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이야기를 보여 줘!//레너드 S. 마커스/,서남희 /책읽는곰/2025-12-08원제 : Show Me a Story
ㅁ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ㅁ책소개
미국의 그림책 평론가이자 연구자인 레너드 S. 마커스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21인을 10여 년에 걸쳐 인터뷰하여 엮은 명저 《이야기를 보여 줘 Show Me a Story》가 책읽는곰에서 출간되었다. 퀜틴 블레이크, 존 버닝햄, 에릭 칼, 모리스 센닥을 비롯해 현대 그림책의 역사를 직접 써 내려간 작가들은 이 책에서 자신의 창작 철학과 작업 과정, 삶과 작업의 접점, 그림책과 어린이에 대한 생각 들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자신들이 몸담은 그림책 분야뿐 아니라 예술과 교육, 사회 전반에 걸친 이들의 놀라운 통찰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그림책이라는 예술을 위해 이들이 거쳤던 실험과 시행착오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88장의 희귀 도판 또한 이 책을 소장할 이유 중 하나다.
ㅁ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림책이 궁금한 당신, 그림책을 사랑하는 당신,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이 꼭 읽어야 할 그 책!
모리스 센닥, 에릭 칼, 존 버닝햄, 퀜틴 블레이크,
피터 시스, 윌리엄 스타이그, 헬렌 옥슨버리, 안노 미쓰마사…
세계적인 그림책 거장 21인의 창작 철학과 작업 과정,
삶과 작업의 접점, 그림책과 어린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본다!
‘이야기를 보여 주는 일’의 기쁨과 슬픔
‘이야기를 보여 준다(show a story)’는 말처럼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연극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니지만, 이야기를 ‘보여 주는’ 문학예술 장르가 바로 그림책이다. 아직 문자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가 주된 향유자이기에, “겉보기에는 단순해도, 사실 풍요롭고 다층적이며 정교한 시각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데이비드 위즈너에 따르면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정도는 되어야 가벼운 농담부터 세련된 위트, 슬랩스틱 코미디, 무질서한 포스트모더니즘을 그림책처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의 매력, 그리고 창작자의 고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어린이가(많은 경우 어린이 옆의 어른까지도) 웃고 울고 감탄할 만한 이야기를 보여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야기를 보여 줘 Show Me a Story》는 평생에 걸쳐 이 녹록지 않은 일을 하며 현대 그림책의 역사를 써 온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안노 미쓰마사, 존 버닝햄, 에릭 칼, 로이스 엘러트, 제임스 마셜, 로버트 맥클로스키, 제리 핑크니, 모리스 센닥, 윌리엄 스타이그, 로즈메리 웰스, 베라 B. 윌리엄스……. 미국의 그림책 평론가이자 연구자인 레너드 S. 마커스는 어느덧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작가들(아직 우리 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도 포함해)에게 “왜 하필 그림책을 자신의 삶과 열정을 바칠 대상으로 택했”는지 묻는다.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고 그림으로 사람을 웃기는 게 좋”아서 그림책 작가가 되고 급기야 “어린이책의 수호자”가 된 퀜틴 블레이크, 초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다가 편집자로 일하던 학부모에게서 그 재능을 그림책 만드는 데 써 보라는 조언을 듣고 이 분야에 뛰어든 안노 미쓰마사, 광고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로 전업한 에릭 칼, 아토피가 심한 셋째 아이를 돌보며 영유아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헬렌 옥슨버리, 고등학교 임시 교사 노릇에 지쳐 그림책을 탈출구로 삼았던 제임스 마셜……. 이 분야에 발을 들인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림책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림책, 어린이, 혹은 둘 다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림책을 그저 ‘어린이를 위한 책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는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ㅤㅋㅞㄴ틴 블레이크처럼 “사람들은 그림책 예술을 즐기지만, 그 역사나 그 분야의 풍요로움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림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걸려 있으면 예술로 여기면서, 종이에 인쇄되어 있으면 하찮게 여기다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하고 그림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대놓고 비판하기도 하고, 제임스 마셜처럼 “그림책은 제대로만 만들면 온 세상이 돼요. 가끔 사람들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림책이 예술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어요.”라며 불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책의 예술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그림책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 했던 문학적·회화적 시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예술 철학 들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분야를 예술로 여기지 않을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모 윌렘스처럼 자신은 “예술가보다는 장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에도 말이다.
삶의 아주 특별한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림책 예술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노블티 북(novelty book)’-‘노블티’에는 ‘새로움’이나 ‘참신함’이라는 뜻도 있지만 ‘싸구려 장난감’이라는 뜻도 있다.-이라 불리는 그림책 분야의 선구자인 에릭 칼의 시도는 무엇보다도 어린이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에서 비롯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이들은 언어보다는 촉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손을 잡거나 젖병이나 딸랑이를 들고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나중에 학교에 가서야 가만히 앉아서 책에 나온 글자에 집중하지요. 그런 만큼 장난감을 쥐거나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따스한 경험과 책을 통해 배우는 추상적인 경험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내가 이를테면 구멍 뚫린 책, 그러니까 장난감으로도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했던 까닭이에요. 읽을 수 있는 장난감, 만질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했던 거죠.” 양육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처럼 어린이와 직접 부딪치는 이들은 칼의 그림책에 열광했지만, 비평가들이 그 업적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실제로 에릭 칼은 최고의 그림책에 주는 상인 콜더컷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른의 호감을 사고자 현실의 어린이나 어린이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1960년대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그림책을 단숨에 예술의 반열로 끌어올린 모리스 센닥의 경우 어린이를 천사처럼 묘사하던 1950년대에 “화내고 외로워하고 지루해하는” 이민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그림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어린이는 자신의 온갖 감정이 책에 반영된 것을 보고 싶어 하고, 심지어 필요로 한다”는 것이 센닥의 오랜 주장이었다. TV 애니메이션 〈맥스와 루비〉 시리즈의 원작자이기도 한 로즈메리 웰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바라는 행복한 얼굴을 덧씌우려고 하지 않아요.” 콜더컷상과 콜더컷 명예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케빈 행크스는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처음들이 줄을 잇”는 어린 시절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누구나 겪어 봤을 곤란한 상황을 다정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어린이(자기 안의 어린이도 포함하여)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원로 그림책 작가 로버트 맥클로스키가 어린이 독자를 고려하는 방식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정확성에 관한 한 매우 꼼꼼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 정확성이란 건 자로 잰 듯이 똑같이 흉내 내는 게 아니에요. 내가 사랑하는 보스턴의 느낌을 정확히 전달하는 거죠. 아무도 보스턴을 누비고 다니면서 내가 그린 굴뚝이나 벽돌의 숫자를 세어 보고 확인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아이가 바짝 붙어서 손이나 막대기로 훑으며 지나갈 법한 철제 울타리의 디테일 같은 건 정확히 살리고 싶었어요.” 어린이를 존중하라거나 배려하라는 말보다도 백 배는 더 강한 울림을 주는 말이다.
그림책은 독자에게는 더없이 허들이 낮은 장르이다. 글을 몰라도 삶의 경험이 부족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특성 때문에 창작자는 터무니없이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고 그려 40쪽 안팎의 책에 담아내야 하니 말이다. 심지어 소설과 다르게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하다’고 이야기해 줘야 하니 말이다.
이 책에는 평생에 걸쳐 그런 허들을 넘어온 이들의 시도와 좌절과 성취와 성장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0여 년에 걸쳐 그림책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엮은 레너드 S. 마커스의 말처럼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신비로운 예술 창작 과정에 새로이 눈을 뜨고, 보기보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이 예술 형식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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