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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두자립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HowLiveHowLove
소박한 미래를 위한 농부학교
(2012. 2. 11 ~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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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자식 덕 보기와 부부연애
(김광화 선생님 / 2012. 2. 25)
귀농에서의 교육자립의 어려움
교육을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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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글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많이 길어져서 죄송하네요^^;;-하울럽)
들어가진 전
열심히 익혀 준비해오신 파워포인트 영상을 켜놓고
강의시작을 기다리고 계시는 김광화 선생님.
전직 삐치기 국가대표 선수에서 지금은 홈스쿨링과 부부연애 전도사로 변신하셨답니다.
저서 및 공저 구경하러 가시기
하나
자식을 왜 낳는가?
곡식농사와 자식농사는 같다
( 먼저 자신의 몸을 전부 나누어준 어미감자와 벼의 사진들을 보여주시며 )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고 자식을 온전히 살려내는 이 감자처럼,
생명의 본연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여러가지 교육풍토와 사회환경들...
그로 인한
요즘의 결혼기피,만혼,아이포기,양육포기 현상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와같이 생명의 차원으로 곡식 농사와 자식 농사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듬성듬성 자연스레 자리한 건강한 직파벼에 비해,
좁은 곳에서 지나치게 촘촘히 심어 부대끼며 자라게 한 기계이양 벼는
웃자라고 쉽게 병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기계이앙 벼를 입시(경쟁)교육에 찌든 우리 아이들이라 한다면,
왼쪽의 직파 벼는 생명교육을 온전히 받으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건강하고 싱그럽게 자란 아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의 옥수수 또한 빠진 데 없이 알알이 씨앗을 맺었고,
작고 여린 병아리들이지만 스스로 반드시 살고자 열심히 쫓아다니며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이처럼 자식이란 생명의 근본이자 본연입니다.
둘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원초적 행복에서 출발합시다
나아가 이런 존엄한 생명과 존재를 자라고 영글게 해주는 데 기여해야 하는 교육은,
돈을 벌기위한 방편, 회적 권력이나 지위를 탐하는 수단의 학습에서 벗어나
그저 건강하고 기쁘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원초적 행복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젖을 엄청난 힘으로 빨며 생존을 배워가듯
그 원초적이고 사랑넘치는 젖빠는 힘, 젖물리는 관계(사랑과 보살핌) 속에
세상을 배워가야 하고, 또 배워가도록 지켜보아 주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호기심,열정,성취동기를 살려준다면
이것이 곧 삶의 바탕이 되고 교육의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삶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입니다.
전인=삶 전문가
전인교육이라 할 때의 전인全人이란
(단순히 이것저것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삶의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라야 할 것입니다.
보십시요,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끼리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을요!
이 아이들은 누가 이래라 저래라 시시콜콜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각양각색 나름의 생각으로 만두를 만들고 빚어냅니다.
이처럼 어른들이 지식적으로 간섭하고 지시하고 통제하고 훈육하지 않아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스스로 젖빨던 바로 그 힘으로 생존을 배워가고 스스로의 생명을 가꾸어갑니다.
호박 하나만 봐도 스스로 살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어릴 적 애호박 시절엔 잎과 같은 보호색으로 스스로를 보호하지만
영글어선 눈에 잘 띄게 누런색으로 변하여 동물에 먹혀 씨앗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생명의 존엄과 신비에 감동해 제가 작곡한 노래가 애호박 늙은 호박 입니다.
가사를 읽어보고 노래도 한번 같이 불러보겠습니다^^
애호박 늙은 호박
김광화 작사,작곡
푸른 빛깔 애호박 덩따따 쿵따쿵따
푸른 빛 사이에 꼭꼭 숨어라
몰래몰래 자라서 씨앗길 여물게
황금 빛깔 늙은 호박 덩따따 쿵따쿵따
시든 잎 사이에 확확 띄어라
널리 널리 알리어 씨앗퍼지게
♬
셋
교육의 나비효과
어느 한 지점에서 나비의 날개짓(최초의 조건)이
여러 다른 초기조건들과 맞아 떨어지면 태풍이 일어날 수도 있듯이,
교육 또한 생명을 생명답게 대하고 존중해주는 어릴 때의 '초기조건들'에 아주 민감합니다.
아이를 돈으로 키우는가? 잔소리로 키우는가?
부모가 직접 말고 어린이집 등 남이 키우게 하는가?
사랑과 믿음으로 키우는가?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
.
한가지 예로
스스로의 결심으로 제도권 교육을 중단한 이후 이때까지 자유롭게 제 스스로 배우며 자라고 있는
제 딸내미 얘길 잠시 드리겠습니다.
어릴 적 제스스로 농사짓는 얘기부터 시작해 제철 자연요리들을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하더니
그걸로 책을 내고 강의까지 다니는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열두달 토끼밥상
맹물 김정현-글, 명 구지현-그림
보리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요리마다 그 얽힌 이야기를 담은 만화와 요리법을 자세히 적은 레시피로 구성된 어린이 요리책
만 열여섯 살 때부터 개똥이네 놀이터에 ‘토끼 밥상’ 이라는 꼭지로 연재를 시작한 작가는
꼬박 3년 동안 매 달마다 해 먹으면서 써온 제철 요리 노하우를 이 책으로 엮어냈다.
넷
독을 빼고 주인으로 거듭나기
비오는 숲길을 걸어가는 저 아이를 보십시요.
어떻게 보이십니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슬프고 외롭고 지치고 우울하고.... 이런 느낌이 드시지요?!!!
우리들 대부분은 지금 10문제 가운데 8문제를 맞은 아이들에게
2개 틀렸다고 꾸중하고 매를 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존재와 생명이란 게, 그리고 자식이란 게 그저 두 문제에 쓰레기처럼 내팽개쳐지다니요..!!!ㅠㅠㅠ)
혼자있는 시간,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케 하며
혼자 노는 힘을 길러야 남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자신의 주인은 자신이 되어야 하고
아기가 어미 젖을 빠는 그 힘과 에너지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힘을 회복해야 합니다.
부모와 세상이 아이들에게 먹인 독毒을 빼게 해주십시요.
독을 빼는 올바른 방법 혹은 참된 치유는 일과 놀이를 통한 치유라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온전히 스스로의 일과 놀이를 통해서만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고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덧 자식 속을 썩이는 아이들은 사라지고
문제는 바로 자식 속을 썩이는 부모,
참견자, 잔소리꾼, 학원 내몰이꾼, 성적과 점수 비교꾼, 돈벌이 사육꾼으로서 부모인
어른들 모두에게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부디 자식 속을 썩이지 않는 부모가 되시길 바랍니다^^
혼자있는 시간
혼자있는 시간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지? 생각할 수 있는 보석같은 시간입니다.
남따라가고 남따라하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과정입니다.
혼자있는 시간 즐기기
외로움이라 생각말고, 두려움이라 떨지 말고 즐기고 즐기고 즐기게 하십시요.
혼자 노는 힘
혼자 노는 힘이 생기면 또래 어울림 뿐만 아니라 두루 어울릴 수 있는 힘까지 생깁니다.
일을 통한 치유와 사랑
영화 '라이프 에즈 어 하우스(LIFE as A HOUSE)'를 추천해 드립니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방탕에 빠졌던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연인 지 최근 이 영화장면과 꼭닮은 모습으로
저와 딸아이가 집을 지으면서 전기배선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섯
점점 일을 늘려가는 강현, 그리고 아이들
별같고 해같고 보석같은 존재가 아이들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벌레를 좋아했던 강현이란 아이는
오랫동안 벌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이를 세상과 나누기 시작했고
이제는 하루에 대여섯시간을 투입하면서 점점 자신의 일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강현이가 그린 벌레 그림을 보십시요.
얼마나 상세하게 잘 그리는 지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으십니까?!!!
민성이의
마운틴 고릴라의 봄
공민성. 여원미디어
여덟살 아이의 눈으로 그린 <마운틴 고릴라의 봄>이란 책에 나오는 그림인데요,
자연 속에서 때묻지 않은 동심, 그리고 그 눈으로 교감하며 스스로 그린
놀랍도록 아름답고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입니다.
< 장영란 김광화 선생님의 자연달력 홈피에 실린 글 보러가시기 >
여덟 살 때 태어난 동생 태현이를 맞으며 느꼈던 설렘과 기다림의 기록이다.
마운틴고릴라란 동생을 임신해 몸집이 커진 엄마를 빗대 이른 말.
생명에 대한 경외(敬畏)와 새로운 가족을 맞는 따뜻한 배려가 전해진다.
책들이 보는 이의 감동을 자아내는 이유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동심이 그대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전시회 개막을 앞둔 민성 군은
"도시 친구들이 제 그림을 보고 자연이 주는 마음의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어요"라고 희망했다.
저의 아들 아이
기타를 집어든지 얼마 안되어 이 정도 실력이 되어버려
아버지인 저를 완전 주눅 들게 만들어버렸지요.
이제 기타도 못치게 되어버렸습니다...ㅠㅠ ㅋㅋ
(동영상으로 보여진 약 3-4분 정도의 연주는 가히 딱 신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오른쪽 사진에 나오는 모습은
10살때 처음으로 술을 빚어서는 아빠인 저에게 한잔 대접해주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열살 찬이
이 녀석은 자기가 기른 닭의 달걀을 엄마와 이웃집 어른들에 500원씩 팔고,
자기가 만든 블로그에 올려 판매까지 하는 데 댓글 구매자가 줄을 서는 지경입니다^^
여섯
정말로 자식의 참된 덕을 보려면
먼저 부부다툼에서 벗어나십시요
저의 경우도 옛날엔
'엄마아빠 싸우는 소리에 귀에 딱지가 않겠어요(아들의 절규)'
'손잡고 취미도 같이 즐기면서 다정하게 사세요(딸의 희망)'
(-->아래 사진 왼쪽 맨위에 부모를 향한 소망을 딸이 직접 그린 그림이 보입니다)
부부가 한몸을 이룬다는 데서 저는 신성神性을 느낍니다.
이처럼 행복한 부부 밑에서 행복한 아이들이 자랍니다.
(부부도장(영란광화라고 파여있는)을 보여주시며 자식을 위해 꼭 사이좋게 살라 말씀하셨습니다)
자식과 더불어 사십시요
먼저 반드시 결단코 자식 속을 썩이지 않는 부모가 되십시다.
자식 잘 키우면 자식 덕에 잘 먹고, 웃으며 살고 젊게 살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십대 이십대를 사시려면 아이들과 함께 하고 더불어 사십시요.
우리 아이들, 얼마나 건강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지
밥상도 차려주자마자 바람같이 와서 후다닥 뚝딱 그릇째 깨끗이 비우고 갑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밥 한술조차 못 얻어먹을 정도지요~~ㅋ
자식 덕에 부모 사회성까지!
이런 자식들 덕에<자연 그대로 먹자> <아이들은 자연이다>
<피어라 남자> <자연달력 제철밥상>같은 책들을 내고
저희 부부에겐 없던 사회성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 홈스쿨링 가정연대 >도 만들어 사랑으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아이들은 부모가 참견하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고 눈부시도록 무럭무럭 자랍니다.
자기 빛깔로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그냥 지켜봐주시고 내버려 두시길 바랍니다.
부디부디 자식 속 썩이지 않는 부모가 되시면 참 좋겠습니다.
자식 덕에
잘 먹고
함께 웃으며
영원히 젊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___^*
저의 빛깔은 아이른(아이+어른)입니다^^
씨앗 나눔
뒷풀이 자리에선 팝콘 옥수수와 동부콩 씨앗나눔이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샛노란 옥수수는 처음 보았답니다^^
뜻깊고 소중한 강의에 씨앗나눔까지 해주신 김광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윤이와 지율이
그리고 강의실 창을 통해 보이는 유한대학 캠퍼스 모습
아이(신생아)와 부모와의 인연은
천년에 한번, 눈먼 거북의 목에 걸리는 신비로운 꽃화환이라 합니다.
천 년 만에 만나는 이 인연이, 부모와 자식이 되는 거랍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 놀라운 인연을...
어떻게 경외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 놀라운 은총에...
목이 메이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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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늦도록 엄마 젖을 먹이자
신순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제일 가슴 뻐근하게 행복했던 일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젖을 먹여 키운 일'을 들겟다.
마흔 넘어 셋째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이가 있어서 낳고 기르는 일이 힘들거라고 사람들이 염려했지만
나는 새 아기 덕분에 시들었던 내 가슴이 다시 달콤한 젖으로 부풀어 오를 수 있게 된 것이 더없이 기뻤다.
.
물도 먹지 않는 어린 아기가
오로지 내 젖만으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란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지.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는 일을 통해 나자 신이 한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젖 주는 달콤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젖 떼는 어려움의 시간이 찾아온다.
하루 24시간, 2년 동안 만들어 내던 젖을 더 이상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가 더 이상 빨지않는 젖은 가슴을 채우고 겨드랑이와 목언저리까지 차올랐다.
팽팽하게 젖으로 차오른 유선들은 화끈거리고 욱신거렸다.
몸이 이렇게 맹렬히 만들어내는 젖을 아이에게 다시 빨리고 싶은 유혹을 참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한달 내내 울면서 살았다.
몸이 스스로 젖을 거두어 가는 그 시간들을 내 의지와 힘으로 올올히 견디면서
처음으로 젖을 물렸던 그 시간들이 내게 준 성장과 행복들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 무엇보다도 젖을 주는 일이 나를 '엄마'로서 크게 했다.
.
엄마와 한몸으로 지내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고 나면 다시는 그 이전처럼 엄마와 완전히 한 몸이 될 수 없다.
아기는 온 몸으로 접촉을 소망한다. 그것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것이 바로 젖을 물리는 일이다.
젖을 먹일 때 아기는 엄마와 신체의 가장 많은 부분을 맞댈 수 있다.
얼굴과 몸의 앞쪽은 모두 엄마의 가슴과 배에 닿아 있고, 엄마는 젖을 물린 쪽 손으로는 아이의 머리와 어깨를,
다른 손으로는 아기의 손이나 몸을 꼭 잡아준다.
입으로 달콤한 젖이 들어오고 온 몸은 엄마와 닿아 있고, 귀로는 익숙한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고,
엄마의 다른 손으로는 부드러운 터치를 받을 수 있는 그 순간을 아기들이 열렬히 소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온 존재 전체로 엄마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이런 순간이 길어진다고 염려할 게 뭐 있을까.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쥐어주는 달콤한 군것질거리나,
화려한 만화영상이나, 인공적인 장난감보다 젖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남미의 어떤 부족은 아이가 다섯 살 때가지 젖을 먹인다. 원할 때는 언제든 젖을 물린다.
그 부족의 아이들은 서양 아이들이 표출하는 짜증이나 신경질이 없다고 한다.
.
나는 아이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이 엄마가 어떻게 수유를 하는가에 따라 형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22개월로 들어선 막내 이룸이는 지금도 젖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사람들은 "아직도 젖을 먹여요?"하며 놀라지만 젖을 오래 먹인 엄마들은 안다.
젖 주는 진짜 즐거움은 돌 이후부터 느낄 수 있다.
이 무렵의 아이와는 젖을 물리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많은 소통을 하며 젖을 먹일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간질이며 장난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대답도 하면서 젖을 물리고 또 젖을 빤다.
내 몸과 아이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란 참으로 신기하고 벅차다.
내가 젖으로 녹아서 이룸이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주고 싶은 기쁨, 행복, 감사함, 고마움 같은 감정들도 그 순간 젖을 통해서 이룸이에게 흘러들어간다고 느낀다.
그래서 젖을 줄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예쁘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궁둥이를 톡톡 두드리며,
또 뺨을 어루만지며 고백하고 속삭인다.
다 안다는 듯, 엄마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젖을 열심히 빨며 '응'하며 대답하는 이룸이를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있는 모든 사랑이 이 아이에게로 흘러들어가서 더 큰 사랑이 되어 내게 돌아오는 같다.
막내 만큼은 원할 때까지 젖을 먹일 생각이다.
.
더 많은 엄마들이 엄마와 아이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들을 용감히 극복하고,
젖을 통해 아이와 가장 진하고 깊은 애정을 주고 받으며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긴 인생 속에서 내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순간은 너무나 짧다.
본래 하나였던 두 생명이 젖을 통해 다시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을 귀하고 행복하게 누리자.
최대한 서로를 느끼고, 나누고, 친밀하게 결합하고, 그 충만함을 채워주며 즐기자.
나는 젖 먹이는 엄마다.
한 생명을 먹이고 살리는 사람이다.
태어나서 이보다 더 중한 일을 알지 못한다.
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나 역시 그 큰 사랑을 받아 이때껏 살아올 수 있었던 은혜를 갚고 싶다.
하나였던 두 생명의 완전한 일치-늦도록 엄마 젖을 먹이자
살림이야기 2011겨울호 신순화님의 글에서 발췌
2
순금같은 그 사람
조문채
오래전 일입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네요. 이 땅의 아이들이 다 그러하듯이,
제 아이도 그 시절을 힘겹게 보냈습니다. 새벽에 학교 가서는 자정이 다 되어 돌아오던 날들....
어느 날은 시들시들 들어오더니 그대로 제 방으로 가버렸어요.
한참이 지나도 불이 켜져 있길래, 가만히 문틈으로 손을 디밀었습니다. 불을 꺼주려고요.
그랬더니... 딸아이가 교뵥도 못 벗고, 눈도 반쯤 뜬 채 기절한 듯 자고 있었습니다.
손을 전기스위치에 얹어 놓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습니다. 망연히 서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나는, 아이가 깰까봐 가만히 다가가 그 아이의 여린 등짝을 어루만졌지요.
반쯤 뜨고 자던 눈을 꼭 감으며 아이가 중얼거렸습니다.
" 엄마, 나가... 나.... 잠 깨... " "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 "
" ...빨리...말해... 나... 잠 깨.... "
등 허리를 쓸어내리며 내가 말했습니다. " 있잖아아, 세상엔 너무도 사람이 많잖니? " " 으응... "
"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쩌면 너와 나는 엄마와 딸로 만났을까.
길 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가끔 보는 친구도 아니고...
어쩌면 너하고 나하고는 이렇게 어미와 자식으로 만났을까.
이렇게 만나게 해준 이 인연이 너무도 감사하구나... "
갑자기 아이가 눈을 커다랗게 떴습니다. 잠기 하나 없는 눈동자였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처음 들여다본 가장 맑은 샘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였습니다.
아이는 마치 내 너머의 그 무엇을 보듯, 그렇게 한참 동안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 잘 자! " 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도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불을 끄고 나왔습니다.
지금도 그 눈동자를 기억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아이의 홍채에는
태고적부터 기억되어 내려온 어떤 '이해심'과 '앎'이 섬세하게 되살아나고 있었음을...
참 오래전 일이네요...
이제 그 순간은 지나가버렸지만, 그 짧은 순간의 '눈과 눈의 마주침'은 우리만 아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어,
순금 같은 금빛 물로 덮여 있습니다.
우리 일생을 통해 영원히 금빛으로 빛날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시간으로...
몇 년 동안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돌아온 아이가, 어느 날 그윽하게 말했습니다.
굽은 내 등짝을 쓰윽 쓰윽 쓸어 내리며, " 엄마, 옛날에 있잖아, 엄마가 그런 말 한 거 기억 나? "
아무렴, 순금 같은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나는 엄마가 해 준 그 말을 이렇게 생각했거든?
아, 우리 엄마는 나를 믿어 준다. 세상 사람 아무도 안 믿어 줘도, 울엄마는 나를 믿어준다...
밖에서 공부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 생각하며
내가 제대로 못해도 엄마는 기다려 줄 거고,
내가 꼴찌를 해도 울엄마는 내가 노력한 걸 믿어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저절로 힘이 났어..."
보십시오.
아이들은 이렇게 순금같습니다.
14k금이나 18k금처럼 단단하거나 고집새지 않고, 순금처럼 부드럽고 무릅니다.
100%의 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게 아이들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부끄러운 글입니다.
하지만 모든 신생아는 천 년에 한 번, 눈 먼 거북이 목에 걸리는 신비로운 꽃 화환이라지요.
천 년 만에 만나는 이 인연이, 부모와 자식이 되는 거랍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 놀라운 인연을...
어떻게 경외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 놀라운 은총에...
목이 메이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100% 엔젤-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프롤로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