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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주가란 무엇인가?
순자산 평가 및 미래 현금흐름과 배당금을 할인하는 방법 : 기업의 가치에 접근하는 본질적 방식
PER, PBR, ROE를 비교하는 방법 :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방식
오늘은 기업의 적정 주가를 수식이 아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통해 접근해 보겠습니다.
적정 주가(가격) = 기업의 1주당 가치
여기서 가격, 가치란 말이 나오며, 결국 적정 주가란 가격이며, 이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무엇이고 가치란 무엇인가? 또 가격과 가치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왜 인간에게 가장 가치 있는 물과 공기의 가격은 싸고, 장식품이나 일부 공업용으로 밖에 사용될 수 없는,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가치를 가진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비싼 것인가?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 재화가 다른 재화와 교환되는 비율, 어떤 한 재화 1단위를 얻기 위해 그 대가로 희생해야 하는 다른 재화의 단위 수, 즉 기회비용을 말함.
그렇다면 가치와 가격을 연결하는 고리는 무엇인가?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가치에 대한 개념이 없으며 단지 가격을 설명하기 위해 균형이론을 들고 나옵니다. 즉, 희소한 자원 하에서 시장에 참여하는 각 투자 주체들이 각각의 최대 효용을 얻는 균형점에서 각각의 재화 가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하며, 결국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가격의 의미는 교환비율로서의 상대가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1채를 사기 위해서는 쌀 1000 가마를 희생해야 한다. 혹은 양복 1벌을 사기 위해서는 쌀 10 가마를 희생해야 한다, 등등. 가격이란 각 투자주체들이 최대 효용을 얻는 균형점에서 얻어지는 교환비율이라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반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가격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격을 자본주의 하에서 나타나는 화폐현상으로 파악하며, 가격은 가치에 의해 규제되는데 가치란 다름 아닌 그 재화를 생산하는데 투입된 노동의 양이다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가치투자, 가치투자하는데 가치투자의 가치라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고 오직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에서 왜 가치투자가 그리 어려운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가치에 의미를 두지 않고 가격 자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가 초래된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에서 소외시킨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여 자본주의에 비해 자연(自然)보다는 당위(當爲)를 좀 더 소중히 여긴 인본적, 윤리적 경제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당위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으며 중국인들은 이미 주역과 장자를 통해 천지인(天地人)의 자연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러시아의 사회주의와 중국의 사회주의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는 시계 하나를 만드는데 노동량 100 이 소요되고,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데도 노동량 100 이 소요된다면 두 재화의 가치가 같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가치를 평가하여 시계와 자동차의 가치가 같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롤렉스 시계의 가격이 자동차 1대 가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황당하지만은 않은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노동량을 생각할 때 생산에 직접 관여한 인건비 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입된 비용, 생산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된 비용,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투입된 비용(마켓팅 비용),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투입된 비용 등, 이 모든 것이 가치를 만드는데 투입된 노동량이며,
따라서 가격은 가치에 의해 규제되며 가치는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마르크스주의의 가격 이론은 자본주의경제학의 상대적 가격 개념에 비해 절대적 가격을 설명하는 좋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운데 얘기가 좀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만, 주식시장의 탄생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에 결국 가치보다는 가격에 더 의미를 두는 분위기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가치투자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성향에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에서의 가격은 각 시장 참여자들의 만족을 극대화시키는 수준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형성되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얘기하였습니다.
20세기 초의 위대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성립되는 가격 형성의 원리는 가격과 수요공급량과의 함수론적 해명으로 충분히 설명되므로 가치학설은 현실분석에서 별 의미가 없다."
(필자는 슘페터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에게는 핵심을 찌르는 뭔가가 있습니다. 수 백년간 서유럽을 지배해 온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저력 때문일까요? 앵글로 색슨의 리카르도와 케인즈를 예외로 한다면 앵글로 색슨 경제학의 물리적 수학적 개념보다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통찰력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수요와 공급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단순히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수요와 공급 외에 통화량과 소득수준을 들 수가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통화량이 증가하게 된다면 균형 가격이 상승하게 되며(물가가 올라간다는 의미), 소득수준이 상승하면(예를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불에서 2만 불로 증가하면) 역시 균형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 수준이었던 80년대 초엔 나이키 운동화가 2만원 했었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15,000불이 넘은 지금은 나이키 운동화는 10만원이 넘습니다. 이러한 가격 변화는 나이키 운동화를 찾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라기보다는 소득이 증가하고 통화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가치와 가격과의 관계, 그리고 가격을 형성하는 세가지 요인(수요와 공급, 통화량, 소득수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의 의미, 가격의 형성요인을 이해하였으므로 우리는 주가를 결정짓는 요인, 그리고 주가를 산정하는 이론적 토대를 갖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썼던 "주가는 왜 오르고 내리는가?" 란 글에서
단기 주가 = f(가치, 수급, 심리), 주가는 가치와 수급, 심리의 함수이다.
장기 주가 = f(가치), 주가는 가치의 함수이다.
라고 정의하면서, 단기, 장기 주가를 결정짓는 팩터들이 시간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유체역학에 레이놀즈 계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체의 각 부분이 질서 있게 층을 이루며 흐르다,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갑자기 흐름이 격해지며 난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듯 층류 운동에서 난류운동으로 전환되게 되는 임계점을 레이놀즈 계수를 통해 계산할 수 있는데, 주가를 움직이는 팩터들도 단기적으로는 수급과 심리에 의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에 의해 달라지게 됩니다(주가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주가를 움직이는 팩터 자체가 시간의 양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장, 단기 주가의 변화 원인을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의 양이며, 단기적으로 주가는 주식시장에 유입된 돈의 양과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하게 됩니다.
단기적 주가는 바람과도 같은 돈과 심리에 의해 영향받기에 단기적 적정 주가를 산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또 거의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산정하는 적정 주가는 장기적 주가를 말하며 따라서 우리는 기업의 가치 분석을 통해 기업의 적정 주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단기 주가 = f(가치, 수급, 심리), 시간의 양(1년 미만)
장기 주가 = f(가치), 시간의 양(1년 이상)
여기서 수급이란 거시적으로, 물가수준의 변화, 통화량의 변화, 국민소득의 변화를 말하며, 미시적으론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양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심리란 거시적으로 물가, 통화량, 국민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말하며, 미시적으론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주가상승,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말합니다.
또 한가지, 장기적 주가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인 기업의 가치는, 自存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물가, 통화량, 소득수준, 사람들의 심리(선호도)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업의 가치를 구성하는 항목들에 대해 살펴봅시다.
기업의 가치 = 유형 자산가치 + 무형 자산가치
유형 자산가치는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자산가치를 말하며, 무형 자산가치는 재무제표상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추가적인 가치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표(브랜드)의 가치와 그에 따른 시장 장악력, 소비자들의 충성도, 人材의 가치, 탁월한 경영자의 가치, 생산설비의 효율성, 기업에 축적된 지식(경험)의 가치, 등등은 재무제표상에선 표현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형의 자산가치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크게는 그 시대의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부터, 작게는 재무제표상의 자산가치와 해당 기업이 가진 무형자산(효율성, 수익성으로 표현됨)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단순히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이 재무제표와 ROE, PBR, PER과 같은 숫자만을 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몇년 전 가치투자에 대해 얘기하며 썼던 "가치투자와 이데올로기"란 글을 첨부해 봅니다. 몇년이란 시간이 지나 다소 진부한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즘 다시 생각해볼만한 상황이라 싶어 올려 봅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시길..
가치투자와 이데올로기
요즘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이 가치투자에 관심이 많아졌을까? 그것은 기존의 주식투자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트분석만으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사실 차트분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차트의 고수가 되는 것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업무상 자칭, 타칭 수 많은 차트고수들을 만나 보았지만 저는 차트분석만으로 제대로 돈을 번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차트분석에 관해 정말 좋은 책을 쓰신 분들도 그리 부자인 분이 없는 것을 보면 차트분석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분석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경제분석을 잘 하는 사람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우리나라 모든 경제학자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재벌이 되었을 것이며, 설령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공부를 안 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주식투자를 해서 거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800년대의 리카르도나 1900년대의 케인즈 같이 경제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두 사람은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나 그 외 주식투자로 거부가 되었다는 경제학자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라는 사람은 LTCM이라는 거대 헷지펀드가 파멸해나가는 와중에 그 배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차트로도 안 되고 경제분석으로도 안 되는 일이므로 답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워렌버펫이란 사람이 등장합니다. 어쨋거나 이 사람은 주식으로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부자가 된 사람이기에 그의 투자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서 나름대로 똑똑한 관찰자들이 그의 매매방식을 보니 눈에 띄는 것은 좋은 주식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관찰자들은 "좋은 주식을 사는 것과 장기보유"라는 나름대로의 정답을 발견하게 되고 워렌버펫의 스승이 벤저민 그레이엄 이라는 사실을 연상하며, 그의 투자방식을 가치투자라고 이름 붙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가치투자라는 것에 대해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것이 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시작되어 워렌버펫에서 꽂을 피운 매매방식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워렌버펫이 여지 것 한번도 스스로 가치투자라는 것을 정의하고, 책을 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워렌버펫의 매매방식은 딱 이거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버크셔라는 저성장 섬유회사를 장기보유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싸 보이던 코카콜라에 거의 몰빵을 하기도 하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채권투자로 재미를 보기도 하고, 요즘엔 아예 미국달러의 저평가를 예상하며 외국환 거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워렌버펫에 대해 한국에 번역된 책들의 대부분이 80 ~ 90년대 초반의 워렌버펫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는 워렌버펫 하면 무조건 좋은 주식만 사고, 한번 사면 무조건 오래 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이 워렌버펫의 전부는 아닙니다.
워렌버펫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가치투자라는 이데올로기로 한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워렌버펫은 차트분석의 고수이고, 경제분석의 대가이며, 타이밍매매에도 정통한 그야말로 천재적인 투자가이며, 그를 단지 가치투자가라고 한다면 이는 어쩌면 그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저는 워렌버펫이 스스로를 가치투자가라고 한정지어 말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그가 자신은 가치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책을 썼다는 사실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치투자..
워렌버펫이 성공한 이유를 단지 그가 가치투자를 해서였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전도된 말입니다. 워렌버펫이 성공한 이유는 그가 가치투자가여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했으며, 자신이 매수하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80 ~ 90년대 장기간 주식을 보유했던 이유는 그 시기 동안 주가가 장기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저 주식은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충실해서가 아닙니다.
만약 미국증시가 20년간 초 장기 활황을 보인 8~90년대가 아니라, 1929년 ~ 1937년의 시기였다면 과연 워렌버펫이 좋은 주식이라고 무조건 장기간 보유했을까요?
기업의 가치분석..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분석하는 일은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주는 것은 그 기업의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지금 아무리 좋은 주식도 미래에 나쁘다면 결코 그 주식을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입니다(70년대만 해도 IBM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그런 회사의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가치투자를 잘 하는 사람은 미래의 경제상황, 미래의 트렌드, 그 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한 적절한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전적으로 미래에 다가올 일로서 결국 예측에 관한 문제로 귀착됩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한 미래 예측의 부 정확성..
이는 차트분석의 근원적 결함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논리를 가진 차트분석.. 그런데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작업 역시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면 차트분석과 다를 것이 없는 셈이 됩니다.
(단 차트분석은 너무나 자주 부 정확성이 노출되지만, 기업분석의 경우 과거와 현재의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높으므로 차트분석에 비해선 단기적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결국 기업의 가치분석 역시 미래에 대한 예측의 문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시 워렌버펫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과연 워렌버펫은 그저 좋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여 돈을 번 것일까? 과연 좋은 주식, 장기간 보유라는 투자방식이 워렌버펫을 부자로 만든 것인가, 아니면 그 시대가 그런 매매방법이 필요했기에 워렌버펫이 그랬었던 것일까?
만약 미국증시가 20년간 초 장기 활황을 보인 80~90년대가 아니라, 1929년 ~ 1937년의 시기에 워렌버펫이 주식투자를 했더라도 좋은 주식이라고 장기간 보유했을 것인가? 만약 그랬다면 왜 밀레니엄 버블이 터진 21세기에 들어서 워렌버펫이 채권투자에 관심을 갖고, 왜 지금은 저평가된 주식을 찾기가 힘들다며 외국환 매입에 관심을 쏟는 것일까?
이제 워렌버펫과 가치투자에 대해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워렌버펫은 단지 좋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사람으로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
2. 그는 그 시대의 경제동향, 향후 몇 년 간의 경제예측에 정통한 사람이며 따라서 그 시기에 어떠한 매매방식이 필요하고,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아는 천재적인 인물이다(물론 가끔씩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실수하는 확률보다는 성공한 확률이 높습니다)
3. 그는 기업분석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미래가치 분석에 뛰어난 사람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언제나 인정하며 실수할 확률이 적은 기업을 매수할 정도로 주도 면밀한 사람이다.
(80년대 중반 코카콜라를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었던 것, 최근 들어 제너럴리 라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재보험사를 매수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예측에 대한 그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캔디회사, 가구회사, 보석판매회사, 신문사 등 기업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주도 면밀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4. 8~90년대 워렌버펫이 좋은 주식, 장기투자라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가치투자"로 돈을 번 것은 그러한 투자방법이 그 시대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지, 그가 가치투자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5. 미래에 대한 올바른 예측, 그 시대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는 이데올로기로써 가치투자를 하는 또 하나의 맹목적 투자자일 뿐이며, 이는 맹목적 차트 매매자와 크게 보아 다를 것이 없다. 워렌버펫이 위대한 것은 이데올로기로서의 가치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적절한 투자방법이 가치투자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6.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은 무슨 훈장이나 자신의 뛰어남을 입증하는 보증서가 아니다. 가치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얼마나 많은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인식해야만 하며 가치투자라는 명제의 무거움 앞에 스스로 겸손해질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가치투자는 워렌버펫 혹은 버펫촌 사람들 정도의 능력이 되어야 가능한 투자방법일지도 모른다.
7. 따라서 누구나 가치투자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가치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에는 두 가지 부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자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 미래에 다가올 일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 능력을 갖춘 탁월한 능력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의 맹목적 추종자들이다.
슬픈 얘기지만 그 외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이데올로기로써 가치투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데올로기의 무거움으로 인해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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