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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잠만자고출근
페르세포네가 앞뜰의 울타리를 열고 나섰다. 끈적한 어둠 속에 노란 수선화 한 송이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까닭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꽃.
꽃대를 주워 향기를 맡은 페르세포네의 입술에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또 한 송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홀린 듯 다가갔다.
두 송이째가 되자 조금 괴이하다 싶었다.
그리고 또 한 송이, 다시 또 한 송이…….
‘……뭘까?’
페르세포네는 어느덧 길을 벗어난 숲 안쪽의 작은 공터에 이르렀다.
막 허리를 숙여 눈에 띄는 마지막 수선화를 집어 드는데.
바스락.
회동그레 뜨인 노란 눈동자에 일순간 없던 경계심이 스쳤다.
안고 있던 수선화 다발을 내팽개치고 오솔길로 달려 나가려던 페르세포네는 어느 순간 뻗쳐온 손아귀에 사로잡혔다.
비명이 목에 걸렸다.
저는 언제쯤 섬을 떠나 자유로워지나요?
-나의 착한 딸아.
무엇이 네 안에 불민한 마음을 품게 하였기에 어미를 실망시키려 하니?
섬 밖의 세상은 네 상상처럼 대단한 모험과 신의와 행복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란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렴.
네, 어머니.
-그렇다면 약조하겠니.
스틱스 강에 네 어미에 대한 사랑을 바치고…….
그렇게 할게요.
-어미를 배신하지 마라,
내가 너를 어찌 사랑했는데.
너를 사랑하고자 제우스도 용서하였는데.
그럼에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용서해주세요.
벗어날 수 없음을 받아들인 날부터,
딸은 카우카소스 산에 묶여 매일을 심장을 쪼여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제 것처럼 느꼈다.
벌레 먹힌 잎사귀가 가슴속에 박혀 사각거린다.
너는 갉아 먹혀 죽으리라.
하루면 둘레를 다 돌고도 시간 남는 조그마한 섬이 속삭거린다.
너는 내 품에서 죽으리라.
그것이 페르세포네만이 알고 있는 어머니 데메테르의 사랑이었다.
‘그곳’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본 적 없는 문.
희미한 빛이 아른거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고즈넉하게 서서.
‘이 문은 무얼까.’
말 못할 비밀을 작은 가슴에 품고 섬 밖의 세상을 상상했던 딸에게는 어디라도 낙원이었다.
—그것이 설령 지하 세계로 향하는 입구라 할지라도.
“왕, 마침 잘 왔다. 그것 또 왔어.”
“그것?”
“내내 얼쩡대며 호시탐탐 배를 노리는 노란 눈의 계집아이.“
“……어느 쪽으로 갔나?”
“왜?”
“무엇 하는 아이인가 싶어.”
“귀찮은 것 질색하는 작자가 웬일이냐? 한참 째려주니 저어기, 저어어기로 가더라.”
하데스는 괜히 번거로운 일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는 묘한 인상을 남겼던 여자에 대해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좀 더 솔직히 표현해 신경이 쓰였다.
“하데스 님……?”
“오늘도 도망치려느냐?”
“그건 아니에요, 나는…….”
“네게 이곳이 맞지 않음을 알 터인데,
내 권역의 가장자리를 배회하며 아케론의 대행자를 곤란하게 한 연유가 무엇—”
거기까지 말하던 하데스가 입술을 멈추었다.
허리 아래 엄습하는 따뜻한 온기가 소스라칠 정도로 낯설었다. 당황하여 회색 눈을 끔뻑이며 내려다보니, 와락, 온 힘을 다해 양팔을 감아 끌어안은 모양새의 여자가 보였다.
무얼 안고 있나.
아무리 보아도 여자가 안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제 허리라.
“당신을 다시 만나뵙고 싶었어요.”
처음,
지하 세계의 지배자,
‘그’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로 지하를 디뎠던 새벽이었다.
-오셨나? 왕이여.
‘왕’이라 하였다.
지하 세계의 군주,
모든 것들이 돌아가는 죽음의 숭배를 받는 위대한 존재.
-그래, 모처럼 걸음 해보았어.
별일은 없어 보이는구나.
-별것이 또 어정거리는 것 말고 별일이 있으려고.
-별것?
고개를 돌린 남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그날이었다.
그 순간 달라졌다.
남자가 저를 바라보고, 제가 그를 마주 보는 찰나간의 시간.
—짐승은 저를 구원해줄 이를 알아차리는 법이다.
저를 향해 비스듬히 아래로 기운 시선, 지극한 품위와 고매한 어둠이 저 달과 같은 회색 눈동자 깊숙이 도사리고 있었다.
밤이 낳은 매혹의 또 다른 이름이 머릿속으로 휩쓸려 들어와 오로지 그의 이름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데스,
지하 세계의 지배자,
모든 죽는 것들의 경배가 되돌아가는 곳.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죽음,
그 자체의 존재.
‘그녀’가 속삭였다.
‘바로 저 사람이야.’
‘그녀’가 속삭였다.
‘바로 저 사람’이라고.
가지고 싶었다.
<책소개>
비틀린 밤의 여신이여, 문밖으로 나를 인도하여—
기슭 끝의 죽음에 이르게 하소서.
“데메테르가 어찌나 감쪽같이 숨기어두었던지……. 찾는 데 애를 먹였구나.”
처음으로, ‘남자’가 말했다.
“페르세포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채 사로잡힌 두려움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하 세계의 군주, 하데스였다.
‘그가 나를 찾아냈어.’
검은 마차의 주인이 지상에 오르던 그 밤, 페르세포네는 납치당했다.
페르세포네를 위하여 - 삼족섬
🔞 전플랫폼 구입가능(아마도,,,)
삼족섬 작가님께서 새롭게 각색하신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이야기야
문체가 어려워서 잘 안읽힐 수도 있지만
신화와 다른 색다른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미친.. 사랑의 이야기가 보고싶다면 추천할게!
내용이 피폐하다고 하는 사람들 많았는데 나한텐 전혀 피폐하지 않았었어 참고해줘!
페르세포네는.... 사람을....
희란국 연가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잠자는 바다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누가 도로시를 죽였을까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절벽에 뜬 달
사마귀가 친구에게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메리 사이코
문제 시, 울면서 수정하거나 삭제하겄슈,,,,
첫댓글 이게머꼬...!!!!!! 심장을 흔드네...!!!!
와 내취향..
와 뭐야.. 재밌겠다
와 존잼스멜
오오오오오....!
오오 나 이런 류의 소설?같은거 보고싶다는 느낌든거 첨이여
페르세포네 진짜 난 그런내용인지 몰랐지.... 반전 계략여주ㅋㅋㅋㅋ 다보고나니 하데스 순진남으로 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르세포네 찐성격보면 완전 s일것같은데 배경이랑 성격 가치관 합쳐져서 가학적인 성적취향으로 자리잡은것도 너무..... 처음 먹어본 매운맛? 이라 눈 앞이 짜릿했더랬지... 외전에서 민테? 머리통 차면서 하데스한테 너도 그러면 죽어! 이랬던거 아직도 기억나ㅋㅋㅋㅋ
매우 존잼 고마워...... 읽고 싶어서 찾다가 시리즈 카카페 리디 다 없어서 알라딘 이북으로 봄 ㅎㅎ
헐.. 이 달엔 이거 읽어야겠다 고마워! 북막북막
찾앗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