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이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하여 경험한 후,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무력감에 빠져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상을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나타나는 학습된 무기력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는 견해와 인지 기능의 손상이 원인이 된다는 인지 이론 등이 있다.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넓혀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셀리그먼이 동료들과 함께 개를 대상으로 한 고전학습이론을 실험하는 중에 항거 불능의 자극을 받은 개들이 이후 다른 상황에서도 그 자극을 회피하지 못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와 유사한 심리적 상태에 대하여 명명한 것이다.
셀리그먼은 개를 우리에 가두고 큰 소리와 함께 통제 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가했다. 자극의 빈도나 강도 지속 시간 등을 실험자가 완전히 통제하고 우리에 갇혀 있는 개는 피할 수 없는 자극을 반복했다. 처음 30초 동안 미친 듯이 전기충격에서 도피하려고 했던 개는 자극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도피하려는 반응을 줄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극 자체를 수용하고 감내하는 행동을 취했다.
다음 단계로 자극을 피할 수 있는 왕복 상자에 넣고 같은 전기충격을 주자, 개는 자극에서 도피하는 것을 지레 포기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극을 수용하는 실험을 받지 않았던 다른 개는 전기 충격을 받자 다른 쪽 상자로 이동하여 자극에서 도피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셀리그먼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나의 유기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상적 경험을 하게 되면, 후에 이러한 외상적 경험에 대처하여 반응하려는 동기가 감소하게 되어 자극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정서적인 평형이 깨어지면서 우울증과 불안이 고조된다. 개들로 하여금 왕복 상자에서 도망칠 수 없도록 했던 것은 전기충격 그 자체가 아니라 충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경험, 즉 통제에 대한 무력감이었다"라고 밝혔다.
셀리그먼이 말한 학습된 무기력은 영장류와 인간에게서도 확인되었다. 학습된 무기력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학습 능력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는 정서 장애를 유발한다. 셀리그먼은 학습된 무기력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지시적 치료(directive therapy)와 행동적 면역화(behavioral immunization)이다.
지시적 치료는 강화를 유발시켜주는 상황에 다시 한 번 노출시키되, 스스로 상황을 변동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개의 경우 전기충격을 받게 하되 다른 쪽 상자로 도피할 수 있음을 알게 하여, 긍정적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행동적 면역화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늘려서 자극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개의 경우 전기 충격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회피 행동을 한다면 점진적으로 전기 충격의 정도가 줄어들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