의 억압은 사람들의 혀가 술 본래의 맛과 향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지역 생태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었던 유대를 빼앗긴 소주 대신 들이닥친 것이 있었다. 바로 첨가물 희석주다. 이는 알코올 주정을 탄 물에 첨가물을 섞은 것이다.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 본래의 ‘소주’가 아니다. 본디 소주란 무엇인가? 17세기 후반, 안동 장씨는 『음식디미방』에서 소주를 만드는 한 방법을 이렇게 전했다.
쌀 한 말을 깨끗이 씻어 익도록 쪄, 끓인 물 두 말에 조합하라. 묵은 누룩 다섯 되를 섞어 엿새 만에 고되, 물 두 사발을 먼저 솥에 부어 끓이고, 술 세 사발을 그 물에 부어 고루 저으라. 뽕나무나 밤나무로 불을 알맞게 때 윗물이 따뜻하거든 자주 갈되, 한 솥에 새 물을 떠놓았다가 푸면서 즉시 새물을 부으면 소주가 가장 많이 나고 좋다. _ 백두현, 『음식디미방주해』
이것이 소주다. 그 자체의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 소주다. 첨가물을 섞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희석주는 알코올 주정을 물에 탄 것으로 고유한 향과 맛이 없다. 그래서 첨가물을 따로 넣지 않으면 술로 마실 수 없는 물질이다. 본래의 소주가 아니다. 사카린 소주의 합법화 ― 1965년의 소주 불법화 조치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사이, 식품체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1971년 12월 주세법을 개정해, “주정을 물로써 희석한 것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료를 첨가한 것”을 희석식 소주의 법률적 정의에 포함했다. 그리고 주세법 시행령에서 희석식 소주에 첨가할 수 있는 물질의 하나로 “새커린”을 규정했다. 이렇게 사카린 소주가 합법화되어, 1989년까지 약 20년 동안 식품체계를 지배했다.
사카린 소주가 합법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술이 끊임없이 구조적으로 과잉 공급되는 극단적 체계로 내몰렸다.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술이 공급되는 체계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본디 소주는 실로 오랜 기간, 지역사회의 쌀과 수수 등 양곡에 의존하여, 생태계의 공급 능력 안에서 제한된 알코올을 공급했다. 그러나 사카린 소주는 이 땅의 생태계 순환과 조절의 질서를 거부한다. 그 주정은 대부분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열대지방에서 나는 ‘카사바’ 녹말인 ‘타피오카’로 만든다. 그러니 사실상 무한정 주정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물을 타 사카린을 섞으면 되니, 얼마든지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수용할 수 있는 알코올 이상으로 과잉 공급된다. 희석식 소주처럼 새로운 식품이 등장해 짧은 기간에 식품체계를 지배하고 사회적 해악이 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우리 민족은 술을 귀한 음식으로 인식했고, 술을 대접하고 대접받는 일은 성인으로 성숙했음을 공인하는 사회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사카린 소주에 이르러 우리 사회는 알코올 무한 공급 사회로 변했다. 사카린 소주가 등장한 지 채 40년도 안 된 2008년 한 해에 사람들이 마신 소주를 모두 병에 담으려면 360밀리리터 소주병이 34억 5천만 개가 필요한 나라로 변했다. 알코올중독자가 넘쳐났고, 술로 인한 범죄가 폭발했다.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 소주 1병 이상, 여자 소주 5잔 이상인 ‘고도 위험 음주자’ 비율이 2005년에 전체 인구의 26.1퍼센트나 되었다. 2006년 현재 179만 명 이상이 알코올중독자다. 음주 관련 질환으로 연평균 8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 2005년 10월 청소년위원회의 조사 결과 실업계 고등학생의 57.4퍼센트, 인문계 고등학생의 38.4퍼센트가 조사한 때를 기준으로 과거 한 달간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희석식 소주에는 자연과 사람의 연계와 순환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극이다. 자작 소농이 생산한 곡물이 술로 소비되는 출구가 사라졌다. 지역사회의 한 축을 이루던 술산업이 무너졌다. 1965년의 소주 불법화와 1969년의 혼·분식 장려는 쌀을 아끼려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나? 아니다. 이 땅의 식품체계는 1964~1966년 3년 연속 쌀을 수출했다. 1969년에는 사상 최초로 쌀 생산량 400만 톤을 넘어섰고, 쌀이 남았다. 그러나 소주 불법화를 1991년까지 유지했고, 국민영양개선령을 1995년에야 폐지했다. 그것은 쌀을 절약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쌀을 기반으로 하는 자작농의 식품체계에 대한 격렬하고도 지속적인 억압이었다. (제1장 부분) ------------------------------------ 저자 소개
송기호 학부에서 무역학을 공부한 후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환경관리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수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이며,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다. 바깥은 국제통상질서에 적응하면서도 우리 안의 연대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데 연구와 생업을 맞추고 있다. 국제통상협상 정보는 비공개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초의 판결을 받아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미국이 계획보다 후퇴한 동물성 사료 대책을 공표한 사실을 제기하여,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금지되도록 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지은 책으로 『곱창을 위한 변론』, 『WTO 시대의 농업통상법』, 『한미 FTA 마지노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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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더 이상 타협하지 마라! 먹을거리,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음식을 알기 위해서 음식만 보면 안 됩니다. 칼로리만 계산하고 몸에 좋은 성분만 계산해서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게 됩니다. 지금 먹고 있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희생의 결과로 맺어졌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랬을 때만이 음식의 소중함도 알고 음식의 건강한 생산 과정도 지킬 수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함부로 생각하고 말하게 됩니다. 수고로움을 모르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법입니다.
(중략) 음식을 몸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을 거쳐 생명을 유지하는 물질적 차원의 의미에서 본다면 내 몸과 음식과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자연이 어떤 의미에서 그 계절에,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그런 식품들을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중략) 음식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이 모두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그 모든 관계의 깊은 의미를 알게 해주는 곳이 바로 밥상입니다.
- 여는 글에서
2008년 광우병 공포를 시작으로 중국발 멜라민 파동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불량 먹을거리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직접 시위에 참가할 만큼 사람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이런 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정부는 각종 규제 방안과 안전대책을 서둘러 발표했고, 안전 먹을거리에 대한 각종 정보들도 넘쳐났다. 그러나 미국에서 680여 명이 감염되고 급기야는 9명의 생명까지 앗아간,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땅콩버터가 국내에서도 유통되고 있다고 하고,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삼겹살도 가짜로 만들어내는 충격적인 일들이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음식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제 먹을거리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언제까지 “더 이상 먹을 게 없다”고 불평만 하고 “어차피 이래저래 죽을 거면 맛있게 먹고 보자”며 호기를 부릴 것인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음식에 대한 정보와 영양 상식은 모두 버려라. 식생활 전문가인 저자가 불량 먹을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지 생생하게 파헤치고,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다.
식품 안전이 위협받는 세상, 무엇을 먹을 것인가?
먹을 것도 많고 의학도 발전한 시대에 왜 질병은 계속 늘어나고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는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잘못된 영양 정보가 판을 치고,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기보다는 당장 편한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국산 소고기가 위험하다고 하니까 호주산,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찾고 있다. 또 아이들이 먹는 분유에 멜라민이 들어 있다니까 그 제품을 공개하고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 맞지도 않고 안 먹을수록 좋은 고기, 즉 단백질에 대한 환상이 그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왜곡하고 제대로 알려 하지 않으면 그 어떤 해결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광우병뿐 아니라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 유전자 조작 식품, 항생제, 과당, 환경 호르몬 등으로 발생하는 건강을 위협하는 불량 먹을거리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인간을 병들게 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한 지역,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생명과 직결되는 먹을거리조차 경제논리로 바라보고,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강대국과 기업들의 사리사욕이 존재한다. 먹을거리는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바로 알고 좀 더 똑똑한 소비자로서 기업과 정부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자연, 지구를 위한 생존의 밥상을 차리자!
웰빙 열풍과 함께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몸에 나쁜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건강에 좋다는 것만 찾아다닌다. 하지만 아무리 잘 먹어도 힘을 못쓰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피곤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질, 단백질, 지방 등 에너지원의 과잉 섭취와 더불어 식품의 도정과 정제, 가공 과정이 고도화되면서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등 태워주는 영양소가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체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만성 질병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화학첨가물을 대량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칼로리 중심의 영양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 영양학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는 영양의 과잉 시대가 아니라 영양의 불균형 시대다. 따라서 영양과 식생활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영양학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양소가 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백미와 육식, 가공식품 중심의 식사 대신 도정?정제하지 않은 현미 등의 통곡식과 우리 땅에서 키운 채소와 과일 등을 먹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것만이 사람과 자연, 그리고 지구를 살리고 식품 안전이 위협받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험을 자각할 수 없는 시대,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
“소가 제 먹이가 아닌 동물 사료를 먹어 발생하는 광우병,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고 인간 역시 미쳐가고 있다.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약 15년 정도이며 노출되기 쉬운 연령은 10~15세이고 발병하는 평균 연령은 18세라고 한다. 대체로 어리고 젊은 나이에 발병하며 평균 15개월 정도가 지나면 모두 죽는다.”
“마이클 잭슨이 걸렸다는 MRSA등 항생제 중독으로 인한 내성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뿐 아니라 농약과 가축용 항생제로 사용되는 항생제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몸은 식품첨가물을 이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에 흡수할 때 면역 기능을 혹사시킨다. 또 간에서 해독되고 신장에서 배설되는 과정에서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고 영양소를 파괴하며, 위험한 식품첨가물들은 간세포, 뇌세포, 면역세포를 손상시킨다.”
“콩, 옥수수, 토마토, 감자 같은 기초식품뿐만 아니라 전분, 물엿, 식용유,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 두유, 콩나물, 포테이토칩, 옥수수 통조림, 케첩, 분유,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각종 가공식품과 의약품, 유전자 조작된 사료를 먹은 소, 돼지, 닭까지 이미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맛있게 먹었던 딸기와 상추, 배고파서 먹었던 컵라면, 목말라서 마셨던 우유와 캔 음료, 편리해서 먹었던 각종 통조림들이 우리 몸을 피임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환경 호르몬에 의한 생식기 이상 증후는 모든 생물의 존속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루에 얼마큼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며 어른이 되어서는 심장병과 당뇨병 등 각종 질환을 증가시키는 트랜스지방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과당은 과일의 당분이기 때문에 몸에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음료 속에 숨어 있는 과당은 포도당보다 지방으로의 전환율이 4배나 높다. 과당을 섭취하면 중성지방 수치도 32%나 높아지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지며 당뇨와 비만,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율도 높아진다.”
목차여는 글_ 생존의 위대함, 초라한 밥상
1. 위험을 자각할 수 없는 시대, 위협하는 것들 주저앉는 소, 연쇄 살인의 공포 광우병 광우병보다 무서운 내성균 감염, 항생제 중독 내 밥상의 도둑, 식품첨가물 그 이름은 프랑켄푸드, 유전자 조작 식품 침묵의 살인자, 환경 호르몬 바삭한 유혹, 트랜스지방 또 하나의 달콤한 백색 공포, 과당
PART2. 모두를 위한 영양학으로 다시 태어나라 영양의 불균형 시대! 질병의 홍수 시대! 생존을 위해 영양학이 가야 할 길 식품의 칼로리와 영양 권장량은 허구다! 영양을 아낄 수 있는 일을 하자 음료수가 아닌 물을 마시자 잘못된 영양 상식과 죽음의 밥상 새로운 영양학과 의학이 필요한 세상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서는 영양학 상생과 공존을 위한 생태 영양 의학 영적 진화를 위한 음식
PART3. 미래를 위한 영양학 교실 에너지의 원천, 당질 생명의 탄생, 단백질 종족의 번영, 지방 생활의 활력, 비타민 생명의 고향, 미네랄
PART4. 미래를 위한 생존의 밥상 사람과 자연, 지구를 위한 밥상 엄마를 위한 영양학 교실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식품 안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식품
저자소개김수현
성균관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새로운 영양학과 바른 식생활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사람에 대한 연민, 여성의 삶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저자의 영원한 화두는 질병의 완전한 치유와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에 관한 것이다. 어떤 약도 취급하지 않았던 식생활 상담 전문 약국 〈영양과 건강약국〉을 운영하며 많은 여성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1년 ‘뉴트리웰센터’를 설립하고 식생활 지도자 교육과정과 생태 영양 의학 교육과정을 마련, 바른 식생활 계몽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서 통곡식 먹기 운동, 식생활 개선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또 SBS TV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사는 법〉을 기획, 자문, 출연하고 방송과 강연, 저술, 교육 활동을 통해 새로운 밥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했다. 현재 생태 영양학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자연의학과 불교학, 동양학에 대한 공부를 하며 진정한 생명 치유를 위한 길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밥상을 다시 차리자 1?2》《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밥상머리 마음공부》《밥상머리 치유와 행복》《김수현의 생명 밥상》《잘못된 간식 우리 아이 해친다》《내 아이 똑똑하게 만드는 천재밥상》《다시 쓰는 이유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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