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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진 제주 옛 돗통이 우도에 가보니 그 흔적이 남아 있네요 복원해서 보존 했으면 하네요
♣옛일을 생각한다① 제주의 돗통시 (돼지우리+화장실) 문화 △ 21세기 들어 더욱 절실해지는 것 어쩌다 조금 잘 살게 되었는지 요즘 들어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1년에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는 양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 조(數兆)원이 넘는다. 이곳에도 쓰레기 저곳에도 쓰레기. 널려 있는 것이 쓰레기 더미다. 쓰레기 봉지에 담겨진 음식물은 밤새 고양이가 물어뜯어 날씨라도 더워지면 온 동네가 썩은 냄새로 진동한다. 쓰레기 하치장이 넘쳐나고, 새로운 하치장을 찾으려다 민원이 발생하여, 우리 동네는 안 된다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야단법석이다. 이것을 그냥 두고 보아야만 하는가. 당국에서 머리를 쓰는 일이란 뻔하다. 쓰레기 하치장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보상을 하면 주민들이 물러서 줄까' 하는 것, 고작 '음식물 쓰레기를 줄입시다' 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일, 조금 더 적극적이라고 하는 일이 '재사용 가능한 음식물을 분리 수거해 사료로 활용'하게 하는 정도이다.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 조상들이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 제주도의 재래식 화장실을 돗통시라 불렀고, 어느 집이든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새마을 운동이 전국적으로 불붙으면서 개량 변소로 바꾸어지기 시작한다. 그 뒤 육지부에서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부터는 돗통시가 무슨 야만적이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는지 당국의 정책에 의해 변소 개량이 촉구되었고, 그와 함께 수백 년 동안 내려오던 돗통시 문화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나중에 몇 개 남았던 것까지 시멘트와 벽돌을 지원해주면서 거의 강제적으로 허물어버리고, 지금은 성읍민속마을에 상징적으로 몇 개 존재할 뿐이다. ▲ 음식물 쓰레기의 종착점, 돗통시(돼지우리+화장실) 우리 옛집의 정지(부엌)에는 구진물(구정물) 단지가 있었다. 이 단지는 부엌에서 버려지는 모든 것을 모아놓는 곳이다. 쌀 씻은 물로 시작하여, 그릇 씻은 물, 먹다 남은 국이나 반찬, 밥상에 발라놓은 고기 뼈까지 담아둔다. 어디 그것뿐이랴. 놈삐(무) 꼴랭이(꼬리)나 감저(고구마) 썩은 부분 도려낸 것, 감저 친 거 꼴랭이나 거죽, 어쩌다 상해버린 촐레(반찬)까지 이곳에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것이다. 단지가 가득 차면 그것은 돗통시 입구에 있는 돗것항(돼지 먹이 항아리)으로 옮긴다. 내용물을 그곳에다 부어놓고 조체(조에서 벗기어 낸 겉껍질)나 조촐레(조의 여물지 않은 쭉정이), 혹은 붕당체(보리를 찧을 때 생기는 껍질가루)나 누까고를(밀 껍질을 깎아낸 가루)을 넣고 저어 돗것(돼지 먹이)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발효된 먹이를 먹으면 돼지가 건강하게 자라고 탈이 없다. 돗것을 만드는 인기척을 들었을까. 도새기(돼지)가 통시 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배고프다고 귁귁거린다. 박새기(바가지)로 하나 푹 떠서 통시 안에 있는 돗도고리(돌을 파서 만든 돼지 먹이 그릇)에 넣어주면 퍽퍽거리며 맛있게 먹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모두가 버려지는 것이다. 버려진다기보다는 생활 하수와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그 처리에 골치를 썩히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 애물단지를 선인들은 맛있는 돼지 먹이로 만들어 깨끗이 처리했던 것이다. △ 냄새는 조금 나지만 지혜로운 인분 처리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지저분하고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것이 인분(人糞)이다. 수세식 변기에서 나온 물과 인분은 정화조에 들어가고 정화조를 통과한 물은 하수구를 오염시키면서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 하수구로 흐르는 물을 어렵게 모아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장은 그 유치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수월치 않게 들어간다. 정화조에서 끌어낸 찌꺼기는 또 어떠한가. 이것도 그 하치장 유치라든가 처리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말끔히 처리하는 한편으로 그를 재활용하여 여러 가지 생산에 이바지 해 왔던 것 또한 돗통시이다. 오줌은 따로 관리되었다. 요강이나 오줌단지에 모아진 오줌은 오줌항아리에서 썩혀 채마밭이나 기타 작물에 거름으로 사용한다. 요즘 금비(金肥)를 많이 사용해 흙이 산성화되거나 작물에서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이 검출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비해 이 거름은 채소에서 기생충 문제가 약간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해 유기 농사의 전형을 이루어 온 것이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는 그 영양소의 2∼30% 정도밖에 섭취가 안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맛있는 음식물 중 7∼80%의 영양분이 남아 있는 것을 찌꺼기로 버리는 셈이 된다. 선인들은 이를 이용해 돗통시에서 돼지를 먹여 길렀다. 생각해 보면, 인분은 참으로 깨끗한 것이다. 왜냐 하면, 사람은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 먹었고, 자신이 몸 속에서 비록 소화 과정을 거치며 변하고 냄새는 동반되지만 영양가가 많이 남아 있는 버리기 아까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 돗통시는 소중한 부업(副業)의 터전 돗통시는 농산물 생산이 주를 이루었던 농가에서 버려지는 것을 활용한 훌륭한 부업 수단의 터였다. 그야 말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생산 수단이 되거니와 비상금의 출처가 된다. 저축이 생활화되지 못하던 시절, 손쉽게 환금(換金)할 수 있는 소득원이 되었다. 가족 중 누가 갑자기 아프거나 급하게 돈 쓸 일이 있을 때, 장으로 내몰거나 아니면 돼지 팔아서 줄 것을 전제로 돈을 꾸어 쓸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농어촌 출신 학생들의 학비 마련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뒤에 가서 고구마를 대량으로 심어 목돈을 마련한다거나 유채나 맥주맥, 담배 같은 소득 작물을 대량으로 경작하기 전에는 제주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농산물이래야 보리, 조, 콩, 밭벼, 메밀이 주를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업료에 해당하는 분량의 이런 농산물을 5일장에 내다 팔려면 억장이 무너지고, 또한 식량이 걱정된다. 그럴 때 돼지를 팔고, 젯 돼지(새끼돼지) 하나 들여놓고 남은 돈이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돼지가 흔하다 보니, 대소사 때는 자연히 돼지고기가 주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자녀가 있는 집안에서는 그에 맞춰 미리 돼지를 기르게 된다. 소기나 대기를 앞둔 집안에서도 1년 동안 부지런히 돼지를 키워 비용을 절감하는데 한몫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 일에 대비하지 않은 보통 집에서 돼지를 기르다 보면 잘 크지 않는 것이 있다. 이때에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추렴(出斂)을 하게 하여 잡아먹고 나서, 다시 새끼 돼지를 구입하여 길렀다. 이렇게 가끔 추렴해 잡아먹는 돼지는 도민의 기를 살리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 돗통시는 기름진 퇴비를 생산하는 곳 집터를 다질 때는 우선 집 앉을 위치를 정한 다음 돗통시 자리를 잡게 된다. '칙간과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집구석 외진 곳에 터를 정하고 깊게 파서 돌담을 두른다. 그리고는 그곳에 보통 쇠걸름(소 외양간에서 나오는 보리짚과 먹다 남은 꼴, 쇠똥 등이 어울어진 것)을 깔아놓는다. 그리고, 마당을 쓴 먼지라든가 썩은 짚단, 상한 농산물 같은 것도 이곳으로 던져 넣는다. 일을 보고 나서 항문을 닦는 것은 보통 보리짚인데 이것도 이곳에 쌓이게 된다. 이래저래 돗통시는 높아지게 되고, 게다가 돼지가 배설해 놓는 것까지 합쳐지면서 서서히 발효되어 좋은 거름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늦가을 추수가 끝나고 보리를 파종할 때가 되면, 더러는 이 거름을 마당으로 꺼내어 보리씨를 뿌리고 소와 사람이 들어서서 밟아 섞은 뒤 한 곳에 쌓아 두었다가 밭에 가서 뿌리고 밭을 갈아 흙을 덮는다. 나머지는 골목 어귀에 차곡차곡 쌓아 위를 덮어두면 열이 나고 발효가 된다. 그러면, 밭에 나가 뿌려 척박한 땅에 그나마 보다 나은 소출을 기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 처리 문제, 게다가 농가 소득과 직결되며, 친환경적인 농산물 생산을 할 수 있는 돗통시 문화가 사라진 지금에 와서 이것을 되살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를 교훈으로 삼아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문화를 한 순간에 인위적으로 없애는 정책은 앞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상들의 지혜가 결집된 돗통시 문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잘 이용하면 해답을 도출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제주민예총' 2002년 봄호> <사진> 위는 돗통시 담에 매달려 있는 제주 토종 흑돼지이고, 아래는 성읍리 제주도 전통 초가집과 각종 항아리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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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늘위 집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위 집
첫댓글 난 말만 들었는데요...사진으로 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