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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명랑소녀의 성공이 아닌 성장의 보고서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갔던 바로 그 때의 순간들을 돌아보게 한 드라마
박현정 /드라마몹
드라마몹 얼마 전 소설가 정이현은 <무엇이 우등하고 열등한 취향인지 감별할 자 누구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김삼순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가 친구들로부터 수준 낮아 보인다고 걱정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일화를 공개했었다.
드라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사실 심각할 정도로 경멸적이다. <겨울연가>의 성공도 일부 사람들의 술자리에선 그저 일본 아줌마들한테 돈이라도 벌어오니 좋은 게 좋다는 차원으로 폄하되기 십상이다. 왜. 비평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겨울연가>는 드라마몹이 출범하면서 첫 특집으로 다루었던 작품이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하지만 그 시대의 그 맥락에서 충분히 다뤄줬어야 할 문제작이었고, 막판에 출생의 비밀카드가 쓰이기 전까지는, 멜러라는 장르의 교과서가 될 만한 성취가 있었다. 단순히 배용준이 일본 아줌마들 취향이라서, 한국식 순정멜러에 대한 일본의 쇼와시대에 대한 향수가 어우러져서, 그냥 그렇게 우연히 낳게 된 - 다시 말해 작품의 질이 아니라 작품 외적인 요소에만 의존해서 - 운좋게 이룬 결과는 결코 아니다.
일본에서는 하다못해 <겨울연가>의 멜로디 라인까지 연구가 되고 있는 판에,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은 극소수의 작품들을 영화전문지가 다뤄준 경우를 제외하면, 드라마 비평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더러 편협하다. 게다가 드라마를 영화나 연극과 같은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하고 그 완성도라든가, 극본/연기/연출 등 극의 내적인 부분들에 대한 비평은 아예 전무하다시피 하다.
물론, 내용과 캐릭터를 통해 도덕성이라든지 계급의식이라든지 각종 이데올로기를 읽어내는 비평도 필요하고, 설정을 놓고 사회적인 맥락을 읽어내는 종류의 비평도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지면 내에서, 작품 내적 요소들을 놓고 총체적인 평을 하기 곤란한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직 설정이나 캐릭터의 부분만을 놓고 한 작품의 완성도 자체나 성취를 깡그리 무시하는 오만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영화비평에서도, 적어도 그런 종류의 비평은 "내가 00을 보기 불편한 이유" 정도의 제목으로 구분을 지어놓기 마련이고, 또한 자신이 철저하게 어떤 계급의식이라든지 모럴의 측면이라든지-일정한 이데올로기적 시각 아래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즉,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열어 놓아야만 페어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데올로기 비평이란, 그렇게 손쉽게 덤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이런 생각한다, 이런 행동한다, 이거 나쁘잖아, 라고 들이대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의 그러한 행위를, 작가가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 행위를 통해 구축된 캐릭터의 성격이 어떻게 표현 되어 극이 움직이는가에 따라서, 그 이데올로기에 대한 긍정이거나 혹은 선동까지 될 수도 있고, 단지 그런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찰이 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고발이 될 수도 있다.
<웨딩>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떤 비평은 세나의 캐릭터에 대해, 세나가 남자가 과거를 숨긴 것은 탓하면서도 자신의 3일간의 과거는 숨기려 한 도덕불감증이라고 썼다. 그건 너무 표피적이다.
그게 만일 도덕불감증이라면, 그 도덕불감증이 극 안에서 어떤 매커니즘으로 작동하여 왜곡을 낳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이다. 그걸 할 능력이 없거나 지면의 분량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 안에서 짚을 수 있는 정도만 짚어야지 작품 전체를 우겨넣어 평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문제의 대목을 살펴보자. 극중에서 세나는 내내 승우에게 그 사실을 말하겠다고 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랬지만 막상 서진희가 승우에게 그 사실을 말한 걸 알자 괴로워 한다. "너도 터뜨려주길 바랬잖아"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서진희에게, 세나는 알리기 싫었다고, 사실은 모르길 바랬다고, 헤어질 거니까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었고, 윤수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서진희씨랑 헤어져서 사실 안심도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건 물론 이중적이고 뻔뻔할 수도 있는 행위지만,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좌절하고, 이제 자기에게 기회는 없겠구나 자포자기 해버린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묘사기도 하다.
정직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 당위라면, 당위를 다루는 건 윤리학이고, 인간의 이런 이중성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인물의 진실이며 드라마가 다루어야 할 몫이 아닌가.
세나가 서진희랑 지냈던 과거 그 자체가 '사실'이고 '팩트'라면, 스스로 말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말 못하고, 타인이 대신 그 짐을 졌다고 했을 때 미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안심했던, 그러한 세나의 심리, 그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야말로 '진실'이 아닐까.
게다가 작가가 세나의 그런 선택을 옹호하고, 곱고 예쁘게 그리려고만 했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나는 그 장면들이 정말, 제대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리버럴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반대 상황으로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친구나 직장선배와 원나잇같은 사건이 있었다고 하면, 싫고 찝찝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승우같이 막힌 데가 있는 남자라면 당연히 자기 선배와 아내가 그런 관계가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게 당연하다.(심지어 승우에게는 세나가 첫 여자라는지 않는가 - 한데 이 점은 이 사건을 위해 고안된 설정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지점까지 다다르게 되도록 꼼꼼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
치졸하고 유치한 얘기지만 인간이라는 게, 대상이 드러날 경우 뭔가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또 둘이 다시 만나거나 하지나 않을까 신경을 안 쓰고 넘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문제다. 지금 시대의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꽤나 골치아플 문제일 것이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세나는 말하지 못했다.
특별히 리버럴리스트도 아니고 엄격한 모럴리스트도 아닌 세나라는 캐릭터가, 고민하지 않고 바로 말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물론 극중에서 세나는 솔직한 아이고, 상대가 자신을 연애도 한번 못해본 아이로 생각하고 있으니, 맘에 걸리다 못해 당연히 그것이 아님을 털어놓은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차마 밝히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본인의 입으로도 아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알려지고, 상대가 그토록 충격받은 모습을 보였을 때 여태 극중에서 묘사되어온 세나라는 인물이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게 화가 나는 거예요? 아님 그 사실이 그냥 화가 나는 거예요? 그냥, 그 사실이 화가 나는 거죠? 그냥 그런 일, 싫은 거죠? 그럼 다른 남자들처럼... 이유 붙이지 말고 그냥 화난다고 하면 되잖아요!"
되려 화를 내며 폭주한다. 이게 '곱고 예쁘게' 그리려는 것일까 다만? 어쩌면 삼순이보다도 더, 거칠게 말하는 캐릭터다. 사실, 삼순이야 늘 도덕적으로는 당당했으니까, 삼식이를 꾸짖었으면 꾸짖었지, 이렇게 바닥까지 몰릴대로 몰려서 폭주하는 상황은 나올 수가 없었다. '과거'를 가지고 대판 싸움을 벌이는 세나는 어쩌면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승우가 그 사실에 화를 내면서도, 한편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애써 말하는 것에 대해, 세나가 분개하여 폭주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변명을 하기도 치사한데, 남자는 감정적으로는 화가 났으면서도 입으로는 달라질 게 없다고 한다. 이해하려는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그에 대해 언급을 회피한다. 소통을 포기하는 경우다. 이건 끔찍하다.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화가 나는 거겠죠! 화가 나서 생각조차 하기 싫은 거겠죠! 용서할 수 없으니까 덮어두려는 것 뿐이잖아요!"
용서할 수 없으니까 덮어두려 하는 것, 이것만큼 결혼 - 즉 타자와의 소통에 장애가 되는 건 없다. 세나도 처음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두려워서 완전히 솔직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일이 벌어졌을 때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통하려 애쓰지만 승우는 그러지 못한다. 자기의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자 듣기 싫고 상상도 하기 싫어서 참고, 애써 덮어두려 한다.
하지만 세나에게 중요한 것은 승우가 윤수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진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팩트'가 아니라, 지금 현재 그가 생각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진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폭주한다. 지금 넌 나를 경멸하는 거지, 정 떨어진 거지, 더러운 느낌이지?! 라고, 분해서 쏟아낸다.
(물론 이런 의미가, 오수연 작가의 특성대로 아주 거친 말까진 오가지 않은 채 심정이 표현되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대본이었다면 아마 대단했으리라- 그만큼 이건 특이한 상황이라는 거다. 자기 기준에선 비도덕적일 것도 없는데, 이 상황에선 뭔가 비도덕적인 느낌이 들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시해 버리겠지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 기준에서 실망주기는 싫고 당최 어쩔 수가 없는 상황. 여태 드라마 여주인공 중에 이런 상황에 처한 인물이 있었던가?)
일종의 도덕적 콤플렉스에다 자신을 싫어할 거라는 두려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채, 그러면서도 한편, 상대가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세나는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상대의 더 깊은 진심은 읽지 못하고 헤어지자고 소리치며 상처입힌다.
세나의 이런 성격은 꽤 일관되게 구축되어져 있다. 진희가 세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하라고 했던 말 취소한다며 기다려보라고,
"승우는 절대 룰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라고 했던 말은, <장밋빛 인생>에서 이태란과 불륜이 된 이정도의 부인 홍장미에겐 음모를 지탱할 근거가 되어주지만. 세나같은 아이에겐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음모를 통해서 얻은 소유나, '룰을 어길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돌아오는 상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건 진실이 아니니까. 마음의 진실을 알기 위한 세나의 폭주는 결국 상대의 깊은 '진실'을 외면하고 모두를 상처입히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다. 좀 확장하면 외디푸스까지 연상된다.
사실 <웨딩>을 하나의 세나의 성장기로 볼 때, 세나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진심을 아는 것'이다. 그 진심을 알 수가 없어서, 상대를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진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이, 이 작품을 끌고나가는 일관된 테마다.
원래 오수연 작가의 작품은 보통 불치병 멜러나 트렌디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런 요소들 사이로 문득 존재론적 고민이 드러나곤 했었다. <겨울연가>에서 이민형(준상)이 상혁이와 결혼하려는 유진 앞에 나타나 자신이 준상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마치 미친놈처럼 몰아세운 상혁이는 이후 이민형(준상)에게 자신의 비겁함을 이렇게 변명한다.
- 네가 준상이라고 해도, 준상이었던 걸 기억하지 못하고 유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째서 준상이인가. 무슨 의미가 있나
상혁이란 인물의 상혁이다운 비겁함에 대한, 어쩌면 끔찍하기까지 한 묘사이면서, 한편 거의 데카르트마저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존재론이었다. 이런 작가였기 때문에, 결국엔 드라마판의 낡은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분명히 하리라고 믿었고 게다가 그의 장르를 끌고가는 솜씨와 어우러져, 대중성이 확보된 멜러라는 장르에서 일가를 이루는 작가가 될 것을 기대했다.
그래서 이번 <웨딩>의 제작발표회 때 오수연 작가가,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부모의 반대 등의 극단적인 요소는 전혀 없이 인물들의 심리와 정서만으로 18부작을 끌어가보겠노라 밝혔을 때 반가웠고, 이제 <웨딩>이 끝난 지금, 그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는 뜻은 아니다. 18부작이라는 한국 미니시리즈의 긴 분량은 중간중간 진행이 늘어지는 부분을 낳았고, 주연 4인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오작가 작품이 자주 그렇듯 도구적으로 아니 이번에는 도구라기보다 무드를 상승시켜주는 소품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결혼을 통해 본 '세나의 성장기'로서 <웨딩>은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 트렌디 드라마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폭발적인 시청률은 아니었다 해도, 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열광은 앞으로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등 극단적인 요소들을 개입시키지 않고, 심리와 정서를 통해서 이끌어가는 멜러들이 꼭 '예술'이 아니라 '장르'로서 시도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인정받는 노희경이나 인정옥의 작품에도 더러 불치병이나 형제의 원수와 같은 극단적인 설정이 등장하는 것이 한국 드라마계다. 이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사건들이 있는 스토리 텔링을 선호하는 분위기 탓에, 극단적 설정이 거의 없는 차분한 심리극을 시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의 참담한 시청률 이후 엄청난 모험이었다. 이것이 장르적 안전망을 확보하면서 시도될 수 있는 것은, 전반적으로 드라마판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배우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나라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여태 이런 분야의 연기를 주로 해온 명세빈과 류시원의 연기는 꼭 강렬한 배역만이 배우로서 인정받는 분위기, 그리고 '멜러의 제왕' 이라거나 '드라마 연기'란 말이 배우에게 일종의 수치까지로 여겨지는 극단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사소한 표정의 변화로 심리적 움직임을 쌓아나가는 내면 연기도 얼마든지 더 깊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사실, 필자는 지난 기사에서 세나라는 캐릭터를 다루면서, 그 캐릭터를 그리 착하고 긍정적인 인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다만 작가가 그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옹호나 합리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써 <웨딩>을 옹호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 시각은 변함없다. 세나는 냉정하게 바라보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 드라마가 세나 캐릭터의 '성장기'로서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로도 세나가 무책임한 결혼을 저지른 일까지 옹호받을 수는 없는 일이고, 더군다나 누군가가 그 결혼을 돈 주고 샀다고 비난한들 반박할 수 없다.
세나가 승우같은 남자와 선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재력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토록 무모하게 결정할 용기가 있었던 것도 원하는 것은 다 손에 넣으며 거침없이 자라온 집안 내력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이란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들은, <웨딩>을 보고 '시집 갈 때 이고 지고 갔더니 명절날 시어머니 앞에서도 드러눕는다'는 부자 친구들의 자랑을 떠올리며 불쾌해할 수 있다. <웨딩>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웨딩>이 결혼을 내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의 '결혼'을 참담하게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결혼에 대해 편치 않는 마음이 들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결혼을 주제라기보다는, 하나의 소재로 보는 게 맞다. 이 드라마의 의미론적인 클라이막스는 세나와 승우의 결합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 되어 자신만의 질서로 만들어져 있던 세나의 우주가, 산산히 분해되어 타인의 입장에서 재구성되는 모습을 목도하고, '어쩌면 좋아.. 나 그런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어요, 윤수씨가 끼어든 게 아니라 내가 끼어든 거라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루한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깨쳐야만 하는 부분들.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주지 않는다는 거.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절대로 아니더라는 거. 그게 무서워서, 보통사람들 같으면 무서워서라도 할 수 없었던 결혼을 무책임하게 감행했던 세나의 캐릭터 자체는 사실, '어차피 해피엔딩이 예정된 트렌디 드라마'의 안일한 설정이 아닌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우려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무모한, 어쩌면 무책임한 세나였기에, 그런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이 더 의미깊었다. 그녀의 철없음 뒤에 감춰진 선량함을, 솔직함 뒤에 숨은 것이 '싸가지 없음'이 아니라 누구에든 진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음을 보았기에, 시청자들은 그녀를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 아울러 <웨딩>에 대한 글을 마치면서, 내가 세나에 대한 비판에 좀 더 혹독했던 것은 세나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과거의 자신을 세나를 통해 돌이켜보면서, '나 정말 착했구나, 나 정말 순수했구나' 그런 생각보다는, 승우의 입을 통해 말해졌던 '니 감정만 소중하지, 다른 사람 마음은 안중에도 없지, 니가 생각하는 그것만 사랑이지?'라는 물음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정말, 그랬었다. 세나는 내 중심으로 내 세계가 돌아갔던, 바로 그 때의 순간들을 돌이켜보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오수연 멜러가 보여준 세계고, <웨딩>이 한 소녀의 성장기로 읽힐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출처 : 드라마몹
저번에 웨딩 어이없게 비평(이 아니라 쓸데없는 비난)했던 김원 문화평론가는 반성하시길..
드라마도 보지 않고... 의도적으로 비평기사 실은게 한두번이 아니시더군요.
첫댓글 이 글 진짜 좋아요 읽느라 좀 힘들었지만요;;
그래서?? 장나라 벌써 한물갔는데;; 글이 길어서 읽기 귀찮다
이분 윗글에도 머라 그러더니.. 읽기 귀찮음 그냥 뒤로 눌르세요.. 귀찮은데 꼬릿말은 왜 올리시나.. 글올린사람 김새게
안보시구 뒤로버튼 누르시면대지. 이렇게 댓글달 필요없을텐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