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할머니의 억지와 욕설.
아버지는 의료사고로 개업한 병원마저 남의 손에 넘어간 뒤 월급쟁이 의사
딸 연수는 유부남 영석과 이루지 못할 사랑 노름. 동생 정수는 삼수생으로 대학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으며 여자 친구와 함께 젊음을 만끽
엄마는 치매 할머니를 불평 없이 보살피며,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 근덕과 올캐를 돌본다. 근덕은 모든 재산을 노름으로 탕진하고 돈 떨어지면 누나를 괴롭힌다.
엄마는 알뜰살뜰 살림으로 일산에 집을 짓고 있다. 마지막 곗돈 1천만 원을 타서 남은 공사비로 지출하며 행복을 느낀다.
엄마는 속이 안 좋아,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의 후배 윤박사에게 종합 건강검진을 받는다. 검진결과 자궁에 악성 종양이 발견 되어 수술도 불가능함을 아버지에게 알려준다. 아버지는 암 관련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 장박사에게 다시 한 번 검진을 받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아버지는 기적을 꿈꾸며 수술을 의뢰하지만 개복하자마자 수술이 불가능하여 덮는다.
암세포가 형성 될 때는 대개 두 가지 형태를 갖는다. 하나는 종기처럼 엉켜 있는 형태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다른 하나는 꽃가루처럼 분산되어 나타나는 형태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저주하듯 ‘닫어라’하고 울먹인다. 윤박사는 엄마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할 시간을 주도록 준비하라고 한다
아버지는 연수에게 술 한 잔 하자고 하며 엄마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말하고 연수는 오열한다. 아들 정수와도 술 한 잔 나누며 엄마의 상태를 이야기해준다.
엄마는 올캐에게 근덕을 수령자로 한 자신의 생명보험 증서를 준다. 올캐는 근덕에게 울며 누나의 생명보험을 넘겨준다. 근덕은 노름을 끊고 택시 운전에 매진하며 새 삶을 산다.
엄마는 차근차근 죽음을 준비한다. 아버지는 연수와 함께 일산의 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엄마는 치매 할머니한테 몽둥이로 맞아 피가 철철 흐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걱정한다. ‘어머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나 살았을 때 어머니가 죽어야 어머니도 편하고, 그래야 나도 편히 눈을 감지. 이제 금방 만날 거야, 어머니 저승에 가서 내가 백배 천배 효도할게. 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 고생 그만 시키고 나랑 같이 죽자’
일산의 새 집에서 엄마는 아빠의 팔에 안긴 채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아빠는 영원히 그 대답을 듣지 못할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한다.
슬픈 가족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