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연이어 지나간 자리에 농어민의 가슴도 구멍이 뻥 뚫렸다.
답답한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면 좋으련만, 1년 농사를 망쳐버린 태풍피해 때문에 넋을 놓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너도 나도 농어민을 찾는다고 사진을 찍고 언론에 표를 달라고 추석민심을 붙잡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의 피해조사와 그에 따른 피해보상은 더디기만 하니 농어민들은 빚더미에 가슴이 타들어 간다.
하루속히 정부는 피해조사에 따른 보상을 실질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급히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2012.09.25 평화방송 인터뷰 --- 가톨릭농민회 되살이 김도영 국장
-올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밀 자급률은 2.2% 옥수수는 3.3% 콩 자급률은 22.5%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남아돈다던 쌀마저 지난해는 자급률이 83%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구곡과 가공용쌀을 포함하더라도 93.7%로 역대 최저입니다. 더욱이 올해 쌀 자급률은 지난해 생산량이 7만1,000톤 준 것을 고려하면 더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내년 쌀 자급률은 올해 태풍피해를 고려하면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은 그동안 쌀만큼은 자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수 없습니다. 부족한 곡물을 해외에서 확보하는 것도 국제식량사정이 좋을 때 이야기지 잦은 이상기후로 인해 수출을 통제하는 나라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위태롭기 그지 없습니다.
더군다나 얼마전에는 미국쌀에서 폐암이나 피부암을 유발하는 무기 비소성분이 검출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부랴부랴 지난 21일 미국산쌀의 판매와 입찰을 잠정중단한다고 밝힌바 있지만 오늘까지도 여전히 인터넷 대형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로만 판매중단을 외치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외 사정이 이러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곡물자급률을 3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필요한 농지면적은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60배 이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각종 토건과 개발사업으로 농지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지요.
2008년 세계적 곡물위기 상황에도 우리나라는 큰 위기없이 국민들은 무관심하게 지나갔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인 쌀의 자급도가 104%에 이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80%대로 하락한 쌀 자급률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습니까 우리나라도 세계 곡물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세 개의 태풍이 훑고 지나간 벌판이 백수와 흑수피해로 올해 벼 수확량도 큰 차질이 있을것이 분명합니다.
-이상기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어서 더 이상 이상기후가 아니라 일상기후가 되버렸습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불어닥친 큰태풍은 우리지역 많은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낙과판매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 와중에도 대형유통업체는 이익을 남기고 농가 구매가격도 형편없다고 합니다.
또 농민들은 오죽하면 자식같이 키워온 논을 수확도 못하고 갈아엎는 극단적인 투쟁에 나서고 있겠습니까.
특별재난지역선포로 정부가 큰 선심을 쓰고 있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농가의 피해보전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습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지난 2006년 이후 농가직접 보전쪽은 대폭 삭제되고 지자체부담을 줄이고 파손된 시설 복구 중심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입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농어업이란 단어만 들어가 있을뿐 농어업 소득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일부 농작물보험이 들어가 있지만 안전망이 너무 취약합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단체들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조사와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시급히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식량안보와 국민생존권이 달려있는 농업의 문제를 더 이상 농민 개인의 사정으로 치부해서 외면하지말고 국가차원에서 책임지고 지켜가야할 근본임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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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이 크고 밝으면 틀림없는 풍년이라고 했다. 올해는 특별히 보름달이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밝은 해라고 한다. 풍년이 든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다. 농경사회의 중심축은 각종곡식들의 풍년을 기원하는 일로 시작된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서부터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모두 곡식의 풍년을 기원하는 일과 연결되어있다.
조선시대는 아예 지금의 천문대와 기상청을 합해놓은 관상감에서 그해의 풍흉을 점치며 달력을 만들며 임금은 이를 위아래에 골고루 나누어 농사에 쓰도록 했다. 달력에는 그해 운수가 될 태세(太歲)가 있는데 물을 관장하는 용(龍)과 임실(任實)을 관장하는 득신(得辛), 밭을 가는 소(牛)와 곡식을 운반하는 말이 몇 마리인지로 풍흉을 점치고 농민들을 독려했다. 임금은 선농단에 올라 제사지내고 창덕궁에서 친경(親耕)의 모범을 보였다. 그렇게 농사는 모든 것의 근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세상이 모두 농사의 풍흉으로 결판나는 것이다.
한가위의 ‘풍요’와 관계없는 현대인들
민족의 대이동이 한해 두 번 일어난다. 그 한 번이 한가위 때다. 고향에 부모를 찾고 형제를 찾는다. 조상님께 성묘하고 고향사람들과 반갑게 마주하며 얼큰하게 하루를 보낸다. 그것이 공동체로부터 분리됨을 조금이라도 보상받고 보상하는 행위였다.
도시로부터 빼앗긴 고향의정서를 보상받고 싶은 것이다. 내려 갈 때는 화려한 도시상품들이 선물로 포장되지만 올라 올 때는 온갖 농촌의 생산물이 보따리에 싸여 온다. 어떤 사람은 밤이나 감을 가지째 꺽어 차에 실어 나른다,. 그것이 바로 농촌을 교감하고 잃어버린 촌의 날것을 체득하고 싶은 정서의 표현인 것이다. 그것 때문에 열 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고단함 보다는 훈훈함과 풍요로움이 보름달처럼 풍겨져 나오는 일이다. 살갑게 맞아주는 부모님의 손길이 너무 따사롭고 마당가의 감나무도 따사롭다. 돌아오는 날 바리바리 싸들고 서야 올해 풍년이 든 줄을 알지만 그렇게라도 농촌과 고향의 끈이 알 듯 모를 듯 연결돼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한가위는 무엇인가. ‘편의’라는 것이 예절도, 풍요도, 농사도, 고향도 등져버리게 했다. 서로 힘든데 간단히 차례지내고 성묘도 건성이다. 더 나아가면 미리미리 벌초와 성묘를 마치고 몇 일간의 휴가를 즐긴답시고 공항이 메지도록 해외로 나간다. 모두가 공동체로부터 이탈되어 부평초처럼 떠돈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농사의 풍요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글로발 경제가 사람들의 주머니에 얼마나 많은 지폐를 넣어주었는지가 한가위 풍요를 만든다. 아니 풍요라기보다는 한가위 특수를 만드는 거다. 자본과 재화 그리고 서비스로 연결되는 미친 자본주의속에 고립되거나 소외당하면 끝장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해서 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은 한가위가 오랜만의 특별한 휴식으로 인식된다. 농사가 잘됐는지 못됐는지는 관심 밖이다. 필요한 물건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흔전 만전이다. 꿈이 저버린 고향마을, 달만큼이나 예쁘던 분이는 도시로 가버린지 오래고 풋콩서리를 하던 친구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가위는 행복하다. 음식도 많고 말도 많다. 그러니 탈도 많다. 음식 탈은 소화제를 먹고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면 된다. 그런데 말로 탈이 나면 종내 주먹다짐으로 끝이 난다.
세상을 바꿔 내겠노라는 다짐을 두고 대통령후보들이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모양이다. 이것만한 한가위 특수감은 없을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양자대결로 갈지 삼파전으로 갈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침을 튀기게 되어있다. 한가위 여론형성에 이용하려 타이밍청치를 한다고 벌써 수근 댄다. 또 누구는 떨어지는 지지율에 본심이 아닌 사과로 국민들을 우롱하다 지지율이 더 곤두박질하고 있단다.
농촌, 농업과는 인연이 끊어진 현실에 살고 있지만 여기저기 사람들은 모인다. 가족들이 모이고 동네사람들이 모인다. 그 가운데 나라살림을 맡을 사람을 입에 올리는 것은 기본으로 설정된 무료 안주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 로 설왕설래 하다보면 가끔 술병이 엎어진다. 주먹다짐의 활극으로 이어져 한가위 기분이 망가져 버리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옛날에는 보름달이 커다랐는데...
지금은 보름달이 커닿라게만 보이는 이유
지칠대로 지친 농민 인구 6%와 근본을 잃은 현대인
그리고 마음의 고향도 잃었다.
어버이가 돌아가시면 고향이 없어지는 현대인...
<처마끝으로 보이는 보름달>
추수하는 가을 들녘, 옛날에는 온 동네 사람이 한데 모여서 홀태기로 추수를 했다.
농업인구는 6%, 고향에가면 그들을 만나자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나름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약속할까. 애매모호한 부호 같은 구호들을 접고 내손을 잡아줄까. 아니면 청년일자리 해결과 집값을 안정시킬 거라고 약속이라도 할까. 나 같은 사람에겐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나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을 제정하겠노라 다짐이라도 할까. 치워라.
한가위 보름달은 왜 저리도 밝고 동그랗게 보일까? 과학적 근거를 보면 설명이 안돼진 않지만 감성적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백화점의 판매율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는지로 한가위를 재단하는 건조함은 잠시 접어두자. 한가위 무지렁이들의 삶이 훨씬 더 저들 대통령후보들의 행보 보다 절실한 현실에 기반 하고 있지만 오히려 조그만 감동에도 눈물 흘리는 마음들이 있다.
농촌의 무너져가는 모습에 감성적 대응을 나무라는 경제통들의 입을 잠시 닫아두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대선주자들도 혹여 한가위 마당에 참여하거들랑 경제가 어쩌고 일자리가 어쩌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보름달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어디를 비치고 있는지 밤하늘은 왜 이리도 차갑게 폐부를 쑤시고 들어오는지 이야기 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잊어버린 한가위의 추억이랄까 한가위의 꿈이랄까. 그런걸로 사람들의 감성을 울려 봤으면 좋겠다. 너무나 멀리 와 버려 다시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발길을 돌리는 것을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는 따듯함으로 돌아가 보자.
봄의 가뭄과 네 번의 태풍에 농민들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올 추석이 낼 모레다. 과연 농촌은 지금 그나마 한가위를 맞을 수 있을까. 망가져버린 하우스와 쏟아져 버린 과일들과 그보다, 그보다 더 무거운, 죽어가는 농촌에, 시들어가는 농민에 눈물 한 방울 흘릴 줄 아는 감성이 모든 이에게 싹트길 기원해 보자.
농업은 GDP의 4%이하에 불과 하다. 농업인구는 6%, 대선주자들은 눈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움직이는 발품에 비해 나올 것이 별로 없다. 실속 없는 행보는 필패로 이어진다. 과연 그런가. 농촌은 여전히 국민들의 고향이다. 고향은 따듯한 곳이다. 지친자들이 안온한 어머니의 품과 같이 쉴 수 있는 곳이다. 아직은 생명의 솟음과 희망의 새싹들이 거친 흙덩이를 밀어 올리는 곳이다. 우리 모두의 생기가 일어나는 곳이다. 고향의 보름달이 유난히도 크고 밝은 것은 고향에 내려간 길에 안팍을 찬찬히 살펴보라는 것 일게다. 낮에 살필 것과 밤에 살필 것들을 두루두루 살펴 후환이 없도록 하라는 것 아닐까. ==2012.09.28 민중의소리 한도숙 한국농정신문 대표 ==
<인터넷민주의소리에서 퍼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