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미네르바 스쿨’이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일정한 캠퍼스나 강의실이 없이 전세계 7개 도시를 돌며 온라인으로 토론식 수업을 하는 대학이다. 여기저기서 미네르바 스쿨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한샘의 조창걸 창업주가 사재 수천억원을 출연해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인 태재대학을 내년에 개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레인서울, 지식순환협동조합,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등 제도권 대학 교육과 확연히 차별되는 방식으로 배움을 일으키는 대안대학들이 있다. 스페인 기업순위 7위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세운 몬드라곤대학교의 레인(LEINN) 과정은 유럽의 ‘미네르바 스쿨’이라고 불리는 혁신적인 학교다.
이 몬드라곤대학교 레인 과정의 한국 캠퍼스인 레인서울이 2020년부터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레인서울은 몬드라곤 협동조합 정신과 핀란드의 창업교육인 ‘팀 아카데미’에 바탕을 둔 교육방식인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를 적용해 팀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4년제 학사 학위 과정이다. 레인은 이 학교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리더십’ ‘기업가정신’ ‘혁신’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이다. 레인서울 과정을 마치게 되면 몬드라곤대학교 졸업장이자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유럽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배우는 과정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입학 동기들은 함께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 등 법인을 설립해 이 안에서 팀 형태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창업, 비즈니스 등을 실행하며 역량을 키워나간다. 강의나 강의실도 없고 당연히 교수도 없다. 이곳의 학생들은 학생이라는 말 대신 팀기업가로 불린다. 창업과 경영을 위한 기초 지식 습득은 교양 강의 수준으로 제공되지만 주된 학습은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합하게 설계한 학습과 팀원들끼리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협의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성공하거나 실패하고 그걸 돌이켜보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유럽 학사 일정에 맞춰 매해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대안대학 지순협(지식순환협동조합)은 2015년에 설립된 협동조합 형태의 1년제 대학이다. 당시 제도권 대학의 교육이 견고한 분과 학문 시스템 속에서 경쟁과 생존주의 교육으로만 내달리자 통섭인문교육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면서 설립됐다. 지금까지 2년제로 운영되다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올해부터 1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은 미래 직업으로서 연구자, 창작가, 활동가, 기획자의 역량에 주목해 이들의 역량에 뿌리가 되는 인문 소양을 집중적으로 길러낸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은 인문학적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디자인 독립학교다. 한국 타이포그라피의 거장인 안상수 디자이너 등 여러 디자이너들이 모여 2013년 설립한 협동조합 형식의 디자인 독립학교로, 4년제 ‘한배곳’ 과정과 석사에 해당하는 2년제 ‘더배곳’ 과정이 있다.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와 영국 UCA로 편입이 가능하고,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와 독일서적예술대학 등 다양한 외국 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