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다/쉬다
"아주머니~ 설 잘 쉬세요."
"쉬기는 뭘 쉬어? 설은 쇠는 거야. 쉬는 게 아니고."
동네 시장, 자주 들르는 가게 아주머니에게 설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온 답변입니다.
평상시에도 우리말은 누구보다 제대로 사용한다고 자부해왔는데... 난데없는 '한방'에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합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설을 '쉬는' 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쉰다는 것은 몸을 편안히 하는 것이죠. 따라서 맞게 쓰려면 "설연휴 잘 쉬세요"라고 해야 합니다.
즉 설연휴는 '쉬는' 것이고, 설은 쉬는 것도 새는 것도 아닌 '쇠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설은 왜 '쇠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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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 따르면 '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의 뜻을 지녔습니다.
따라서 '설을 쇠다/환갑을 쇠다/생일을 쇠다/명절을 쇠다'로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옛 문헌을 보면 '설 쇠다'는 새해를 맞아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니 나쁜 기억이나 번뇌를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입니다. 정확한 뜻을 알고보니 이보다 더 좋은 새해인사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쇠다의 활용형은 '쇠/쇄' 중 어떤 게 맞을까요?
'쇠/쇄'도 '되/돼'와 마찬가지로 발음이 같다보니 많이 헷갈리시죠? '되/돼' 구분법은 '우리말 밭다리걸기' 5회에서 다뤘는데
기본형+아/어'를 적용하는 구분법을 다시 한번 알려드릴게요.
기본형에 아/어를 적용한 뒤 말이 되면 '기본형+아/어'가 맞고, 안되면 기본형이 맞는 말입니다.
쇠다의 기본형 '쇠'와 '어'를 붙으면 '쇠어'가 되죠.
어색하지 않죠?
마찬가지로 '되어'도 맞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줄여서 '쇄/돼'로 씁니다.
다음 예를 통해 더 정확히 알아볼까요?
⑴ 설 잘 쇠라/쇄라
⑵ 설 잘 쇠세요/쇄세요
⑴은 '쇠+어+라'가 되므로 '쇠어라'의 준말 '쇄라'가 맞습니다.
⑵는 '쇠+어+세요'가 되는데 말이 안되죠? 따라서 기본형 '쇠'가 맞는 말이므로 '쇠세요'라고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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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이면 설 연휴가 시작되는데 불경기 때문에 명절 분위기가 안 난다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인 만큼 덕담 나누며 즐거운 설 쇠시길 바랄게요.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맞춤법에 틀린 말은 몇 번일까요?
① 이번 설에는 꼭 찾아뵐게요
② 설 어디서 쇠요?
③ 안 하면 안 돼요?
④ 시간이 없어서 못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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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②번입니다. '쇄요'가 맞는 말입니다.
나윤정 기자