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올랐을제 지나가는 말로, 닭장이나 하나 짓고 싶다신다
또한 영하의 기온에 밖에서 설겆이 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주방에 싱크대 하나 설치해 드리고도 싶었다
공사하기로 한 날, 정작 공사를 주관할 십장이 업무로 인하여 빠지게 된다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일꾼을 구한들, 친구들 중에는 맨몸으로도 상운암까지 오를 놈 조차 귀하다
웅이가 나타난 것도 인연이 맞다
그 부탁이 하루가 빨랐어도, 한시간이 늦었어도 아니 되었을 일이다
마침 어중간한 그 타임에 딱 전화가 되어 그냥 반 강제로 납치한 형국이다
05시 50분 웅이의 집앞에서 술내음 풍기는 일꾼을 태우려니 예전 나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 밤새도록 마신 놈 매번 태워 다니신 그 님이 신기한지,
그 지경으로 마시면서도 한번도 산약속 어기지 않은 이 놈이 신기한지는 이제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라
웅이는 거진 오전일 끝나갈 때 까지도 비몽사몽이더만
그 지경에서도 짐지고 올라 언 땅 파랴, 나무 베어 나르랴 참으로 욕을 보았다
일정을 빵꾸낸 친구는 그래도 금요일 저녁에 약속한 자재들을 석골사 초입까지 올려다 두었더라
오르는 중에 한 무더기의 산꾼들과 조우하였는데 다들 구면인 친구들이다
영남 알프스 9산 찍기는 요즘 2산이 줄어 7산 찍기가 되었는데, 6월까지가 인정이라던가
상운암 가는 길에, 아니 운문산 오르는 산길에 산객들 그렇게 붐비는 날 없었다
마음 같으면 입장료라도 받아 가난한 상운암 살림에 보태드리고 싶더라^^
우리 울력 가는 날 일부러 때를 맞추었나
울산 <돌고래산악회> 분들도 무더기로 7산 찍기 올라 오셨다
아따마~
내 경란이 손 크고 음식 잘하는 것이야 이전부터 알아 왔지만 무슨 저런 비빔밥이 다 있을꼬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기본인데, 나의 통념을 깨는 무양념 비빔밥으로 그 맛을 말과 글로써 표현을 못하겠다
내 그 비빔밥은 차후 몇번은 더 꼭 다시 먹어야겠다
그들이 챙겨온 술은 이미 바닦을 보인지 오래인데도 궁댕이 누지르고 일어나지를 않는다
부엌에 돌아 댕기는 술 몇병 찾아 언능 마시게 재촉하여 겨우 쫒아 내려 보냈다
웅이와 나의 노가다 실력은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내가 농장에서 평생을 보냈으니 내심 나를 믿었을 터이고, 나는 그가 비행기를 만드는 몸이니 믿음이 높았다
세상일은 먼저 말뚝부터 박아놓고 시작해야 된다고 조상님들이 누누히 일러왔지 않나
(우리때는 그랬는데 요즘은 말뚝 잘못 박아서 棗땐 놈들 많다더라)
알란가 모르겠는데,
산에 나무는 많지만 기둥으로 삼을 쪽 곧은 나무는 그리 흔치 않다
현자는 이런 것에서도 하나를 배워 나간다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 하였지만, 두 사람의 지혜만 모아도 그럭저럭 닭장은 되어 가더라 치자
자고로 대가리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은 맞다
그 진리를 따라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통함이 있다는 것도 이치이다
일요일,
올라오기로 한 공사 감독역의 친구가 늦다
하릴없이 싱크대라도 부지런히 닦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위쪽에서 내려온다
알고보니 초행길 등산로를 헷갈려 어려운 길로 뺑뺑 돌아 상운암에 이르런 모양이다
그 비를 맞으며 우의도 없이 약속을 지켜 나타나준 친구가 고맙다
스님도 이제 막 고이기 시작하는 고로쇠 물 모으기에 바쁘시다
막걸리를 농주라고도 하지 않나
농삿일 사이사이로 한잔씩 마셔주는 막걸리 맛도 기똥 차지만, 대야 가득한 고로쇠 물을 대접으로 벌컥벌컥 퍼 마시는 그 맛도 과시 못지않다
십장이 자리하니 일의 진도가 일사천리다
일의 순서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나
사십년 지기이지만 나는 이 친구가 이렇게 일머리가 있고 손재주도 있는지 몰랐다
스님은 일꾼들 점심 준비로 바쁘시다
스님 음식 솜씨는 훌륭한 편이다
본인께서야 행자 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렇다지만, 자고로 손맛은 타고나는 법이지 않을까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재료만 가지고 오시라 하신다
상운암에는 없는거 빼고 다 있는 거 맞다
하지만 나도 몰랐다
상운암 슈퍼가 이곳이 다인 줄 알았다
제2슈퍼도 따로 있더라^^
15시부터 다시 비가 시작된다는 예보였다
점심공양 끝나자마자 휴식할 짬도 없이 서둘렀다
당장 닭을 들여 놓을 준비까지는 마쳐놓고 하산해야 하리
눈대중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째 가져온 철망이 딱 맞을꼬?
세상 어떤 일이나, 어떤 조직에서나 십장은 필요하다
그 필요한 십장이 불필요한 역활을 하는 인간일 때 우리는 얼마나 슬프던가
그대 관리자들이여 항상 정신을 가다듬으세
돌아 다니는 양철 도단과, 한쪽 벽에 방치된 예전 식탁으로 썼다는 판떼기로 지붕을 삼고,
장작을 덮는 용도로 쓰이던 부직포를 걷어다 그 위로 쒸우니 아주 그럴듯 해지더라
자고로 오소리나 족제비의 침투 능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대가리 들어갈 구녕만 있으면 몸도 들어간다
그리고 그 작은 몸으로 그 큰 몸짓의 닭들을 어떻게 해치우는지, 나는 여태 그 시신은 많이 보았지만 당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천정으로도 작은 구녕하나 없이 철망으로 꽁꽁 막았다
하지만 우리는 상운암에서의 닭 키우기 성공률을 반반으로 보았다
15시가 되면 내린다는 비는 다행히 두어시간 늦춰 우리 하산 끝내자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문을 달고, 하부공사를 철저히 하고, 그리고 닭을 넣어야 한다
검은 오골계 암탉 2마리,
우리나라 토종닭으로 나라에서 공인한 수탉과 암탉 3마리,
여섯마리의 어미닭을 다시 지고 올라야 할 일이다
웅이야 고맙다
1박 2일 지성으로 울력한 것도 보시가 넘치는데, 등불까지 하나 달고 내려 오는 마음이 갸륵하다
부처님의 가피가 없지는 않을기라
내가 <웅장추> 위원장을 맡아 열과 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혹시 스님 돈 사기친 사람이
제가 그곳에 갔을 때(원두막 새로 지어 주신 분)
그분들은 아니죠?
그게 어떤 돈이라고...ㅠ
그 중에 한 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