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 나온 뒤 다시 유명세를 탔던 모모라는 이 책은 1970년에 나온 아주 올된 책이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최소한 1998년 전에는 한국어로 번역이 된 책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그 때 최근에 나온 줄로만 알았다.
이 책은 모모가 이사 오게 될 원형극장의 유래 같은 것이 짤막하게 나온다. 그리고 나서 모모가 그 원형극장으로 살러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모는 배운 게 없다. 숫자도 잘 모른다. 그렇다고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모네 동네 사람들은 모모가 해결사라도 되는 듯 무슨 일만 있으면 모모에게 가라고 한다.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모모는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잘 들어준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그리고 꼭 무슨 일이 있는 사람들만 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기 위해 간다. 모모가 재밌는 놀이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모모가 있으면 아이들은 쉴 틈 없이 멋있는 제안을 늘어놓았다.
이런 평화로운 생활은 어느 날 회색신사가 나온 뒤 깨져간다. 회색신사들은 어른들을 찾아가서 엉터리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 시킨다. 시간을 아끼도록 잡담도 하지 말고 부모님도 요양원으로 보내고 쓸데없는 일은 일체 하지 말라고 한다. 좀만 생각해보면 엉터리 논리인 것을 알 수 있지만 회색신사들로부터 나오는 한기에 사람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람들은 회색신사들이 떠나자마자 회색신사라는 자체를 잊게 된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인정이 없어지고 미친 듯이 일에만 집중한다. 모모의 친구들도 예외는 없었다. 어른들은 더 이상 모모를 찾지 않았고, 모모는 아이들과 같이 시위도 했고, 모모가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모모 앞에 어떤 거북, 카시오페아가 나타난다. 모모는 카시오페아를 따라가고 도착한 곳에서 호라 박사를 만나고 시간의 꽃을 본다.
그리고 다시 원형극장으로 돌아와 니노에게 가보지만 찬밥신세를 당하고 기기의 집으로 가서 기기를 만나는 순간 카시오페아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기기와도 헤어지고 모모는 혼자 지겨운 몇 달을 본ㄴ다. 그리고 카시오페아를 만나고 호라 박사를 만나서 해야 할 일을 듣고 호라 박사는 잠시 시간을 멈춘다. 그리고 모모에게만 한 시간을 준다. 모모는 그 한 시간 동안 회색신사들을 없애고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모모의 원래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끝난다.
모모는 읽으면 많은 것을 남겨준다. 우리는 시간을 너무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는지, 너무 목표만 바라보고 달린 것은 아닌지 등등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도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 시간이 남아돌 때를 생각하면 그 땐 늘 여유 있고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이겨야 할 필요도 없었고 무언가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눈뜨면 학교가고 수업 받고 야자하고 집에 와서 자고 좀 지나면 중간고사다, 기말고사다 해서 같은 반 애들 이기려고 공부하고, 아직은 글도 숨 쉴 틈이 있지만 가끔은 막혀버리는 것이 아닐까 무섭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른들은 항상 바쁘다. 겉으로 그냥 노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좀만 들여다보면 이 것 저 것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쉴 틈이 없다. 웃는 법을 잃어 버렸나 싶을 정도로 무뚝뚝한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대한민국은 감정표현이 서툴다. 나도 자주 화난 표정으로 있다. 이유는 다양ㅎㅆ다. 누군가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던가 하는 것 말고 날씨가 더워서, 날씨가 추워서,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안 불어서 등등 참 어이없는 이유도 있었다. 앞으론 좀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싶다.
또, 모모에서는 듣는 것의 중요함도 알려준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졌을 때가 있었다. 말이 없다고 잘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눈을 마주치고 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분명 상대도 느낀다. ‘아, 저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구나’. 우린 너무 내 할 말하기에 만 바쁘지 않았나? 가끔은 조용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준다면 좋겠다.
작가 미하엘 엔데의 ‘작가의 짧은 뒷이야기’에 나왔듯 이 이야기는 있던 일 일수도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일 수도 있고, 일어날 일일수도 있다. 인정 없이 삭막하고 차가운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되는 것은 일어났던 일도 일어나고 있는 일도 일어날 일도 아니길 바란다.
첫댓글 제 딸 아이 나눔이가 작년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상을 주었다고 해서 물었더니 이 글 '모모' 를 읽고 독후감을 내었다네요.
저도 읽으면서 좀 놀랐습니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세상의 어둡고 슬픈 허상을 언뜻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에...
그러나 한편으로 자기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것도 사람답고 이쁜 따뜻한 시각으로~~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고 예전 모모 책을 본 기억이나 노래를 흥얼거려 보시기를!!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생을 쫏아가는 ...'그렇게 시작하던 노래,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