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당신의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면
눈부시게 빛나는 딸에게 어느날 찾아온 양극성 장애
분쉬의학상 수상 의학자가 전하는 경험 어린 위로와 생생한 조언
어느날 당신의 가족이 자해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병원 의사이자 『죽음을 배우는 시간』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김현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의)는 화목한 가정에서 명랑하게 자라는 줄로만 알았던 딸이 남몰래 자해를 해왔고,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는 엄마이자 의사인 저자가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보살피고, 가족으로서 삶을 함께 살아내고자 겪어온 숨 가쁜 여정의 기록이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헤엄치는 심정으로 딸과 함께해왔던 지난 7년간의 투병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하며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마음의 문제로 고생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더불어 딸의 아픔을 헤아리기 위해 섭렵한 수많은 연구와 기록을 소개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과학적 이해를 넓히고,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과 대화하는 법, 자해·자살 시도를 마주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 병원을 선택할 때의 유의사항 등 환자 가족으로서 실제 겪은 바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조언을 담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가족을 둔 이는 물론,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독자에게 두루 권한다.
👩🏼🏫 저자 소개
김현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병원 내과에서 전문의·전임의를 수료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있으며,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했고, 다양한 강연을 해왔다. 10년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다. 현대 의료가 다루는 죽음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집필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이외 저서로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의사외전』(공저) 등이 있다.
7년 전, 둘째 딸이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으며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섰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모두가 삶의 질곡에서 괴로움을 떨치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을 한 걸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와 용기임을 말하고자 한다.
📜 목차
책을 시작하며 세상이 무너지다
첫째 해 부인과 낙관
빈센트 / 아무도 몰랐다 /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 / 정신병원 / 보호병동에 들어가보니 / 어떤 병이지? / 우리 애만 이런가?
둘째 해 먹구름
절규와 총성 / 뭘 잘못해서 이런 병에 걸렸나요? / 이러고도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 90년대생 여성 학살 사건 / 황새가 물어 왔나요? / 슬기로운 퇴원 생활
셋째 해 삶의 증발
여신들의 질병 / 신비하고도 신비한 뇌 이야기 / 뇌를 이해하는 한가지 방법: 지리학 / 뇌를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 마음을 만드는 화학물질 / 왜 우리는 정신질환을 잘 모르는가? / 아픈 사람들이 가르쳐준 뇌의 기능 / 다시 병동으로
넷째 해 폭풍 치는 밤바다
천재들 / 폭풍 치는 밤바다 /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 자살에 대해 말해봅시다 / 세상과 작별하는 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 죽고 싶지는 않은데 자해는 하고 싶어 / 중독인가, 치료인가?
다섯째 해 있는 힘껏 병을 끌어안아보기
상처 입은 위대한 영혼들 / 다시 나의 지붕 아래에 / 가족이 해줄 수 있는 일 /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들 / 병원 찾아 3만리 /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 그 약이 맞는 건가? / 경계인 / 조금이라도 삶을 살아내기 쉽게 하려면: 수많은 증상들의 이해 / 전기충격치료를 해주세요
여섯째 해 다시 삶으로
위인은 병을 가지고 있었는가? / 다시 독립 만세! / 아이가 아팠기에 얻은 것 / 부모 서바이벌 가이드
우리는 모두 정신질환자이다 신경 다양성으로 바라보는 세상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 격리의 역사, 잔혹의 역사 / 정신과가 기가 막혀 / 당신에게 줄 돈은 없어―당신은 그냥 죽어 / 살고 싶어요, 일하고 싶어요 / 크리스 록은 왜 뺨을 맞으며 웃고 있었나? / 우리는 모두 정신질환자이다 / 파렴치한, 너무나 파렴치한: 정신질환을 양산하는 사회
맺음말
🖋 출판사 서평
의사 엄마에게도 혼란스럽기만 했던 딸의 정신질환
7년의 풍파와 노하우가 담긴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세상이 무너졌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믿어왔던 딸의 팔목에 수없이 그어진 칼자국을 목격하게 된 순간, 저자는 지금껏 살아왔던 세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경험을 한다. 부랴부랴 정신건강의학과에 딸을 데려가 상담 및 진찰을 받은 뒤 내려진 진단은 흔히 ‘조울증’이라 알려진 양극성 장애. 감정이 지나치게 들뜨고 고양되면서 과민·망상·충동·흥분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들면서 불안·무기력·절망·비관 등의 정서가 동반되는 울증이 교차하며 반복되는 병으로, 환자의 25퍼센트 이상이 생애 한번 이상 자살을 시도하고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자살률이 비질환자보다 최대 30배나 높은 중증 정신질환이다.
저자는 딸에게 가장 잘 맞는 병원을 찾아다니고, 보호병동에 딸을 입원시키고, 약물 및 전기충격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고, 공공부조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등록을 신청하는 등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각종 연구 및 통계자료와 문헌을 직접 뒤져가며 공부하고, 정신질환의 발생 기관인 뇌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알아가고,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여 효과를 시험해보며 정신질환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하루하루 체득해갔다.
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자 애써온 지 어느덧 햇수로 7년, 저자가 본인 가족의 사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누기로 한 것은 의학 전문 지식에 접근하기 비교적 쉬운 자신에게도 가족의 정신질환에 대처하는 일이 이토록 힘겨운데 다른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얼마나 막막하고 까마득한 상황에 처해 있을지 새삼 가슴 저렸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 환자의 자해나 자살 시도를 목격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 잘 맞는 병원과 의사를 만나기 위해 고려할 사항, 특정 증상에 효과를 보였던 약제 및 치료법, 환자의 치료와 함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가족으로서 명심해야 할 생활 계명,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도서 목록 등 직접 몸과 머리로 부딪혀가며 얻은 풍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10~20대 사이에서 폭증하는 자해·자살 시도
사회적 낙인에 여전히 은폐되는 정신질환
정신질환은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 및 자해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인으로 꼽힌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특별히 취약한 고리의 연령대로 청소년과 20대 여성 계층을 지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20대 여성의 우울증이 급증했던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43퍼센트 늘었다. 자살 및 자해 시도로 인한 청소년의 응급실 내원 또한 2016년에 비해 2020년에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환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괴로움에 시달리는 현실에도 유난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 문제가 제대로 가시화되지 못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의 유병률은 평균 1~2퍼센트, 진단 범위를 넓혔을 경우 6.4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양극성 장애의 유병률이 2017년 기준 0.2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의 유병률과 비교해 매우 낮게 보고되는 것인데, 그만큼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숨어 있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정신질환 문제에 여전히 무지와 낙인, 은폐로만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태도에서 비롯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발생하면 ‘중증 정신질환자 중 범죄자 비율(1.2퍼센트)이 전체 인구 중 범죄자 비율(3.1퍼센트)보다 훨씬 낮다’는 객관적 사실은 내팽개쳐진 채 ‘정신질환 환자들을 당장 격리조치 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망언이 연일 이어진다.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쟁주의적 질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을 고립시키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 일선 의료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등 근본 과제는 건드릴 시도조차 않은 채 눈앞에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딸이 앓고 있는 병을 이해하고자 손수 수집한 동서고금의 사례와 전문 연구, 통계자료 들을 통해 정신질환이 늘 우리 곁에 동반해온 범상한 것이면서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언제든 환자의 생명과 그 가족의 평안을 해칠 수 있는 치명적 존재임을 정연하게 증명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이상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감추기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잠재된 문제를 직시하고 사회적 주요 의제로 삼아 시급히 논의에 나서야 함을 촉구한다.
정신질환을 양산하는 사회
사실 우리 모두가 정신질환자이다
저자는 애초에 정신질환과 ‘정상성’은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으며, 되레 정신의학계에서는 질환명에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표현을 부여하면서 질환이 지닌 다양한 층위와 양상을 포섭하는 쪽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정신질환은 같은 환자임에도 의사에 따라 진단이 다르게 내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단이 바뀌기도 하며, 여러 질환이 동시에 발현되었다가 일부만 잠재되는 등 현대의학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증상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더 기능적인 면모를 보일 때도 있다. 최근에는 특정한 사고·학습·행동 방식만이 옳다고 여기고 그외의 것은 장애로 규정하는 시각에 반대하는 신경 다양성 운동이 대두되기도 한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사회적으로 감춤으로써 환자들을 고립과 부적응, 사지로 내모는 처사는 당면한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누구나 언제든 정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신질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가시화해 환자들이 낙인과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나 질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병세를 이야기하고 상담받으며 자연스러운 삶의 일면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변화의 첫걸음으로 ‘정신질환’이라는 인식 자체를 ‘뇌질환’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은 뇌 속 신경세포 간의 연결 회로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뇌도 엄연히 신체의 일부인 만큼 여타 신체질환과는 달리 의지나 마음먹기의 문제라는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취지이다. ‘미쳤다’는 말 대신 ‘아프다’는 말을 사용하고, ‘성격/인격장애’라는 모호하고 부정적인 병명들도 진단 목록에서 대체할 것을 건의한다. 물론 뿌리 깊은 낙인이 곧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환자를 이해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큰 변화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물방울이 모여 바위를 뚫고 강줄기를 이루듯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루어지는 법이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과 그 가족들 모두 삶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으로 향하는 물길의 시작점에 이 책이 분명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