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한류 그 현장 나가랜드를 찾아서 –
들어가며
세계를 경악시키며 많은 외국인들의 인도여행 계획을 취소케 했던 2008년 11월 26일 인도판 9/11 뭄바이 ‘따지 호텔’의 테러!
짙게 드리운 테러의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12월 1일 미리 잡혀있던 ‘나가랜드’ 행 일정의 주사위를 잡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테러! 지가 나를 피해가겠지"
그러나 To be or not to be 의 여러 가능성을 대비 비행기 안에서 지그시 눈 감고 녹 슬은 호신술 동작들을 수차례 시뮬레이션 하자 마치 특수임무를 띠고 가는 용사가 된 듯 사뭇 비장한 마음도 들었다.
나가랜드를 가다.
디마뿌르 공항에 도착 차량에 몸을 싣고 꼬불꼬불 산길 굽이치는 도로 따라 나가랜드의 주(州)도 ‘꼬히마’로 가는 길 풍광을 보자 동심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며 테러에 대한 긴장 대신 나가랜드의 한류 열기가 어느 정도일까 하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차멀미 핑계 삼아 길 따라 탐스럽게 전시된 절정의 파인애플을 먹어보니 천하일미요 상큼한 공기 심호흡으로 망중한 하고나서 마침내 산꼭대기 능선들을 완전히 점령한 듯 한 나가랜드의 주도 ‘꼬히마’에 도착하였다.
외부와 단절된 듯 그들만의 공간일 수밖에 없어 보이는 곳의 ‘아이러니’요, 12월 산 정상 의 찬 공기마저 무색케 하는 뜨거운 한류의 현장 그곳이 바로 나가랜드였다.
환영만찬
하루먼저 선발대로 도착한 아리랑 TV 본부장님을 포함 4명의 일행들도 맞이하는 입장으로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라며 반겼다. 유서 갚은 ‘Heritage complex’에서 아리랑 TV 본부장과 나가랜드 주정부 주지사
(Chief minister)의 ‘초청의 고마움과 방문의 감사를 주고받는’ 공동 기자 회견이 있었다. 나가랜드 주 정부차원에서 한국인 일행들에게 정말 많은 배려로 환대해주었다. 주시자(CM) 관저에서 환영식을 겸한 만찬을 가지며 준비해온 선물을 건네주고 환영의 의미로 조끼를 받아 걸치자 일행들은 영락없는 나가랜드 부족으로 변했다.
무엇을 준비하길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나 생각하는데 꼬리 꼬리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였다. 개봉박두! 뷔페식으로 준비한 나가랜드 대표 음식이 나왔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생선 등에 발효시킨 대나무죽순이나 콩을 넣어 조리를 한 것으로 그 맛은 청국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냄새가 징하였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남자 아닌가! 스테미너에 좋다는 말에 사슴고기는 한 번 더 가져다가 양껏 먹었다.
낮 설고 맛 설은 음식덕분에 그날 밤 속이 좀 불편했지만 스테미너 음식을 먹고 거시기하여 밤잠을 못 이루었다고 너스레 떨며 아침식사를 가볍게 했다.
한국. 인도 음악축제의 날
12월1~7일에 열리는 혼빌(Hornbill-꼬뿔새) 페스티벌 기간 동안 주정부는 각 부족간 화해무드 조성과 교류를 장려하고 각 부족 고유의 기예를 뽐내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나가랜드 주정부의 초청으로 아리랑 TV와 나갈랜드 주정부가 공동주최하는 ‘한. 인도 음악 축제’인 한국어 노래 대회를 이 혼빌 축제기간 중에 열게 된 것이다.
한.인도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2일 대망의 아침은 밝았지만 나가랜드에 인접한 ‘아삼 주’에서 2일 아침에 발생한 열차 폭탄 테러 소식에 마음 심숭생숭 했지만 주정부차원에서 행사장 주변에 물샐틈없는 군인 경찰 경비를 더욱 강화하였다.
일행들과 오전 중에 무대, 음향, 조명과 리허설 등 행사 준비상황 점검을 위해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나가랜드의 신세대들이 아리랑 TV를 통해 배우고 익힌 한국 노래들을 뽐내는 한국 노래 대회 결승전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은 커져갔다.
한국어 노래자랑 행사가 시작되다.
행사장 안에는 스타일이 거의 한국 신세대들인가 할 정도의 옷차림새를 한 200여명의 나가랜드 자원봉사자들과 만 명의 관중들은 한류 열기의 바로미터였다.
오후 5시 드디어 나가랜드 주지사와 아리랑TV 본부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한. 인도 음악축제의 무대에 나가랜드의 추수하는 전통 춤과 마니뿔 전통 칼춤에 이어 출전자들의 노래와 함께 꼬히마 출신 그룹사운드 ‘부메랑’과 VJ 이삭 그리고 가수 ‘일락’이 번갈아가며 흥을 돋우었다.
예선을 거치고 진출한 9명의 출전자들의 노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행사를 보면서 이것이 바로 방송으로 보낸 한류가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스윗 드림즈를 부른 ‘아비부(abibou)’ 가 3등, First snow를 부른 니꾸오(Neikuo)가 2등을 했고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열창한 아사 케이호는 삼성 LCD TV를 상품으로 받는 1등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Pops in Seoul의 진행자 이삭은 많이 알려져 있고 나가랜드에 많은 팬이 있지만, 행사의 파이널을 장식한 가수 ‘일락’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나가랜드 소녀 팬들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내가 보기엔 ‘일락’이 아니라 군계중의 ‘일학’이었다. ‘일락’이라고 외치는 소녀 팬들의 외침은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락’의 차를 따라 가면서 그리고 차량이 행사장을 빠져나가 저만치 멀어져 갈 때까지 ‘악’ 하고 계속되었다. 일-라~악~
나갈랜드 유적마을에서의 한국전시관 운영과 이삭의 팬 사인회
혼빌 축제 기간 중 각 부족별 전통 춤 소개도 하고 공예품도 판매하는 나가랜드의 ‘유적 마을’.... 물론 식-후-경! 각 부족별 고유의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VJ이삭의 팬 사인회가 있는 3일 오전부터 한국전시관 내에서 ‘현대 자동차’, ‘관광공사와 아리랑 TV 가 공동으로 부스를 운영하였다. 한국 홍보브로셔, 부채, 포스트 등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점심은 켈커타 교민들이 준비한 한국음식을 먹었다.
2일 한. 인도 음악축제 행사 때에 아리랑 TV의 나가랜드 신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인기 있는 한국 가수는 ‘비’였다.
이를 증명하듯 팬 사인회 시간이 다가오는데 신나게 쏟아지는 빗줄기! 아무튼 비는 비였다. 허걱~ 이거 행사를 못하나 라고 마음 졸였지만 30분정도 만에 그친 고마운 비.
이날 유적마을의 분위기를 들뜨게 한 VJ이삭의 팬 사인회에는 수많은 팬들이 모인가운데 이삭이 사회를 맡아 팬들의 장기자랑을 진행했고 50명의 핵심 팬클럽 회원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끝으로 행사는 성황리에 마쳤다.
무엇이 이들을 한류에 열광하게 하는가?
‘꼬히마’의 사진관에서 아리랑 TV 박 PD를 놀라게 한 장면! 사진관 윈도우에 할리우드나 볼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아닌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고립무원인 오지의 산줄기 따라 형성된 나가랜드를 아리랑 TV가 글로벌화 시켰다는 ‘주’ 대변인‘아부메따(32)’의 표현처럼 나가랜드 한류의 열풍에는 아리랑 TV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여겨진다. 아리랑 TV로 글로벌화를 성큼 경험한 나가랜드 신세대들은 한국의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나가랜드!
무엇이 이들을 한류에 열광하게 하는가? 먼저는 모습의 유사성에 기인한다. 한류가 꽃을 피우는 북동부 인도 지역 주민들은 인도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인 몽골리안 계통으로 생김새가 오히려 한국인과 유사하다. 한국방송을 보며 자기와 비슷한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다는 ‘아비부’의 말처럼 북동부 인도 지역 젊은 세대들은 아리랑 TV를 보며 위안을 받는 것이라 여겨진다.
인도 주류로부터 받는 차별대우나 냉대를 발전된 나라 한국인들과의 카타르시스적인 동일시로 극복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삼으려는 것이 유독 인도 북동부지역에 한류가 꽃을 피우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아리랑 TV 는 나가랜드 주민들의 글로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송매체이다.
나가랜드의 선결과제
인도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인구 270 만의 나가랜드는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16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의 97%이상이 기독교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거의 모든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얼마 되지 않아 방글라데시 출신의 나가랜드 주지사도 나오겠다며 내부적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나가랜드에서의 유쾌한 경험중의 하나는 필자가 직접 ‘상추’와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거두하고 절미하자면 인터뷰한 네 명의 여대생중 세 명의 성이 ‘상추’였다 니찌, 니사, 케니 상추!
신세대들은 나가랜드의 발전을 위해 어떤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들에게 질문을 하자 그들은 ‘평화’와 ‘하나 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 했다. 얼마 전 부족 간의 사소한 충돌이 있었다는 ‘쉬쉬 뉴스’가 오버랩 되며 이들의 대답에 공감이 갔다.
무엇보다 지속되고 있는 부족 간의 사소한 마찰과 16개 부족이 각기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랜드는 하나 되기가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인도의 정책적 공용어인 영어, 힌디와 함께 나가랜드 공용어 ‘나가미스’와 각 부족언어를 다 하려면 무려 19개 언어를 익혀야 하는 언어적 장벽에 둘러 싸여 있는 나가랜드를 보며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 되었다.
앞으로 나가랜드도 단일 언어의 사용을 통해 부족 간에 하나를 이루고 발전의 원동력이 될 평화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리랑TV의 인도에서의 역할과 방향
아리랑 TV의 박진석 차장의 말처럼 북동쪽 지역의 한류 열풍은 그대로 살리고 어떻게 인도 주류 지역에 한류를 꽃피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한류에 대한 폭발적인 열기가 북동부지역에 국한되어 버린다면 북동부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문화라며 한류 역시 인도 주류로부터 무시 받을 수도 있다. 인도 주류 지역의 문화적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여 인도의 문화에 맞춘 한류 드라마를 제작 방영하여 문화적 교류의 장을 열어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여겨진다. 한류가 종교 신분 풍습의 장벽을 넘어 인도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류의 불쏘시개역할을 하는 아리랑 TV를 모르는 인도사람들은 십리도 못가서 ‘왕따 병’이 날 정도로 아리랑 TV가 발전되기를 기대해본다.
맺으며
짧은 기간 머문 ‘나가랜드’ 주도 ‘꼬히마’에서 출발 감긴 실타래 풀듯 꼬불꼬불 갔던 길 그대로 되돌아 올 때 정든 곳 떠나는 듯 허전한 마음 멀어지는 거리만큼 비례했던 것은 아마도 나가랜드에서 이국적 이질감을 초월케 한 한국 문화 한류의 공감대로 서로 환호하며 하나 되었던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